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는 정체가 뭘까. 종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오지 않는 답에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조직원도 아닌것 같고, 일반인은 더더욱 아닌것 같다. 종인은 결국 자신의 앞에서 잭나이프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있는 백현에게 물었다.
"형님. 도경수라는 남자, 누군지 알아요?"
"도경수?"
"네."
백현은 기억이 날듯 말듯한 이름에 테이블을 톡톡 치면서 머리를 굴렸다. 누구더라,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 너, 도경수가 누군지 몰라?"
"네?"
"아, 모를만도 하겠다. 걔 너 홍콩 가고 이틀 뒤에 왔어."
"아.. 혹시 신입입니까?"
"그런 비실비실한 애를 어디에 쓰겠다고 신입으로 들이냐."
"그럼.."
"걔, 보스 애인이야."
"네?"
보스 애인이라고. 백현의 입에서 나온 말에 종인은 머릿속이 멍해지는것 같았다. 보스의 연인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종인의 입이 점점 더 벌어졌다. 백현은 종인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혀를 내쳤다.
"정신 넋빠졌냐? 보스가 게이라서 놀랐어?"
"아, 아닙니다."
보스에게 애인이라니. 5년을 넘게 조직에 있으면서 처음 들어본 말이다. 의자에 깊숙히 몸을 대고 앉아 멍하니 있는 종인을 흘끗 쳐다본 백현이 말을 이었다.
"왜, 신경쓰여? 걔를 어디서 봤는데?"
"아.. 그냥 지나가다가 봤습니다."
"그냥 딱 신경 끄는게 좋을거다. 보스가 엄청 좋아하는거 같거든."
신경을 끄라고? 백현의 말은 마치 자신이 엄청 신경쓰고 있는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것 같았다. 백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종인의 어깨를 살짝 토닥여준 후 방을 나섰다. 신경 끄라니. 그냥 눈에 거슬리는것 뿐이라고 생각한 종인이 갑갑한 수트를 벗어 던지고는 침대에 몸을 맏겼다. 그래,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자신에게 계속 세뇌시킨 종인이 눈을 감았고, 이내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
"형ㅅ.. 아니, 경수야. 너 자꾸 도망 갈래?"
"아, 혀엉- 나 진짜 하기 싫어. 응? 안할래애."
"안돼. 나 또 보스한테 엄청 깨진단 말이야."
"내가 안한다고 말할래, 응? 같이 갈까?"
"경수야, 도경수!"
종인과 한참 밖에서 있다가 헤어지고 방으로 돌아오니 타오가 경수의 방 침대에 팔을 꼬고 앉아있었다. 방문을 슬쩍 열어 들어간 경수는 타오의 눈빛에 몸을 살짝 움츠리고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호신술같은거, 안배워도 너가 나 지켜줄수 있잖아. 나 안할래, 응? 아까부터 똥고집을 부리는 경수에 어쩔줄 몰라하는 타오는 자신의 손목을 잡아 당겨 끌어당기는 작은 손을 내려다보고는 슬쩍 한숨을 내쉬었다. 타오가 포기한걸 알아챈 경수는 타오의 손목을 꽉 쥔 채 자신의 방을 나와 크리스의 방이 있는 윗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 방안에서 나오는 크리스를 본 경수가 잡고있던 타오의 손목을 놓고는 웃으면서 달려가 안겼다. 갑자기 달려오는 경수에 당황하지 않은 크리스는 고개를 내려 경수의 정수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타오에게 물었다.
"어쩐 일이야?"
"아, 그게.."
타오가 난감하다는듯 뒷머리를 매만지며 말을 흐리자 경수가 크리스의 양 팔을 붙잡고 올려다보며 말했다.
"크리스, 나 호신술같은거 안배우고싶어. 힘들어어."
"안돼, 해야되."
"아아아- 싫어어어- 어차피 타오가 나 안위험하게 지켜줄거잖아. 응?"
단호한 크리스의 말에 다급해진 경수가 말꼬리를 늘리며 잡고있는 양 팔을 흔들었다. 그런 경수의 투정에도 꿈쩍하지 않는 크리스는 경수의 어깨를 살짝 쥐고는 몸을 숙여 잔뜩 울상인 경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타오가 힘들잖아. 그래도 괜찮아?"
"우웅..."
호신술 배우는건 힘들고 귀찮은데, 타오가 힘들어지는게 싫은 경수는 고민된다는듯 볼살을 부풀리고는 크리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장화신은 고양이같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경수의 눈빛에 크리스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당분간은 좀 쉬어."
"진짜?!"
"응. 대신, 다음에 할때는 이렇게 투정 부리면 안돼."
"알았어!"
당분간은 쉬어도 좋다는 말에 경수가 활짝 웃고는 크리스의 허리를 확 껴안았다. 그런 경수가 귀여운듯 크리스가 어깨를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마치 자신의 존재는 잊어버린듯 한 둘의 모습을 바라본 타오는 쓰게 웃었다. 한참을 껴안고 있다가 경수를 품에서 떼어낸 크리스는 경수의 입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이따 보자는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경수는 자랑스럽다는듯이 웃으며 타오의 팔을 잡고 말했다.
"나 이제 안해도 되지? 그치?"
"당분간만이야. 알았지?"
"알았어, 알았어. 꽉 막혀있긴."
나 어제 밖에 나갔는데 벚꽃 엄청많이 피어있었다! 같이 나가자, 응? 경수가 졸라대자 타오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이 난 경수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나오더니 타오의 팔을 잡아 끌고는 밖으로 향했다.
*****
"타오야, 나 여기서 찍어줘!"
벚꽃나무 아래에 서서 타오에게 카메라를 건낸 경수가 얼굴 옆에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고 웃고있었다. 그런 경수를 본 타오가 경수에게서 멀리 떨어져 사진을 찍었다. 한참을 사진만 찍고 있을때 뒤쪽에서 백현과 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타오가 카메라를 든 채 뒤를 돌아보자 백현이 배를 잡고 웃으며 타오에게 다가왔다.
"놀고들 있네, 너네 뭐하고 있냐?"
"아.. 사진 찍어달라고 하셔서.."
"아, 진짜. 도경수. 웃기는 놈이네."
자신을 향해 눈을 접어웃는 백현을 발견한 경수가 나무 아래서 급하게 뛰어왔다. 백현이 형! 자신을 부르며 달려오는 경수를 본 백현이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은 채 경수에게 말했다.
"크큭, 도경수. 왠 사진이야?"
"그냥. 벚꽃 이쁘게 폈으니까! 형도 나랑 찍자, 응?"
백현은 자신이 도망가지 못하게 팔짱을 끼고는 자리에 돌아온 경수가 타오를 향해 말했다.
"타오야, 빨리 찍어줘! 백현이 형 도망갈라 그래."
"야, 나 안찍어! 이거 안놔?"
"아아, 혀엉. 남는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 몰라요? 얼른 카메라 봐요."
"하, 진짜.."
끈질기게 팔을 잡고 놓지 않는 경수를 바라본 백현이 포기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둘의 사진을 찍고있는 타오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있던 종인은 시선을 옮겨 경수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고있는 종인을 발견한 경수가 종인에게 손짓을 했다. 종인아, 너도 이리와. 같이 찍자.
"사진 찍는거 안좋아해."
"아 왜그래애. 여기 사람들은 왜 다 사진찍는걸 싫어해? 빨리 와!"
경수가 닦달하자 타오가 종인의 등을 밀어 얼른 가라고 말했다. 경수는 어쩔수 없이 찍는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종인의 오른팔과 백현의 왼팔을 잡고는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경수의 끝없는 해맑음에 백현과 종인도 입가에 슬쩍 미소를 걸었다. 모처럼 찾아온 평화로운 오후다.
*****
"오형사, 지금 졸고있냐?"
"네? 아, 아닙니다. 누가 졸았다구요. 하하하하하"
"구라치긴. 이번 작전 너가 맡았으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란말이야."
"아, 알았어요. 거 참, 박검사도 뻑뻑하다니깐."
다리 안내려, 새끼야? 찬열이 손에 쥐고있던 파일 모서리로 정수리를 가격하려고 하자 금새 다리를 내리고 정자세로 앉는 세훈이다. 찬열은 세훈을 한심한 눈빛으로 쏘아보고는 자리로 돌아가 손에 들린 파일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파일 안에는 이번에 세훈과 자신이 맡은 CK의 조직 구성원 표가 들어있었다. 보스 크리스, 행동대장 김종인. 찬찬히 훑어본 찬열은 크리스 사진 옆에 붙어있는 두 사람의 사진을 보고는 세훈에게 물었다.
"얘네 둘은 뭐야."
"아, 걔네 신원이 자세하지 않더라구요. 그냥 크리슨가 뭔가하는 애 오른팔같은데."
"두명 다?"
"몰라요."
새끼가, 제대로 조사 안해?! 자신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찬열에 빈정상한 세훈이 따박따박 말대꾸를 했다.
"아, 조사해도 안나오는걸 어쩌라고요. 변백현은 오른팔 같은데, 그 타오? 걔는 진짜 모르겠어요."
세훈의 말에 깊게 숨을 내쉰 찬열이 찬찬히 사진을 훑어보다가 파일을 덮었다. 여러번 이 조직을 잡아 넣으려고 시도했으나, 열번이면 열번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의자에 몸을 깊게 묻은 찬열은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세훈을 슬쩍 흘겨보고는 눈을 감았다.
*cream puff <속어> 여자 같은[유약한]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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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열시녀, 배또, 됴망, 떡덕후 사랑해요 알랍♡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