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처음 바라보았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두렵게 만드니.
내가 있잖아, 백현아. 두려워하지 마.
원래 희었을 너의 얼굴은, 그날따라 창백했다.
너는 떨리는 입술을 하고 내게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물론이야, 백현아. 난 네 소유인걸.
널 살리려 온 거야. 널 구하러 온 거야.
너는 네 부모를 죽였다.
하지만 세상은 그 사실을 모른다.
너도 그 사실을 모른다.
너는 희어야만 한다.
너는 희고 고운 나의 사람이다.
네게 어떠한 얼룩이 있어서는 안 된다.
네가 눈 위에 서있다면, 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는 희어야만 한다.
너는 정신병을 앓는다.
극심한 증세 때문에, 너는 세상과 고립되어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때로는 아이 같지만, 때로는 어른 같다.
문득 신나게 웃고, 문득 슬프게 운다.
문득 화를 낼 때도 있고, 문득 물건을 집어던지며 성을 낼 때도 있다.
사람들은 감히 너를 손가락질 한다.
그거 아니, 현아.
네게 손가락질 한, 너의 모든 주변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
나는 그들을 다 없앴어, 백현아.
너는 칭송받아야 할 아름다운 존재다.
너를 칭송하지 않는 생명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너는 신이다.
너를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틀렸다.
너는 신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너는 신이다.
너보다 성스러운 존재는 없다.
너보다 순백한 존재는 없다.
너는, 이 더럽고 증오스런 세상에 존재하는 오직 하나뿐인 백(白)이다.
너는 치명적이다.
네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가 다 치명적이다.
순수하며, 때 묻지 않았고, 허를 찌르는 순백함이 너를 치명적으로 만든다.
너는 늘 그렇게 순백한 채로 있어야만 한다.
나의 사람, 나의 전부, 나의 신, 나의 세상.
여기 머물러다오.
너는 나의 공간에서, 나와 함께, 영원히 존재해야 할 순백의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