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로지 제 욕망+친구의 욕망을 위해서 쓰는 글이에요. 글 처음 써보는거라 갱장히 긴장되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저는 빅쮸 바순희구여... 친구는 엑소 바순희에여...
“야!!! 거기 멀대 새꺄!!! 우리 민석이 찼냐? 야! 태클 걸었냐고! 아 진짜!!!”
제 몸집만한 까만 플랜카드를 든채로 발을 동동 구르는 학연을 보며 홍빈이 혀를 찼다. 이 아줌마야 좀 앉으라고! 얼굴이 잔뜩 벌게져서는, 바락바락 악을 질러대는 학연을 기어이 끌어 앉혀버렸다. 하도 요란을 떠느라 지난 밤 뜬눈으로 가위질을 해서 만든 '♥김만두♥'가 반으로 접혀져 버렸다. 자리에 앉아 홍빈에게 태클을 건 선수에 대한 온갖 욕을 늘어놓은 후에야 구겨진 플랜카드의 상태를 확인한 학연은 제 머리를 쥐어싸매고 다시 한 번 발을 동동 굴렀다. 쾅쾅. 바닥을 차대는 모습을 주위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학연에게로 꽂혔다.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었다.
다리가 아픈지 뜀박질이 불편해 보이는 것이 심히 거슬렸건만, 결국에는 민석의 팀이 패하였다. 학연은 냅다 경기장으로 달려가 수건과 물을 건넸으나 됐다는 민석의 손짓에 두 손은 갈 곳을 잃어버렸다. 전반전과 후반전을 모두 뛰느라 지친 루한이 대신 물을 받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에라이 씨발. 이제는 아예 한국인이 다 되어버린 루한이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이란 말은 어디서 배운거래. 루한의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주며 홍빈이 웃었다. 사슴마냥 예쁜 눈을 곱게 휘어접은 루한은 홍빈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그저 대학교 체육대회일 뿐이지만 이 경기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을 했는데. 시무룩해진 민석을 보니 학연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정의감에 도저히 이 상황을 가만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옆에서 부채질을 해주는 루한을 밀어내고 민석의 옆자리에 앉은 학연이 작은 손을 부여잡았다. 입술을 꾹 깨문 학연의 굳은 표정을 보며 민석이 뭐냐고 헛웃음을 쳤다.
“이대론 안되겠어 민석아.”
“염병을 떨고 앉아있네. 가서 파워에이드나 가져와.”
“내가 복수하고 올게.”
야, 야. 복수는 무슨! 야! 차학연! 긴 다리를 휘적이며 상대편 적진에 홀로 들어선 학연은 가히 전장 앞에 선 장군의 모습을 보는듯 했다. 하여간 쓰잘데기 없이 무대포여가지곤. 벌떡 일어난 민석이 학연을 뒤쫓아 왔으나 이미 타이밍은 늦어버렸다.
한껏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던 상대팀 주장의 어깨를 콕콕 찌르며 학연이 미간을 좁혔다. 야. 말 씹냐? 어디서 저런 시꺼먼게 굴러와가지곤. 야유를 부리며 양 손을 허리에 짚은 다른 선수들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다. 마침 제 옆으로 달려온 민석의 어깨를 양 손으로 잡아 끌어당기더니, 멍이 든 종아리 부근을 가리킨다. 이거 보라고! 작지만 퍼렇게 멍이 든 종아리에 침까지 튀기며 노발대발이다. 민석은 창피해서 얼굴이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하필이면 이 멍청한 차학연을 말릴 홍빈과 루한이 재미있다는 듯 킥킥거리며 뒤에서 민석을 지켜보고 있다. 쳐웃지 말고 오라고 좀! 허나 홍빈과 루한은 이미 상황을 수습할 마음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 민석이 찼잖아 개새끼야! 넌 애 다리가 ㅍ...”
“미안해.”
...어라? 이게 아닌데.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조잘대는 학연을 노려보던 주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제 가방을 들고오더니 그 안에서 스프레이 파스를 꺼내 민석의 종아리에 뿌려주었다. 아프겠네. 나즈막하고 조금은 높은 목소리가 조용하게 울렸다. 얼떨결에 아, 괜찮아. 하고 대답을 해버린 민석은 어색하게 웃으며 학연의 종아리를 발로 차버렸다. 아! 아퍼어! 세게 찬것도 아니구만. 엄살을 떨며 민석을 노려보는 학연의 뒤로, 홍빈과 루한의 손이 각각 어깨에 닿았다.
구세주의 등장에 민석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약속이라도 한 듯 홍빈이 학연의 입을 틀어막고 루한이 주장에게로 다가가 헛기침을 쳤다. 큼, 흠. 얘는 우리 응원단장인데, 민석이 팬이야. 애가 축구도 잘 모르고. 어쨌든, 무례하게 군건 미안했어. 과연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찬양을 받는 ‘루한오빠’ 다운 젠틀함이었다. 주장에게 한 손을 건네며 악수를 권하는 여유로운 미소에 상대편은 이미 학연을 용서한 분위기였다. 저런 시꺼먼 애송이 하나가 떠들어봤자지. 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루한의 손을 잡았다.
짧게 손을 흔들어 악수를 한 뒤 루한이 민석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홍빈에게 턱짓을 했다. 이대론 죽어도 안된다며 발버둥을 치는 학연의 허리를 거의 끌어안다시피 붙잡은 홍빈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민석과 루한도 슬슬 따라나섰다. 루한은 민석의 어깨에 팔을, 민석은 루한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참으로 보기 좋은 뒷태가 아닐수가 없었다.
***
“그 새끼 코를 아주 뭉개버렸어야 했는데.”
“아서라. 민석이한테 팔씨름도 지는 주제에.”
“그건 지도 지면서.”
“그러게요. 밤에는 어떻게 민석 선배를 번쩍 들어올리나 몰라.”
마지막 홍빈의 돌직구에 민석의 입 안에서 밥알이 죄다 튀어나왔다. 허연 밥알들이 학연의 옷에 파박 붙어버리자 바로 비명이 튀어나온다. 아아! 김민석!!! 미안하다는 말 대신 민석은 미쳤냐면서 홍빈에게로 젓가락을 들이댔다. 확 두 젓가락으로 콧구멍을 확장시켜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에 홍빈의 사과가 이어졌다. 무릎이라도 꿇고 반성하겠다니, 민석은 넓은 아량을 베풀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자리에 앉은 민석의 뒤통수를 루한이 쓰다듬어주며 귀여워, 하고 중얼거렸다. 하여간 망할 커플들. 홍빈은 입 안으로 술을 털어넣었다.
“솔직히 이건 선배가 나설 문제는 아니지. 어차피 민석 선배한텐 여기 이 우월한 남친이 있잖아.”
“누가 그래. 내가 김민석 남친보다 더 세거든?”
“지랄을 하세요, 아주.”
루한이 그릇에 얹어준 닭다리를 뜯으며 민석이 학연을 비웃었다. 닭다리 위에 머스타드 소스까지 살뜰하게 얹어주는 루한의 정성에 홍빈은 박수를 쳤고 학연은 괜시리 퍼석한 닭가슴을 깨작거렸다. 민석아 손에 기름 다 묻었네. 엉, 알어. 닦아줄까? 이래놓고선 아주 손가락을 쪽쪽 빨아대고 난리가 났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이 기묘한 게이 커플에 홍빈은 다시 한 번 박수를 쳐주었고 보다못한 학연은 기어이 포크를 던졌다. 비록 테이블 바로 위에 툭 떨어졌으나 흠칫 놀란 루한이 어깨를 떨었고 민석은 왜 지랄이냐며 학연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불쌍한 솔로 게이 앞에서 애정행각은 금물이다. 학연을 놀리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만 더이상 애정행각을 벌이면 100% 삐쳐버릴 학연이기에 적정한 선에서 장난은 끝이 났다. 대화의 주제는 다시 상대팀 주장에게로. 허여멀건 주제에 축구는 더럽게 잘해서는. 경기 시작 전부터 민석과 루한에게 아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장에 대한 뒷담화를 들었다. 실제로 보니 얼굴도 싸가지 없어 보이고! 포크를 쥔 손에 힘을 잔뜩 준 학연이 눈을 부라렸다.
“난 진짜! 이 학교 다니면서 그렇게 싸가지 없는 새끼는 처음 봐. 그 새끼 몇 학년이야? 1학년이지? 그러니까 내가 얼굴을 모르지!”
“선배 설마 진짜 몰라요?”
“아 뭘 진짜 몰라!”
“동양화과 가수 레오 닮은꼴 정택운. 기집애들이 택운오빵! 오빵! 하면서 따라다니는걸론 꽤 유명한데.”
게다가 우리랑 동갑이야 븅신아. 찰진 루한의 한국욕이 이어졌고 민석은 낄낄대기 시작했다. 하여간 차학연 찌질인거 알아줘야 한다니까. 홍빈이 치킨무를 와삭와삭 씹어먹으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
평소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택운은 반강제로 제게 잔을 내미는 원식 덕에 꾸역꾸역 알코올을 넘기고 있었다. 목구멍을 싸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술은 참 알싸했다. 쭉쭉 잘 마시는구만! 제가 권하는 술을 잘도 넘기는 택운에 신이 난 원식이 더 마시라며 아예 병째로 택운에게 내밀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구타 뿐이었다. 됐어 인마.
“그나저나 형 진짜 대단하다.”
“뭐가?”
“김민석한테 먼저 사과한거요. 차학연이 먼저 와서 따지는것도 진짜 어이 털렸는데.”
택운은 곰곰히 방금 전 상황을 되새겨보았다. 작은 체구로 다른 선수들보다 확연히 움직임이 빠르던 놈이 김민석인가. 그렇다면 차학연은? 문득 까무잡잡한 피부에 제게 와서 다짜고짜 따지던 얼굴이 생각이 났다. 우리 민석이가 다쳤다면서 성질을 내는게 하도 귀찮아서 먼저 사과를 한 것 뿐이었는데. 사실 그 작은 녀석을 제 커다란 몸으로 쳤다는게 조금은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택운이 어깨를 으쓱였다. 별거 아닌데 뭘. 쿨한 대답에 원식과 상혁이 역시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척 치켜올렸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유니폼을 머리에 두르고 월악산 댄스라면서 요상한 춤을 추고 있던 재환이 힐끔, 오징어를 나눠먹는 택운을 보더니 살금살금 다가와 그대로 어깨를 껴안아 버렸다. 나도 오징어! 귀엽게 택운의 볼에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부렸건만, 돌아오는 것은 오징어 대신 택운의 매타작이었다.
“그나저나 나 그 루한이랑 김민석 커플 처음 봤는데, 되게 신기하더라.”
“그러니까요. 게이 주제에 존나 잘 어울리고 난리야.”
루한이라면 예쁘장한 얼굴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주인공이 틀림없었다. 워낙 유명인사이다 보니 택운도 루한의 얼굴과 이름쯤은 알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는 택운이 오징어 다리를 뜯어 입에 물었다. 질겅질겅 씹히는 오징어가 이에 껴 조금 신경에 거슬렸다.
“차학연 선배도 잘생겼던데? 나 차학연 선배 가까이서 처음 봤거든! 진짜 까만데 잘생겼어.”
“게이 삼총사 모여있으니 분위기 묘하지 않았어요? 막 우월한 게이들이 모여다니는것 같아.”
“그럼 차학연은 애인 없는건가. 하긴, 따박따박 성질내는 꼬라지 보니까 게이새끼들도 피하겠다.”
게이 삼총사? 그게 뭐야? 가만히 원식, 상혁, 재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택운이 물었다.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재환이 형 몰라요?! 하고 되물었다. 당연하다는 듯 택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학교 대표 게이 세 명. 당당하게 게이바 다니는 새끼들이에요. 참 대단한 또라이들이지.”
“...아까 그 까만...?”
“게이 삼총사 중 최장신에 유일한 솔로랄까. 김민석이랑 루한 둘은 커플이구요, 차학연은 그 따까리 정도?”
“왜 그래, 우리 학연 선배 우리과 김여신 당당하게 찼거든! '나, 게이라서 우린 안돼...' 하면서 완전 아련하게 찼거든! 그 선배가 제일 또라이니까 무시하지마라.”
그러고보니 학연이 게이라는 것에 납득이 가는 택운이었다. 그다지 놀랍지 않은 사실이건만, 원식은 택운의 무덤덤한 반응이 놀랍다며 입을 떡 벌렸다. 이 사실을 처음 들은 사람 치고는 아주 태연한 반응이었으니. 그러고보면 차학연 선배는 진-짜 게이같아, 뭔가. 진짜 게이 맞잖아. 빠른 재환의 답변에 상혁이 맞다며 큭큭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