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불편한 로맨스 2
w. 구망
"김성규씨. 당장 내 방으로 들어와요."
이럴줄 알았다. 회사에 도착해서 이제 막 업무를 보려고 하는데, 곧바로 저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궁시렁거리며 성규를 지켜보던 입사동기 성열이 큭큭되며 조용히 속삭였다. 왜, 남팀장이 오래? 장난기 다분한 성열의 말에 성규가 짜증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성열은 성규를 토닥여주며 손으로 파이팅 하는 자세를 취하고는 혹시나 이 모습을 우현이 볼까 두려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다시 본인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성규는 모니터 옆에 있는 거울로 제 얼굴을 쓱 한번 쳐다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김성규씨, 전화는 왜 안 받은거죠?"
"죄송합니다. 제가 피곤해서 집에 가서 바로 자서 전화온지 몰랐어요."
"그럼 일어나서 전화 한 통 다시 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없었어서…."
두손을 가지런히 모은채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성규를 가만히 지켜보던 우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생각보다 우현이 쉽게 넘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 쾌재를 외치던 성규가 고개를 위로 올리며 나갈 인사를 하려했다.
"그런데 김성규씨. 오늘 시간 되요?"
"네?"
"오늘 저녘에 같이 식사할 시간 되냐구요."
"아, 아…. 죄송해요. 제가 오늘 선약이 있어서…."
"누구랑요?"
"누구랑 만나는데요."
"아, 그게. 어…. 이,이사원이요!"
"이성열사원?"
"네,네. 이사원이 뭐 고민이 있다고 해서 제가 예전에 들어주기로 약속했거든요."
"아."
우현이 이해했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성규가 조용히 물었다. 그럼 이제 가도 될까요? 우현의 앞에 뻘줌히 서있는게 민망한지 성규가 이제 자리를 나서려고 하자 우현이 성규의 행동을 제지했다.
"아뇨. 잠깐 거기에 서 있으세요."
우현은 싱긋 웃으며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몇번 버튼을 누르는 모습에 불길한 예감이 든 성규가 우현의 손을 멈추려고 급하게 다가갔을 때, 우현이 입을 열었다.
"아, 이성열사원."
망했다. 성규의 머릿속에선 이 세글자가 가득찼다. 제가 거짓말 한 것이 금방 들통나고 말 것이다. 혹시 성열이 눈치채고 약속있다고 해주진 않을까? 아냐, 이성열이 그럴리가 없지. 눈치라곤 제로인 똥멍청이새끼니까. 아니 왜 거기서 이성열이라고 말했지? 그냥 학생 때 친구라고 했으면 됬잖아!! 성규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우현의 입에서 나올 소리에 집중했다. 우현은 성규를 보며 씩 웃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오늘, 김성규사원이라 저녘약속 있다고 들었는데…. 아, 그래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우현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성규를 보고 싱긋 웃었다. 성규는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우현은 깍지 낀 손으로 턱을 받친 채 성규만 쳐다보고 있었다. 제 회사생활이 더 피곤해지겠다 싶어서 성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차피 들킨거 싹싹 빌어야지 싶어서 성규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팀장님. 제가 거짓말 하려고 한게 아니구여…. 오늘 정말 피곤해서, 그래서 무심결에 거짓말 한거예요. 진짜 막 다른 의도는 없구여…. 아, 그러니까, 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성규가 연식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우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오라고 손을 까닥였다. 뭔가 꺼림직 했지만 제가 싫다고 거부할 권리는 없었기에 성규가 쭈벗거리며 우현의 바로 앞에 다가갔다. 성규가 다가오자 우현이 제 쪽으로 고개를 숙이라는 손짓을 했고, 성규가 어정쩡하게 우현의 앞에 고개를 숙이자, 우현이 성규의 머리카락에 코를 묻었다. 하, 냄새 진짜 좋다. 대뜸 제 머리에 코를 박는거에 모자라 그 냄새를 맡는 행위에 성규가 당황해서 머리를 뒤로 뺏다. 오늘 늦게 일어나서 머리 감지 않고 나올 뻔 했는데, 어젯밤 머리상태가 말이 아니여서 감고 오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마터면 더러운 몰골을 그대로 보여주고, 쾌쾌한 냄새를 맡게 할 뻔했다. 아니, 아무튼. 남우현 저 사람을 위해 내가 관리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게 아니라, 어찌됬던 이건 기본 예절이니까, 그래그래.
"그럼 김성규씨. 오늘 저녘 같이하는걸로 알게요. 오늘은 퇴근 더 일찍 하게 해줄테니까, 불만 없죠?"
"네에…."
"그럼 이따 봐요. 나가보세요."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성규가 우현에게 다시 한번 고개숙여 인사한 후 팀장실을 나왔다. 남우현 저 못된 새끼. 나쁜 놈 진짜!!! 성규가 팀장실을 째려보며 작게 욕했다. 방 문앞에 걸려있는 '팀장실' 이라는 팻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팀장이면 다야? 나이도 나보다 세살이나 어린게…. 아니 그리고 그보다 이성열 쟤는 도대체 뭐야? 원래 눈치가 없는건 알고 있었지만 저 상황에서 눈치를 채야하는 거 아닌가? 이게 다 이성열 탓이다, 전부 다! 성규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궁시렁거리며 이 모든 화를 성열에게 풀기로 다짐했다.
"야, 이성열!"
제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성규가 옆에있는 성열을 쏘아봤다. 성열은 뭐가 문제냐는 눈으로 성규를 바라봤고 성규는 조용한 목소리로 성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야. 너 눈치 없는건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선 거짓말 해줘야 되는거 아니냐? 내가 남우현한테 까이러 가는거 알고 있었으면 그정도 거짓말은 해줘야지! 어떻게 저녘약속있냐는 질문에 냉큼 그런거 없다고 말 하냐. 진짜 내가 다시는 너를 핑계삼아 변명 안 할거야, 안 해."
"쌍황이 아니고 상황. 핑계쌈아가 아니고 핑계삼아."
"아니, 거기서 왜 또 발음지적이야!"
성규가 씩씩되며 성열을 노려보자 성열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성규를 대꾸했다. 야, 이 멍청아. 오히려 역으로 저를 비하하는 발언에 성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평소 성격의 성열이면 분홍잇몸을 보이며 미안하다고, 다음부턴 꼭 눈치길러 맞춰주겠다고 장난스럽게 대답했을 텐데 성열의 표정은 어째 저를 한심하게 여기는 표정이다. 쯧쯧. 그러니까 너가 맨날 당하는거야. 이건 또 뭔소린지 성열은 성규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분명히 말했어. 오늘 너랑 약속있다고.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대충 상황이 짐작되서 거짓말 쳤다고, 이 바보멍청아. 근데 너가 괜히 찔려서 말려든거 아냐."
"어, 어?"
"그러니까 맨날 남팀장한테 당하고 살지. 쯧쯧. 다 너가 잘못한 거야, 멍청아."
성열이 혀를 차며 성규를 쳐다봤고, 성규는 멍한 눈으로 성열을 바라봤다. 성열은 멍청이. 라고 성규에게 다시 상황을 재인식 시켜준 후 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멍하게 성열을 쳐다본 성규가 앞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제 머리를 쥐어 박았다. 난 멍청이야, 그래 존나 똥멍청이야. 제 머리를 쥐어박는 것으로도 모자라 제 책상에 머리를 쾅쾅 부딪치며 저의 무식함을 한탄했다. 그래, 분명이 남우현은 거기서 왜 거짓말 했냐는 그런 말 안 했는데…. 아무 말도 안 꺼냈는데 거기서 나 혼자 찔려서 이런거 잖아! 김성규, 너가 남탓을 하긴 뭔 남탓을 해.
"김사원! 지금 일 안하고 뭐하는거야?"
"아아, 죄송합니다…!"
제 머리를 책상에 박는 모습을 지켜본 부장이 성규에게 소리쳤고, 성규는 부리나케 고개를 들고 모니터에 아무 창이나 띄운 채 일하는 척 했다. 김성규 그냥 나가 죽어라, 죽어. 이 한심한 새끼야.
"내가 열어줄게요."
제가 열어서 타려고 했는데 우현은 성규의 행동을 저지하고 제가 차 문을 열었다. 성규는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 올랐다. 25살에 벤츠를 타고 다니는게 말이 되는가. 그리고 제가 알기론 이 차종은 벤츠중에서도 가격이 더 쎈쪽에 속했다. 차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남우현이 타고 다니는 차는 일반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고급 승용차다. 지나가던 아이가 본다면 '엄마 저 차 진짜 멋있어! 막 반짝반짝 거려!' 하고 순진무구하게 말할 정도로. 나는 28살에 대중교통 이용하고 다니는데…. 억울하다 진짜로. 지방에서 살다가 대학때문에 혼자 서울에 올라온 후 계속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 좋은집도 아니고 대학생 때 혼자 자취했던 그 원룸에서 그대로. 제 집은 부유한 편이 아니였기 때문에, 오히려 가난한 편에 속했기에 대학교 다닐 땐, 알바한 돈을 학비에 보태는데 다 썼고, 어영부영하게 일자리를 찾다가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것이기 때문에 모아놓은 돈이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초라하게 사는 자신과 모든 것을 다 누리고 사는 남우현과 비교를 하자니 더욱더 주눅이 들었다. 괜히 제 신발에 더러운 것은 묻어있지 않았는지 걱정이 됬고, 차에 편하게 앉아있을 수 없었다. 옆에 오른 남우현을 힐끗 쳐다보며 찬찬히 훑어보니 온몸이 다 명품이다. 검정 정장은 딱 봐도 수제작인 것 같이 고급스러워 보였고, 넥타이결 조차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저 넥타이핀마저 가격이 엄청 날 거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가서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내가 뭣도 모르지만 저렇게 생긴 시계는 가격이 엄청 날거다. 파텍필립, 아니면 못해도 블랑팡 정돈 될 거다. 우현을 쳐다보던 성규가 제 모습을 내려다봤다. 정장 살 돈이 없어서 하나밖에 없는 검정 정장. 그냥 주위 옷가게에서 산 넥타이. 그리고 아무것도 차있지 않은 제 손목. 하아.
"김성규씨, 뭔 생각해?"
초라한 제 모습이 우현과 너무 비교되서 울상을 짓고 가만히 있을 때 갑자기 제 귓가에 들리는 낮음음성에 성규가 화들짝 놀랐다. 우현이 제 쪽으로 몸을 젖혀 제 얼굴을 빤히 보고있는게 느껴져 성규가 창문쪽으로 몸을 바싹 붙였다. 우현은 픽 웃으며 몸을 더 들었고, 성규는 숨을 헙 하고 참으며 눈을 질끔 감았다. 제 몸에 차가운 무언가 닿는게 느껴졌고 성규가 슬쩍 눈을 뜨자 우현이 안전벨트를 매준 후 곧이어 제 안전벨트를 맸다. 괜히 뻘줌해져서 성규가 흠흠 잔기침을 하자 우현이 웃으며 운전대를 잡았다. 차 안에는 몇마디만 오고갈뿐 긴 시간동안 정적이 흘렀다. 우현과 성규 사이에 별 공통사도 없을뿐더러, 아니 자세히는 서로에 대해 알고있는게 없을뿐더러 성규에겐 우현이 부담스럽고 어색한 존재였다. 우현이야 상사니까 저에게 무슨 말을 하든 상관이 없었지만 저는 엄연히 부하직원이였기 때문에 할 말도 없었고 무슨말을 해야할지도 고민이 되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래서 우연히 간간히 묻는 말에 간단히 대답할 뿐이였다.
"김성규씨는 내가 많이 불편한가?"
"네,네?"
잠깐 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물어오는 우현의 질문에 성규가 놀라 저도 모르게 하이톤의 목소리를 냈다. 당황한 것을 티를 잔뜩 낸채 우현을 쳐다본 채 눈을 깜박거릴 뿐이다. 뭐라고 돌려말해야 할까 하고 고민하고있을 때 우현이 대답했다.
"불편한게 당연한 거지. 괜찮아요."
우현은 담담하게 내뱉었고 성규는 더더욱 어색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냥 창밖을 내다봤다.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밤에 차를 타고 거리를 내다보면 그 거리는 정말 예뻤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서울의 밤거리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온갖 불이 켜진 간판들과 반짝거리는 불빛들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성규가 창밖에 붙어서 헤-. 하고 거리를 구경하고 있을 쯔음 저녘먹을 장소에 도착했는지 우현이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이 눈이 보였다.
"호,호텔…."
차에 내리고 건물에 들어서자 보이는 호텔로비에 성규가 잠깐 당황했다. 호화스러워 보이는 이 호텔은 당연히 1등급 호텔일 것이다. 남우현이 호텔 하나도 일반호텔을 올리가 없지. 그럼그럼…. 이 아니고 호텔? 호텔?! 밥 먹자고 해놓고 도착한 곳이 호텔이라니. 남자 둘이 호텔엔 왜? 우현이 엘레베이터 앞에 다가가서 버튼을 누르려고 하자 성규가 두려운 표정으로 우현의 소매끝을 잡았다. 우현이 성규를 바라보자 보이는 성규의 표정은 불쌍한 고양이마냥 안절부절한 듯 해 보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매끝을 잡고 나가자며 재촉하는 듯 해 보였다. 우현은 웃으며 성규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제 쪽으로 끌어당기고는 엘레베이터에 탔다. 층 수가 올라갈 때마다 성규의 등에 식은땀이 맺히는 듯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욕하고 당장 도망쳐야 하나? 여기선 제가 소리치고 한대 때려도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닌거겠지? 그렇다면 이제 제가 회사 짤리는건 시간 문젠가? 서울대라고 취직이 잘되긴 개뿔. 아 물론 중소기업엔 들어갈 수 있겠다만 빠른시일내에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했기 때문에 대기업만 찌르고 다녀서 겨우 입사한 곳이다. 이제 정말 돈을 모으고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는데 이대로 해고당할 순 없다. 그렇다고 지금 남우현한테 더렵혀 지는 것도…! 남우현 이 개새끼. 내가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아니 지 말로는 나를 좋아하는 거라고 했으니까 그렇다고 치고, 지가 돈 많고 힘있다고 이런식으로 무언의협박을 하는건 안 되는거지. 이렇게 강제로 하는건, 아니잖아.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고 성규가 입술을 꽉 깨문채 열린 문을 바라봤다.
이게 왠걸. 호텔방 복도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제 앞에 보이는 것은 레스토랑이였다. 아, 아. 호텔 레스토랑…. 호텔에도 레스토랑이 있지, 아, 그래. 호텔이 꼭 그거만 하고 잠만 자는곳은 아니지, 아 그래….
성규는 어안이벙벙한 채로 웨이터와 우현을 뒤따랐고, 제가 무슨 생각과 망상을 했는지 그저 한심하고 웃겨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래, 남우현이 그렇게 못되쳐먹은 사람은 아니였지, 그래. 내가 너무 쓰레기라고 생각했었어. 호텔 레스토랑에 가보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호텔에 레스토랑이 있다는 걸 까먹다니. 나도 진짜.
"앉아요."
우현이 성규의 의자를 내어주며 말했고 성규는 조심스레 의자에 앉았다. 이 곳은 레스토랑 안에 별도로 마련된 방인 듯 보였다. 방음이 잘 되어있는지 조금 소란한 레스토랑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꽤 넓은 방에선 클래식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고, 바로 눈 앞에 창문으로 되어있는 벽엔 멋진 서울풍경이 그려져있었다.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에 붙어서 내려다보자 아래엔 차들이 빛을 내며 지나가고 있었고 앞에 보이는 건물들의 불빛이 아름다웠다. 성규가 감탄하며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우현은 그런 성규의 모습을 앉아서 지켜볼 뿐이였다. 이 곳은 미리 예약을 하고 특별한 손님만 받는 공간인지 레스토랑 내부보다 훨씬 더 세련되게 꾸며져있었다. 밖도 충분히 세련됬지만 이 곳은 더 고급스럽게 디자인되어있었다. 분위기와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성규가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다시 제 자리에 앉았고 나갔던 웨이터가 바로 들어왔다. 흰 탁자에 갖가지 먹음직스러워보이는 음식을 내려놓고는 우현과 성규의 잔에 고급와인을 따라주었다. 즐거운 시간 되라는 말과 함께 문을 닫고 나갔고, 성규는 제 앞에 보이는 음식에 연신 즐거워하며 눈을 반짝였다.
"김성규씨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예요?"
"이런 곳 처음이란 말예요. 진짜 맛있겠다."
"처음와봐요?"
어느새 나이프를 손에 들고 스테이크를 썰어 제 입에 넣은 채 성규가 끄덕였다. 우현은 제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썰어 성규의 것과 바꾸고는 성규가 먹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팀장님이랑 저랑 생활이 같은 줄 알아요? 당연히 이런 곳 처음이예요, 저는."
"김성규씨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 처음봐요."
"아, 제가 너무 티냈어요? 헤헤-."
"이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 데리고 올걸 그랬다."
많이 먹어요. 우현이 음식을 가리키며 덧붙여 말했다. 성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갖가지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우현도 웃으며 포크를 들었다. 꽤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서로 웃음과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역시 분위기가 사람을 만든다고, 분위기에 취해 지금 눈 앞에 있는 우현이 너무나도 호감으로 보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불편하고 어색해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말 하다 보니까 저와 통하는 부분도 너무나 많았다.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식사를 마친 우현과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은 많이 어두워져있었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우현은 자연스럽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김성규씨, 집 어디에요?"
"아, 음…. 집까진 말고 근처에서 내려주세요."
"왜요.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괜찮아요."
"나한테 집 알려주는게 싫어요?"
우현이 조금은 섭섭하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자 성규가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그런거 아니니까 오해 하지 마세요! 성규가 고개까지 절래절래 흔들며 말하자 우현이 웃으며 성규에게 집 주소를 무러봤고, 성규는 우물쭈물 거리며 집 주소를 알려줬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등록한 후 우현은 운전대를 손에 잡았다.
"팀장님, 정말로 집까지 안 데려다주셔도 되요."
"왜요."
"아니, 사실은 집까지 못 데려다 줄걸요…?"
"무슨 뜻이에요?"
성규의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우현은 성규의 말이 무슨말인지 알 수 있었다. 워낙 후비지고 골목진 곳이였기 때문에 도저히 우현의 차가 올라갈 수 없었다. 우현은 차를 밑에다 세워놓고 성규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저기 위로 올라가야 저희집이에요. 성규가 딱봐도 많아보이는 계단을 가리키며 말했고, 우현은 그 계단의 수에 입을 떡하고 벌렸다. 우현의 표정에 성규가 뒷통수를 긁적거리며 머쓱하게 웃었다.
"그럼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가볼게요, 저. 팀장님, 오늘 밥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성규가 허리숙여 인사하고 발걸음을 떼자 우현이 제 앞을 지나가는 성규의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웠다. 성규가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우현을 쳐다봤다.
"같이가요. 데려다 줄게요."
"같이 가자구요."
우현이 성규의 손목을 끌며 압장섰다. 딱 봐도 높아보이는 계단에 우현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계단 하나하나를 밟기 시작했다. 성규야 몇년동안 계속 오르락내리락 했으니 익숙했지만 편하게 자동차를 타고 다녀서 걷는일이 얼마 없었던 우현에겐 조금 버거웠다. 어느새 성규보다 뒤쳐져서 헉헉거리며 걸어올라오는 우현이 아직 멀었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니까, 오지 말랬잖아요. 앞서 올라가던 성규가 몇계단을 내려와 우현의 다리를 주물러 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그냥 내려가요."
저 안 힘든데요. 우현은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더니 다시 계단을 밟기 시작했다. 곧이어 성규의 집이 눈앞에 나타났고, 우현은 힘든지 성규의 집에 바로 들어가려했다. 성규가 당황해서 우현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온 몸으로 막았지만 잠깐만 앉아있다 가겠다는 우현의 말에 어쩔수 없이 몸을 비켜주었다. 힘들었으니 아주 조금만 쉬다가라고 단호하게 말한 후 우현을 집에 들였다.
"여기 물 마셔요."
우현은 성규가 건네준 물을 마신 후 벽에 기대 두 다리를 쭉 폈다. 문과 창문이 모두 닫힌 작은방. 그 밀실에 둘만 있자니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성규가 우현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앉았다.
"나 잠깐 자도 되요?"
"힘들어서, 딱 삼십분만 눈 붙이다가 갈게요. 이상태로 정말 졸음운전 할 거 같아서."
"아,어,그게요…."
"김성규씨, 잘자요."
우현이 성규의 팔을 잡아당겨 제 쪽으로 끌어당긴 후 제 품 안에 가뒀다. 그 후 편한 자세로 누워 눈을 감았고 여전히 성규를 제 품에 가둔채 한팔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팀, 팀장님? 성규가 그 품을 빠져나오려고 몸을 움직이자, 우현이 한쪽 다리로 성규의 다리위에 올려놓은 채 더욱더 제 품에 가뒀다. 숨, 숨 막혀요…. 성규가 조용하게 말하자 우현이 성규의 머리칼만 쓰다듬어줄 뿐 대꾸가 없었다. 계속 성규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길이 멈췄고 우현은 더이상 움직임이 없었다.
"팀,팀장님? 자세요?"
성규의 말에 우현은 색색거리는 소리로 대답한다. 벌써 잠들어버렸는지 우현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제 이마에 우현의 숨결이 느껴져서 괜스레 낯뜨거워졌다. 저도 그럼 조금만 잘까 하는 생각에 성규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새근거리는 우현의 소리가 듣기 좋아서, 따뜻한 품이 포근해서 그렇게 성규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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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망이에요! 일편보단 확실히 분량 많이 늘었죠, 그쵸..?
저거 우현이가 성열이한테 전화해서 확인하는 그 장면 익숙하져..?
제가 쓰다가 갑자기 헐 이거 응치리에 나온 그 장면이엿지 싶어섴ㅋㅋㅋㅋ배낀거같은데 이왕 쓴거 지우긴 싫고...
우연히 겹쳤으니 봐줘여 헿//
글 길게 쓰려니까 왜이렇게 힘든지ㅜㅜ 저는 장편은 저랑 안맞나봐욬ㅋㅋㅋㅋㅋㅋ
단편이 좋아요... 그래서 단편픽 가끔가끔 올라올거에요
사실 지금 이거 말고 다른거 쓰고 싶은 소재가 있어서...음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겟네요
이게 처음엔 괜찮을 것 같아서 썼는데 2편만에 내용이 지루해져서 고밍이에여
쿨하게 이걸 바로 접을지 다른걸 할지 헿..ㅇㅏ무튼 독자분들 모두 감사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