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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 . warning

 

 

 

" 여, 여긴 어디야 …. 아무것도 안보여. "

 

한 소년이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벽을 더듬거린다. 하지만 손에 닿는 것은 벽과 바닥뿐, 더 이상의 개체는 없는 듯 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난 경수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으며 내가 했던 고백에 대해, 다시 한번만 생각해주면 안되겠냐고 애걸복걸했었는데. 납치인가? 백현이 생각을 그만두고 벽에 기대어 털썩 앉는다. 이 곳은 비정상적으로 추운데다 백현은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때문에 배가 고팠다. 생존본능이 일어난것인지 백현은 금새 일어나 어둠속을 헤매며 더듬거렸다. 아, 뭔가 닿았다. 백현은 천천히 몸을 숙여 그 물체를 더듬거렸다. 사람, 인가? 백현이 의문을 가득품으면서도 경계하며 멀찌감치 떨어져있을 동안, 아까 전 무언가 닿았던곳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역시, 사람이었구나.

 

" 아, 아으 …. 어깨 아파라. "

 

경수, 경수의 목소리다. 뭐지? 나와 함께 여기 떨어진건가? 백현은 서둘러 경수의 목소리 곁으로 왔다. 경수는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깜짝 놀라 누구냐고 소리쳤지만, 백현은 침착한 목소리로 ' 나야, 변백현. ' 이라고 말했다. 백현은 경수에게 여러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경수도 마찬가지로 이 곳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경수와 나, 그리고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는건가?

 

" 일단 여길 밝힐 물건을 찾자. 그게 중요하잖아. "

 

경수의 말에 백현은 알았다며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생각나, 주머니를 뒤져본다. 아, 있다.

 

" 다행히 휴대전화가 있었네. "

 

남은 배터리는 56% 최대 밝기로 키워보았지만, 워낙 어두운 곳이라서 크게 효과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1시간도 안가 꺼져버릴텐데 …. 경수는 다른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보자고 권유했다. 백현은 어둑어둑한 빛 틈새로 약간씩 보이는 경수의 얼굴을 쳐다보느라 경수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경수는 ' 내 얼굴에 뭐 묻었어? ' 하며 백현의 휴대전화를 가로 채, 연락처를 찾고 있다.

 

" 아, 내 동생한테 먼저 전화해야겠어. 벌써 8시 반인데, 아직도 안 들어온걸 보면 걱정할테니까. "

 

백현은 다시 경수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와선 단축번호 2번, 백연에게 전화를 건다. 백현의 동생 변백연은 이번 해 8살이 된 여자아이다. 갓 초등학교를 입학해 ' 초등학교는 너무 재밌어! ' 라며 들떠있던 동생 생각에 백현은 다시 미소 짓는다. 어렸을 때 백현의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 땐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 …. 하지만 이제 막 말을 알아듣기 시작한 3살 백연이 덕분에 백현은 책임감을 느끼며 어둠속을 헤쳐나갔다. 무려 10살 차이 나는 동생이라, 거의 딸을 키우는것 같았지만 아무리 육아가 힘들어도, 또래 친구들과 함께 PC방을 가지 못해도, 백현은 행복했다. 녹초가 된 채로 집에 가면 기다리는 백연이가 있으니까 ….

 

" 백연아, 오빤데. 지금 오빠가 사정이 생겨서 …. 정말 미안한데, 오늘 하루만 딱 하루만. 혼자 잘수 있겠어? 정 안되면 종대 오빠 알지? 전화해서 불러줄게. 응, 알겠어. 미안해! "

 

경수는 통화하는 백현을 보며 새삼 자신의 동생에게는 정말 좋은 오빠구나 …. 라고 생각했다. 사실이었다. 아마 세상에 둘도 없을 오빠. 백연이에겐 없어서는 안 될 오빠. 그게 변백현이었다. 백현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 하하, 백연이가 그러는데. 이제 초등학생 언니인데 혼자 자는 건 거뜬하대. 그래도 걱정되니까 종대를 부를까 …. "

 

경수는 백연을 딱 한번, 본적 있었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백현의 집 옆 마트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 때 백현이가 손을 꼭 붙들고 있었던 여자아이가 백연일것이다.

 

" 혹시 모르니까, 종대 불러. 걔도 어쩌피 할 일 없을거야. "

 

경수의 말에 ' 역시 그래야겠지? ' 라며 백현은 다시 종대에게 전화를 건다. 수화기 너머로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백현은 아랑곳않고 고맙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 일단 여길 나갈 방법을 찾아볼까. "

 

백현과 경수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문은 견고하게 막혀있었고, 작은 창문 같은 것이 문에 달려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잠긴건지 열리지 않았다. 그 외에는 창문도 없고 전혀 불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 놓은 구조였다. 경수는 못 나가는 거냐며 눈에 띄게 두려움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 걱정 마, 난 못 나가도 넌 나갈거야. "

 

백현의 말에 경수는 약간 안정감을 느꼈다. 그 때, 갑자기 문에 달려있던 작은 창문이 약간 열리더니 그 사이로 로봇의 팔 부분이 내밀어졌다. 경수가 그대로 굳어서 서있길래 백현은 어서 창문으로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로봇의 손에 쥐어져있는 건 열쇠였다. 아마도 이 로봇은 아군인건가? 백현은 열쇠를 받아서는 바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빛이 쏟아졌다. 평범한 빛 농도보다는 어두컴컴했지만, 아예 불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 보다는 나았다. 백현은 경수의 손을 덥석 잡고는, 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문 밖으로는 복도가 이어져 있었는데, 경수와 백현이 있었던 구조의 방이 아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 그 열쇠를 건네 준 로봇은 백현과 경수 쪽으로 몸체를 돌리고선 말한다.

 

' 안녕하십니까. 지능형 로봇 2T. 2T 입니다. 지금부터 탈출을 도웁니다. 탈출을 도웁니다. '

 

기계치고는 깔끔한 목소리가 나왔다. 백현은 경수의 손을 더 꼭 붙들고선 2T를 따라간다.

 

*

 

" 아, 코치님. 쉬었다 해요! "

 

민석이 코치인 루한에게 짜증섞인 앙탈을 부린다. 이 곳은 연습장. 민석은 최근 살이 갑자기 5KG나 쪘다며, 체중관리를 해야 할 텐데 …. 하고 우물쭈물거리며 평소 안면이 있던 코치 루한의 주위를 얼쩡거리다가 결국엔 루한이 민석의 체중조절을 전담하길 했다. 원래 체중조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종목이지만, 민석이 계속 알짱대고 있으니 루한은 어쩔 수 없다며 맡기로 했다.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2KG가 빠졌다며 민석은 희희 웃는다. 그런 민석을 보며 루한은 대견하다며 뿌듯해한다. 민석은 사격 국가대표를 꿈꾸는 고등학생이었다. 솜씨가 뛰어나 양궁 유망주로 주목받지만, 민석에겐 이런 눈빛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 살 빼겠다며. 3KG나 남았는데 아직. "

 

루한의 퉁명스러운 말투를 눈치채고는 민석은 다시 ' 아이,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할게요! ' 하며 루한의 팔에 팔짱을 낀다. 루한은 한숨을 쉬더니 어린애처럼 웃는다. 오늘도 평소처럼 루한과 함께 이유 아닌 이유로 운동을 끝 마치고 체육장을 나오려고 하는데 밖에서 갑자기 다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민석은 깜짝 놀라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확인하려고 무조건 나가려고 뛴다. 루한은 민석의 팔을 붙들곤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알고 무작정 나가냐며 민석을 꾸짖었다. 민석은 시무룩해지기는 커녕, 밖의 상황을 살피자고 루한의 팔을 끌어당겼다. 저 높이 있는 연습장의 창문으로 루한이 밖의 상황을 살짝 보더니, 표정이 점점 굳어가며 하얘졌다. 민석은 당황해 무슨 일이냐고 재촉하지만, 루한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 기, 김민석. 우리 나가면 안돼 …. 다, 당분간은. 당분간만 여기 있자. "

 

루한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민석은 박스들을 밟고 겨우 창밖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창 밖의 상황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로봇들이 사람을 처참하게 죽이고 있었다. 몸을 찢어갈기고, 공격형 로봇들은 드릴과 같은 무기로 사람을 정확히 찔렀다. 사지가 잘린 사체를 보고 민석은 기겁해 바로 몸을 웅크리고는 부들부들 떤다.

 

" 뭐, 뭐야 …. 저, 저게 뭐에요? 코, 코치. 님 …. 저, 너무 …. 무, 무서워요. "

 

민석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춰보지만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떨릴 뿐이다. 루한도 마찬가지였지만, 밖으로 티내지 않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편리를 위하여 로봇을 만들었다. 모든 일을 로봇이 맡게 되었고, 사람들은 편리를 위하여 권력을 포기했다 …. 그러니까, 모든 일을 전적으로 로봇에게 맡겼다. 심지어 정치까지도 …. 지능이 뛰어난 로봇들의 반란인가? 일단은 민석을 진정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할 것 같다.

 

" 진정해, 걱정 마. 괜찮을 테니까. "

 

루한은 민석의 옆에 앉아 등을 토닥여주었다. 민석의 떨림은 약간 줄어들었지만 갈 곳을 잃은 눈동자가 여기저기 불안하게 시선을 움직이고 있었다. 루한은 다시 한번 밖의 상황을 살폈다. 창문으로 보이는 밖의 범위에는 일단 살아있는 ' 사람 ' 은 전혀 없다. 학교의 창문 곳곳이 피로 물들어 있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토기가 밀려온다. 선생님들, 학생들까지 희생당한 거구나 …. 이 때, 갑자기 창문의 밑에서 로봇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로봇은 창문을 마구 두드려댔다. 다행히 공격형이 아닌터라 도구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지만, 지능형이라면 …. 말이 달라진다. 공격형 로봇은 무조건 도구로 사람을 공격하고 본다고 들었다. 공격형은 어쩌면 제일 쉬운 타입일지도 모른다. 그저 공격만 피한다면 되니까. 어깨너머로 들은 지식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 지능형 로봇은 사람보다도 상황파악이 빨랐다. 만약 지금 이 로봇이 지능형이라면 아마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안에 들어오려 할 것이다. 공격형 로봇들을 유인하여 억지로 쳐들어올지도 모르고. 지원형 로봇은 공격형과 지능형 로봇의 에너지원이었다. 지원형 로봇이 만들어내는 전력은 공격형과 지능형 로봇이 활동할 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들었다. 하나의 큰 지원형 로봇으로 100개 정도 로봇의 전력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나 …? 그래, 이거야! 일단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이 ….

 

" 코, 코치님! 창문이, 창문이 부서질 것 같아요! "

 

민석의 다급한 외침에 루한은 민석을 꼭 붙들고 반대쪽 창문의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선 다시 안으로 들어와 박스안을 살피더니, 단단한 몽둥이 하나를 꺼냈다. 그래, 저깄다. 루한은 민석을 먼저 내보내고, 곧 이어 달려나와선 무리에서 떨어진 지원형 로봇을 포획했다. 지원형 로봇은 공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의외로 손쉽게 포획할 수 있었다. 민석은 무슨 생각인거냐며 위험하다고 로봇을 놓으라고 했지만, 루한에게는 나름대로 작전이 있었다.

 

 " 민석, 이 지원형 로봇이 없으면 저 로봇들은 우리에게 해를 가하지 못해. 이 로봇을 없애면 될거야. "

 

루한은 말을 끝내자마자 몽둥이로 로봇을 세게 내려쳤다. 로봇은 전원이 꺼진 듯 하였다. 민석과 루한은 조심스레 건물의 옆면으로 이동 해 운동장과 학교의 상황을 살폈다. 어째서지? 로봇들은 여전히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원형 로봇이 분명 파괴되었는데, 어째서 멈추지 않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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