CHEEZE(치즈) - Madeleine Love
“아, 미친, 왜 입을 옷이 없지?”
벌써 1시간 째. 옷잘을 뒤지고 여러 개 매치를 해도 이상한 것 같다. 이렇게 중요한 날에는 꼭 입을 옷이 없다니까... 진짜 울고 싶었다. 지금 당장 나갈 수도 없고... 그나마 제일 나았던 블라우스랑 스커트를 집어 입고 화장을 하니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가 급하게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아... 만나면 뭐라고 하지?”
맨날 편의점 안에서만 봤지 밖에서 만난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편의점에서 보는 거랑 다른 기분이겠지... 아니 똑같으려나? 나만 너무 꾸미고 나온 거 아닐까? 온갖 생각을 하며 걸어 금방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그 곳에는
“어, 탄소 왔어?”
낮에는 만난 적 없는, 새벽 1시 40분 그 남자가 서 있었다.
누구는 잠드는 시간, 또 누구는 신나게 불태우는 시간, 새벽 1시 40분만 되면 그 손님이 온다.
♥ 편의점 로맨스 ♥
오빠가 아닌 줄 알았다. 검은색과 거리가 먼 하늘색 코트, 검은색 목폴라에 스키니. 나도 소화 못할 저 색, 저 옷들을 입은 오빠를 보며 놀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맨날 편의점 올 때 저승사자처럼 까만 옷만 입는 이유가 있었어... 저렇게 밝은 옷 입으니까 하얀 피부가 더 하얘 보이고 어쩜 저렇게 어울릴 수가 있지... 설마 벌써 콩깍지가 쓰인 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중 누군가에게 내 손목이 잡혔다.
“탄소야, 봤으면 길 건너서 와야지. 왜 딴 생각 중이야. 바로 와야지. 어디 불편해서 그런 거야?”
“아... 아니, 아, 내가 왜 그랬지? 너무 신기해서 그랬나...”
“뭐가 그렇게 신기해. 나는 얼마나 당황했는데.”
“아아... 죄송해요... 저 그런데 오빠, 저 손목 좀...”
“아, 미안해. 진짜 미안해. 손목 많이 아파?”
“네, 조금... 빨갛게 자국도 난 것 같고... 그대로 두면 좀 부을 것 같은데...”
갑자기 붙잡힌 손목이 내심 좋았지만 아픈 척을 하면 할수록 어쩔 줄 몰라하는 오빠의 반응이 귀엽고, 재미있었다.
“아... 진짜 좀 아픈데...”
“내가 진짜 미안해... 진짜 부은 것 같은데 병원 가야 하나...”
“병원이요? 아, 아니, 집 가서 파스 붙이면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없으니까...”
“그래? 어쩔 수 없다. 너 아프니까 집 가자.”
“네? 집에요? 아, 그렇게 안 아픈데...”
“아니야. 진짜 손목도 부은 것 같고, 아픈 상태에서 만나면 힘들기만 하잖아. 그냥 다음에 만나고 오늘은 집 가자. 데려다 줄게.”
“아니요! 저 진짜 안 아픈데요! 헐 다 나은 것 같아요, 오빠!”
집에 돌아가자는 말에 나는 당황해 소리를 크게 내버렸고, 그 모습을 본 오빠는 소리내 웃었다. 덕분에 부끄러워 얼굴이 터질 뻔했다.
“다 나았어? 아, 다 나은 거 맞는 것 같네. 환자 목소리치고는 너무 우렁찬데?”
“아... 오빠, 배 안 고파요? 저, 저는 점심 안 먹고 나왔거든요. 저기 앞에 카페 갈래요? 저기 케이크 완전 맛있거든요.”
“진짜? 좋아, 가자. 아, 탄소야.”
“네, 네?”
“손잡아도 돼? 이번에는 아프게 안 잡을게.”
그렇게 말하면 어느 누가 안 된다고 하겠냐고요...
***
“맛있어?”
“네... 완전 맛있어요. 그런데...”
“그런데?”
카페에 들어와 케이크를 먹는 순간까지 계속 나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는 오빠 때문에 케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됐다.
“그런데 계속 오빠가 쳐다보는 것 같아서... 아, 그냥 느낌이... 아니면 말고요.”
“너 본 거 맞는데?”
“네? 어... 왜요?”
“왜 보냐고?”
“네...”
“솔직하게 말해도 돼?”
“음... 될걸요?”
“그냥 귀여워서 봤는데?”
진짜 괜히 물어봤어... 진짜 그냥 집 가야 할 것 같은데...
***
“진짜 더 안 먹어도 되겠어?”
“네. 와, 저 완전 배 터질 것 같아요.”
“거짓말. 아까 다 먹고 접시 뚫어지게 쳐다봤잖아.”
“아니, 그걸 또 봤어요? 안 봐도 되는데...”
“내가 보는 게 싫어? 그러면 안 볼게.”
내 말에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서 말을 걸어도 쳐다보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오빠에게 팔짱을 끼며 가뜩이나 없는 애교를 끌어모아 할 수밖에 없었다.
“유, 윤기 오빠~ 화 풀어요. 네?”
“아... 알겠어. 오빠가 이번에만 봐줄게.”
오빠 입꼬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갔고, 와중에 ‘오빠’를 강조하고 말하는 게 귀여워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사람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오늘부터 이상형은 귀여운 사람 해야지.
***
그렇게 둘이 또 어딜 가야 하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낸 곳이 영화관이었다. 카페 갔다가 영화 보고 저녁 먹기. 완전 데이트 코스의 정석 아닌가. 영화관으로 가 상영 중인 영화를 보니 내가 보고 싶었던 공포영화와 시간이 딱 맞아 그 영화를 보기로 했고, 왠지 모르겠지만 오빠의 표정이 굳어갔었다. 그렇게 우리는 상영관에 들어가 앉았고, 영화는 이내 곧 시작하였다. 집중해서 보던 중, 순간 오빠도 집중해서 보는 중인가 궁금해 옆을 보니 눈을 꼭 감고 손만 만지작거리는 오빠가 보였다. 그런 오빠를 보고 또 장난치고 싶어 슬며시 오빠 귀에 속삭였다.
“오빠, 안 보고 뭐 해요?”
“아, 어...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무서운 거 아니고.”
“아아... 그래요? 생각할 게 있구나... 갑자기 생각해야 하는 일도 있고...”
“어... 어. 탄소는 계속 영화 봐.”
“오빠 저 그런데 좀 무서운데...”
“어? 그러면 그냥 나갈래?”
“아니요. 무서우니까 오빠 손잡고 볼래요. 그래도 괜찮죠?”
나는 바로 오빠의 손을 잡았고, 어두운 영화관 속 스크린에서 나오는 옅은 빛은 빨개진 오빠의 귀를 비췄다.
***
늦은 오후에 만나서 그런지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편의점에 가야 할 시간이 다 되었고, 우리는 아쉬움에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의 손만 꼭 잡고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 앞에 다다르자, 오빠는 보내기 싫다는 듯 내 손을 더 꽉 잡았고, 오빠의 행동에 괜히 부끄러워져 바닥만 쳐다보았다.
“보내기 싫다.”
“저도 가기 싫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맞아요... 그래서 더 아쉬워요.”
“오늘 오빠랑 놀아 줘서 고마워.”
“에이, 제가 뭘요. 저도 같이 신나게 놀았잖아요.”
“맞아. 나 놀리면서 신나게 놀았지.”
“아, 오빠도 저 놀렸잖아요. 기억 안 나요?”
“나는 기억 안 나는데? 아, 탄소야, 이제 진짜 가야 해. 시간 봐.”
“아... 진짜 가야겠다...”
“응. 진짜 가야지. 괜찮으면 내일도 만나나.”
“저는 완전 좋아요. 그러면 내일 봐요.”
“알겠어. 이따가 너 한가할 때 시간이랑 장소 문자로 보내 줘.”
“네, 알겠어요. 그러면 내일 봐요, 오빠. 저 들어갈게요!”
“응. 내일 봐, 탄소야.”
눈치없는 시간은 금방 흘러갔고, 우리는 내일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마음만 같아서는 더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그렇게 우리의 짧은 첫 데이트는 나에게 큰 설렘을 선물해 주고 끝났다.
***
[오전 12시 06분]
“아... 내일 만나니까 오늘 편의점 안 오겠지? 아쉽네... 아, 아 진짜 시간 왜 이렇게 안 가냐, 짜증 나게...”
편의점에 들어가 정신을 차리고 오빠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는 곧바로 알겠다며 내일 보자고 연락이 왔고, 그 뒤로 계속 문자를 주고받다 십 분 전부터 연락이 안 됐다. 아마 피곤해서 뻗었겠지... 오늘은 기다릴 사람도 없고, 손님도 없어 심심했다. 그렇게 무료함에 몸부림치다 카운터에 엎드려 눈을 감고 아까 데이트를 다시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오빠 생각을 하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딸랑-
“아, 그러니까... 그, 오후까지 기다리기 힘들 것 같아서. 어차피 12시 지나서 지금도 내일 맞잖아. 지금 보고 오후에 또 봐도 괜찮지?”
오빠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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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암호닉분들]
난나우우
다솜
보라색하늘
붕방
새우버거
양솜이
월아
영감
초코
홀리가윤기
꼬취꼬춰
꾸꾸의쿠키
바쁜 현생에 치이고 멘탈 겨우 붙잡고 계속 틈날 때 썼는데 오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보시면 댓글로 꼭 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쁜 와중에 목요일이었나 초록글 알림도 와서 너무 감사하고 ㅠㅠ 울었습니다 ㅠㅠ 그리고 어떻게 써야 윤기와 탄소의 설렘이 잘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몇 번 고쳤는데 아무리 해도 잘 안 써지더라고요 ㅠㅠ 데이트신도 많이 넣고 싶은데 그러면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 같아 지루할 것 같고... 이렇게 쓰다 보니 결국 짧게 끝나버렸네요... 너무 짧은 것 같아 기다려 주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네요... ㅠㅠ 윤기 번외도 써서 4화와 함께 올리고 싶었는데 번외까지 써서 오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 본편 먼저 올렸습니다 윤기 번외는 다음 편과 함께 같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윤기 데이트 착장은 밑에 있는 윤기 사진을 보고 썼습니다!
항상 제 글 읽어 주시고 기다려 주시는 암호닉분들과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금방 새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