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야, 네 형이랑 잠깐 물가에 다녀오마.―
장마가 끝날 것이라고 했다. 돌이 물에 맞아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나는 잠에 깨었고, 그 누군가의 말과는 다르게 장맛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끈적한 방바닥을 일부러 크게 소리 내어 밟아도 되돌아오는 소리가 없었다. 찢은 달력 위에 적힌 그대로,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바닥에 달라붙어 맨살이 습기품은 바닥과 하나 됨을 느끼다가 불안감에 마루로 걸어 나왔다. 빗물에 젖어 이젠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살의 마찰음이 퍼져 나왔다. 좁은 마루에 걸터앉았다. 발등으로 빗물이 따끔하게 내려앉고 대문이라고 놓아둔 낡은 널빤지는 바람에 맞춰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할 뿐 사람을 맞이할 마음은 없어 보인다. 멍구 녀석도 날씨에 기죽었는지 제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저를 알리는 것은 땅바닥으로 치닫는 비뿐이다.
“…재환아, 재환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둥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하늘은 검게 물들었고 비는 아직도 존재를 알리기에 바쁘다. 드디어 널빤지가 들리고 물에 흠뻑 젖어 지친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
“재환아, 재환아…….”
아버지는 나를 보며 형의 이름을 불렀다. 아버지께서 남긴 쪽지에 의하면 형은 아버지와 함께 나갔다. 다가가 맞이하려다가 잠깐 멈추었다. 술을 드시지는 않았을 거다. 물가에 나가는 날이면 그곳은 사고가 나기 쉽다면서 항상 몸을 조심이 하시는 분이셨기에. 비에 젖어 몸이 약해지신 것인지 위태로워 보이는 아버지의 뒤를 보았다. 형이 없었다.
“아버지, 형은…….”
“밤이다. 들어가서 쉬어라. 아직도 비가 오는구나.”
아버지는 마루에 걸터앉아 장화의 끝머리를 잡고 힘을 주셨지만 살과 붙은 고무소질이 잘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버지의 장화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빗물이라고 하기엔 많은 양의 물이 장화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저기, 아버지. 형은요?”
“재환아.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가시고 다시금 남은 건 아래로 떨어지는, 위로 올라가는 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