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너를 너무도 보고싶은 마음에 이렇게 편지를 쓴다.
항상 이맘때 쯤이면 너와 같이 길거리를 걷곤했지. 두손 꼭 맞잡은채 말이야. 한발 두발 맞춰 걷다보면 어느샌가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고 너는 그 꽃잎들을 보면서 환하게 웃곤했어. 내 손을 놓고 흩날리는 꽃잎사이로 뛰어가 빙글빙글 돌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내 눈앞에 선명해. 그때의 너는 세상 누구보다도 이뻤어. 그러다 내가 너의 곁으로가면 놓았던 손을 다시 잡고 천천히 걸어갔지. 사방으로 펼쳐진 벚꽃들 사이엔 너와 나 우리 둘만 있었어.
네가 피곤하다면서 찾은 벤치에 앉을때면 너의 어깨와 머리엔 항상 꽃잎이 붙어있었고 내가 꽃잎을 떼어주면 너는 살며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지. 또 그렇게 우리는 한참동안을 그렇게 있곤했어. 가끔씩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따스한 봄 그 자체였어. 피곤해진 네가 살짝 잠이들면 나는 네 어깨를 감싸안고 볼에 입을 맞췄지. 그덕에 잠에서 깬 너는 살풋 웃으며 키스를 하고 내 품속으로 파고들었어.
해가 조금씩 저물어 갈 때쯤이면 새하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쥐고 못다걸은 그 길을 다시 걸어갔어. 입술에 아이스크림을 묻히고 먹던 너는 쉴 틈없이 조잘거리며 이야기를 했고, 너의 말에 웃어주기만 하던 나는 너에게 핀잔을 들었지.
그렇게 행복하던 시간들도 다 사라져 버리고 지금 내 곁에 남은건 너와 함께했었던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져버린 꽃잎들 밖에 없구나.
사랑한다, 차학연. 비록 너는 내 곁에 없지만 나는 항상 너의 기억을 품에 안고 살아갈게. 사랑했고 사랑하는 학연아. 안녕.
정택운이,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