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건수를 잘못 물어오면 어쩌나 싶었던 백현의 걱정은, 제가 데려온 녀석을 보며 만족스럽게 턱주가리를 쓰다듬는 찬열을 보자, 눈녹듯 사라졌다. 나이,직업,가족관계,키, 심지어 혈액형까지 물어보는 탓에 백현은 녀석이 아직 새파란 고등학생이라는 것과 부모없는 고아라는 것. 그래서 형과 단둘이 살고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도치않게 남의 신상정보를 알게 된 백현은 찬열이 묻는 말에 고개를 푹 수그리고 기계처럼 입만 움직여 대답하는 녀석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녀석의 볼은 - 찬열에게 데려오는 과정에서 사소한 실랑이가 벌어져 정수가 솥뚜껑같은 손바닥으로 내려쳐서인지 - 발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묵묵히 대답만 하던 녀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찬열의 뒷쪽에 서서 저를 바라보고있던 백현을 쳐다봤다. 무언가 갈구하는 눈빛- 그 시선을 마주하자, 백현은 턱 끝까지 숨이 차오름을 느꼈다. 심장이 불안정하게 쿵쿵 뛰어대는 찰나, 찬열이 녀석의 시선이 핀트가 엇나가있음을 알아차리고 백현을 돌아봄과 동시에, 녀석의 고개가 재빠르게 숙여지고, 그제야 백현은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 . . 이런 분위기로 쓸까 하는데 더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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