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반가워요! 아, 어색하다.
안녕하세요, 잡지사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오징어라고 해요. 요즘 연하남이 대세라는 말에 저도 한번 적어보려고 왔어요.
아, 존댓말은 불편하네요.
반말로 써도 되지? 일단, 남자친구랑 처음 만나게 된 얘기를 해줄께.
나는 연예부터 정치까지 모든 분야에서 거의 최고로 꼽힌다는 한 잡지사의 편집장이야. 일단, 잡지 이야기까지 하면, 너무 사적인 이야기일거 같아서 그건 비밀로 할께.
지금 내 남자친구인 경수를 만난건 크리스마스 이브였어.
안타깝게도 독자들이 생각하는 막 길을가다가 서로를 봤는데 첫눈에 반해서 사귀게 되었다거나,
길을 가다 부딪혀 물건을 떨어트렸는데 그 사람이 물건을 줍다가 손이 닿아서 사귀게 되었다던지, 그런 이야기는 아니야.
크리스마스,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아름답고 낭만적인 날이겠지. 그러나, 약 2년전의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내 잡지국에 있어야만 했어. 곧있으면 나오는 잡지의 마지막 정리를 하기도 해야했고, 또 인터뷰한 것들을 내가 다시 정리해야했고, 그나마 같이 일을 하는 팀에 남아있는 부원마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정신을 못차리고 정리본을 엉망으로 해 놓고.
"이게 아니잖아요, 지은씨. 제가 몇번을 말합니까. 여기서 당신을 너무 부각시키지 말아달라구요"
"크리스마스 이브에요, 편집장님. 바쁘건 지금 밤 10시에요. 저희도 남자친구도 만나고, 놀고싶다구요. 솔직히 놀고싶은데 이런 일이 눈에 들어오겠어요?"
평소에 자신이 해야하는 말은 한다는 직원인 이지은이 올린 보고서가 너무 엉망이였고, 평소에 인터뷰를 하면 전에 연예인이 꿈이 였다고 하던데 그래서 인지 너무 자신을 부각시켜 예를들어,
"네, 안녕하세요. 블락비인터뷰를 하게 된 이지은입니다"
솔직히, 이정도까지는 이해해. 당연히 해야할 절차이기도 하고. 그런데
"재효씨, 저는 이지은입니다. 재효씨 이상형을 들었는데 전 어떤가요?"
이러면서 사적인 감정을 너무 많이 넣기도 해. 솔직히 편집장으로써 자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사장님의 딸이야. 정말 아이러니하지?
나는 3년동안 한번도 쉼없이 바닥에서 올라와 이제서야 편집장이라는 자리에 앉았는데 누구는 부모님이 잡지국사장이라서 그냥 기사 몇개만 성의없이 써 놓으면 나나, 또 다른 부원인 백현이 모조리 다시 수정을 해서 이지은이름으로 올려놓고.
하여튼, 크리스마스. 하긴, 그냥 이지은말을 듣고 나니까 기분나쁘다는 생각보다 '아..오늘 크리스마스이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일에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는 나이기에, 사실 그때 집에 안간지 한 1주일?정도 되어갔었어. 그래서
"...지금 모두 퇴근하셔도 됩니다"
모두 퇴근을 하라고 했어.
"징어야-"
아, 또 한 부원. 변백현. 내 친구기도 하고 나에게 회사에서 정말 많은 힘을 주는 사람이기도 해.
중학교때부터 같은 대학교를 나와서 모든 것을 알고있다고 생각해도 될꺼야 아마.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넌 어디 안가?"
크리스마스 이브가 오늘인지 이제 막 알았는데 약속이 있을리가 있나,
"아니, 그냥 집에서 치킨이랑 맥주쫌 사가서 센치하게 먹지뭐. 넌 또 여자친구 만나러 가나보네, 아주 싱글벙글"
"응, 만나러 가야지. 봐봐 지금 전화온다. 맛있게 먹고, 3일 후에 보자!"
그냥 책상위에 앉아서 마저 하는 문서를 치고 있으니까 변백현이 와서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뭐 약속은 없냐고 묻더라, 그런데 진짜 없었어. 만키보드를 치면서 없다고 대답하니까 변백현이 자기 휴대폰에 [여신님]이라고 뜨는거 보여주면서 여자친구 만나러 간다더라, 참 예쁜 커플이라서 잘가라고 하고 그냥 난 계속 문서정리를 하고 있었어.
한 3시간? 어느새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닌 크리스마스였어, 자리에서 일어나서 잡지국 창문으로 바깥을 보니까 모두들 새벽인데도 싱글벙글 노는 커플들도 많았고, 가족들도, 그리고 형형색색의 트리들도.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짐을 챙기고 집을 가려고 잡지국을 나섰어.
차를 타고 가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아,
내 자동차에 밀가루가 뿌려져있었어.
"...하"
정말 덕지덕지,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뿌렸을거지만, 너무나 피곤하기도했고 그냥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느낄겸, 걸어가기로 했어.
그런데, 구두굽이 뽝!!진짜 뽝!! 부서졌어. 망할 크리스마스.발목까지 쓰렸고 집에 가려면 되게 많이 남았는데 당황스러웠어. 주위에 신발을 고칠만할 곳도 없었고 편의점에서 본드를 사서 구두굽을 붙이려고 하니 너무 아끼는 신발이고 꽤 가격도 나가는 신발이라서 그냥 달랑달랑거리는 굽을 달고 절뚝거리면서 걸어갔어. 그리고, 자주 가는 치킨집에 우여곡절끝에 도착해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있는데 카운터 앞에서 한 커플이
"아잉~내가 들께"
"아니야, 자기는 그냥 내 손만 잡아"
"자기야, 나 너무 추워"
"우리 자기 추워? 내가 따뜻하게 안아줄까?"
"안아주지말고, 뽀뽀해줘어"
이러면서 완전 쌩쇼를 하더라, 새벽인데도 꽤 유명한 치킨집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고, 그냥 그땐 나도 모르게
"이봐요, 거참. 추우면 외투를 입으시고 사람 많은 곳에서 그렇게 꼭 애정행각을 벌이셔야합니까?"
라고 말했어. 말해놓고서 나도 뻘줌...아, 그래!!솔로라서 그런가보다!!!그래서 더 센치해졌나보다!! 그때,
유니폼입고 눈 큰 사람이 치킨두마리시키신분? 이라면서 외치더라,
일어나서 뭐하냐고 외쳐놓고는 자기혼자 얼굴빨개져서 아마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날 정말 미친년으로 봤을꺼야.
그리고 이럴때 필요한건 뭐?
스피드
그렇게 바로 일어선 채로 카운터로 뛰어가 치킨이 든 봉투를 들고 달랑거리는 굽이 붙어있는 구두를 신고 뛰어갔어. 그런데,
그 알바생이 갑자기 카운터에서 나와서 나를 뚸어오는거야!!와, 그때는 진짜 무슨 영업방해로 나 신고하는지 알고 진짜 이 악물고 뛰었는데
젊은 피라서 그런지, 그 알바생은 한 10분간의 추격끝에 나를 붙잡았어. 그래서 나는 그냥 고개 푹 숙이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냥 가게 안에서 애정행각하는 거 보고 그냥 저도 모르게..죄송합니다..영업방해였다면 죄송합니다" 라고 웅얼웅얼거리고 있는데
그 알바생이 내 손을 잡아서 무언가를 쥐어주는거야. 그리고는,
"뭐가 그렇게 미안해요. 쿠폰하나 전해주려고 했는데, 사람 미안해서 죽으려고 하네요. 당당하게 살아요. 그리고 밤거리 이렇게 혼자 거닐면 위험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라고 말하는거야. 그리고는 알바 중간에 뛰쳐나온거라서 그런지 말하고 나서 바로 또 빨리 가게로 뛰어가더라. 그제서야 내 손에 그 알바생이 쥐어진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손바닥을 펴면
[10번 이용시 1마리 공짜!]
라고 적혀있는 쿠폰이 있었어. 계속해서 쓰고 싶은데 또 문서정리가 있어서ㅠㅠ다음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