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더보이즈 세븐틴
l조회 328l
책임감 없는 내가, 그 형과 약속을 했다. 봄이 찾아오는 사 월이 되면 네가 좋아하는 커피, 내가 좋아하는 생과일 주스 하나 들고 벚꽃나무 아래서 웃어 보자고. 여름이 찾아오는 칠 월이 되면 너와 내가 좋아하는 고기 먹으러 바다 가자고. 가을이 찾아오는 구 월이 되면 너와 내가 장만한 코트 입고 기차 타서 떠나자고. 겨울이 찾아오는 십 이월이 되면 눈 펑펑 내리는 요코하마로 가서 눈사람 하나 만들고 다 만들면 네가 좋아하는 매운 라멘, 내가 좋아하는 따끈한 우동 한 그릇씩 먹자고. 그렇게 하고 나서 다시 봄이 되면 완전한 우리 사이가 될 수 있던 사계절에 감사를 드리자고 그 형과 약속을 했다. 

 

"사진 진짜 많은데? 다 옮기려면 이틀 정도는 족히 날밤 까겠어." 

"괜찮아요. 다 옮겨 주세요." 

 

형보다 어리다면 또 얼마나 어리다고 난 형 앞에서 투정을 자주 부렸다. 배고프다고, 심심하다고, 다리 아프다고, 힘들다고, 목소리가 더이상 안 나온다고. 형은 형이 챙겨 뒀던 사탕을 내 입 안에 넣어 주면서 촬영 도중에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려 줬고, 내 다리를 그 작은 두 손으로 주물러 주면서 어깨도 주물러 주고, 나의 눈물에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눈은 웃고 있었다. 

 

"이거 되게 잘 찍었네. 여기 어디야?" 

"대한민국이에요."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어? 어디?" 

 

아무도 확신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때, 형은 내 등짝을 때려가며 설득했다. 장담 하나 하는데, 지금부터 나와 같이 가 주면 다시는 이런 혼란을 안 느끼게 해 주겠다고. 철 없던 날들의 고집은 그렇게 꺾였다. 형은 하루가 끝이 날 적에 나에게 말을 걸었다. 힘든 일은 없었는지, 섭섭한 일은 없었는지. 나중에는 형이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형에게 토로했다. 이 부분이, 이 사람이, 이 상황이... 형은 잠이 오는 바람에 끝까지 들어 주지도 못 했지만 형의 긴 속눈썹을 보면서 나는 연신 떠들었다. 그렇게 욕심 많던 사람이 나를 위해서 포기하는 게 더 많아지던 날들의 연속. 그런 새벽도 있었다. 

 

"인물 피사체는 다 같은 사람이야?" 

"네."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형과 영화도 보고, 밥도 같이 먹으러 다니면서 훗날이 되어서는 내가 운전해서 지방으로 간 다음 사진도 많이 찍고 그랬다. 형 특유의 성향을 쉽사리 바꿀 수는 없었지만 짐을 넣을 가방에 무언가를 차곡차곡 넣고 다 필요한 거라며 능청 맞게 웃어대는 모습이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스케쥴이 있어도, 몇 시간 잠을 못 자도 형과 함께 떠났다. 고속도로의 미비한 바람도, 그 곳에서만 특별하게 먹을 수 있었던 음식도, 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형이라도 먼저 재우고자 해서 서울로 다시 출발하던 중 형에게 자라고 당부했다. 분명 피곤할 거라고. 형은 '어떻게 운전하는 사람 혼자 놔두고 그럴 수 있냐'더니 어느새 잠꼬대까지 늘어 놓기도 했다. 

 

'빈아... 으음... 미안해... 내일은 형이 더 잘해 줄게... 미안해...' 

 

형 앞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울어본 적이 없지만 애석할 정도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헌신에 내가 이렇게나 잘 컸는데, 나는 형을 아래서 봐야 할 만큼 잘 자랐는데. 충분히 받았는데. 형은 아직까지 미안하다며 자신만의 자책감에 사로 잡혀있었다. 내가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그 감정에 형이 나에게 예전처럼 해 주었던 방법으로 같이 울었지만, 같이 울 수가 없었다. 단순히 이렇게 해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이 감정에 도저히 운전을 이어할 수가 없어서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밖으로 나와 혼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와중에도 심장은 눈치도 없이 빠르게 뛰면서 나에게 '첫사랑'을 알려 주었다. 그런 새벽도 있었다. 

 

"이 사진이랑, 이 사진은 인화하지 말아 주세요." 

"왜? 잘 못 나와서?" 

'이건 못 나왔다. 지우자.' 

"...아니요. 그냥 카메라 안에 담겨 있는... 그대로 두고 싶어서요." 

 

형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나 혼자 속 시원히 털어 놓아도 형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벌써 멀게 느껴졌고 그게 무서웠고, 싫었고, 또 아프기만 했다. 그저 형이 웃는 것만 보고 싶었고 그래서 형을 웃게 해 주려고 노력했는데, 그렇게 지내 왔던 모든 날들을 나의 애달픈 '짝사랑' 하나로 망칠 수가 없었다. 내가 형을 만나면서 얼마나 행복해 졌는데, 이미 행복해 졌는데도 그걸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까지 얼마나 힘들어 했는데. 그것까지 도와 준 형에게 차마 어떻게... 

 

"이런 거까지 다 보셨을 텐데 사진 주시면서 별 말씀은 안 하셨어?" 

"응, 그냥 다음에 또 오라고 하던데요." 

 

아직도 형을 잊지 못 하는 내가 꿈을 꿨다. 형과 사 월에, 칠 월에, 구 월에, 십 이월에 떠나는 꿈. 떠날 때마다 비가 왔다. 형은 나에게 우산을 씌워 주면서 비를 부르고 다녀서 미안하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나는 문득 걸음을 멈췄고 형은 얼른 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 우산 안으로 들어가서 형과 같이 걸을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 지, 뭐가 그렇게 억울했던 것인지. 나는 그대로 돌아서서 도망쳤다. 형이 나에게 소리 치고 나를 불러댔다. 금방이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학연이도 하늘에서 널 보고 싶어할 거야." 

 

형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 '땅이 되어 줄게'라고 했었다. 지칠 때마다 천장을 바라보고 눈물을 참던 나에게 하던 말이었다. 결국 참을 수 없는 눈물에 땅을 보고 한숨을 쉬면 그만큼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날 떠올리게 될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었다. 납득이 되지 않았던 말이었다. 형은 '땅'이 아니라 '하늘'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임감 없는 내가, 그 형과 약속을 했다. 아무리 시련과 고난이 와도 형 얼굴 한 번 생각하고 참아내자고, 시간이 빨리 흘러가도 형이 해 줬던 말 다시 새기고 형을 잊지는 말라고, 모든 것에 익숙해 져도 형의 소중함은 네 품 안에 늘 간직해 달라고. 나는 처음부터 책임감이 없었고 지금도 형처럼 넓은 그릇을 가지지는 못 했다. 그렇게 부족한 내가, 그 형과 약속을 했다.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안 지킨 거 아니고 못 지킨 거니까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 주라. 그 추억은 내가 다 잊지 않았으니까, 앞으로도 잊혀질 일 없도록 할 테니까 형만 와 주면 돼. 만약 많이 더딜 거 같다면 내가 갈게. 형의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 하고 싶었어. 

 

"형의 홍빈이가 아니라, 형만의 이홍빈으로."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어둠에서 빛이 보이고, 그 빛은 너에게 갈 수 있는 무한한 존재일 지니. 나의 무지개로 너를 더 빛나게 할 지니, 이것을 '사랑'이라고 불러야겠다. 

 

"사랑해, 학연아..." 

 

 

 

소재 주신 'ㄱㅅㅌ' 님 감사합니다.



 
비회원130.89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는 홍빈이의 감정이 너무 절절하게 느껴와요..ㅠㅠ 카메라에 그대로 담아두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잘 느껴지고ㅠㅠ 홍빈이라면, 또 학연이라면 이런 말들을 꺼냈을 걸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글 감사해요!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기타[실패의꼴]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셨습니다 한도윤10.26 16:18
기타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3 유쏘10.25 14:17
      
      
기타 [실패의꼴]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셨습니다 한도윤 10.26 16:18
[배우/남윤수] 너를 삭제, 알렉스 10.20 17:38
기타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11 유쏘 10.14 23:54
기타 [실패의꼴] 애인이 돈을 먹고 튀었어요 한도윤 10.13 13:45
정해인 [정해인] 무뚝뚝한 남자친구 짝사랑하기_0214 1억 10.10 00:05
정해인 [정해인] 무뚝뚝한 남자친구 짝사랑하기_0115 1억 10.08 20:09
기타 [실패의꼴] 국민 프로듀서님 투표해주세요! 한도윤 10.07 00:01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초여름이기 때문에 한도윤 10.01 00:54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전)남자친구입니다 한도윤 09.19 23:12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연락하지 말 걸 그랬어 한도윤 09.12 23:53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카페베네 과일빙수1 한도윤 09.05 23:47
변우석 [변우석] 저는 불륜녀입니다_048 1억 09.04 22:47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양아치 권순영이 남자친구인 썰5 커피우유알럽 08.27 19:49
기타 귀공자에서 폭군으로1 고구마스틱 08.26 20:47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맘처럼 되지 않는다고1 한도윤 08.22 22:51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이런 사랑은 병이다 한도윤 08.15 14:11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고백 1 한도윤 08.08 22:38
변우석 [변우석] 저는 불륜녀입니다_0312 1억 08.07 19:32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재회 24 한도윤 08.04 17:45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재회 12 한도윤 08.01 23:08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첫사랑과 헤어진 날 한도윤 08.01 23:07
변우석 [변우석] 저는 불륜녀입니다_0210 1억 08.01 22:09
변우석 [변우석] 저는 불륜녀입니다_0112 1억 07.29 23:28
[김무열] 조폭 아저씨와 최고의 망상을14 1억 07.17 22:48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8 1억 05.01 21:30
나…19 1억 05.01 02:08
전체 인기글 l 안내
11/22 12:46 ~ 11/22 12:4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