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고니아. 지독하게 붉은, 첫사랑. 어느날엔가, 멀뚱히 앉아있던 네게 꽃을 건네주었다. 너는 받아 든 꽃 줄기를 엄지와 검지로 잡더니 눈을 굴리며 이리저리 한참을 살펴보다가 포기한 듯, -이 꽃, 이름이 뭐야? 순수한 호기심이 가득한 커다란 눈망울로 너는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베고니아. 나는 그런 너의 동공 안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대답해주었다. -백현아, 베고니아의 꽃말이 뭔지 알아? 꽃의 이름을 알려주자 아하, 한마디를 내뱉곤 아직도 꽃을 만지작거리는 너에게 나는 물었다. -음, 아니. 너는 잠시 고민하는 듯 맑은 눈을 이리저리 굴려보다 이내 포기한듯, 작게 웃으며 읊조렸다. 아니, 너의 대답이 비수처럼 내 심장에 와 꽂혔다. -알려줘, 경수야. 너는 이내 환하게 웃어오며 나에게 물었다. 너의 웃음이 따스하게 나의 심장으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책상 밑으로 다리를 동동거리며 이번엔 꽃잎을 하나씩 쓰다듬던 너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나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듯 나는 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딱딱하게 발음했다. -짝사랑. 순간 적막한 고요가 너와 나를 감쌌다. 너는 손에서 꽃을 떨어뜨렸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으로 소리없이 그러나 절망적으로 베고니아는 추락했다. 나는 여전히 너에게 건 손가락을 풀지 않은 채 흔들리는 너의 동공에 비친 나를 무심하게 바라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지독한 짝사랑.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