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부 |
"
"이번엔 어떻게 죽었대요? " " 할머니인데, 가족이 없으신가봐. 시체 썩은내가 나서 이웃 분이 신고를 했는데 죽어 계셨던거지. "
주위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입을 봉합해도 시원찮을 판이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이야깃거리로 밖에 만들지 못하다니. 이러나 저러나 상관 없이 고인의 가족들은 그 한 가운데서 하하호호 웃고 떠들고 있었다. 경수가 유가족들을 쏘아봤다. 백현이 한참동안 경수의 등을 통통 두드리더니 자리에서 경수를 일으켰다.
" 그냥 이 일 그만 둬, 네 적성에 이거 안 맞는 것 같다. "
백현의 진심어린 충고에도 경수는 아무말이 없었다. 문을 열고 다시 집 안으로 향했다. 백현은 한참동안 경수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그 뒤를 따랐다. 시체를 치운다는 일이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물론 건이 잘 성사만 되면 하루에 2~300씩 버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요새 들어 연쇄 살인범이다 뭐다 주위가 시끄럽기도 시끄러울 뿐더러 시체가 곱게 죽어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오늘만 해도, 시체가 죽은지 얼마나 되었는지 말라붙은 핏자국에 구더기가 득실득실 거렸다. 구더기가 아니라 경수가 문제였다. 그만 두는게 어떠냐고 권유를 해도 경수는 아무런 답이 없었고 3년 정도가 지난 지금도 시체를 보면 부들부들 떨면서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었다.
" 형 괜찮아요? "
세훈의 물음에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괜찮지 않아도 별 뾰족한 수는 나지 않았다. 경수는 일이 들어오면 그 뒤 한동안은 잘 먹질 못했다. 어느새 방 안은 깨끗해져 있었다. 준면이 다가와 목장갑을 벗었다. 마무리는 네 차례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경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톤치드를 시공했다. 준면이 집 안에 있던 쓰레기들을 꺼내 밖으로 가져왔다. 사람들이 나오자 호기심 어린 얼굴의 사람들이 물건들을 가져나오는 준면을 쳐다봤다. 그 중에서도 유가족들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 팀장님, 경찰에서 조사 좀 응해달라고 하는데요. " " 하루이틀 아니잖아. 자살인 건 확실한데 괜히 인사치레로 하는거니까 네가 갔다 와. " " 아, 백현이 형 시키시지. "
불만 어린 얼굴로 툴툴대는 세훈이 백현의 눈치를 흘깃 살폈다. 눈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자칫 잘못 이야기 했다가는 죽여버릴 거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세훈이 억지로 백현의 눈을 피하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아침에 날씨가 꾸물꾸물하더니 기어코 비가 쏟아졌다. 경수가 피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백현이 제대로 듣지 못한듯 뭐? 하고 되물었다가, 되물은것을 후회했다. 경수는 시체를 처리하고 나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 이런 날, 시체 썩기 딱 좋은데. "
주위 온도가 2도 정도 내려간 기분이었다. 경수가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안 준면이 어색하게 웃으며 라디오를 틀었다. 뉴스 속보가 한창이었다. 특수청소부들에게 이미 익숙한 살인사건부터 시작해서 정치적인 이야기까지. 경수가 피곤한듯 백현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 어둠 속을 한창 달리고 있을 무렵, 백현이 정적만 가득한 벤 안에서 입을 열었다.
" 박찬열은 아직도 실종이래요? "
백현의 말이 끝나고 다시 주위가 침묵으로 잦아들었다. 그렇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침묵이었다. 백현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박찬열, 실종이 아니라 죽은 거 아니에요? 2년이나 지났는데도, 백현의 말을 막은 것은 준면이었다. 세훈은 입을 꾹 다물고 운전만 계속했고, 준면은 듣다 안 되겠는지 백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제지시켰다. 경수 이제 막 잠들었잖아. 듣고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준면의 말에 백현이 무어라 더 이야기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병신같아. 백현의 말을 마지막으로 벤 안은 다시 빗소리로 잦아들었다. |
암호닉 남겨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당!!
사슴님 치즈님 동태전님 복숭아님 마이찬님 배또님 원숭이님 카드님 감사드립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