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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백] 원망 그리고 원망 上 | 인스티즈

 

 

찬열은 오늘도 학교를 오지 않았다. 백현은 원래 비어 있었는 듯 주인 없이 텅 비어있는 그 책상을 바라봤다. 책상위엔 뽀얀 먼지가 쌓여있었다. 선생들이나 학생들이나 찬열의 부재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그게 더 오히려 슬펐다.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학생 그리고 애아빠가 된 학생. 그 공통점이란게 있을까? 만약 찬열이의 부재가 곧 아이의 아빠가 되기 위함이라면 과연 학교는 어떤 반응을 취해올까. 백현은 아려오는 머리를 감싸고 책상위에 엎드렸다. 그때 찬열과의 마지막 키스 그리고 밖으로 나가버린 찬열 그게 우리의 아이였으면 좋았을걸. 엎드린 시야가 캄캄했을때 백현은 환해져오는 환상에 정신이 아찔했다. 남자아인지 여자아인지 모를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백현과 찬열은 여느 부부처럼 길을 거닐고 있었다. 가끔 아이의 재롱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찬열이 아이를 고쳐안고 백현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그 둘의 뒷모습은 다시 어두운 시야에서 사라졌다. 백현은 암전이 된 머리속에 눈을 감았다.

시간은 어느새 아홉시를 조금 넘겼다. 학교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던 백현은 야자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챙겨 쫓기듯 학교를 빠져나왔다. 발이 꼬이고 엉켜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했지만 그건 개의치 않았다. 혹시 찬열이 지금 집에 있을까 초조한 마음으로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찬열의 반지하로 내려가자 쾌쾌한 먼지냄새가 백현의 코 끝에 훅 다가왔다. 저절로 찌푸려진 인상을 펴고 문 앞에 다가섰다. 백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쿵 쿵 쿵 그 소리에 맞춰 문을 두드렸다. 잠깐의 정적 끝에 아주 낮은 갈라진 찬열의 목소리가 문 안에서 들려왔다. 누구세요? 백현은 순간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나야 변백현. 찬열이 문을 열었다. 부스스한 머리와 며칠 새 밤을 샌 꼴을 한 찬열은 퀭 한 눈으로 백현을 집으로 들였다. 그 여자 때문에 이렇게 힘든거야? 백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새로 새어나오는 그 모진 말을 참기위해 백현은 자신의 손등을 꼬집거나 괜시리 손톱만 물어 뜯었다. 찬열이 그 행동을 제지하려 했으나 백현은 팩 고개를 돌려 거절했다. 못 말린 다는 듯 찬열은 그저 웃고는 백현이 좋아하던 쥬스를 냉장고에서 뒤적여 꺼냈다. 방 안에는 시계가 굴러가는 소리 그리고 쥬스가 컵에 담기는 소리 뿐이었다.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정적이 백현은 불편하지 않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하는 맘도 있었다. 더 이상 찬열이 그 여자를 생각하지 않게, 그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찬열이 어느새 눈 앞에 다가와 컵을 내밀었다. 투명한 유리컵에 담겨있는 노란 쥬스가 위태로워 보였다. 백현은 떨리는 손으로 유리컵을 잡았다. 떨림에 맞추어 유리컵 안에 담긴 쥬스도 찰랑거렸다. 깨질것만 같은 위태로운 모습에 찬열의 시선도 백현에게 갔다. 둘다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떨리는 백현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찬열도.

이른 새벽이었다. 작은 찬열의 침대에 백현과 찬열은 몸을 붙여 누워 단잠에 빠져있었다. 그렇게 서로는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 그 때 찬열의 핸드폰이 짧게 움직였다. 찬열이 부은 눈으로 자신의 옆 서랍 위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더듬거려 잡았다. 밝은 액정 속의 빛이 잠시 찬열의 눈을 괴롭혔고 그게 익숙해질 쯔음 찬열은 문자를 확인했다. 유비였다. 순산했어 여자아이야. 찬열은 손에 힘이 풀렸다. 탁 하고 찬열의 얼굴에 추락한 핸드폰의 액정이 잠시 빛났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찬열의 눈에는 여전히 그 메세지가 읽혔다. 정말 아이를 낳았구나. 아려오는 얼굴에 찬열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하얀 침대 시트위에 찬열의 눈물이 떨어졌다. 백현은 몸을 뒤척이다 찬열에게 등을 돌렸다. 등을 맞대고 있는 그 온기에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백현은 눈을 느리게 떴다.

아침이 밝아 오자 마자 백현과 찬열은 분주하게 씻고 준비를 했다. 누구하나 먼저 말하지도 않았다. 서로의 자리에서 각각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렇게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찬열은 자신의 옆에서 군소리 하나 없이 따라오는 백현이 안쓰러웠다. 여전히 자신의 아이 인줄로만 알고 있을텐데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많이 힘들꺼라고 예상한다. 자신이 밤을 샐때 백현은 이틀을 샜을거다. 요즘따라 부쩍 작아져 보이는 백현을 바라본 찬열은 어깨에 팔을 둘러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택시 안에는 이름 모를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시 무거운 침묵이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이때만큼은 찬열도 백현도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일인실 문을 열고 찬열이 먼저 들어갔다. 그리고 뒤에서 쭈뼛거리며 머뭇거리는 백현을 보고는 다시 되돌아가 손을 잡아 이끌었다. 유비는 찬열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짓다 백현을 보고는 인상을 굳혔다. 찬열과 백현의 손에는 각각 작은 쇼핑백이 들려져 있었다. 여자아이의 내복과 구두였다. 유비는 그 것들을 자신의 병실 침대 옆 구석에 놓아놓고는 둘을 앉혔다. 백현이 바라본 유비의 눈빛은 두명의 사람을 보는 듯 했다. 찬열을 바라볼때는 환하게 눈이 접히도록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볼때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쏘아봤다. 그 눈빛이 거북해질 때 즈음 찬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유비는 먼저 입을 떼었다.

" 찬열아, 나 갑자기 쥬스가 먹고 싶은데 매점 좀 다녀올래? "

찬열은 고민하듯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유비는 그 모습에 점점 더 표정이 굳어갔다. 백현은 찬열에게 갔다오라며 눈짓을 해보였다. 찬열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일어나더니 금방 다녀올게. 하며 백현의 머리카락을 헝클였다. 백현은 나가는 찬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문이 닫히고 찬열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때 즈음 유비는 다시 돌아왔다. 방금 전의 경멸에 찬 눈빛으로 여전히 백현을 위아래로 훑고 쏘아봤다. 백현은 그 모습에 소름이 돋아났다. 죄인 마냥 바닥만 바라보고 있을 때 였다.

" 찬열이가 무슨 쥬스를 사올 거 같아요? "

유비가 백현에게 한 첫 마디 였다. 백현엔 고개를 들고 잠시 우물쭈물 거리다가 찬열이 매일같이 백현에게 주고 즐겨마시던 쥬스의 이름을 대었다. 유비는 그럴 줄 알았다며 코웃음을 쳤다. 맞아요. 그거 내가 좋아하던 거 였거든. 유비는 또 웃더니 백현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찬열이의 일상의 절반에 전부 나였다는 뜻이에요. 알아듣겠어요? 점점 가라앉던 백현의 고개가 다시 들려졌다. 그리고 방금 전 유비의 표정과 다를 바 없는 그런 눈빛으로 유비를 쏘아봤다. 유비는 백현의 모습에 잠시 움찔하는 듯 싶더니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전히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였다. 백현은 쉽게 알 수가 있었다. 그게 비웃음에 찬 웃음인지, 동정심에 찬 웃음인지.

" 이야기는 다 들었을거라 생각해요. 내가 낳은 아이, 찬열이 아이에요. 학생도 눈치가 있고 생각이 있다면 이제 슬슬 정리해 줄 거라 생각해요. 나 이 아이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찬열도 그렇고 이 아이도 나는 전부 가질거에요. "

유비의 말을 잠자코 듣던 백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모습에 유비는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이 이야기가 웃기게 들려요? 하며 백현에게 따져댔다. 백현은 계속해서 작게 웃음을 흘리다가 결국은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그리고 백현은 유비를 쳐다봤다. 유비는 얼이 빠진 얼굴로 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현은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유비에게 말했다.

" 애 남편은 어쩌실려고요? "

유비의 몸이 크게 움찔 한것을 느낀 백현은 다시 작게 웃었다. 유비의 하얗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져가고 백현은 작게 웃었다. 유비의 하얀 손이 이불 자락을 쥐고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 그쪽이 낳은 아이, 나 줘요. "

" 뭐라구요? "

" 그 쪽이 말하던 찬열이 아이. 나 달라구요. "

유비의 얼굴이 멍해지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려서 그런지 상황파악이 잘 안되나봐요. 지금 그게 무슨 소리를..! 그럼 씨발 구라를 좀 그럴싸하게 치던가. 백현의 싸늘한 표정이 유비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백현은 일어나더니 유비의 앞까지 다가왔다. 유비는 겁에 질렸지만 그 태를 내지 않으려고 애써 꼿꼿하게 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현은 유비의 코 앞까지 다가와서 유비를 찬찬히 훑어봤다. 그리고는 유비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 앞에서 백현은 조용히 말했다.

" 그 아이가 찬열이와 내 아이였다면 행복했을거에요. "

백현은 병실 문을 열고 복도로 한발짝 내딛었다. 그리고는 꽉 막힌 병실천장을 올려다봤다. 결국 참고 참았던 백현의 벽이 무너졌다. 자존심이건 분노건 그 장벽이 와르르 무너지자 백현도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눈물이 터져나오고 백현은 하염없이 울어댔다. 주위에 지나가던 간호사와 환자들이 백현을 바라보았지만 시선따위는 신경 쓸게 못돼었다. 찬열이 쥬스를 하나 사서 걸어오다 백현을 바라봤다. 찬열은 한 걸음에 달려와 백현을 일으켰다. 눈물에 범벅이 돼 부어 오른 백현의 눈을 마주하던 찬열은 백현을 껴안았다. 미안해, 내가... 아니야 괜찮아 찬열아. 다 이해해. 복도에는 두 사람만 남아 있는 듯이 아무도 둘은 사람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시선따위는 신경 쓸게 못돼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유비는 결국 찬열에게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일말의 미안함이었을까, 번호가 없는 문자로 미안하다고 한번씩 문자가 오긴 했다. 하지만 찬열은 그를 추적하지도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다. 백현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더 이상 찬열에게 그 일을 꺼내지 않았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둘은 위태롭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백현과 찬열은 말 없이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둘이서 장을 보고 아이스크림을 입에 하나씩 물고 공원으로 갔다. 평소와 다름없던 일상이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분위기가 달랐다. 그 때 찬열의 앞에서 한 여자아이가 넘어졌다. 아이는 울먹 울먹 거리더니 결국 눈에서 눈물이 방울 방울 떨어졌다. 찬열은 여자아이를 일으켜 무릎을 털어주고 상처 난 부위를 살폈다. 여자아이는 찬열을 바라봤다. 찬열도 그 아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아이는 유비와 많이 닮아있었다. 하얀 피부 그리고 크고 쌍커풀 진 동그란 눈 오목조목한 코와 입 그 모든게 유비와 닮아 있었다. 저 멀리서 여자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불렀다. 찬열은 그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백현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아무렇지 않게 여자아이를 보냈다. 아이는 아장아장 걸어가 찬열과 백현에게 멀어졌다. 둘은 공원을 나갔다. 그 때와 지금의 다른 점은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였던 행복하단 거 였다. 이제서야 그걸 깨달은 백현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는 고개를 숙였다. 눈에서 눈물들이 떨어졌다. 찬열은 그런 백현의 동그란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해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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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행복하게 끝나서 다행..;ㅅ;
10년 전
독자2
해피인가요? ㅜ ㅜ슬픈해피군요ㅜㅠ그래도 둘이함께여서 다행이에요ㅠ
10년 전
독자3
다행이다진짜 유비도대체 무슨생각으로 그런거져? 요망한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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