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Plant
좋다.
넌 뺨을 스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눈을감고 생각했어.
자동차의 매연도, 도시의 소음도, 빵빵대는 경적소리와 숨막힐듯한 시선도 없는 이곳이 꽤 맘에 들었지.
어렸을때부터 앓아온 천식이 심해져서 어쩔수없이 전학을 오게 된거지만 차라리 더 좋았어.
물론 혼자는 아니었어. 집에서 붙여준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게 가족이 아닐 뿐인거지. 예를 들면 가정부아줌마라던가.
아무튼 그렇게 전학을 간 학교에서의 첫등교는 네 예상과는 다르게 건물도 큰편이었고, 학생들도 꽤 많았어.
전에 다니던 학교만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지.
2학년 3반. 전학을 왔다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널 바라봐. 그리고 넌 맨뒷자리 창가에 앉은 남자애와 짝궁이 됐지.
도시에서 살다와서 적응하기 힘들테니 잘 챙겨주라는 말로 선생님이 아침조회를 끝마치고 나가자마자, 역시나 아이들은 네 주변으로 몰려들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해. 넌 그냥 가만히 앉아서 묻는말에 대답만 할뿐이야.
다들 웃는얼굴로 널 반겨주는척했지만 네 뒷배경을 보고 다가오는건 이미 익숙했으니까.
마음한구석이 조금, 씁쓸해졌어.
1교시 수업이 시작돼도 넌 그냥 멍하니 창밖을 보고있었어. 어차피 첫날이라 책은 없었고 공부를 할 기분도 아니었거든.
하지만 창 너머의 풍경보다는 네 짝궁 남자애가 더 신경쓰여. 힐끔 바라본 반듯하고 깨끗한 명찰에는 정택운 세 글자가 적혀있었어.
네가 자신을 바라보고있는걸 알고 있을텐데도 택운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네게 눈길하나 주지않아. 마치 없는사람처럼.
넌 가만히 그런 택운이를 보다 택운이의 팔을 툭툭 쳤어.
조용히 필기를 하던 택운이가 약간 짜증난다는 얼굴로 널 보자 넌 택운이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
안녕?
가식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미소에 속으로 너 자신도 살짝 놀라고있었는데 택운이는 표정하나 변하지않고 다시 수업에만 집중해.
하지만 넌 아랑곳하지 않고 옆에서 계속 떠들었어.
난 김별빛이야. 친하게 지내자-
택운이에게 먼저 웃으며 말을거는 널 보고 주변의 아이들이 소근거리는게 느껴졌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아마도 넌, 이때부터 시작이었거든. 정택운에게 눈길이 가기 시작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