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내가 그 망할 감자칩먹고싶어서 슈퍼갔다온게 잘못이다. 감자칩때문이다. 나때문도. 찬열이 너 때문도 아니고 빌어먹게 감자칩이 맛있어서.
"지금 가려고했지?"
"안가"
"가지마.가지마.제발,가지마,제발"
"안가,찬열아. 나 여기 있을거야"
허공에 이리저리 흩어지고 있던 내 두손을 잡아 자기 목을 감싼다.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가지마.가지마.하는 목소리가 애처롭다.
찬열아, 나 안가. 가고싶어도 못가잖아.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은 꾹꾹 담아 삼켜버렸다.
나 어디 안가는데, 아니, 못가는데 얘는 항상 이런다. 가지마가지마가지마. 마치 내가 한눈팔면 사라져버리는 5살배기 애처럼.
찬열이는 잘 때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애니까.아, 내가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빼고...
어젯밤부터 먹고싶어서 죽을 것 같던 감자칩을, 그 코딱지만한걸 찬열이 퇴근할 때 사오라는 걸 까먹었다.
그래서 그냥 참고 잤다. 근데 일어나자마자 진짜 먹고싶은걸 어떡해? 그래서 찬열이 품에서 빠져나와 샤워하러간다고 달래고 다시 잠든지 손까지
얼굴앞에 휘휘저어 확인 하고는 오랜만에 외출에 (그래봤자 집앞 편의점이지만.) 신나서 감자칩이랑 찬열이가 좋아하는 촉촉한초코칩이랑
아이스크림이랑 초코렛이랑 고르고 집에 오니 이사단이 난 것이다.
누가보면 창피할 일인가?.음, 창피할 일 맞네. 그런데 우리한텐 이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언제부턴지 기억도 안 나는 고아원에서 만나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고 엄마,아빠,언니,동생,형,누나,오빠 ,친구,선생님 서로한테 다해주며 큰 찬열이와 나지만
우린 처음부터 이랬으니까. 찬열이가 이상하리만큼 나한테 집착하는건 알지만 그건 타인의 시선이지 난 이상하지 않다.
솔직히 이게 이상한 거라는 것도 중학교땐가?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가 알려줘서 알았다.
'아,이게 이상한 거구나'라고 자각한건 고등학교들어가서? 그치만 어쩌겠어, 이미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렇게 살아야지.
우리가 이상해도 난 찬열이를 놓을 수 없다.
"미안해,다시 잘까?"
"안가지?"
"응,어딜가.갈데도 없어"
"다시 재워줘"
아직 내 손에 들려있는 찬열이 나에게 파고들 때마다 내 손이 흔들려 부시럭거리는 못된 감자칩이 미워 소파아래로 떨어트려버렸다.
*
또 그꿈이다. 또 그꿈속에 들어와있다.
아니,내꿈에 내가 주인공도 아니고, 주인공인가? 어쨋든 저기있는 쟤는 나니까..
나는 또 침대에 누워있다. 누가봐도 곧 죽을 애처럼 숨을 헐떡거리는게 나긴 난데...그러니까 나는 아니라서...
내 옆에는 남자가 있다. 숨까지 넘겨가며 말을하는 내옆에서 내손을 꼭 붙들고..잠깐? 우는건가?..그래 우나보다. 울고있다. 저 남자.
나보기가 바빠 저 남자 자세히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인데 골골대는 내가 무색하게 지가 더 숨넘어가게 울고 있다.
"ㅂ,백,.ㅎ.."
"말하지마. 제발 힘들어,"
",백...ㅎㅕ.."
"제발 말 좀 들어..제발,약! 약가지고 올까? 그래.잠깐만 기다려.말하지말고,"
'백'그래 오늘도 백까지만 들었다. 백백백백 아무리 더 듣고 싶어도 들리는 말은 백.
뒤에 ㅎ? 혀? 백혀? 알 수없는 단어의 나열을 더 알고싶어 할 수록 머리만 아파질 뿐이었다.
대체 뭘 말하려고 나한테 말해주고 싶은게 뭔데 내얼굴을 한 저여자랑 보는 내가 슬플 정도로 아프게우는 저남자는자꾸 내 꿈속에 나타나는지 모를 일이다.
저건 분명 난데. 침대에 골골대며 누워있는 애는 정말 나맞는데..정작 나는 제3자처럼 나와 이름모를 남자의 모습만 보고있다.
뭐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봐도 난 곧 죽을 것 같은데 정말 저게 마지막 같은데 남자는 의사불러온다고 나가버렸다.
남자가 나가버리고 혼자 숨을 헐떡대는 나는..그래, 저러다 남자가 오기전에 숨이 넘어가 버린다. 그니까 죽었다고.
하도 봐서 저꿈의 내용을 이미 몽땅다 아는데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다. 난 내꿈속에서 전지적작가니까 아니, 작가아니다. 작가라면
이 내용을 통째로 바꿀 수 있겠지만 난 할 수 없다. 그냥 멈춰서서 저 둘이 끔찍한 결말을 맞을 때까지 보고 있는 것 밖에.
그런데도 만약 내가 어찌 할 수 있다면 마음같아선 저 남자가 약못가지러 가게 막고 마지막까지 저 골골거리는 나의 끝을 같이
맞이했으면 했다. 왜냐면.
"제발..일어나 제발, 으..아...제발...빨리, 아직이잖아, 아니잖아,자는거지?그치?자,그래,자 일어나서 얘기해,응"
이미 축늘어져 버린 내 몸에 대고 이미 말라 없을 것 같은 눈물을 후두둑흘리며 내몸을 안고 또 고쳐안고 또 고쳐안는 저남자가 불쌍해서?
불쌍해서 라고 하자.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서.
"아,또."
그래, 여기서 일어나는게 맞다. 오늘은 이꿈안꾸는게 좋은데 설마설마 했더니 꿨다.
"왜,왜울어,울지마,제발"
아침에 한바탕 요란이 났었는데 이꿈을 꾸면 장장한시간은 울어서 아니, 나도 울기 싫은데 그냥 저 꿈꾸고 나면 너무 슬프다,그냥,너무.
그래서 과자뺏긴 애마냥 서럽게 우는데 그 때마다 찬열이도 울어서 내 옆에서 천사마냥 자던애가 내가 눈물을 그치고 진정 돼 찬열이품에서 나올 때 까지
나보다 더 서럽게 울고 있어서 난 이꿈이 아니, 정정하자. 그 남자가 싫었다.
+안녕하세요ㅎㅎ
처음이네요..ㅠㅠ 프롤로그라 5포인트만 걸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