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귀가
-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삐소리 후에.....’
지금 전화만 5번째인가...아까 저녁 8시쯤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여보 나 오늘 회식이 있어서 늦게 들어가봐야 될 것 같다. 기다리지 말고 있어’
라는 마지막말만 남기고 이때까지 연락두절...
지금 시계가 12시를 향해 달려 가고 있는데 김준면은 어디서 뭘한다고 전화도 안받고!! 화가나서 전화기를 쇼파위에 확 던져버려
늦게 오던가 말던가..기다리지 말라고도 했는데 뭐,
티비 볼륨을 괜히 크게 틀어놓고 신경 안쓸려고 했지만
이거야 원... 티비가 눈에 들어와야지 보지!!
이때까지 뭘 하고 있기에 연락도 안받고 이러고 있을까,
옆집 아줌마가 회식한번 하면 밤늦게 술먹고 들어오는 남편 조심하라는 말에
에이, 우리 남편은 안그래요 라면서 한지도 일주일이 안지났거늘....
쇼파위에 있던 애꿎은 토끼인형의 귀만 잡아 늘어트리고 있어
오늘보니 이 토끼 인형도 꼭 김준면 닮은게 마음에 안들어 죽겠어
우당탕탕-.
그때, 갑자기 조용하던 현관밖에서 정체모를 우당탕탕 소리가 들려 그리고 곧이어 도어락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삑삑삑-삑-삐익
비밀번호를 틀렸는지 경보울림소리가 시끄럽게 울리자
어? 이게 아닌데 라면서 반쯤 혀가 꼬인 목소리
누가봐도 우리 남편 목소리야, 당장 달려가서 문을열고 한 소리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가만히 있으면 문 열어줄주 알고? 언제 여나 두고보자ㅋㅋㅋ
정말 안열어줄 마음이였는데.... 3번정도 경보울림 소리가 났나? 그제서야 또리링 하면서 잠금장치가 풀려
“00야.. 00...여보”
문을열자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술냄새가 온통 진동을해
아침에 말끔하게 메어 주었던 넥타이는 어디갔나 보이지도 않고
그 가녀린 팔다리는 자신이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휘청휘청거려
누가봐도 나 술취했어요의 표본이 되어서 풀린눈으로 날 한번 쳐다봐
“내가 많이 늦었지? 아- 연락할려고 했능데 배터리가 나가버려서#&**(&^^@&^”
몸을 못가누고 갸우뚱거리는 준면이를 앞에두고 나는 단단히 화가난 투로 팔짱을 끼면서 얘기해
“지금 시간이 몇시야? ”
“글세...몇시일까~~~요?”
하ㅋㅋㅋㅋㅋㅋ어이 없어서 말도 안나오지
연애시절에도 그랬듯 평소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술만먹으면 나오는 다른 모습이야
처음 엠티때 그 모습을 보고는 나를 비롯한 여선배건 후배건 좋아서 아주 입을 못다물었지 그냥ㅋㅋㅋㅋ
그랬었는데.....지금은 술과 웬수가 될것같아
준면이가 비틀비틀 걸어와서 당당하게 내 어깨위에 팔을 착 하고 휘감더니 눈웃음을 날려
“웃지마, 손내려”
내가 잔뜩 쏘아보면서 얘기하자 준면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아이구 우리 여보 화나어요? 화풀어 얼른~ 응?응?”
특유의 능글거리는 말투에 웃는얼굴을 보고는 이상하게도 꽁해있던 마음 한구석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야
어휴 내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였나 보다 ㅋㅋㅋ 하지만, 이렇게 넘어가면 계속
12시 넘어서 아무렇지 않게 들어올것 같다는 생각에 단단히 화난척을 하면서 방안으로 휙 들어가버려
그러자, 졸졸졸 베베꼬인 다리로 쫓아오는 준면이
" 여보 미안해, 다시는 안그럴께~ 회사에서 새신랑된 기념으로 축하주를 자꾸 먹이는 바람에..."
내 한쪽 어깨를 붙잡고 울상을 지으면서 칭얼칭얼 거려
" 배터리가 없으면 전화를 빌려서 하던지! 걱정되게!!
그리고 아무리 회식이라지만 12시 넘어서 들어오는건 또 ㅁ... "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사실인가? 내가 점점 김준면화 되가고 있나봐 평소에 준면이가 하던 잔소리를
똑같이 구구절절 뱉어내고 있는데 준면이가 검지 손가락을 내입술에 가져다 대더니 쉿! 하면서
여보, 그만그만 이라고 말과함께 침대에 그대로 누워버려
저 진상....저걸 지금 어떻게 할 수 도 없고.....그래 술깨면보자, 김준면
진짜 떡이 되어 늘여져 있는 준면이의 옆구리를 소심하게 꼬집고는 일단 양말과 코트를 벗겨내
오늘 고기집에 갔는지 기름냄새와 술냄새가 섞여 온집안을 휘감고 있어
근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바로 누우면 어쩌지...?대충 세수랑 양치질은 씻겨야 하나?
아니면 그냥 냅둬? 술먹고 들어 온 남편 뭐가 이뻐서...라고 했지만
결국, 다시 준면이를 깨우기로 마음을 먹고는
김준면, 일어나서 얼른씻고자 얼른!
그 말에 미동없던 준면이가 꼼지락 꼼지락거리더니 귀찮아 라는 말과함께 다시 꿈나라로 향해.....
가는걸 반대하는 나는 ㅋㅋㅋ 등짝을 퍽퍽 때리면서 화장실로 이끌어
"아아- 내일 씻을꺼야 내일"
" 조용히하고 들어가서 얼른 씻어!! "
휘청이면서 들어간 준면이를 뒤로하고...(뭐 거의 내가 억지로 보낸거지만)
벗겨논 양말을 빨래통안에 넣고, 코트를 옷걸이에 걸어,
냄새는 그냥 안빠질것 같으니 내일 세탁소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해
아니, 근데 화장실로 들어갔으면 물소리라도 들려야지 왜 이렇게 조용하지???
혹시........라는말이 역시나,
입에 칫솔을 물고 그자리에 서서 뒤로 넘어갈랑 말랑 하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어
그 모습을 본 나는 한숨을 쉬고는 졸고있는 준면이의 허리를 한손으로 감싸고 넘어지지 않게 한 후
양치질을 마무리하고 대충 세수를 시켜서 안방으로 보내
" 이제 자도 되지? "
눈을 비비면서 묻는 준면이에게 옷도 갈아입고 자야지! 라고 하고싶었지만
씻기느라고 진이 다 빠진 나는, 알았어 잠시만 하고는 로션을 콕콕찍어 새하얀 얼굴에 문질러 발라줘
" 나 자꾸 술 먹고 들어와야 겠다 여보가 다 씻겨 주고~"
말도 안되는 소리 ㅋㅋㅋ 내 표정이 싹 굳자 눈치보던 준면이가
"잠온다. 잘자요"
그러고는 애써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진짜 아들한명 키우는듯한 기분이 들어 ㅋㅋㅋㅋ
그나저나 내일 출근은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나도 쓰러지다 시피 불을 끄고 옆에 눕자 준면이가 내쪽으로 돌더니 팔하나가 내몸위에 촥
다리한짝이 내 다리위에 촥하고 올라와 그리고 나즈막한 소리로
"여보...미안해요....미안...미아ㄴ..."
하면서 점점 잠이 들어가
정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나닌깐
-
그냥 잔잔하게 일상 에피소드? 처럼 쓰고 있어여
맞다!! 그리고 댓글이랑 암호닉 감사드려요 ㅋㅋㅋㅋㅋ 흐허허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