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너 볼 왜이래."
"뭐가."
"말 안 할래?"
"신경 꺼."
"아, 썅. 나 아니면 누가 신경을 써. 친구도 없는게."
"아, 나 친구 있다고."
"뭔 일인데."
공부하던 도경수가 펜을 내려놓고 일어나는 상황은 여러가지가 있다. 밥시간이라던지, 빡쳤다던지, 아니면 빡쳤다던지, 그것도 아니면 빡쳤을 경우. 아, 존나 빡쳤을 경우에도. 그러니까 얘는 지금 변백현과 내 얘기를 듣다가 지가 빡쳤단 소리다.
내가 뺨맞은게 그렇게 빡칠만한 소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얘 볼 봐 봐. 어디서 또 쳐맞고 왔어."
"너 존나 호빵맨같애."
"아, 그래. 고맙."
머리 좀 떼줄까? 너 먹을래? 안에 팥은 안들어있어 시발.
어쩐지 볼이 아까보다 더 탱탱한 느낌이 들더라니. 주름펴줘서 고맙네 일찐언냐개년아. 아무튼 나의 친구였고 오늘 친구가 된 지랄견 둘은 나의 볼을 보며 잔뜩 심각해져있었다. 물론 그걸 지켜보던 반 아이들은 한 마디도 못하고 숨죽여 있었다. 전학생이 첫날부터 이지랄이라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이건 다 누구때문이라고? 맞다. 변백현 개새끼 때문이다. 변백현이 계속해서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누가 그랬는데."
"3학년."
"남자?"
"여자."
"이름이 뭔데."
"몰라."
"왜 맞았는데."
"내가 어떻게 앎."
너, 너. 너!!! 너 때문이야!!!!! 너어!!!!!!!!!!!!!
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나름 일찐언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사실대로 말했다간 일찐언냐는 당장 내일부터 살아서 학교에 나올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 이유도 모르고 쳐맞아? 찌질이야?"
"..."
"찌질이맞네."
"..."
이 중요한 순간에 쟤는 왜 나타난건지 모르겠다. 교실 뒷문에서 나타난건 다름아닌 김민석이었다. 사실 아까부터 복도가 시끌시끌한게 김민석이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아까 최진리가 도경수에서 김민석으로 갈아탔다고 한게 이 김민석인가보다. 역시나 최진리는 구석에서 혼자 좋아라 하고있었고 그 옆에 있던 수정이만 괜히 낭패를 보고있었더랬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 김민석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이 새끼는 갑자기 등장하는걸 좋아하나보다.
"뭐야, 넌 또?"
"얘 맞을때 구해준 사람인데."
"..."
변백현의 표정은 흡사 니가?ㅋ라는 표정이었고, 도경수는 아직도 지혼자 심각해있었다. 아까 나한테 호빵맨이라고 한게 누구더라 씨빨. 어쨌던 김민석이 왔으니 모든 사실이 밝혀질것이다.
일찐언냐, 거 참 미안하게 됐수다.
"씨발, 진짜야. 내가 구했지. 너. 맞지."
"..어? 응."
"아, 난 또 구란줄."
그래 니가 날 구하긴했지만 마냥 고맙진 않은걸. 나는 찌질이로 결론이 났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누가 그랬는데?"
"걔, 너랑 사겼던 3학년."
"..."
"아, 이렇게 말하면 누군지 모르지, 너무 많아서?"
미친 카사새끼. 도대체 몇 명을 사귀고 다닌거야?
"저번 주 병신아."
"아, 씨발."
아, 이 새끼는 이름 말고 날짜로 알려줘야 사람을 기억하는구나. 그 저번 주 여친이 드디어 생각이라도 난건지 지 머리를 마구 헝클이며 혼자 씅질을 낸다. 그 모습에 나 뿐 아니라 모든 반 아이들이 쫄아 있었다.
얘들아 매번 나 때문에 미안..ㅎ
"야, 몇 대 맞았어."
"..어? 한, 한 대."
"구라치지말고."
"진짜! 진심! 진짜 한 대!"
"씨발, 진짜. 넌 왜 쓸데없이 쳐맞고 다니냐고. 아, 개같네."
씨빠류ㅠㅠ내가 맞고싶어서 맞았냐ㅠㅠㅠㅠㅠㅠ진짜 이 개새끼ㅠㅠㅠㅠ나한테 씅질이야ㅠㅠㅠㅠㅠ아마 내 표정은 울상일듯 싶다. 씅질을 낼꺼면 나한테 내지말고 내뺨 때린 니 저번주여친한테 내던가, 왜 나한테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 모든 일은 다 너새끼 때문인데 말이다.
"아, 존나. 진짜. 야. 일단 너 보건실 가."
"엉?"
"보건실 가라고, 말 귀 좀 쳐먹어."
"이 개새.."
"뭐, 개새끼? 너도 내가 개새끼같아?"
"아니, 무슨 소리야. 나 보건실 갈게."
뭐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 아무튼 난 변백현이 저정도로 빡친걸 처음봤단말이다. 말이 3년친구지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헤어졌기 때문에 난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어디서 맞고오니 화를 내주는건 고마웠지만 나한테까지 화를 내는게 문제지. 나는 아파서라기보단 무서워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 학교 아이들은 무슨 재미난구경이라고 다 몰려들어서는 내 앞길을 막는지 모르겠다.
됐고 빨리 보건실이나 가야겠, 아. 난 이 학교 지리를 모른다. 이를 어쩐담.
"너 보건실 어디있는지나 알고가냐."
"..아니."
"병신."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수만고등학교 2학년 3반 ㅇ병신입니다. 제 이름이 병신이라면서요? 저도 오늘 처음알았어요. 허허, 참. 병신이 내 이름인냥 부르는 도경수는 나를 보건실로 인도했다. 보건실에 도착해 나는 치료를 받았다. 보건쌤은 나를 안쓰럽게 바라봤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난 왕따나 그런게 아니라구요. 단지 찌질이일뿐. 내가 치료하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던 도경수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변백현이랑 놀지 말아야겠지?"
"어?"
"변백현하고 놀아서 이렇게 된거잖아, 너."
"음, 그런가."
따귀 변백현하고만 놀아서 그런건 아닌것같다. 그 여자는 내가 변백현 뿐아니라 도경수를 포함한 지랄견들과 가까이 지내는게 아니꼬왔던거니까. 계속 변백현탓을 하긴했지만 결론은 모든 지랄견들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난 앞으로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오늘 겨우 친해진 지랄견들을 다시 무시해야된다는 소리가 되기도 했다.
"아님, 우리 모두 때문에?"
"..."
귀신보다 무서운 놈이 도경수다. 난 분명 머릿속에서만 생각한건데 내 생각을 읽다니. 독심술이라도 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도경수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서 딱히 대답할만한 말을 찾지 못했다.
"하긴, 우리랑 가까이 지내서 좋을게 뭐가있겠냐."
"뭔 소리야?"
"우리가 여자애들하고 친하게 안지낸 이유가 이런거 때문이라고."
"..."
"니가 변백현 친구만 아니었어도 너랑 내가 친해질 이유도 없었을꺼고."
"그래도, 짝꿍인데?"
"내가 짝꿍하고 친해질 사람으로 보여?"
..아니ㅋ. 하긴, 도경수의 첫인상은 스스로 세상을 왕따시킬정도로 센캐였다. 쉬는시간에 반이 시끄럽다고 자신이 풀던 문제집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내뱉은 애가 세상에 어디있니. 그러고보면 도경수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내가 변백현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저 일반 전학생이었다면. 아무리 도경수와 짝꿍이었다해도 도경수는 짝꿍과 친해질 작자가 아니었다. 특히 나같이 여자였다면 말이다. 진짜로, 내가 변백현 친구가 아니었으면 오늘 내 학교생활은 어땠을까.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아마 여자애들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도 없었겠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 운명은 왕따였나보다. 제기랄.
"거 봐, 니가 생각해도 아니지."
"응, 그러네."
"어쨌던 변백현은 빡쳤고, 일의 중심은 너고."
"나 때문은 아니잖아.."
"그건 그런데, 변백현 성격에 가만히 있을 새끼는 아니라서. 너도 알잖아."
"그렇지."
파란명찰 언니를 지켜주지 못한것에 죄책감이 들정도였다. 겨우 뺨 한대 맞은걸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짜피 변백현이라면 무슨 일을 저질러도 조용히 묻어버릴 수 있을것만 같았다. 갑자기 변백현이 무섭게 느껴진다.
"근데 넌 왜 안때렸어?"
"내가 어떻게 때려."
"내가 보기엔 너도 성격 장난 아닌것 같은데."
"..하하."
찌발 무서운 놈. 나도 이 전학교에선 절대 찌질이가 아니었다. 지랄견들마냥 행동했으면 행동했지 절대 어디서 쭈구리처럼 지내지는 않았단 말이다. 나도 내가 이 학교와서 이렇게 찌질해질줄 몰랐지. 더군다나 나는 변백현 친군데 말이다. 한참 생각에 잠겨있다, 다 됐다, 라는 보건쌤의 말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보건실에서 나왔다. 점심시간은 이미 끝나 또다시 수업시간이 되었는지 복도가 조용했다. 벌써 두번째 땡땡이라니. 나는 그렇다쳐도 도경수는 명색이 반 1등인데 나 때문에 수업도 못듣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도경수는 오늘 나때문에 수학책도 안가져오고 수업도 안들어간 삐뚤어진 반 1등이 되버렸다.
"미안."
"..개뜬금 없는거 알지."
"응, 그냥 미안."
"뭐가."
"나 때문에 수업시간에 이러고 있고, 수학책도 나 주고."
"아, 됐어. 나 원래 이래."
원래 이러는 애가 그렇게 공부를 잘해서 반 1등도 하고 그러나보다. 그럼 나는 아주 전국 1등감이다. 아무튼 미안한걸 어떡해. 순간 몰려오는 미안함에 괜히 볼에 붙은 반창고만 만지작거렸다. 상처가 욱씬거렸다.
"나 이런거 처음이다."
"이런거?"
둘 사이에 말이 없어진 것도 잠시, 도경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용한 복도에 낮게 깔린 도경수의 목소리가 울렸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얼굴을 바라보니, 여전히 앞만 보며 걷고 있는 도경수의 옆모습이 보였다.
"여자랑 단둘이 복도걷는거."
"진짜?"
도경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 의외였다. 여자랑 단둘이 복도를 걷는게 처음이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생긴걸로는 이미 여자 여럿 울렸을것 같았는데.
"말했잖아, 여자인 친구 못사귄다고."
"여자친구는?"
"그냥, 별로. 관심없어. 변백현이나 그렇지."
"에이, 그래도 여자한테 관심없는 남자가 어딨냐."
"나."
늬예늬예 알게쭙니다~ 너 잘났다. 도경수. 한 마디로 연애 따위엔 관심없는 전형적 범생이라는거 아니야? 이거 갑자기 사람이 다르게 보인다. 정말 공부만 하긴 했나 보다. 설마 모쏠은 아니겠지. 저 얼굴에 모쏠일 수가 없다. 내가 저 얼굴이었으면 변백현처럼 여자 자주 갈아끼웠을 것 같은데.
"그럼 내가 첫 여자인 친구야?"
"너 내 친구 아닌데, 변백현 친구지."
"나쁜 새끼.."
"그래, 그럼 너 내 친구해."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풉, 웃더니 말한다. 여자는 안사겨 봤다더니 여자 가지고 노는 솜씨는 제법이다. 그래도 도경수랑 친구 먹은게 기분 나쁘지는 않다. 엄마한테 가서 자랑해야지, 반 1등이랑 친구 먹었다고. 물론 그 옆에 개새끼 몇 마리가 달려있을 뿐이라고.
***
수업시간 중간에 들어간 우리 둘을 보며 영어선생님은 큰 화를 내지 않았다. 아마도 내 옆에 도경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나 혼자서였다면 도자기 깨지듯 잔뜩 깨졌을것 같다. 어느 새 수업시간이 지나고 또다시 쉬는 시간이었다. 종이 치자마자 나의 칭구들은 내 자리로 몰려들었다.
"헐, ㅇㅇ아. 볼 괜찮아?"
"대박, 반창고 크기봐. 어떡해."
"부은거 봐, 진짜 개년이네."
"괜찮아."
흡, 나를 걱정해주는 여자인 친구들이 있어서 안심이었다. 도경수는 종이 치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져서 내 옆자리엔 대신 수정이가 앉아있었다. 그렇게 하하호호 떠들고있으니, 갑자기 복도가 소란스러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타난 사람은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변백현이었다.
"ㅇㅇㅇ, 보건실 다녀왔어?"
"엉? 어."
"반창고 졸라 크네."
"내 얼굴이 작은거야."
"개소리 하지마."
이 새끼는 한시간이 넘게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풀렸나보다. 언제까지 나한테 화를 내는지 지켜봐야겠다. 아니면 절교를 하던가.
"앞으로 그 여자가 너 안건드릴거야."
"아, 어떻게 했는데?"
"알거 없어. 귀찮으니까 맞고다니지마."
"알겠다니까."
어떻게 했는지 말해주지 않아도 어떻게 했는지 왠지 알것 같은건 내 착각일까. 그래도 일단 그 여자는 나를 다신 괴롭히지 않는다니 좋긴했지만.
"어떡하긴, 존나 욕먹었지."
"...어?"
"아, 개새끼야, 그건 또 왜 말해."
애떨어질것 같으니까 깜짝등장 좀 하지마. 또 언제 교실에 들어온지 모르는 김민석이 말했다. 그래도 때리진 않았다니 다행이다.
"여자라 차마 때리진 못하고, 세상에 있는 욕 없는 욕 다먹었다."
"헐.."
"그래야 다신 안붙는다니까, 나한테도 안붙고."
"그래, 너 잘났어. 새끼야."
김민석은 웃으면서 사람을 놀리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저게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정도로 말을 잘 비꼰다.
"그래도 고마워, 변백현."
"아, 됐어. 내가 귀찮아서 그런거야. 너 때문이 아니라."
"응, 그래. 알겠어. 고마워."
"너 때문 아니라니까."
"알겠다니까, 그냥 고맙다고."
"아씨, 그럼 소라빵 퉁치던가."
"그래, 좋아."
그렇게 안생겨서 쪼잔하게 아직도 소라빵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보다. 답지않게 귀여운 새끼.
"내가 빵 사줄까, 백현아?"
"됐어, 너나 먹어."
"에이, 먹고싶지?"
"..."
대답을 망설이는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얘때문에 진심으로 미소를 지은게 얼마만인지. 너 개새끼라 그런거 다 취소. 난 초코머핀, 이라며 먼저 휘적휘적 걸어가는 모습에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지랄견, 지랄견해도 무개념은 아니라니까.
《 지랄견 List 》
NO. 1 도경수
특징 : 반 1등. 공부 방해하면 빡침. 첫 여자인 친구가 나.
NO. 2 변백현
특징 : 내 중딩친구. 내 소라빵 먹은 새끼. 개새끼. 여자 자주 갈아끼움. 너 개새끼 취소.
NO. 3 오세훈
특징 : 첫인상 겁나 쟈가웠던 애. 나한테 이쁘다고 헛소리함. 아직 잘 모름.
NO. 4 김종인
특징 : 첫인상 존나 무서웠던 애. 근데 인소 남주삘 대사드립으로 그 첫인상 다 깨버린 애. 나머진 잘 모름.
NO. 5 박찬열
특징 : 미미쨩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철벽남. 여동생있음. 살짝 츤데레삘.
NO. 6 김종대
특징 : 해맑.
NO.7 김민석
특징 : 솔직히 난 아직 얘가 무섭다. 깜짝등장을 좋아함.
NO.8 김준면
특징 : 우리반 반장. 여행가기를 좋아한다함.
아직도 준면이는 출현을 하지 않았네요. 하하. 언젠간 하겠죠 뭐
오늘은 음 경수랑 백현이가 뽀인뜨?ㅋㅋㅋ
파란명찰언니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 디스 이즈 암호닉! ♥
모카 님, 권지용 님, 희수씽 님, 토익 님, 알 님, 기린뿡뿡이 님, 루루 님, 삼지창 님, 예찬 님, 유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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