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친이 아플 때 ◀
(15화 독자 18님 소재신청 감사합니다~)
1 . 김종대
'여보세요..'
"오빠?"
'어? ㅇㅇ아.'
"왜 이렇게 전화가 안돼."
'아..미안, 일이 좀 있어서..'
하루종일 문자도, 카톡도, 전화도 안받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해서 집에서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5번 째로 걸었던 전화의 수신음이 끊어지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나저나 일이 있다는 사람 목소리가 왜 이렇게 축 쳐졌대? 분명 뭔가 있어. 수상해.
"근데 오빠 목소리가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오빠 아파?"
'아니야..'
"진짜?"
'응..'
"진짜지?"
'...응..'
"진짜로?"
'.....응.......'
"거짓말 하는거 아니지?"
'............응.....'
"혼난다, 오빠."
'......나 아파..'
"으이구."
내 그럴줄 알았다. 그냥 아프면 아프다고 하면 되지, 뭘 숨기고 그래.
꼴에 남자라고ㅡ,.ㅡ
"어디가 아픈데."
'몰라..감긴가..'
"오빠, 집 나갔다오면 손하고 발 깨끗히 씻으라고 했지."
'응..'
"근데 안그랬지."
'아니야..'
"누가 아프래."
'미안해..'
"지금까지 자고 있었어? 약은 먹었고?"
'...'
"안 먹었구나."
아픈거보다 일단 혼을 내야되나, 아프면서 약은 왜 안먹고! 병원은 왜 안가고!
하여튼 김종대 772
"우리 종대, 말도 안듣고. 내가 가지 말아야지."
'...말 잘들을게..'
"잘 들을거지?"
'..응..'
"자고 있어, 내가 지금 갈게."
'응..'
***
"오빠!!"
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고있긴한데 끙끙앓고있는 칠칠이 김종대가 있었다. 애도 아니고, 아프면 병원부터 가야지. 걱정되게.
나는 일단 화장실로 달려가 물수건을 만들었다. 이마 위에 올리니 차가운지 몸을 움찔하더니, 이내 잠에서 깬다. 나를 발견한 그가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한다.
"ㅇㅇ아.."
"응, 많이 아파?"
걱정하는 투로 묻자 정말 많이 아프긴한지 이내 울먹거릴 모습이 보여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 토닥거렸다.
"자장 자장, 우리 애기."
"내가 애냐.."
"완전 애같아, 더 자. 죽 좀 끓여야겠다."
"응.."
별다른 재료가 없어 간단히 흰쌀죽을 끓였다. 약국에서 사온 몸살약을 함께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니 어느 새 또다시 깊은 잠에 빠진 그가 보였다.
옆에 죽을 내려놓고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잠자면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에 나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오빠. 일어나 봐."
"....으으."
"자, 아. 뜨거워."
"아.."
"더 크게 벌려야지."
"아..."
"어유, 잘먹네. 우리 종대."
"하지마.."
"더 먹여줘?"
"아니..내가 먹을게."
어느 새 죽 한그릇을 뚝딱 비운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했다. 이런게 엄마 마음인가? 벌써부터 이런 모성애를 느끼다니, 나도 참..
마지막으로 약을 삼킨 그가 들고있던 컵을 내려놓더니 갑작스레 나에게 안겨왔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이 나에게까지 전해져왔다.
"ㅇㅇ아.."
"왜 또 어리광을 부리실까."
"고마워.."
"고맙기는, 아프지나 마."
"응, 나 안아플게."
늘 애같은 남자긴 하지만 가끔 이렇게 설렐때도..ㅎㅎ
2 . 김민석
ㅇㅇㅇ
왜
뭐해
그냥 집에 있는데
왜?
안바쁘면 우리집 좀 와
내가 왜
오라면 와..
그니까 왜
나 아파
진짜?
응 아파
어디가 아픈데
감기걸렸나봐
아
알겠어
지금 감
띵동-.
"어, 왔어?"
"많이 아픈거야?"
"그냥, 좀."
"이마 대봐."
"일단 좀 들어오시지?"
그래도 아프다는 말에 동네약국에서 감기걸렸을 때 가장 좋다는 약도 사고, 아플 땐 죽먹는게 좋다길래 지나가다 죽도 샀다. 문이 열리고 보이는 그의 모습에 괜히 호들갑을 떠니 그런 내 모습에 웃으며 집 안으로 나를 이끈다. 늘 정장만 입은 모습만 보다가 편안한 사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조금은 색달랐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데."
"몸살났어."
"출장 다니느라 힘들지."
"응, 힘들다."
늘 내가 기대기만 했던 그였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그가 나에게 기대어 왔다. 나도 이럴땐 쓸모가 있는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근데 기분 되게 좋다."
"뭐가?"
"아프니까 니가 걱정도 해주고."
"걱정해주는게 뭐 대수라고."
나는 나에게 살짝 몸을 맡기고 서있는 그를 잠시 떼어냈다. 가방에서 챙겨온 약과 죽을 꺼내어 들었다.
"약하고 죽사왔어, 일단 먹어."
"오빠 주려고 사온거야?"
"그럼, 누굴주게."
"예쁘다."
"이제 알았어?"
능글맞은 나의 말에 푸핫, 웃음을 터뜨린다. 아플 때 웃으면 아픈게 좀 사라진다던데, 그에게도 그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좀 누워있어야 하는거 아니야?"
"괜찮아."
"아니야, 우리 엄마가 아플 땐 자는거랬어."
"괜찮은데."
"빨리 누워."
그를 굳이 끌고 그의 방까지 들어가서 침대에 눕혔다. 이불을 목끝까지 덮으니 답답하다며 찡찡대는 것을 가볍게 무시했다.
"같이 잘래?"
"변태같은 소리한다."
아픈 와중에 농담할 기운은 남아있나보다. 아니면 아픈걸 핑계로 저런 말을 하는건가.
"나 내일 또 출장가야 되는데."
"또? 아픈데 가도되겠어?"
"어쩌겠어.."
"휴, 그 회사 부장 좀 만나봐야겠어. 아주."
허리에 손을 올리고 짐짓 화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장난스레 말하니, 그런 내 모습에 빵터진 그가 큭큭대며 웃는다.
"찾아가서 뭐라고 하게."
"뭐라고하긴, 화내야지. 우리 오빠 힘들게하니까."
"응, 좀 혼내줘. 오빠 힘들다."
"알겠어, 내가 혼내줄게."
"진짜, 이뻐 죽겠어."
"나도 안다니깐."
내 팔을 잡고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옆으로 이끈다.
못이기는척 다가가 누우니 자신의 팔을 내어주고 나의 등을 토닥거린다.
따뜻한 그의 품에 서서히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졸려.."
"자, 오느라 힘들었지."
"아니야.."
"잘 자. 오늘 고마웠어."
나른한 그의 목소리를 끝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결국은 또 내가 그에게 기대게 되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3 . 변백현
지잉-, 지잉.
"여보세요?"
'어, ㅇㅇ이니?'
"네? 맞는데, 누구ㅅ..어머님?!"
'응, 백현이 엄마야.'
"헐, 아, 아니. 어머님이 어쩐 일로.."
화창한 주말 오후, 시끄러운 티비 소리를 방해하는 진동소리에 전화를 받았다. 왠지모르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중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아니고, 누구지? 라는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버렸다. 어머님..?!
'미안한데, 우리 집 좀 와줄수 있을까?'
"아, 당연히 되죠! 근데 무슨 일로.."
'지금 백현이가 많이 아파, 근데 내가 어딜 좀 나가봐야 하거든.'
"변백ㅎ, 아니. 백현오빠가 아파요?"
'응, 감기 몸살이 심하네. 집에 아무도 봐줄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그럼 제가 갈게요."
'그래줄래? 고마워, 사실 백현이가 ㅇㅇ이 부르지말라고 그렇게 노발대발했는데.'
"왜 부르지 말래요..?"
내가 가는게 싫어? 흥. 확 안가버릴까보다. 하지만 어머님 부탁이니 가야지.
절대 변백현이 아프다고해서 가는게 아니야, 절대. 건너편에선 계속해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쎄, 아픈 모습은 보여주기 싫은가보지. 남자라 그런가. 호호.'
"아..하하, 아픈게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네요."
'그러게나 말이야~고집도 세서.'
"맞아요, 얼마나 고집이 센지."
'ㅇㅇ이가 고생이 많겠네.'
"아니에요~"
만약에 내가 변백현이랑 결혼하면 고부간의 갈등같은건 절대 없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단지 사귀는 사이인데도 벌써부터 아들래미 뒷담화를 하고 계시니 말이다. 물론 나도 그걸 즐기고 있지만.
'매번 고마운게 많아, 철부지 아들 잘 키워주고.'
"어유, 아니에요. 제가 배우는게 많죠."
'그래, 역시 착하네. ㅇㅇ이.'
"히..착하긴요.."
'착하지~오늘도 부탁 좀 할게.'
"네, 잘 다녀오세요!"
'응~집에 계속 있어. 저녁에 밥이나 같이 먹자.'
"..네!"
'끊어~'
네, 안녕히계세요! 어쩌다보니 저녁까지 같이 먹게 생겼다. 물론 처음은 아니지만 매번 만나뵐때마다 긴장되는게 남친 부모님이라더니, 그게 사실인것 같다.
아, 맞다. 이럴게 아니고 가봐야지.
***
"...자나?"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니 집엔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의 방문을 살짝 열어 고개를 내미니 그곳엔 눈을 감은채 누워있는 그가 보였다. 아무래도 자는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이마 위에 손을 가져다댔다. 아, 뜨거. 이런걸 바로 불구덩이라고 하나. 생각보다 많이 뜨거웠다. 물론 밖에서 바로 들어온 내 손이 차가운 탓도 있겠지만. 아무튼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 했다.
"..헐?"
"너 뭐야."
"..뭐, 뭐가."
"니가 왜 여깄냐고."
자는줄 알았더니. 방금 깬건지 원래 깨있던건지. 원래 깨있던거면 연기 참 잘한다. 여전히 눈은 뜨지 않은 채로 내 손목을 낚아채 말을 하던 그가 그제서야 눈을 떠 나를 바라본다.
"아, 아프다며..그래서 왔지."
"엄마가 말했지?"
"아, 아닌, 아닌데?"
"구라친다."
"..."
"엄마도 진짜, 부르지 말라니까."
그러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아주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여?!
"왜, 내가 오는게 그렇게 싫어?"
"싫은게 아니고."
"그럼."
"됐어."
"치."
부끄러우면 부끄럽다고 말을 하던가, 원래 남자들은 다 이래요? 이해를 할 수 없는 동물이야. 정말.
"그래도 와서 좋지?"
"응, 좋네."
아플 때 혼자 있는게 더 외롭다고 우리 엄마가 그랬었다. 그래서 사정이 있으셨던 어머님도 나를 부른걸꺼고, 역시 모든 엄마들 마음은 똑같은가 보다.
"나 많이 아파.."
"언젠 왜 왔냐더니."
"아프다니까.."
나는 왜불렀냐며 한숨을 쉴땐 언제고 또 나에게 안겨오며 애교섞인 말투로 어리광을 부린다.
"많이 아파?"
"응..많이 아파."
"그니까 그만 좀 먹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거 같은데."
어디서 많이 듣긴, 댁이 나한테 한말이거든요. 나 아플때?
"느낌탓이야, 누워있어. 약 좀 가져올ㄱ.."
"좀만 이러고 있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를 다시 앉히더니 내 허리를 감싸 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마땅히 둘 곳 없던 손을 그의 머리에 올려 천천히 쓸었다.
"기분 좋다, 더 해줘."
"..개새끼야?"
"죽을래."
"헝, 미안."
아파도 사람이 순해지진 않는가보다.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다, 등도 쓰다듬고. 한참이 지났을까.
"오빠, 자?"
"..."
"아프긴 아픈가보네, 잘 자."
"..."
"..아프지말고."
들었는지 안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또 연기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조용한데 둘이 이러고 있는것도 가끔은 할만 한것같다.
4 . 오세훈
1 세훈아
11 세후나...
1 왜 카톡안봐..?ㅠㅠ
1 무슨일있어???
1 ㅠㅠㅠㅠㅠㅠ전화도 안받고ㅠㅠ
1 여보세요..나야...거기..잘..지내니...
1 너 바람피냐?
1 야야야야양
1 머하는데ㅠㅠㅠ
1 나 집으로간다?
1 간다고했따?
1 갈꺼다?
1 나간다?!!
1 집에서 나왔다?!
1 다와간다? 응?!
1 왜 왔냐고 하지말아라?!
1 진짜 다와간다?!!?
1 끝까지 안본다 너?!
1 췌
1 나 들어간다?!
1 나 다왔다엉?!
쾅쾅쾅-!
"문열어! 야!!"
진짜 집까지 왔다. 하루종일 문자도 안보고, 전화도 안보고, 엉? 내 연락 다씹고 잠수타기 있기야? 내가 딱히 잘못한것도 없는것 같은데 하루사이에 잠수를 탄 너를 찾으러 직접 여기까지 왔단말이다. 의외로 너는 문을 두드린지 얼마 되지 않아 문을 열어주었다.
"야! 너 왜 연락이 안ㄷ.."
"...누나."
"...헐, 세훈아. 왜 그래!"
문을 열자마자 나에게 쓰러지듯 기대오는 너의 몸이 뜨거웠다. 혹시 정신을 잃은건 아닐까싶어 어깨를 두 손으로 받쳐 얼굴을 확인했다. 남자라 무겁긴 엄청 무겁다. 낑낑대며 너의 얼굴을 확인하니, 다행히 쓰러진건 아닌가보다. 너의 팔 한쪽을 나의 어깨에 걸쳐 너를 부축했다. 침대에 너를 던지듯 눕혔다. 미안하긴 하지만 나 혼자서는 무거운걸.
"세훈아, 세훈아!"
"누나.."
"응, 누나야. 왜 그래, 어디 아픈거야? 응?"
"천천히 좀..말해요..머리 울려.."
"응? 아, 알겠어..어디 아픈데?"
"몰라요.."
"몸살인가, 병원은? 아 못갔겠구나. 근데 왜 집에 아무도 없어?"
"일..가셨어요."
"아, 아. 어떡하지. 아픈줄도 몰라서 약도 안사왔는데. 조금만 기다려. 약 좀 사올게."
"..누나."
"응, 왜? 필요한거 있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둘바를 모르며 방황하던 내가 일단 약을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참 장하게도 해냈다. 약국으로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너는 그런 나를 붙잡았다.
"가지마요.."
"안돼, 너 아프잖아."
"가지마요..."
"아, 안돼는데.."
약은 먹어야하는데, 그렇게 아련하게 나를 붙잡으니 또 갈 수가 없다.
"그럼 나중에 갈까?"
"응..내 옆에..있어줘요.."
"알겠어, 아프면 말해야돼."
"알겠어요.."
그나저나 카톡보내놓은게 참 가관일텐데..ㅎ
"아, 맞다. 카톡봤어?"
"아니요, 자느라 못봤어요..연락 많이 했어요?"
"응? 아, 아니야."
"미안해요..오늘 연락 못해서."
"어휴, 괜찮아."
괜찮기는, 하루종일 얼마나 안절부절 못했는데.
"정말요?"
"그, 그럼..괜찮지."
"누나, 거짓말 하면 못써요."
"..응?"
이건 또 뭔소린가, 싶어 재빨리 카톡을 확인하니 숫자 1이 없어져 있었다. 이럴 때만 빠르네.
"..아."
"누나 카톡보고 나가고 있었는데, 진짜 왔네요."
"..온다고 했잖아."
"그래도 와줘서 고마워요, 혼자있으니까 엄청 서럽던데."
"나 부르지 그랬냐."
"미안하잖아요.."
"이럴땐 미안해하는거 아니야."
미련하게 착해도 문제라니까.
"근데 약 안먹어도 돼?"
"누나 있으니까 안아픈거 같아요."
"말은 잘한다."
"진짠데."
"그래, 좀 잘래?"
"아니요."
"왜."
"자면 누나 얼굴 못보잖아요."
"..애가 부끄러운줄을 몰라."
"누나 얼굴 빨개졌다. 히."
히. 는 무슨, 히. 자꾸 그렇게 설레는 말하고 그렇게 웃고 그러면 너, 정말. 너.
"더워서 그러거든?"
"그래요, 그렇다고 쳐요."
좋다고. 그렇다고..ㅎ
5 . 크리스
"어디에요?"
'hospital.'
"호스피퇄, 은 왜요? 어디 아파요?"
'어.'
"어디가 아픈데요."
'마음이.'
"..가서 심장 뜯어고치고와요, 뜯어내면 더 좋구요. 전 끊을게요. 안녕."
'아, 잠시만.'
"왜요. 마음에 무리가 가요?"
'joke였어.'
"재미도 더럽게 없네요."
전화통화를 하는데 주변이 시끄럽길래 어디냐 물었더니 병원이란다, 아니 훠스피퇄. 이란다. 저 사람이 아플때도 있나, 싶어 어디가 아프냐 물었더니 마음이란다. 당장 그 훠스피퇄 찾아가서 심장을 멎게해주고 싶은걸 겨우 참았다. 조크도 저런 조크를 하냐, 재미없어.
"장난치지 말고, 어디가 아픈데요."
'단순한 감기야.'
"크리스 감기 오래가지 않아요?"
'오, 절대 그런거 아니ㅇ, 쿨럭.'
"..."
'방금 들은건 못들은걸로.'
"아, 네. 쿨럭스씨는 참 건강하시네요. 부럽네요."
'쿨럭스씨라ㄴ..큼.'
"기침 참지마요, 병 나."
'okay.'
기침할건 다하면서 뭘 못들은걸로 해. 자존심만 겁나게 세가지고. 앞으로 댁은 크리스가 아니라 쿨럭스씨야.
그래도 평소에 자주 아픈 사람이 아닌데 아프다니 걱정이 되긴 됐다.
"아프니까 어디 돌아다니지 말구요, 집가서 쉬어요."
'알겠어.'
"진짜 아프면 나 불러요, 가서 죽이라도 끓여줄게."
'죽 별론데.'
"그럼 뭐 한우라도 사서 구워드려요?"
'좋긴하지만.'
"좋긴 개뿔이, 가서 잠이나 자요."
'알겠다니까.'
"오케, 진료 잘받고. 주사 잘 맞고."
'..아.'
"설마 주사 무서워하는거 아니죠?"
'아니야.'
"네, 그럼 알아서 잘 맞고 와요. 집 조심히 가고."
'응.'
"빠이."
'bye.'
6 . 도경수
"..여보세요?"
'...'
"여보세요."
'...'
"오빠."
'...'
"경수오빠."
'...'
"전화를 걸었으면 말을 해야지. 오빠."
'...'
"야."
'오빠라고 해.'
"그니까 왜 말을 안해."
'...'
"아나, 나랑 장난해?"
'...'
"야, 도경수."
'도발하지마.'
"말을 하라고, 끊는다?"
'아.'
"뭐."
'있잖아.'
"응, 있잖아."
'나.'
"응, 오빠."
'...'
"...오빠. 말해. 끊기전에."
'...파.'
"파? 파닭?"
'아니.'
"아 그럼 뭐?"
'...ㅇ..프다고.'
"...끊습니다."
'아 끊지마.'
"말 똑바로해.'
'..아프다고..'
"아프다고?"
'그래..'
"근데 왜 그걸 그렇게 못말해?"
'..아, 몰라.'
"어휴, 부끄럽구나. 경뚜?"
'..하지마라.'
"네네, 오빠 어디아파. 지금 내가 갈까?"
'...응.'
"알겠어, 갈게. 진작 그렇게 말하지. 내가 뭐라고 하냐. 감기야?"
'....응.'
"알겠어, 누워있어."
이건 뭔 상황? 아프다고 말도 못하는 우리 경뚜..아휴..누가 먹여살리냐..에휴휴...
그래도 우리 경뚜 아프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집으로 들어가니 저번 깜짝 방문으로 충격좀 먹었는지 깨끗한 집안이 보였다.
아직도 아프다고 말한게 부끄러운건지 쭈뼛거리며 내 뒤를 졸졸따라 다니는데 그게 귀여워 보였다.
"오빠, 왜 따라다녀."
"너 잘하나 감시하려고."
"아프면 누워있지."
"누우면 더 아파."
"그게 무슨 논리야."
"몸이 아파, 누우니까."
"어이구, 아파쪄?"
"하지마라."
귀여워하는건 또 엄청나게 싫어해서 아픈와중에 정색한다. 그게 난 웃겨서 피식, 웃은 후 사온 죽을 꺼내려 부엌으로 향했다. 식탁에서 약이며, 죽이며 이것 저것을 늘어놓고 있는데, 내 뒤를 따라다니던 그가 뒤에서 나를 안아왔다. 후끈한 기운이 전해졌다.
"왜, 아파?"
"응.."
"그니까 누워있으라니까."
"누우면 아프다니까.."
"아프니까 애가 됐네, 경수."
"자꾸 도발할래.."
"이럴 때 도발하지 언제해."
"아씨, 너 가."
"싫어."
"..."
"삐졌어?"
"..아니."
"오빠, 죽먹어. 내가 내 돈 털어서 전복죽으로 사왔단 말야."
"나중에.."
"내 성의를 무시하는거야?"
"아니..이러고 있는게 더 좋아.."
평소엔 남자다운 척 다하더니 아프니까 한순간에 아들을 하나 키우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결혼해서 애낳으면 자식 두명 키우는 기분나는거 아니야..? 좀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오빠, 그래도 약먹으려면 먹어야지."
"..응.."
내 허리에 감싸져있는 그의 손을 붙들고 몸을 좌우로 살살 흔들었다. 죽을 먹으라하니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여 어깨에서 무거움이 느껴졌다.
"잘 먹는다."
"맛있네."
"많이 먹어."
"너도 먹을래?"
"아니야, 난 먹고왔어."
원래 이럴땐 안먹어도 먹고왔다고 거짓말 하는거지만 난 진짜 먹고왔다. 아무리 전복죽이라지만 배부르니 별로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그가 먹고있는걸 보고있으니까 더 배가 불러오는 기분이었다. 자꾸 모성애가 느껴져서 큰일이다.
"고마워."
"고맙긴, 자. 오빠 자는거 옆에서 보고있을게."
"늦었는데, 가야지."
"아플때 혼자있으면 되게 서러워."
"괜찮은데.."
"난 택시타면 돼."
"아니면, 여기서 잘래?"
"..어?"
난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그냥 좀 놀랐을 뿐이다. 당황하지 않았다. 난 당황하지 않았.
당황스럽다.
"늦었으니까..자고 가라고."
"아, 그럼. 나 쇼파에서 잘ㄱ.."
"여기서 자."
"..."
"..너 안잡아먹어."
"..누가, 뭐, 뭐래?"
"이상한 생각하는거 아니야?"
"오빠야 말로."
난 이상한 생각같은거 안했다. 진짜 안했다. 정말이다.
정말이ㄷ..
"빨리."
"응, 그럼. 실례."
자기 옆자리를 탕탕치며 오라길래 냅다 누웠다. 사실 쇼파에서 자는게 마냥 좋은건 아니었으니까.
"잘 자."
"응, 오빠도."
"이제 안아플게."
"응, 아프지마."
"사랑해."
"응, 나ㄷ.."
"사랑한다고."
"..응, 나도."
먼저 사랑한다고 해준건 기적이었다. 저 성격에 저 말을 들을 줄이야.
이래저래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 길다란 줄글은 못쓰고..좀 연습생썰 쓰듯이 써봤어요ㅋㅋ
쓰는데 ~다.로 써야하는데 자꾸 음슴체 나와서 몇번을 고쳤네요.
담주부터는 정말 여러분하고 몇번 못만날것 같아서 슬프네요ㅠㅠㅠ
연재만 가끔 하고 죽은듯이 살아야겠네요
이제 이런 줄글은 별로 못올것 같아요
카톡도 7명 이상 쓰는것도 자주 없을것 같고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릴게요..ㅠㅠ
나결정 구매하려다 연재때문에 안샀어요 그건 잘했죠?ㅋㅋㅋㅋㅋ
나결정 해도 전 인포 지박령 될것같아서 하나 안하나 똑같을것 같네여..
댓글 늘 감사드립니다!
구독해주시는 2000여분의 독자님들도 감사해요!
저번엔 1700분 정도였는데 늘어나서 기분 왕좋네요ㅎㅎ
소재신청해주시면 바로바로는 못와도 꼭 올거라고 장담할게요 순서는 좀 뒤바뀔수있어도..☆
< 애끼는 암호닉분들 >
잇치 님, 루루 님, 듀냐듀냐 님, 알 님, 세둥이 님, 휴지 님, 모카 님, 됴큥 님, 둥이탬 님, 유민 님
잡초 님, 예찬 님, 6002 님, 슈끄슈끄 님, 이리오세훈 님, 데코 님, 모네 님, 됴됴한 님, 라인 님, 귤만두 님
빵꾸똥꾸 님, 찌루 님, 쇼리 님, 투열 님, 그냥 그렇게 님, 세징행쇼 님, 팜므파탈 님, 영상있는루루 님, 고소미 님, 하트 님
갠디바 님, ♥코코볼♥ 님, 순살 님, 희수씽 님, 다우니 님, ★워더★ 님
댓글, 신알신, 암호닉 늘 받고있어요!
(암호닉에 자신이 없다면 댓글로 꼭 써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