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니 남자였을때
목련
제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겁탈을 당했습니다.
이 일이 벌어지고 주의에서도 걱정 할 만큼 착하디 착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여자친구가 저보고 미안하다고 하네요.
우리는 왠지,
슬픈 이별을 할 것 같습니다.
이홍빈 일기 中
주의에서 오래가라며 누구 한 명 나쁘게 본 적 없었던 우리 커플들은 아직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누리지 못할 것들을 빼고는 다 누려 봤다.
데이트로 영화관을 간다거나 놀이공원을 가서 재미있게 놀면서 사진을 찍고 사람 많은 벚꽃축제도 가서는 한번 싸우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잘 지냈다.
그러던 날 내가 몸이 몹시 안 좋았던 날이 있었다.
그 날 따라 몸이 이상하게 안 좋으면서 조퇴도 하기 싫은 거다.
그래도 조퇴하고 빨리 집에 가서 쉬라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집에 가서 따뜻하게 침대에 누워 잠에 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시계는 새벽 다섯 시 반을 가리키고 있고 알림은 열심히 울렸다.
오래 잤네 생각하며 교복을 입고 집을 나와 자연스럽게 학교가 아닌 너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집 문을 두들기니 평소와 같이 우당탕타 하며 나오는 네가 나오질 않았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니 받지 않아 집으로 전화를 하니 문 안으로 따르르릉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 왔다.
몇 분을 집 앞에 있었을까 그냥 돌아 학교로 갔다.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피하며 반에 들어오니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나를 놀란 눈으로 다들 쳐다본다.
그리고 한 명이 나에게 오더니 나보고 그 소리 못 들었냐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그 얘의 말을 듣자 말자 뛰었다. 그냥 뛰었다.
“성폭행을 당했대, 어제 밤에 혼자 집에 가고 있는데 당했다고 하더라고”
왠지 꺼림 직 하다고 했다.
어제 그렇게 침대에서 잠드는 게 아니었다.
모든 게 내 책임 같았다.
선생님께 닦달해서 알아낸 병원에 도착하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병실 앞에 딱 서자 들은 생각은 딱 세가지었다.
첫 번째로 진짜 너 일까 궁금했다.
두 번째로 전부 내 책임 같았다.
마지막으로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마지막 생각은 다 부질 없다는 듯 호실 앞에서 처절하게 너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같이 울고 싶다. 내가 어제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네가 성폭행을 당한 일 따위는 없었을 텐데
무서움과 두려운 마음으로 호실의 문을 열었다.
이불에 얼굴을 묻고는 울고 있는 너를 보자는 가슴이 찡하게 아팠다.
“별빛아”
다정하게 너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니 너는 울고 있던 행동을 멈췄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침대에 앉았다.
옆에서 보조 의자에 앉아 저를 보던 어머니는 하루 사이에 많이 수척해 있었고 심란해 보였다.
아버지는 범인을 잡으러 가셨는지 병실에는 있지 않았다.
“별빛아, 괜찮아”
괜찮다며 안아주니 또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왜 내가 몸 관리를 조금 더 신경 쓰지 못했을까 왜 너를 혼자 집에 가게 했을까
그냥 전부다 내가 잘못했어 별빛아
“홍빈아”
여전히 얼굴을 이불에 파묻고는 내 이름을 부르는 별빛이를 봤다.
“나 지금 너무 힘들어, 너한테 너무 미안하다.”
아,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너는 나에게 잘못한 게 없다.
근데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뭐가 미안해, 너 나한테 잘못한 거 있어?”
“너는 내가 실망스럽지 않아? 이제 난”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별빛이를 보며 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았다.
별빛이와 나는 모든 게 서로에게 처음이었다.
첫사랑 첫 포옹 첫 키스까지 뭐하나 첫 번째가 아니던 게 없었는데
지금 별빛이는 이런 사소한 거에 나에게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게 무심코 화가 났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이 일은 별빛이가 원해서 당한 게 아니다. 근데 왜 네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네가 어떻든 좋아 상관없어”
“난 안 그래”
무슨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