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기간제’ 라는 이름이 먼저 붙어있긴 했지만 오래 꿈꿔 왔던 교사라는 직업의 첫 출발에 내딛을 수 있게 된 본인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교단에 서게 되면 이름부터 말해야 할까, 아니면 희망하는 선생님의 이미지는 어떤 건지 학생들에게 먼저 물어 보기라도 할까. 행복한 고민만 하던 학연이 괜히 어깨를 툭툭, 털고 교문 앞에 다다랐다. “이 쪽은 이재환 선생님이십니다. 과목은 윤리구요.” “반갑습니다. 성함이 차학연, 맞으시죠?” “네!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허리를 반으로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는 학연에 재환이 4월에 흩날리는 복사나무 꽃잎들처럼 웃어 보였다. 서로 악수를 하고 학연은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전에 쓰던 사람은 책상 정리를 소홀히 한 편인지 먼지가 조금 쌓여 있기는 했지만 이제는 제 구역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어느새 시간은 1교시 수업할 시간이 되었고 교사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 선생님.” “...” “차 선생님?” “어, 어! 네! 선생님! 부르셨어요?” “...네. 이거.” “사탕?” “그냥. 오늘 첫 날인데 너무 긴장하지 말고, 힘 내라구요. 이거 먹고.” 재환의 손에서 청포도 사탕 몇 개가 학연의 손에 넘겨졌다. 사회 생활이란 막연히 힘든 것만은 아니구나. 이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고. 학연은 거듭 감사하단 인사와 함께 주머니 안에 사탕들을 집어 넣었다. 이따 밥 먹고 후식으로 먹어야지, 라는 말과 함께. “좋아! 차학연 화이팅!” 큰 목소리와 함께 스스로를 다독이며 배정된 반에 들어섰다. 학생 수는 꽤 많았고 저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학생들도 있었고 아직 자신이 들어온 걸 모르는지 책상에 엎드려 있는 학생들부터, 서로의 친구들과 떠드는 학생들도 보였다. 그런데, 반이 꽉 차서 그런지 유독 눈에 띄는 한 자리. 나중에 출석 불러 보면 알겠지. “내 이름은 차학연입니다. 앞으로 삼 년 정도 이 학교에 머물러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이제 출석을 부를게요.” 한 명씩 차근차근 떨리지만 꼭 불러 주고 싶었던 서른 네 명의 아이들 이름. 다 부르고 나니 한 명이 아닌 두 명이 반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혹시... 오늘 안 온 친구 두 명이 있는 거 같은데 아는 사람 있어요?” “정택운이요.” “김원식도 있어요!” 역시, 두 명 맞구나. 학연은 미리 준비해 둔 메모지에 그들의 이름을 적었다. 고마워요. 학연은 친절하게 대답해 준 학생 두 명을 쳐다 보면서 웃고는 교과서를 펼쳤다. 무난한 수업이었다.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실망할 정도는 아닌, 그런 무난한 수업.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떨리는 첫 수업이 끝나고 학연은 반에서 나가기 전, 자신의 포부 아닌 포부를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임시로 자신에게 부재의 학생들을 말해 준 두 명에게 반장과 부반장을 정해 주고 반에서 나왔다. “정택운이랑 김원식은...”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학교에선 이미 유명해요. 얘네 둘 때문에 학교 이미지가 반쯤은 안 좋아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정말요?” “아마 총무 선생님이 차 선생님 기간제인 거 노리고 두 명 다 넣은 거 같은데... 이건 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저는 괜찮은데...” “일단, 정택운 학생부터 해당 부모님한테 먼저 전화해 보세요.” 결석을 한 학생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게다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니 티는 안 냈어도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학연은 재환에게 조언을 구했고 재환은 학생기록부를 건네며 설명해 주었다. “근데, 선생님... 김원식 학생은... 부모님 칸이 비어있는데...” “아. 원식이요? 원식이는 부모님이 안 계십니다.” “...아...” “제가 전해 듣기로는 원식이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신 걸로 알아요.” 벌써부터 이렇게 난코스에 진입하다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언젠가는 도전해 봐야 할 과제. 학연은 전화기를 들고 떨리는 손길로 번호를 꾹, 꾹 눌렀다. “어. 여보세요! 혹시 정택운 학생 어머님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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