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어가 예기치않게 아는 선배의 권유로 2학년 때 뒤늦게 학생회에 들어가게 되거든?근데 2학년이니까 늦게 들어왔어도 바로 부장으로 들어와. 그걸 안좋게 보는 동갑 친구들도 있고,심지어는 1학년에 어떤 애가 징어를 뒤에서 욕했다는 말도 들었었어. 근데 징어는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일 크게 만드는 것도 싫어해서 그냥 넘기고 말았거든. 그래도 징어는 항상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그래서 항상 학교 행사에 학생회 애들이 단체로 도우미로 가도 징어는 더 많은 일 하려고 하고,다른 애들이 1학년 시킬 일을 징어는 징어가 하고 그래.
이번이 거의 마지막 일이었어. 졸업식이었거든. 징어는 또 다른 때와 같이 되게 열심히 일해. 아니,마지막이라서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일 해. 커피를 100잔은 넘게 탄 것 같고,또 졸업식이라서 강당 창고에 있던 의자를 있는대로 다 펴놨었는데 그걸 다 접고 다시 쌓아올리고 하니까 어깨에 무리가 많이 갔나봐. 결국 징어는 다음날 온몸이 근육통 때문에 움직이질 않아. 그 날이 방학식이었고,끝난 뒤에 세훈이랑 만나기로 했거든. 설까지는 이틀정도 남았는데 세훈이네 코치님께서 특별휴가를 주셔서 처음으로 세훈이네 집에 놀러가기로 한 날이었어. 근데 막상 몸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니까 징어는 다 때려치고 싶은거야. 사실,어제 그렇게 일한 것도 있고 징어가 요즘 도통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한 상태였거든. 그래도 간신히 일어나서 씻고 학교가고,또 청소하고,방학식 하고,집에 왔다가 세훈이네 집으로 가기로 했어. 징어는 너무 귀찮고 힘들지만 세훈이한테 미안하니까 감기는 눈을 억지로 참아가며 씻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에 세훈이네 집에 갔어. 처음 와 봤는데도 징어는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눈에 안 보이는거야. 근데,참 포근하고 되게 가정적인 느낌이 물씬 든다는 것 하나는 확실했지.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징어를 더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는거야. 세훈이네 집엔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었어. 세훈이랑 뭐할까 말하다가 같이 노트북에 영화를 다운받아서 보기로 해. 세훈이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곧 징어보고 들어오라고 해. 와..근데 세훈이 방이 되게 심플하고 이쁜거야. 딱 블랙&화이트로 잘 꾸며져있고. 징어가 세훈이 방을 잠시 감상하는데 세훈이가 자기 침대에 엎드려서 노트북을 켜더니 징어보고 옆자리와서 누우라는듯이 옆자리를 통통 쳐. 징어랑 세훈이는 사귄지가 꽤 돼서 이젠 그런 것쯤은 별거 아니라서 세훈이 옆에 나란히 엎드려 누워. 세훈이가 징어가 예전에 보고싶었는데 못봐서 아쉽다고 했던 영화를 용케도 기억하고 켜 줘. 그럼에도 징어는 푹식한 침대에까지 누우니까 진짜 주체못할 정도로 눈이 무거워지는거야. 그래서 징어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다가 놀라서 깨고,다시 졸고 깨고를 반복해. 세훈이가 그런 징어를 눈치챘는지 영화를 멈춰놓고 징어에게 말을 걸어. "졸려?" "..응...미안해" "졸리면 조금 자. 불편하면 나갈게"사실,징어가 대답한뒤에 세훈이 대답이 바로 안 나오고 조금 텀이 있었어서 징어는 잠결에 세훈이 대답을 들어. 그러니까 이미 징어의 정신은 8:45한거지. 징어가 자세를 고쳐서 옆으로 돌려 눕는데 또 마침 평소 징어가 편한 방향이 세훈이 쪽인거야. 징어가 그렇게 누우니까 세훈이가 조심스럽게 징어 머리를 들어서 편하게 벨 수 있도록 베개를 고쳐잡아줘. 징어들은 평소에 세훈이 옷에서 희미하게 났던 세훈이네 섬유유연제 냄새가 강하게 나는걸 느끼면서 그대로 잠들어.
징어가 평소에 잠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살짝 잠이 깬 상태에서 여긴 어디,나는 누구하는 약간 낯설은 감정에 놀라서 확 일어나. 뭔가 되게 덥고,방안은 블라인드까지 다 쳐져있어서 어둡고 징어가 상체만 일으킨채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는데 어떤 손이 다시 징어 어깨를 잡아서 눕혀놔. 징어가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라서 이건 뭔가…하면서 눕히는 힘이 쎄서 그냥 눕는데, 헙!바로 앞에 세훈이가 있는거야. 징어가 일어난 자리를 확인해보니까 세훈이 바로 옆자리고,게다가 징어가 벤 곳으로 추정되는 곳엔 세훈이 팔까지 있어. 이게…이게 뭐지…하고 골똘히 생각하는데 세훈이가 팔베개를 안 해주고 있는 나머지 손으로 징어를 감싸안아. 한마디로 징어는 지금 세훈이 품 안에 갇힌거지. 당연히 세훈이가 더 크니까 이마에서는 세훈이 뜨거운 숨이 느껴지고, 아직도 세훈이는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고…상황 파악이 잘 안되는 징어가 꿈뻑꿈뻑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가 웃으면서 안겨있는 채로 세훈이 배를 살짝 때리면서 팔도 푸르고 일어나.
"장난치지마. 진짜 깜짝 놀랐잖아"
"윽…. 장난 아냐. 진짜로 너 이렇게 자고 있었어. 이 자세 그대로,무방비하게"
세훈이 말이 거짓말이 아닌지 어딘가 잠이 묻어나있는 세훈이의 얼굴을 보며 말을 듣고있는데, 마지막에 무방비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서 샐쭉 웃으며 말하는 세훈이에 징어가 옆에 있던 베지도 않은 베개를 세훈이에게 던져. 운동신경이 좋은 세훈이가 그걸 맞을리는 없지. 그냥 가볍게 잡고 같이 일으켰던 몸을 다시 같이 눕히려고 하면서 '다시 자자. 너 피곤해보이던데'하고 말해.
"나 이제 안 피곤해. 무엇보다 지금 몇시야. 너희 부모님은 언제오셔"
징어가 결국 세훈이의 팔을 이겨내고 다시 앉아서 말하니까 세훈이가 '오늘 안 오시는데…'하고 말 끝을 흐려. 어딘가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말에 징어가 머쓱해하면서 침대에서 나와서 일어나는데 세훈이도 따라 일어나.
"걱정하지마. 아무짓도 안했으니까"
"누가 뭐래?"
괜히 징어가 생각을 들킨 것 같아서 버벅거리면서 말을 더듬으니까 세훈이가 웃으면서 징어 머리를 정리해주면서 징어한테 다시 말하지.
"다른 남자 앞에서도 그렇게 무방비하게 자면 안돼"
자고 일어나서 약간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있는 세훈이도 그런 말 하는 세훈이도 괜히 설레여서 징어는 헛기침을 하면서 팔돌리기 운동을 해. 사실,이것저것 무거운 짐들을 옮겼더니 어깨고 등이고 근육통 때문에 아팠는데,잠깐 잔 게 몸을 더 노곤노곤하게 만들어줬는지 그게 한 층 심해져서 징어가 아이고아이고…하면서 어깨를 탕탕치면서 자가 안마를 하고 있었지. 징어가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세훈이가 징어보다 뒤에 있었는데 어깨를 자가 안마하는 징어를 보고서는 세훈이가 '어깨 아파?'라고 물으면서 징어 손을 잡아서 내리고 대신 자기 손으로 직접 안마해줘. 처음에는 안마가 아니라 그냥 세훈이 기준에서 엄청 약하게 두드려주는 거였는데 징어가 생각보다 근육통이 심한지 그것도 아파하니까 세훈이가 다시 침대에 앉더니 징어보고 침대에 걸터앉으라고 해.
징어는 아프면서도 시원해서 세훈이가 시키는대로 침대에 걸터앉는데,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세훈이가 안마를 해주기 시작해. 두드려주는 것보다 주물러주는 게 더 빨리 풀어진다고 징어 어깨를 요리조리 만지는데, 징어는 진짜 너무 아픈데 또 시원한거야. 그래서 아무말 안하고 얼굴만 빨개져서 아파하면서도 시원해하고 있는데 세훈이가 제일 뭉친 부분을 손으로 주무르는거야. 근데 거기는 진짜 너무 아파서 징어가 아아…이러면서 소리 내니까 세훈이가
"와…너 진짜 많이 뭉쳤다. 무슨 여자애가 어깨가 이렇게 뭉치도록 일을 시켜?"
"으…아파"
"나중엔 시원해져. 이렇게해야 풀리니까 좀 참아봐"
하고 세훈이가 진짜 야물딱지게 잘 안마를 하는데 징어가 아프고 시원해서 소리를 계속 내니까 세훈이 손이 딱 멈춰.
"징어야…"
"왜?"
갑자기 멈춘 세훈이 손길에 징어가 의문을 가득 품은 채 대답을 해.
"너…음…그 소리 안내면 안돼?"
"……뭐?"
갑자기 왠 쌩뚱맞은 말인가 생각하던 징어는 그렇게 순수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되물어 놓고도 금방 깨달아. 아…미안해. 그렇게 사과를 해놓고도 한편으로는 왠지 세훈이가 귀여워서 다시 안마를 하는 세훈이의 손길에 이번엔 징어가 큭큭거리면서 웃음을 참아. 징어가 왜 웃음을 참는지 잘 알고 있는 세훈이가 다시 안마하던 손을 멈추고 징어를 돌려앉혀서 입술에 쪽 뽀뽀를 해.
"징어야. 너와 나를 지키려는 내 인내를 제발 실험하지마"
어딘가 장난스럽기도하고 울먹이는 것 같기도 한 세훈이에 말에 징어가 빵 터져서 이번에는 징어가 먼저 세훈이 얼굴을 잡고 뽀뽀를 해.
"그럼 이걸 마지막으로 우리는 침대에서 내려오는 걸로…"
그리고 징어가 먼저 폴짝 침대에서 내려와서 거실로 나가. 잠깐 진지+야릇해질뻔한 분위기에 살짝 땀을 흘리며 주방으로 간 징어가 요리를 해준다며 세훈이를 식탁에 앉히는데 재료가 아무것도 없는거야. 그래서 세훈이보고 '너 뭐 먹고 살아?'했더니 당연스럽게 돌아오는 대답에 징어가 또 혼자 빵터져 웃지.
"니 사랑"
"은 학교급식이겠지."
심심하게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만든 김치볶음밥을 둘이 같이 다 바닥내고,설거지까지 끝내니까 벌써 밖이 깜깜해진거야. 오늘 오시지 않는다던 세훈이네 부모님은 진짜 안오시는건지 10시가 다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고…. 배도 부르고 잠도 잘 잔 징어가 집까지 가기 귀찮다고 하는데 세훈이가 아무 남자 집에서나 자는 거 아니라고 징어를 일으켜서 겉옷을 막 입혀줘.
"아무 남자 집 아니잖아"
"뭐?"
"내 남자집인데…"
평소 닭살스러운 말은 거의 세훈이 몫이었는데, 막상 징어가 하니까 너무 부끄러워서 징어가 말끝을 흐리면서 야상에 얼굴을 파묻어. 그런 징어를 보고 세훈이가 징어 얼굴을 잡고 또 뽀뽀를 하지. 뽀뽀쟁이들.
"오빠를 실험하지말자"
진짜 평소에 징어가 오빠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하는걸 알면서 더 능글맞게 그런 말을 하는 세훈이를 보면서 징어가 소름이 돋는듯한 팔을 슥슥 문지르면서 짐을 챙겨.
"누가 오빠냐. 내가 너보다 생일 빠른데, 혼난다. 누나 간다."
서로 오빠다 누나다 별 거 아닌 것 가지고 또 벌이던 애정싸움은 세훈이가 징어를 바래다 주겠다는 말에 의해서 끊겨. 세훈이도 야상 하나를 걸치고 나와서 징어 집 앞까지 데려다줘. 걸으면서 이 골목은 너무 위험하다. 여자가 다니면 안된다. 꼭 큰 길로 돌아가라. 여기 가로등은 왜 불이 나갔냐. 시청에 전화를 해야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
그렇게 세훈이가 잘 바래다 줘서 집에 들어와서 카톡을 하려고 핸드폰을 꺼내는데, 마침 타이밍 좋게 세훈이한테 카톡이 와.
'사진'
이라고 쓰여져 있는 미리보기 팝업창에 징어가 보기를 클릭해서 들어가봤더니…
!징어가 자고 있는 사진이 완전 가깝게 찍혀있는거야. 사실, 추하진 않았는데 너무 부끄럽잖아.그래서 세훈이한테 지우라고 말하려고 쓰고 있는데 세훈이가 먼저
'안 지울거야. 평생 간직!'
'아까 너 이만큼 거리에서 계속 봤어'
'이쁘다.'
'잘자'
하고 선수를 쳐버리지. 그래….지우라고 해봤자 안지울 세훈이를 알기 때문에 징어도 그냥 내일보자는 하나도 안 무서운 협박을 하고 씻고 다시 잠에 들지.
태권도 징어의 말! |
늦게 온 주제에 짧기까지에서 죄송해요. 엉엉 사실 맛보기에 굉장히 많은 내용을 썼더라구요?그것도 그렇게 야심한 시각에(의심미) 그리고 암호닉 정리하기 너무 힘들어요. 엉엉엉. 앞으로 암호닉 정리할 때는 바로 전편에 달으신 분들만 정리하도록 할게요! 없어도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고, 바보인 저를 욕하시면서 말해주세요ㅠㅠ 태권도부 세훈이썰을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읽어주실지 몰랐는데, 정말 너무 감사드리고,사랑합니다. 하트하트. 답글은 최대한 힘 닿는 곳까지 달아볼게요! |
아마도 암호닉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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