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앉아있어."
왜 갑자기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나중에가서 너때문에 벌을 받았다며 그러니 장기 하나를 내놓으라는 뭐 그런 속셈은 아니겠지.
아, 너무 깊이 생각했다. 어쨌던 나는 벌을 받지 않게되어 좋았다.
물론 내 책상에 놓여진 교과서에 써있는 도경수라는 이름이 매우 찔리긴했지만.
"도경수?"
"어제 집에서 문제풀다가 놓고왔나봐요."
"네가 웬일로."
"아침에 챙긴다는게 그만, 죄송해요."
오, 시발. 개멋있다. 내가 너에게 반해도 되겠니? 생긴것 마냥 말도 반듯반듯하게 잘하는것이 괜히 공부를 잘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첫인상이 좀 무서웠고 얘도 어쩔 수 없이 지랄견축에 속해있다는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쨌든 내가 짝꿍 하나는 참 잘만난것같다.
"큼, 다음부턴 잘 챙겨오고."
"네."
"다른 사람들은 책 다 있지?"
'네-.'
"그럼 수업시작한다, 자리에 앉고."
"감사합니다."
너 이새끼. 안 혼날 줄 알고 그런거구나? 불쌍한 중생을 구원해줘서 베리 감사. 나는 그제서야 내 책상에 올려져있던 도경수의 책을 걔 책상으로 밀었다.
그러자 책을 힐끔 내려다 보더니 다시 나에게로 민다.
이건 뭐냐,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도경수가 입모양으로 내게 중얼거렸다.
"그걸 주면 어떡해, 병신아."
"..."
등교 첫 날, 처음 만난 짝꿍에게 병신이란 소리를 2번이나 듣는 병신은 어디에도 없을거다.
얘가 존나세인건지 내가 존나쭈구리인건지. 그래도 기분이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책상 서랍에서 아무 공책이나 꺼내 귀퉁이를 조금 찢어내었다. 그리고 그 종이에 정성껏 적었다. '고마워.'가 쓰인 종이를 내밀자, 칠판에 향해있던 눈을 슬쩍 내리깔아 읽더니 핏, 웃는다. 지금까지 그렇게 안보였는데 참 잘생겼다. 책상에 놓인 샤프를 집어들어 그 종이에 자신도 무어라 적기 시작한다.
샤프를 딱, 내려놓더니 책상위로 종이를 민다. 뭐라고 적었나 봤더니.
'고마우면 빵.'
이란다. 돈도 많으면서 고작 해달라는게 빵이라니, 뭔가 귀여워서 한번 쳐다보고 웃으니 마주웃어주긴 개뿔 정색을 한다.
미안, 얼굴보고 안웃을게. 시발.
"으아, 졸려."
"계속 자놓고 졸리긴."
"..원래 자다일어나면 더 졸린거야."
"..병신."
등교 첫 날, 처음 만난 짝꿍에게 병신소리를 3번이나 들었다. 기록갱신이라니 이거 흥이나서 어깨춤이라도 덩실덩실 춰야겠다.
그 쪽지를 끝으로 깊은 잠에 빠져든 나는 수업이 끝나는 종을 알람삼아 잠에서 깨어났다.
기지개를 켜며 옆을 돌아보니 나의 기록갱신을 도와준 위대하신 짝꿍 도경수가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뭘, 그렇게 봐?"
"기억안나는 척 쩌네."
"..아."
지금 내가 빵사러 가자고 안했다고 삐진건 아니겠지? 그거갖다가 삐지면 너한테 반한거 취소하고 너를 반으로 갈라버릴지도 몰라.
그래도 오늘 혹시몰라 돈을 챙겨와서 다행이다. 물론 그 돈의 쓰임이 점점 빵셔틀로 변질되고 있는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도움을 받긴 받은거라 사주긴 해야겠다.
"그래, 가자."
"두개 먹어도 돼?"
"응, 우유도 마실래?"
"바나나."
"애기도 아니고."
"닥쳐."
3병신+닥쳐 패키지를 선물로 받으니 기분 째질것같다, 쓰동. 그나저나 빵 두개 먹어도 되냐는 질문과 바나나우유라는 대답이 굉장이 사람을 다시 보게했다.
그냥 겁나 센 캐릭터 인줄만 알았더니 은근 애같은 구석도 있긴 있다. 신나게 매점으로 내려가니 점심 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 중엔 변백현 개새끼도 있었다. 별로 마주치고 싶진 않았지만 매점 입구 쪽에 서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었다.
"ㅇㅇㅇ!"
"..."
"야!! ㅇㅇㅇ!!"
"..."
"쟤가 너 불러."
"몰라, 안들려."
지금 뭐가 들려? 아무것도 안들리는데? 너 귀가 좀 어떻게 된거 아니니?
나는 그렇게 조용히 매점으로 들어가려했으나 결코 조용히 매점에 입성할 수 없다는건 알고 있었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야, 씨발. 너 왜 나 쌩까."
"어? 백현아! 내가 널 언제 쌩깠다고 그래ㅎㅎ"
"진짜 쌩 안깠어?"
"어휴, 그럼~"
쌩깐거 같으면 쌩까게 냅두던가, 쫌. 넌 씨발 눈치도 없냐.
"근데 왜 둘이 같이옴?"
"내가 빵사ㅈ.."
"얘 내 빵셔틀."
개새꺄. 굳이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나도 안다고.
그렇게 사람 슬퍼지게 얘기 안해도 된다고. 게다가 매점 앞에서 이러지 말자 우리.
"야, 니가 뭔데 얘를 빵셔틀시켜."
"내 맘."
"야, 넌 뭔데 이따위 새끼 빵셔틀을 해?"
"..그럴 이유가 있어.."
그래도 날 걱정이나 해준다니 고마워서 땀이 눈에서 흐르려고 한다. 그래도 3년전 친구는 뭐가 다른게 있긴 있구나.
좀 개같은거만 빼면 말이야.
"이거랑, 이거."
"아줌마, 여기 돈이요."
우여곡절 끝에 매점에 들어와 결국 고른다는게 소라초코빵과 피자빵이란다. 그래도 비싼거 안골라줘서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계산을 끝내고 매점을 나서자 빵 두개와 바나나우유를 품에 넣은 도경수가 내 팔을 툭, 쳤다. 그에 무슨 일인가 돌아보니 나에게 초코빵을 내민다.
"자."
"응? 뭐, 설마 까달라고?"
"미쳤냐, 너 먹으라고."
"헐, 감동."
"니가 샀잖아, 병신아."
4병신 달성★ 그래, 내가 사긴 했는데 너 먹으라고 산 빵이잖아. 그럼 니거 아님? 아무튼 나에게 먹을것을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어렸을때부터 하던 나였기에 그 순간만큼 도경수보다 착한 사람이 없어보였다.
신나게 봉지를 뜯어 빵을 한입 베어물었다. 그리고 빵에서 새어나오는 초코시럽의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빵은 순식간에 내 손에서 사라져버렸고, 그걸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건 다름아닌 변백현개새끼였다.
"..헐, 내 빵."
"맛있네."
"미친놈아, 넌 왜 애 걸 뺏어먹어."
"빵셔틀꺼 뺏어먹는데 뭔 상관."
"내 빵셔틀이지, 니 빵셔틀이냐?"
"빵셔틀이 빵셔틀이지, 니꺼 내꺼가 어딨어."
이 빵빵 터뜨려버리고 싶은 새끼들아 빵셔틀 소리좀 그만하라고. 아무튼 나는 지금 먹을 것을 빼앗겨서 제정신이 아니거든. 씹.
"..변백현 개새끼야!!"
"아, 존나 아파!"
"씨발!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있어!"
"내가 뭐!"
"썅, 어떻게 먹을 껄 뺏어먹어! 니가 사람이야?!"
"아프다고!!"
변백현의 이름을 부른걸로도 모잘라 개새끼며 씨발이며 썅이며 쌍욕을 한건 그 학교 애들에겐 신기한 구경거리였다보다. 어느 새 주위엔 매점에 있던 아이들이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었고, 변백현 도경수와 나는 그 한 가운데에 있었다.
물론 애들이 몰려있던 말던 나는 그게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보이는건 오직 변백현개새끼의 입으로 들어가 잔인하게 씹힌 초코소라빵만이 보일 뿐.
"쯧, 잘하는 짓이다."
"씨발, 너 존나 나빠. 개새끼야. 너랑 안놀아. 너 절교. 너랑 연까. 시발. 넌 사람도 아니야. 개새끼. 지랄견같은 새끼. 어디가서 친구라고 하지도 마."
"헐, 그건 너무 심했잖아!"
"심해? 니가 내 빵 뺏어먹은거보다 심해? 이 심해수에 김장담궈버릴 새끼야!"
"미안. 내가 존나 미안. 그니까 그만. 어?"
"됐어. 너랑 말도 하기 싫ㅇ..어?"
"뭐야, 갑자기."
씩씩거리며 화를 내던 내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어딘가를 바라보니 그 곳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내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곳엔 쏠린 시선에 놀라 등을 보이고 걸어가고 있던 미미쨩이 있었다.
"헐, 비켜봐."
"어디가는데."
"니 알 바."
몰려있는 사람 속을 뚫고 그 애의 뒷모습만 계속 따라갔다. 내가 따라오는걸 알아버린건지 갑자기 달리길래 나도 같이 달렸다.
키가 커서 그런지 다리도 길어서 뛰는 속도가 장난 아니었다.
나같은 숏다리 배려 좀 해줬으면.
"야! 하, 존나 빠르네. 멈춰 봐!!"
불러도 대답없는 그.대.여..★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니가 잃어버린 미미누님을 되찾아줄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아, 멈추라고!!!"
결국 미미쨩이 멈춘건 학교 끝 담장이었다. 이 넓은 학교를 다 쏘다녔다. 달리다가 종친 소리가 들린것 같긴했지만. 아, 뭐됐다.
벽때문에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니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헉헉대던 숨을 잠시 고른 내가 그제서야 똑바로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놀란 눈을 똥그랗게 뜨고있는데 눈이 겁나 커서그런가 엄청 두려움에 찬 표정이었다. 누가 잡아먹니..?
"왜 자꾸 도망가는데."
"..."
"너 나랑 아까 어깨부딪힌거 기억나?"
"..."
기억안난다는듯 고개를 젓는다. 그래 기억할리가 없지. 원래 너같이 센 애들은 나같은 쭈구리를 잘 기억못하거든.
근데 아까 어깨 부딪힐때랑 우리 반왔을 땐 그냥 일진같았는데 이렇게 따로 있으니 의외로 여려보였다.
오히려 불안해하는 것이 큰애기같은 모습이었다.
"..나 너한테 줄거 있어."
"..."
"아, 말 좀 해. 아깐 말도 잘하더만. 새끼야."
"..뭐."
다른 지랄견들은 다 무서운데 넌 좀 만만하다. 미안한 소리지만 니가 제일 만만크리..ㅋ
"아무튼 그 때 이거 떨어뜨렸길래, 큼."
"..."
"이런거 학교에 막 들고다니지마, 그러다 일코해제라도 하면. 어휴."
"..."
주머니에서 미미누님을 꺼내 내미니 당황+놀람+황당+난감한 표정을 짓던 미미쨩이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머리를 헤집으며 씨발, 이란다. 지금 내가 약 2시간동안 미미누님을 품고있었다고 나한테 화라도 난거니? 그래도 난 너에게 그것을 찾아운 은인이라고.
꼭 저런 새끼들이 나중에 미미쨩보다 나나가 더이쁘다고 갈아탄다니까.
"미미가 이쁜건 알겠는데, 그래도 씨발이라ㄴ.."
"이거 누구한테, 말했어?"
"뭘? 아, 니가 미미 좋아하는 오덕후라는거?"
"뭔 개소리야."
"아, 이해할게. 오덕후라고 하는건 좀 기분 나빴나? 미안해. 그렇다면 사과할게. 그럼 오덕후말고 그냥 덕후는 어ㄸ.."
"아, 썅. 너 앉아봐."
입에 모터라도 달린듯이 말을 쏟아내던 나를 가만보더니 갑자기 팔을 질질끌고가 주변에 있던 벤치에 앉혀버린다.
아니 이새끼들은 가까이 다가오는것도 좋아하고 의자에 앉히는것도 좋아하나? 그러더니 내 옆에 자신도 앉고선 한숨을 쉰다. 뭔데 지 혼자 심각해?
"이거 내거 아니야."
"아니, 굳이 나한테까지 숨길필요 없는데? 나 이래봬도 입이 얼마나 무거운ㄷ.."
"내거 아니라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뭘 화를 내고 그래.."
"..하."
절대 갑자기 화내서 쫀거아니다. 괜히 나 혼자 중얼중얼 거리고 있으니 또 한숨쉰다. 한숨 많이 쉬면 우리엄마가 땅꺼진다고 했는데.
"뭘 오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거 내 거 아니고."
"..."
"내 동생 거야."
"..동생?"
근데 왜 동생 물건을 학교까지 들고 왔대? 이거 또 구라 아니야?
"응, 동생. 나 여동생 있어. 초3. 이름 박찬미. 수만초등학교. 2반."
"..."
누구 물어 본 사람? 안물 안궁..굳이 물어 보지도 않은 지 동생 신상을 혼자서 잘도 풀고있다. 느그 동생이 너 이러고 다니는거 알고나 있니?
"아무튼 이거 내 거 아니야."
"아, 그래."
그래도 자기 거 아니라니 아쉽다. 간만에 미미누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했더니만.
아, 나 오덕아님. 좀 씹덕이긴한데 오덕은 아님.
"진짜 아니야."
"알겠다니까?"
"내 거 아니야."
"..알겠다고."
"진짜야."
"시발, 알겠다고!"
이새끼 그렇게 안봤는데 뭐 집착증 같은거 있나보다. 한번 아니라면 아닌 거지 왜 난리야. 누가 지랄견 아니랄까봐 성격도 지랄 맞아서는..
"근데 너, 아까 왜 그냥 갔어?"
"..뭐."
"아까 변백현이 나 소개시켜줄때, 왜 그냥 갔냐고."
"..내 맘."
"..."
아까의 얘기를 다시 꺼내니 또 급소심 해진다. 야, 백현아 경수야 종인아 세훈아 이새기 철벽남 맞다.
그것도 철벽치는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아니면 그냥 나랑 친해지기 싫은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철벽을 뚫고 이제는 미미쨩아닌 이 철벽남과 가장 먼저 친해지는 여자 학생이 되겠다는 쓸데없는 다짐을 했다. 사실 단순히 오기가 생겨서였다.
"나중에 심심하면 수만초등학교 3학년 2반 찬미한테나 찾아가 봐야겠다."
"니, 니가 거길 왜 가."
"니네 오빠가 니 신상을 모조리 털고 다닌다면서, 하다못해 니 미미 머리핀을 학교에 들고 다닌다면서."
"그런거 아니야."
"그럼 뭔데?"
"아, 원래 얘가 자주 내 주머니에 넣어 놔..옷에 꽂아 놓고..막.."
"에이, 설마."
내가 못믿겠다는 눈치를 보내니 당황하며 손사레를 친다. 저러다 발까지 흔들 기세다.
"진짜, 진짜 아니야! 애가 장난끼가 심해서 그래.."
"아, 그럼 너도 장난끼가 심하겠네?"
"..어?"
"오빠잖아. 남매가 거기서 거기지."
"..."
"말 못하는거보니 맞구나?"
어짜피 니 동생이 없었어도 니 얼굴에 다 써있다. 나 장난끼 넘치다 못해 흐름. 이라고.
그나저나 지금 수업시간인데 어짜피 늦은거 그냥 여기 있어야겠다. 첫날부터 책도없고 땡떙이고 지랄견들과 친구먹은 무서운 애로 찍힌건 전 세계 통틀어 나밖에 없을거다
이게 다 변백현 때문이다. 변백현이 잘못했다. 변백현은 나한테 무릎꿇고 사과해야된다. 개새끼.
"근데 너 반 안들어 가?"
"괜찮아."
"오, 역시 지랄견답, 아. 아니."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
너도 니가 지랄견이라는거 알긴 아는구나? 그래 모르는게 바보지.
"너한테 머리핀 주려다 괜히 무단결과처리 되게 생겼네."
"아..미안."
"아냐, 괜찮아. 그냥 출석부에 줄 하나 그어지면 돼. 그게 뭐 별 일이라고. 그냥 대학갈때 엄청난 지장받는거 뿐인데. 그치. 나 정말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아냐, 진짜 괜찮아. 우리 엄마 아빠한테 할 얘기 없고 좋겠다. 난 어짜피 지방 대학 갈 성적인데, 뭐."
"..내가 해결해줄게."
"뭐?"
니가 무슨 교장도 아니고 이미 그어진 내 출석부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거니. 도경수 말고 너에게 반해도 되겠니?
"내가 잘 말해볼게, 아마 결과처리 안될꺼야."
"..진심?"
"응, 진심."
"근데 왜 나한테 잘해주는데?"
"이거 찾아줬잖아, 아마 잃어버렸으면 동생이 날 죽였을지도 몰라."
"..아."
고작 10살 아이에게 잡혀사는 18살 고딩이라니. 너도 참 불쌍한 처지구나.
나는 순간 외국으로 떠나있는 나의 하나뿐인 오라버니 새끼가 떠올랐다. 한국에 돌아오면 우리 학교로 온다고 했는데. 그 날이 머지 않았다. 그 생각을 하니 또 한숨이 나온다. 아마 이 학교로 오면 충분히 지랄견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 얼굴이 좀 딸리나.
오빠와의 추억을 떠올리면 우리 오빠지만 그냥 시발 이 세상에서 꺼져줬으면 좋겠다.
"야, 너 돈 있냐?"
"..돈? 돈은 왜.."
"나 빵 좀."
"ㅃ..빵?"
"응, 빵."
솔직히 말하면 얘 너무 만만하다. 변백현 개새끼가 내 소라빵을 쳐드셔서 나는 배가 고팠다. 아 생각하니 또 빡친다.
도경수에게 빵와 우유 조공을 바치느라 돈을 다 써버려서 옆에있던 철벽남(그러고보니 아직 이름도 모른다.)에게 돈이 있냐 물으니 되려 놀란다.
여지껏 니가 삥은 뜯어봤을지 몰라도 삥 뜯기는건 처음이지?
"아, 그래. 가자."
"오, 너님 짱."
"..뭘, 이런거 가지고."
"근데 너 이름이 뭐야?"
"어? 아, 박찬열."
"아, 난 ㅇㅇㅇ."
"알아."
"헐, 소오름. 너 내 스토커?"
"..미친, 명찰있잖아."
"아하!"
내가 생각해도 난 병신이다. 나름 새출발이라며 회색 명찰을 단정히도 박아놓고선 그걸 까먹다니. 으휴, 집안 망신은 내가 다 시킨다.
"근데 변백현하고는 어떻게 친해? 걔 여자애들하고 잘 안노는데."
"중딩친구. 근데 걔가 여자애들하고 잘 안논다고?"
"응, 여친은 잘 갈아끼우는데, 여사친은 안만들어."
"와, 그냥 카사구나. 그렇게 안봤는데 별로네."
"내가 말했다고 하지마."
"응, 나 입 무겁다니까."
변백현이 카사였다니. 어쩐지 아까 변백현이 나를 오세훈과 김종인에게 소개시켜줄때 오세훈이 그랬었다. 또 여자 갈아끼웠냐고.
그래서 그랬구나, 여자 마음에 상처만 주는 새끼같으니라고.
"근데 너 되게 착한데? 왜 지랄견이야?"
"아, 너만 그렇게 느끼는거야."
"그럼 너 지금 착한 척 하는거야? 연기?"
"그건 아니고, 넌 내 비밀을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나쁜 놈."
"..내가 왜!"
그럼 내가 니 비밀을 알고있어서 잘해준단거였어! 내가 니 비밀을 몰랐으면! 니 핀을 줍지 않았으면! 넌 나에게도 다른 애들과 똑같이 나쁘게 굴었을꺼야! 이 새끼! 니가 제일 나쁜 새끼야!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아까처럼 손사레를 치며 당황한다.
"야, 아니. 내가 이상한 놈이 아니라, 내가 원래 좀 여자들하고 못친해져."
"응, 그런거 같긴 해."
"근데 넌 좀 편해서, 그래서 그런거지."
"아, 그럼 안친한 애들한텐 지랄맞다는거야?"
"내가 일부러 그러는건 아닌데 자꾸 그러게 되네."
"..나쁜 놈."
"..."
어찌됐건 나쁜 놈이라는 소리 아니야. 오히려 안친한 애들한테 착하게 대해줘야지 나쁘게 하고있어? 근데 얘 입술이 대빨 나왔다. 설마 지금 삐진거?
"야, 삐졌어?"
"아니."
"삐졌네, 뭐 그런걸로 삐져. 이러니까 여자애들이 너랑 안놀아주지."
"..."
"아, 미안. 삐지지마~"
"..."
"그냥 내가 빵 안먹을게. 그니까 삐지지마. 나 삐진거 잘 못풀어준단 말야."
"됐어, 그냥 먹어."
철벽남에 츤데레에 오덕후에 지랄견에, 나에게 박찬열의 이미지는 안좋은것만 박혀있었지만 싫지가 않은 캐릭터였다.
지랄견치고 괜찮은거 같기도..하고..
《 지랄견 List 》
NO. 1 도경수
특징 : 반 1등. 공부 방해하면 빡침. ?
NO. 2 변백현
특징 : 내 중딩친구. 내 소라빵 먹은 새끼. 개새끼. 여자 자주 갈아끼움.
NO. 3 오세훈
특징 : 첫인상 겁나 쟈가웠던 애. 나한테 이쁘다고 헛소리함. 아직 잘 모름.
NO. 4 김종인
특징 : 첫인상 존나 무서웠던 애. 근데 인소 남주삘 대사드립으로 그 첫인상 다 깨버린 애. 나머진 잘 모름.
NO. 5 박찬열
특징 : 미미쨩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철벽남. 여동생있음. 살짝 츤데레삘.
NO. 6 ?
특징 : ?
NO. 7 ?
특징 : ?
NO. 8 ?
특징 : ?
♥ 디스 이즈 암호닉! ♥
모카 님, 권지용 님, 희수씽 님, 토익 님, 알 님, 기린뿡뿡이 님, 루루 님, 삼지창 님, 예찬 님, 유민 님
크림치즈 님, 세젤빛 님, 이리오세훈 님, 엑소영 님, 둥이탬 님, 순살 님, 뿅뿅망치 님, 헤헿 님, 계란찜 님, 김민석 님
짝짝 님, 하트 님, 롯데월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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