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빈의 볼에 자리한 깊던 보조개가 오늘은 옅게 번진다.
기분이 좋지 않구나.
언제부턴가 이홍빈의 표정을 대충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기분 안 좋아?"
"아니, 웃겨. 더 말해봐 재밌네."
거짓말.
나름 개그라고 달달 외워 연습해온 말들이 목구멍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너 표정 안 좋아."
"티 났어?"
"엄청."
"아, 어떻게 알았대. 나 표정 연기 완전 잘해서 연기자 하려고 했었는데."
나 잘생겼잖냐.
능글거리게 웃으며 내 옆구리를 툭 치는 이홍빈에 기분이 나빠졌다.
억지로 웃는 거 다 티 나는데.
"자."
"어, 뭐야."
"노트. 너 가져."
열대어를 훔쳐보려 가게를 슬쩍 봤는데 웬 돌고래가 눈에 띄었다.
"야, 이걸로 뭐하라고."
"일기나 써."
"참나."
푸른 돌고래와 바다가 프린팅된 노트를 매만지는데 이홍빈의 보조개가 깊이 팼다.
아, 됐다.
기분을 풀어준 게 좋아 괜히 웃어 보였다.
매일 행복하게 해주고싶다.
열대어와 돌고래 完.
"몇 시쯤 나갔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어도 돌아올 대답은 정해져 있다.
"모른다... 어떡하니 택운아 우리 홍빈이..."
가슴을 퍽퍽 치며 눈물을 흘리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
집을 나갔다고 했다.
저번에 자신의 손목을 끊어놓을 듯 난도질해놓은 이홍빈이, 다른 때보다 일찍 잠에든 이홍빈이 걱정된 아주머니는 정신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진정을 위해 향초를 놓아주시러 방에 들어가셨다고 했다.
하지만 침대 위에는 이홍빈이 없었다.
손에 얼굴을 담고 회상했다.
이홍빈이 웃으며 날 불렀을 때를, 내가 이홍빈이 잘 때 몰래 손을 잡고 사랑 노래를 불렀을때를.
그와 동시에 욕조에 얼굴을 처박은 이홍빈과 이홍빈의 검붉은 손목이 겹쳐 보였다.
내가 없어도 살 수 있어.
손에 쥐면 빠져나갈 듯 미끈거리던 돌고래는 더욱더 넓은 바다를 위해 떠났다.
그래, 가라.
네가 가서 행복할 자신이 있다면 가버려.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행복할 자신이 없어.
죽어버리고 싶어.
열대어는 돌고래가 없이 살 수 없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쓰러질 듯 오열하는 아주머니를 뒤로한 채 밖으로 뛰쳐나왔다.
물 위를 뛰듯 다리가 자꾸만 땅속에 잡아먹히는 것 같이 꺾였다.
배가 아프고 목에선 쇠 맛이 나기 시작한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세워 고개를 들었다.
"학생, 괜찮아?"
"헉... 아저씨... 아..."
신물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에 간신히 숨을 참았다.
아저씨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아, 학생. 저번에 그 아프다던 친구."
"......"
"그 친구가 물고기 사갔어, 학생 오면 자기가 데려갔으니 걱정 말라고 하던디."
거칠게 뱉어지는 숨이 잠시 멈췄다.
아, 그러니까 지금.
이홍빈이.
"그 친구가 몸이 안 좋긴 한가벼, 삐쩍 골아서는... 손목에 칼자국도 있던디. 그런 친구랑 놀지 말어, 부모 속이나 썩이는 놈들..."
물속에 들어가지 않으려 버틴 다리에 힘이 풀렸다.
"어이고, 괜찮어?"
"아저씨... 진짜 갔나 봐요."
"어?"
들리지 않는다는 듯 크게 되물은 아저씨의 목소리가 물속에 잠긴 것같이 희미했다.
허벅지에 닿는 둥글고 딱딱한 것이 불편했다.
돌고래는 갔어, 가짜 열대어를 데리고.
빈 수족관에는 싸구려 장식품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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깸콩입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날줄 몰랐어요...ㅠㅠ
개학전에 어떻게든 끝을 내야할 것 같아서 급하게 썼더니ㅠㅠㅠㅠㅠ저를 매우 치세여
벗 앞으로 더 많은 작품과 갤럭시 워를ㅎㅎㅎㅎ연재릃ㅎㅎㅎㅎ헷
아니 제가 작가인데 말이 왜 이따구나면 몰컴이라 얼른 꺼야해서ㅠㅠ죽겄네요
다른 작품과 갤럭시 워로 찾아올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내사랑들ㅎㅎ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