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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종] 차가운 숨 08

 

w. 발발

 

 

 

 

 

종인은 TV채널을 돌리다가 옆에 놓인 휴대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제 저녁 때부터 세훈에게 연락이 없다.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니였지만, 느낌 상 이상했다.
세훈과 종인은 둘 다 휴대폰과 친하지 않았다.
서로를 제외하면 연락올 사람도 없었고, 둘은 항상 붙어있으니 연락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떨어져있을 땐 문자보내면 별 일 없는 이상 삼십분 안에는 답장이 왔는데, 마지막으로 통화를 시도한 지 만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코 앞에 살지만 일 년만에 재회한 엄마와 아들을 방해하고 싶진 않아서, 궁금하지만 허벅지를 내리치며 참는 종인이다.
부부동반모임에 나가신 부모님에 집 안엔 종인이 내는 소리와 티비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간간히 윗층에서 드르륵 의자끄는 소리가 들렸지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라 참기로 했다.
홀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니 저번에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저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
제게 아마도 쌍둥이 형제가 존재할 것이란 말.
저는 이제껏 형제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고아인 저와 불임인 부모님.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모님이 최후로 선택한 것이 저였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가족이 된 이들은 피를 나눈 가족만큼이나 서로를 위했다.

 

"형제.."

 

속으로만 읖조리던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낸 종인이 오소소 돋는 소름에 몸을 일으켰다.
이 세상 어딘가에 저와 모든 것을 나눈 형제가 있을 거란 생각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종인이였다.
울지 않으려는 듯 큼직한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형일지 동생일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형제가 보고싶었다.
언제어디서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서로를 만난다면 말없이 한참을 끌어안을 것이다.
시원하게 술 한 잔을 나누며 그 동안 살아온 얘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커다란 과일바구니를 사가지고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갈 것 이다.
내가 이렇게 잘 자랐노라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보여드릴 것이다.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비련의 주인공처럼 창피하게 울지는 않으리라 다짐하는 종인이였다.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데스크 직원의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병원을 나온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나와서 맥없이 풀리는 다리에 주저앉았었다.
그리고 지금 문득 정신을 차린 세훈은 집 현관 앞에서 신발을 벗고 있었다.
이끌리듯 제 방으로 들어간 세훈은 책상 위에 놓인 종인의 손싸개를 집었다.
새겨진 글자는 준이, 훈이였다.
엄마는 준이라고 말했었다.
제가 과민반응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이미 세훈에게 게임은 종료되었다.
세훈은 넋을 잃고 두 손을 떨구었다.

 

"하-"

 

말도 안되는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온다.
제가 지금 제정신인건가,
이건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막장 쓰레기 드라마보다 더한 상황이다.
적어도 드라마에선 남자와 여자였으니까.
너털한 웃음을 뱉으며 한참동안 잊고 있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종인에게서 몇 통의 문자와 부재중전화가 와 있었다.
세훈은 눈을 질끈 감으며 휴대폰 배터리를 분리했다.
한숨자면 괜찮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너무도 생생했던 꿈이 되어있을 것이다.
세훈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세훈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잠든 종인은 서서히 제 얼굴을 비추는 환한 햇살에 부스스하게 일어났다.
쇼파에서 구부려 잤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앉아 기지개를 펴니 온 몸에서 뼈소리가 났다.
생각없이 하품하며 스트레칭을 하던 종인이 아차하며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열시가 다 되가고 있었다.
세훈의 연락은 하나도 없었다.
엄마랑 노느라 피곤했나보네-
종인은 간단히 샤워 후 세훈의 집으로 갈 채비를 했다.
세훈의 엄마는 이미 어제 떠나셨을 것이다.

 

"어? 뭐지?"

 

두 번째 시도에도 경고소리가 울렸다.
세훈의 집 앞에서 도어락을 푸는 종인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분명 이 비밀번호가 맞는데 자꾸 오류라며 경고음이 났다.
2년을 한결같이 쓰던 번호였다.
그새 바꿨나..
이제껏 귀찮다며 비밀번호를 바꿀 생각않던 세훈이 떠올라 이상하게 생각하는 종인이였다.

 

"세훈아-"

 

문을 두드리며 세훈을 불러도 안에서 인기척이 없다.
종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휴대폰으로 세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후에는...
설상가상으로 세훈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이럴 애가 아니였다.
이런 식으로 사람 놀래키는 세훈이 아니였다.
무슨일이지..
조금씩 밀려오는 불안감에 종인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봤지만, 여전히 전화를 꺼져있었다.
초조하게 대문 앞을 서성이던 종인이 대문 앞 계단에 걸터앉아 마른 세수를 했다.

 

 

 

세훈은 집 안에서 종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비밀번호는 아침 일찍 바꿔놨다.
종인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지금 이렇게 벽을 사이에 두고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벌벌 떨리는데, 얼굴을 마주하면 아마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거라는 제 희망은 무참히 깨졌다.
오히려 자고 일어나니 정신이 맑아져 어제의 기억이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세훈은 아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니, 무얼 준비해야되는지 조차 몰랐다.
그저 일단은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
입술이 터져라 깨문 세훈은 굳은 몸을 억지로 돌려 제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정오가 다 되가니 타는 듯한 여름 햇볕에 땀이 줄줄 흘렀다.
고개를 숙여 햇빛을 피하던 종인은 어지럼증을 느꼈다.
아직 빈 속이였다.
휴대폰을 들어 다시 세훈의 번호를 눌렀다.
여전히 꺼진 상태다.
종인은 조금씩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엄마를 따라갔을 경우는 절대 없고, 오늘 병원가는 날도 아니고, 친척들이 가까이 사는 것도 아니고, 따로 시간내서 만날만큼 친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였다.
가능성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불의의 사고나 납치.
하지만 만약 세훈이 사고를 당했거나 어딘가에서 발작이 나 쓰러졌다면, 병원으로 옮겨져 본인이나 병원관계자에 의해 저한테 연락이 올 것이다.
세훈의 휴대폰엔 제가 1번이였으니까.
그리고 세훈은 아무리 병이 있다한들 겉모습은 키가 180이 넘고 어깨가 딱 벌어진 훤칠한 청년이였다.
그 체격에, 그 싸늘하고 차가운 눈매에 납치당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종인은 짜증스럽게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집에 갈 생각이였다.

 

 

 

하릴없이 멍하게 하루를 보내버린 세훈은 어둑해져서야 거실로 나왔다.
터벅터벅 장식장 쪽으로 가서 아빠가 하나씩 사다 모아놓은 양주 한 병을 꺼냈다.
장식장의 투명한 유리에 제 얼굴이 비쳤다.
불과 하루만에 가뭄으로 갈라진 땅처럼 푸석해졌다.
뭐, 이런 것까지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아픈 몸뚱아리때문에 요즘 애들답지 않게 알콜이 함유된 것은 한번도 입에 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술이라도 안 마시면 못 견딜 것 같았다.
영화에서 그렇듯, 술이라도 마셔서 이 현실을 잊고 싶었다.
세훈은 양주병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힘을 주어 마개를 여니 독하고 싸한 향이 코를 찔렀다.
평소 후각이 예민해 약한 냄새에도 인상을 찡그리던 세훈의 표정은 무표정 그대로였다.
세훈은 찬장에서 꺼낸 크리스탈 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콸콸 쏟아지는 술이 제 마음같았다.
세훈의 마음은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아니, 녹아내린다는 의미가 어울리기나 한가-
세훈은 주저않고 희석되지도 않은 사십도짜리 위스키를 들이켰다.
불같은 것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어서 식도를 타고 내장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생생하다.
쿨럭-
처음 접하는 독한 술에 기침이 나왔다.
조선시대같았음 벌써 애도 있을 나인데, 이 나이되도록 술도 못 마시는 제가 웃겨 세훈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잔을 다시 채웠다.
워낙에 도수가 높은 술이라 한 잔만 마시면 만취해서 세상만사 다 잊을 것 같았는데, 제가 술이 쎈건지 술이 보기보다 약한건지 취하질 않았다.

 

"병신이 취하는 것도 못하네.."

 

세훈은 네 잔을 연속으로 들이킨 상태였다.
마실 때마다 기침이 나왔지만 멈추지 않고 들이부었다.
혼잣말을 하고 나니 왠지 취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제야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제가 기억할 수 없는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아, 일을 핑계로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 얼굴만 마주하면 같은 문제로 싸우던 부모님.
항상 제 것을 살 때면 당연한 듯 2개씩 샀고, 제 이름을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엄마,
레스토랑에서의 엄마의 말은, 어떤 일 때문에 엄마가 저와 제 형제를 돌보기 버거웠는데, 아빠가 도와주지 못해 불의의 사고로 제 형제를 잃어버렸다- 그 것일 것이다.
엄마가 품에 꼭 끌어안고 자던 '준이'라고 새겨진 그 작은 연두색 천쪼가리.
그리고,,,

 

"하하...."

 

그 잃어버린 준이는 아마도 김종인이겠지.

 

"하하하하-"

 

세훈은 낄낄댔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으하하하하하-"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으흡- 으하하하- 아하하... 후우.. "

 

형과 마음을 나눴다.
형제 이상의 감정으로 사랑을 했다.
형과.. 몸을 섞었다.
세훈은 샘솟 듯 터지는 웃음을 주체못하고 몸까지 흔들며 웃어재꼈다.

흡... 흑흑...
미친듯한 웃음은 이내 울음으로 바뀌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던 울음은 점점 커졌다.
감정이 이렇게 복받치긴 처음이다.
항상 냉정을 잃지 않았던 세훈은 이런 제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말도 안되는 이 상황에 목놓아 울었다.
우는 내내 드는 생각은 하나뿐이였다.
오세준과 오세훈은 쌍둥이다.
김종인은 오세준이다.
김종인과 오세훈은 친형제다..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른 채 세훈의 집으로 향했다.
종인의 표정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당장이라도 세훈을 본다면 뺨이라도 한 대 칠 기세였다.
눈 앞에 보이는 세훈의 집은 예상대로 불이 켜져 있었다.
종인을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문 앞에 도달한 종인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꽉 쥐며 심호흡을 해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안에 있는 거 다 아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참을성있게 다시 한 번 눌러보지만 역시나 묵묵부답이다.
씨발..
종인은 낮게 욕을 읖조렸다.

 

"문열어, 오세훈."
"..."
"좋은 말로 할 때 문열어!!"

 

대문 울타리를 뛰어넘어 현관문 앞으로 들어선 종인은 비밀번호가 바뀌어있는 도어락은 무시하고 문을 쾅쾅 두드리며 고함을 쳤다.
소란에도 반응이 없자 종인은 열이 머리끝까지 뻗혔다.

 

"하아... 너 들어가서 있기만 해,"

 

종인은 여름이라 열려있을 창문을 찾아 집 뒷쪽으로가, 마침 잠기지 않은 열려있는 발코니 창문을 열고 손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쪽은 인기척이 없었다.
좀더 들어가 부엌으로 가니, 역시나 세훈이 있었다.
종인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댔다.

 

"야, 오세훈.."
"..."

 

가까이 다가가서 본 세훈은 울고 있었다.
세훈은 그가 마신듯한 1/3정도밖에 남지 않은 위스키병을 옆에 두고 식탁에 앉아 엎드려 넋을 놓고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놀란 종인이 급히 세훈을 일으켰다.
세훈아..!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는 세훈은 좀처럼 흥분하거나 기복이 심한 경우가 없었다.
특히 자존심이 강해 다른 사람 앞에서 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놀라고 당황스런 마음에 종인이 세훈을 와락 껴안았다.
왜..왜그래 세훈아, 무슨일이야..
종인의 다급한 목소리에 세훈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종인의 품이 너무 따뜻했다.
저를 걱정하는 종인의 목소리가 너무 따뜻했다.
종인의 두근대는 심장이 느껴져 목이 탁탁 막혀왔다.

 

"종인아..."
"그래, 나 여깄어..."
"종인아.."

 

저를 안은 종인을 부르니 종인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하라는 듯 저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세훈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짭짤한 액체가 입으로 들어갔다.

 

"..우리 안되겠다..."

 

뜻밖의 세훈의 말에 종인이 할 말을 잃은 듯 그대로 멈췄다.
뭐라고..?
그만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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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저질러놓으면 해결불가능이예요ㅜㅜ 어떻게 풀어야할까요 세니랑종이니ㅜㅜㅜㅜ

맞춤법 틀린 것 있음 알려주세여! 음주연재라 정신이 오락가락합니당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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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훈이가 무너졌네요.하긴...세상의 시선도 무서울것인데 더 큰 무언가가 있으니. 세훈이 맘고생이 심하겠네요. 종인이한테 말할수도 없으니 혼자서 끙끙앓겠죠? 그만큼 종인이도 힘들겠죠. 그러고보니 어머니께서 사오신 물건들은 거의 모두 종인이에게 갔겠네요.
10년 전
발발
막글도읽어주셔서감사해요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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