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른 나라, 정국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선봉에 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우리는 왜 항상 모든 실수가 죽을 죄이며!"
눈물을 흘려가며 열변을 토하는,
"우리는 어찌 늘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아파야 합니까!!"
이 소년은, 나의 노비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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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우리는 인연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같은 날 같은 시에 같은 공간에서 태어날 수 있을까.
"축하드립니다 마님! 어여쁜 아기씨입니다!"
딸을 바라던 판서 댁에 드디어 찾아온 나라는 고명딸과,
"자네 수고 많았네. 일손이 하나 늘었구만."
판서 댁 행랑채에 태어나자마자 또 한명의 일꾼이 된 그 애는,
어쩌면 생년월일시를 제외한 모든 것이 정반대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그 생년월일시가 우리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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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침마다 보는 풍경은 항상 같았다.
마당을 쓸고 연못에 떨어진 낙엽을 건져내고 물고기에게 밥을 던져주는 그 아이.
그러다가 나랑 눈을 한 번 마주치면 고개 숙여 인사를, 두 번 마주치면 달려와서 필요한 게 있으시냐 묻는 그를.
본래 정국의 이름은 정국이 아니었다.
삼일이었다. 3일에 태어나서 삼일이었다.
나는 삼일이라는 이름이 싫었고, 글을 배우자마자 이름을 지어주었다.
바른 나라. 정국(正國).
한창 나라사랑 주군예의에 대한 책을 외우던 터라 내 측근이 바른 사람이 되길 바랐다.
"바를 정에 나라 국. 나라가 똑바로 서면 백성도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 백성의 도리는 나라의 책임이며, 백성의 권리는 나라의 의무이다."
"..."
"그래서 네 이름이 정국이야. 내 꿈."
"아가씨의 꿈...."
그 애의 마음은 물어보지 않았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모두 그 애를 정국이라고 불렀다.
한날 한시 다른 운명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