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me your carrot
나는 주삿바늘을 내 빌어먹을 팔목에 찌를 때도 네 얼굴을 보면 금방이라도 내가 못된 짓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팔목이 썩은 버섯처럼 색깔이 변질되고 이상한 모양을 해가고 있을 때도 넌 끔찍한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죽어가는 나를 보는 눈은 감정이 없다.
정국은 내가 내다 던진 주사기를 가져와 그대로 자신의 팔목에 찔렀다.
“사랑하면 무얼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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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시장은 언제나 바쁘다. 날이라고 하는 날에는 사람이 붐빈다. 그래봤자 더러운 찝찝한 냄새가 나는 사람들 사이지만 물건을 얻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잘나가는 마약 장수라고 하는 놈이 오는 날이다. 그 장수의 물건은 시세의 몇 배의 가격을 할 가치가 있었다. 그들에게 그의 물건은 분명하게도, 천국이니 그럴 수 있다 한다. 사람들은 그의 물건에 미쳐있었고 소문은 금세 퍼져 태형의 귀 까지 들렸다. 그의 출몰 장소는 대게 일반 중고품을 파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는 먼지가 쌓인 시장이었다. 새벽 두시. 보름달이 뜨는 날에만 나타나는데 비가 오거나 구름 때문에 달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태형은 시간이 되자 코트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보름달이 뜬 새벽이었다. 귀에 하얀 이어폰을 꼽고 코트를 자신의 몸으로 더 끌어당겼다. 마약 거래는 조용히 성사 되어야 만 한다. 은밀하고, 밀정 같은 것이라 스릴 있으며 긴장되는 이 느낌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불법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 시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팔에 괴이한 모양의 버섯이 있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트럭이다!”
마약 사범의 트럭이다. 작은 트럭 안의 물건은 주인이 없다. 그저 돈을 쥔 마음에 드는, 매력적인 손에게 물건을 주는 것이지만 대게 돈을 높게 부른 사람의 손에게 그 물건이 쥐어지는 마련이었다. 딱 5명의 양의 물건들이기에 경쟁이 더 치열했고 들리는 가격은, 그에 비례했다.
“please give me your fucking carrots!”
돈이 쥐어진 수많은 손들 중 하나는 태형이었다. 주변에 비해서 가장 얇은 종이를 갖고 있는 손이 태형이다. 자기 멋 대로인 마약사범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손의 돈을 가져간 후에 당근 모양을 한 비닐에 아무렇게나 물건을 집어넣었다. 돈이 마음에 들면 많이 넣어주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넣지 않은 비닐을 건네는 것이었다. 크고 우람한 서양인들 사이에 태형은 정신이 없었다. 땀 냄새가 심한 이들 사이에서 이리 저리 치이는 것은 영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다. 씨발, 내 것 좀 가져가라고. 태형은 남들이 하는 것처럼 돈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태형은 자신의 손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그리고 쥐어지는 두툼한 당근비닐을 재빨리 코트 속에 넣었다. 태형은 사람이 치인 척 점 점 옆으로 밀려났다. 짜증나는 표정으로 짧은 욕을 한번 해주는 영악함과 함께, 그는 자신의 더러워진 블랙 코트를 털고 시장을 떴다. 하지만 태형의 집도 안전한 곳은 아니다. 집주인인 과부는 태형이 잠자리를 거부하고 나서부터 더 괴팍해졌다. 태형은 과부가 깨지 않게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자신의 주머니에서 당근 모양의 비닐을 꺼냈다. 물건은 추측한 양보다도 많은 양이었다. 태형은 좋은 기분으로 책상 서랍에서 닳은 주사기를 꺼냈다.
“오늘도 정시출근이네, 아편총각?”
태형의 유일한 마약 정보통 팀스다. 자신과 같이 벽돌을 옮기는 흑인이다. 태형이 마약을 하게 된 것의 원인이다.
태형이 지긋지긋한 미국에 오게 된 것은 여덟이었다. 한순간에 고아가 된 태형이 삼촌의 손을 따라 오게 된 곳은, 더러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였다. 귀를 막아도 들리는 찢어지는 고함과, 기분 나쁜 냄새는 여덟의 태형을 괴롭게 했다. 삼촌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냉장고에는 썩어있는 고기 덩어리가 있었다. 배가 고픈 태형은 썩은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다.
빈민가였다. 창문 밖으로는 사람이 죽어가고 그 대가로 이상한 물건을 건네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왜 죽는지, 그리고 주고받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때때로 찾아오는 덩치 큰 아저씨들은 스티븐이 어디 있냐며 태형의 뺨을 때렸지만 영어를 몰라 대답 할 수 없었다. 매달 첫 날마다 태형은 그들에게 맞지 않기 위해 장롱에서 숨을 죽였다. 장롱에서 생각했던 것은 엄마와 아빠였다. 왜, 죽어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냐고. 작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었다.
삼촌은 죽었다. 죽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죽은 것이 확실했다. 자신을 때리던 아저씨들이 집에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팀스, 어제 그 마약사범의 시장에 갔어요?”
“당연하지. 태형 넌?”
“난 가지 않았어요. 돈 없는 거 아시잖아요.”
“하긴, 태형은 한국을 가야하니까.”
태형은 자신의 모국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그를 반겨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튼, 물건은 얻었나요?”
“아니. 그 놈이 한 사람에게 물건을 몰아주는 바람에 아무도 얻지 못했지. 그것도 백 달러에 말이야.”
태형은 그 대량의 물건이 총량 인 것은 알지 못했다. 단 백 달러에 그 정도 양을 자신에게 준 것이었다.
“우와, 정말 부럽네요. 팀스가 어제 얻었다면 조금 애교를 떨어볼까 생각했는데.”
“아편총각, 역시 영악해.”
어린 태형은 배가 고팠다. 냉장고에는 더 이상 썩은 고기 덩어리 조차 없었다. 집은 온갖 역겨운 냄새가 섞였다. 죽고 싶다. 이유는, 힘드니까. 주방엔 널브러진 닳은 칼이 있었다. 어린 태형은 작은 손으로 칼을 잡았다. 무심코 본 자신의 배는 갈비뼈가 다 보일정도로 말랐다. 태형은 눈을 꾹 감았다. 너무나도 슬펐다.
‘이게 다 엄마랑 아빠 때문이야.’
태형은 느껴지는 촉감에 눈을 떴다. 고개를 숙였고 그의 발에는 자신의 발 크기인 쥐가 있었다. 태형은 칼을 내다 던졌다. 발을 걷어차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흑색이었고 비가 오고 있었다. 태형은 제 자리에 앉아 엉엉 울었다. 자신의 발에 자신의 발보다 큰 쥐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고, 징그러웠다. 태형은 하늘을 보며 입을 벌리고 더 크게 울었다. 열의 태형은 죽은 엄마가 자신을 안아주길 바랐다.
팀스는 일을 할 때도 마약쟁이의 욕을 했다. 나중에 경찰이 되면 그 놈부터 먼저 잡는다며 수갑을 채우는 흉내를 냈다. 그는 언젠가는 지금의 빈민경험이 경찰이 됐을 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현재를 위로 했다.
“나이도 어린놈이 말이야. 안 그래, 태형?”
안녕하세요 읽어 주신 모든 독자분들, 일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던 글이 묻혀 있는 게 아쉬워 이렇게 올리게 돼었네요. 재밌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