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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 처음

참 이상했다. 김준면의 어서 들어와서 인사하라는 말을 끝으로 교실 앞문을 밀고 들어온 남자애는 왠지 모르게 낯설지가 않았다.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얼굴에 고개를 갸우뚱하려는 찰나,

"안녕하세요. 변백현이라고 합니다."

아, 역시 어디서 본 것 같더라. 몇학년 때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학교 때 같은 반이였음이 분명하다. 말도 몇마디 나눠보지 않은 그냥 얼굴 아는 친구. 친구라고 하기에도 뭐한 친구랄까.

아마 저기 저 변백현이란 놈은 날 기억하지도 못하겠지.

"중학교 때 외국에 나갔다가 몇일전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고1, 고2 1학기를 외국에서 보낸지라 학교생활에 있어 서툰 점도 많겠지만 좀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허리숙여 인사를 한 백현은 이제 어떻게 할까요?라는 눈빛으로 김준면을 쳐다봤다. 담임은 교실을 쭉 한번 둘러보더니,

"아, 저기 맨 뒷줄에 빈자리 있지? 거기 가서 않으렴."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반 아이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맨

뒷 줄 빈자리로, 그러니까 내 옆자리로 향했다.

나는 뭔가 뻘쭘하고 민망해져 뒷목을 긁적였다. 그 사이에 변벡현은 내 옆자리에 의자를 바짝 땡겨 앉았다.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여 조회시간 내내 옆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나와 달리 변백현은 별다른 기색없이 아침 자습을 해나갔다. 원래 자습시간에는 줄곧 엎드려 잠을 자는 나였지만 친하지도 않은, 어쩌면 날 기억 못할지도 모르는 사람 옆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아, 아까 집에서 챙겨나온 펜 하나와 노트 하나를 꺼내놓고 공부를 시작했다.

잘 될 리가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습시간에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될 리가 없지 않는가.

옆을 한번 힐끔 보니 변백현은 아까와 같은 자세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어차피 날 볼 리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 나는 핸드폰을 꺼내 김종인에게 문자를 쳤다.

'존나 어색함'

김종인 역시 공부 따위 하고 있지 않았는지 바로 답이 왔다.

'뽀뽀하셈ㅋㅋ'

어이가 없어서

'니가 친구냐' 이렇게 보냈더니

'뽀뽀하면 안 어색해짐ㅋㅋ' 이런다.

더 이상 답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멍 때리기 시작했다.

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김준면이"오늘 좋은 하루 보내기 바란다."라고 말힘과 동시에 종이 쳤다.

하여튼, 저 인간은 귀신이라니까.

여기저기서 자다 일어나는 소리, 기지개 펴는 소리, 책을 덮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같으면 김종인이 내 자리로 와서 날 깨우기 전까지 자고 있었을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왼쪽으로 고개를 틀어

"어... 음.. 안녕? 난 박찬열."하며 손을 내밀었다.

오늘 아침 이후 처음으로 수학책에서 눈을 뗀 변백현이 내 쪽을 보더니 자기 손을 내 손에 꼭 쥐어넣고는 위아래로 흔들며

"안녕!"한다.

둘이 손을 꼭 잡고 있어 민망해지려는 찰나

"뭐야, 둘이 벌써 친해진 거? 올? 진도가 좀 빠르네."하며 김종인이 끼어든다.

변백현이 김종인의 소리에 손을 재빨리 빼냈다.

역시 내 친구야 넌. 타이밍 좋게 와준 김종인 덕분에 아까 있던 둘 사이에 그 어색함은 어느정도 사라진 것 같았다.

"난 김종인이다! 앞으로 형님이라 부르면 돼!"하며 너스레를 떨기 시작한 김종인은 변백현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다른 애들도 하나둘 변백현 자리로 몰려와 질문세례를 하기 시작했다. 외국 어디 살다 왔냐, 공부는 잘하냐, 운동 좋아하면 축구 동아리 가입은 어떻냐 등등의 쓰잘데기 없는 질문들을 해댔다. 변백현은 지겹지도 않은지 질문 하나하나에 공들여 대답해줬다. 운동 동아리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는 변백현의 책상 위로 갑자기 누군가의 핸드폰이 올려져 있었다.

변백현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어디선가

"번호 좀." 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보니 거기엔 도경수가 서 있었다.

오~하는 함성소리가 교실 전체에 울려 퍼졌고 나 또한 그 수근거림의 일부였다.

"번호? 자 여기~"하며 도경수 핸드폰에 자기 번호를 입력한 뒤 건넨 변백현은 이 상황이 낯간지러운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웃겨 변백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대충 봤을 땐 몰랐는데 얼굴이 참 호감형이다. 웃을 때 접히는 눈꼬리, 방긋방긋 이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입꼬리, 거기에 깨끗하고 하얀 애기피부까지.

게다가 목소리도 맑고 말투도 나긋나긋한 게 그동안 남자 여럿 홀렸을 것 같다.

아까 잡은 손은 또 어찌나 가늘고 얇은지. 손만 보면 여잔줄 알꺼다, 분명.

나만의 생각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이따 연락할게."하며 씨익 웃고는 자리를 뜨는 도경수가 보인다.

*사람은 어떤 사건의 시작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 적어도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러가기 전까지는. 만약 내가 이 날이 나와 변백현 그리고 도경수에게 일어날 일들의 첫단추였음을 이 당시에 알았다면, 그리고 그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음을 좀만 더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다. 백현이에게도, 경수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도.


 
내가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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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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