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선배!"
"이러다가 팀교체 일어나는거 아닙니까? "
"됐어 새끼들아, 그만하고 마셔라."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기분이 엄청나게 좋은 종인이었다. 그가 속하고 있는 TK연구소의 장기프로젝트에서 드디어 자신의 프로젝트가 채택되었다.
앉아서 자신을 올려다보던 변백현의 얼굴이 선했다.
맨날 자신을 무시하기만 했던 그 고고하신 분의 콧대를 이번기회에 납작하게 해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몸에 전율이 이는 듯 했다.
종인은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이었다.
문제는 B팀이었다. 만날 A팀에게 기획안을 제출해봐도 언제나 A팀의 수석 연구원인 백현에게 까이고, 결국엔 A팀의 프로젝트를 보조하는 만년 2등의 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왠일인지 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 선발회의에서 종인이 주도한, B팀의 기획안이 뽑혔다. 이번 장기 프로젝트만 무사히 치룬다면 자신도 어느정도 연구소에서 입지를 키울 수 있는 터였다.
하지만 종인은 기쁜마음 구석에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있었다. 근 3년동안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대성공이었다. 물론 그것은 백현의 A팀이 이루어낸 성과였다.
자신도 어떻게든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것은 엄청난 기회인 동시에 종인에게 부담감을 주었다.
벌써부터 아픈 머리에 종인은 잔에 담겨있던 맥주를 원샷했다.
"그럼 이제 집에 들어가 봐. 난 간다."
"네, 선배님! 들어가 보세요."
8시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회식이란 사라지지 않는 귀찮은 문화였다. 자신이 나왔으니 다들 지금쯤 해산 했을 것이다.
종인은 그 길로 다시 연구소로 돌아갔다. 어느정도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정리해봐야 맘이 놓일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연구소 안에 있는 숙소에서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이 시간에 뭐지?"
종인은 연구소의 문을 열자마자 눈을 찌푸렸다. 변백현이었다.
"그러는 선배님이야 말로 집에 안가시고 뭐하십니까."
"누가 골치 아픈 일을 벌여놔서 말이야. 생각좀 정리하고 가느라."
"그 누가 저는 아니겠죠?"
"딱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네? 왜, 찔려?"
종인은 백현을 노려봤다. 백현은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그 눈빛에 웃음을 흘렸다.
"후배님도 생각이 많을텐데, 잘 정리하고 가? 난 그럼 이만."
비웃음을 흘리며 뒤돌아서는 재수없는 뒷통수에 종인은 가운데 손가락을 날렸다.
빽빨인주제에....미친새끼.. 아무튼 나 잘되는 꼴은 못보겠지.
종인은 이를 으득 갈았다.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
"안녕히 가세요!"
손님이 나가자 마자 간이 의자에 앉아 계산대에 볼을 댔다. 무료한 하루였다. 편의점 알바생인 경수는 오늘도 천장에 있는 무늬 모양의 갯수를 세고 있었다. 하나..둘..
조금 있으면 알바가 끝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경수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알바를 끝나면 고시원에 가야 했다.
올해로 26살인 예비군 경수는 고시생이었다. 취업은 안되고, 사법고시 공부는 죽기보다 싫었다. 집에서 사는건 눈치보여서 고시원으로 나와버렸다.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볼을 대고있던 경수의 얼굴에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어우, 깜짝이야! 왜."
"야, 도경수! 이번주말에 3학년 동창들이랑 여행이나 다녀올래?"
"고3? 귀찮은데."
"너 요새 할거 없는거 다알아. 공부도 요새 안되잖아. 놀다와서 쌈빡하게 다시 시작해!"
"아..뭐 일단 알았어."
전화를 끊고 경수는 주섬주섬 퇴근 준비를 했다. 아..가기 싫다. 경수의 옆방엔 행정고시 준비중인 32살인 형이 있었다. 짜증은 말 안해도 알만 했다.
/프롤로그라능 장편이라능 SF라능 많이 읽어달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