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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망상] 흑설공주 02 | 인스티즈



 

 

오랜만에 나와보는 바깥, 꽤 오랫동안 집 안에서만 울적히 지냈더니 이젠 햇빛마저 내 눈 앞을 하얗게 가려버린다. 어지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앞을 보기만 했다. 집 주변에 늘어서있는 앙상하게 말라버린 나뭇가지들. 마치 내 꼴 같아 시선 한 줌도 뗄 수가 없다.

그에게 버림받은 나. 동생에게 그를 뻇겨버린 나, 벌써 3번째다. 허탈하고 실감이 나지 않아 그와 헤어질 때 눈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내 입가엔 메말라 붙어버린 욕설만이 맴돌았고 그를 되돌려놓아야 겠단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와 헤어지고 난 후 집에 돌아와 불을 끄고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문득 그와 함께한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처음 우리가 만났던 날, 처음 손을 잡았던 날 첫키스를 했던날

그러고보니 난 거의 모든게 그와 처음이었다. 어릴 때 사귀었던 남자들과는 그 흔하다 빠진 손잡기도 해보기전에 동생에게 뻇겨버렸으니까 말이다.

하기야 그와 내가 무엇을 했던 이제 무슨 상관일까 또 병신같이, 뺏겨버리고 말았는데, 자신있게 그 앞에서 화조차 내지 못했던 난데 말이다.

겨우 뒤에서 그를 되찾을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나조차도 나 자신이 웃길 뿐이다.

 

 

[홍화 흥신소]

 

 

"후..."

 

발걸음을 힘겹게 떼어 온 곳이 겨우 이런 곳이다. 새삼스레 느꼈다. 난 이거 밖엔 되지 않는 인간인거라고 그렇게,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그를 찾아와야 한다. 도저히 그 만은, 동생에게 모르는 척 넘겨줄 수는 없었다.

 

"급한 거 아니면 책상 위에 쪽지에 신상, 부탁할 일 적고 현금 100"

 

"급..해요"

 

"...앉아"

 

뒤돌아서 커피만 마시다 급하다는 말에 돌아보는 그 사람, 내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어줄 사람. 홍정호

그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그를 소개했고 더불어 무슨 일도 해줄 수 있다는 듯이 나에게 신뢰적인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살인을 요구했다. 내 동생을 죽여달라고, 아주 잔인하게 갈기갈기 다시는 살아나 숨쉬지 못하도록

 

"미친거 아냐? 여기요. 사람 죽이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거든?제정신이야?"

 

"..난 어릴 떄부터 동생하고 비교당하면서 살아왔어요. 부모님도 남자친구도 어느하나도.... 다 내편은 아니었어요. 이런거 다 없는거, 그건 참을 수 있는데

진짜 정말...하...기성용은 되돌려놓고 싶어요...없으면..죽을 것같아..그러니까 제발..죽여줘요...내 앞에서 싹싹빌며 애원하도록 그렇게....네?... "

 

"..이름"

 

"..흐....."

 

"이름"

 

"...나....요?"

 

"...."

 

"..000..."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는 내 핸드폰을 내 손에서 가져가 자신의 번호를 찍었고 이내 그의 핸드폰에도 내 번호가 저장되었다.

난 너를 죽일 수 있을까 이제

 

 

 

 

 

 

 

 

 

-

 

 

 

 

 

 

기성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어지고 난 후에 처음으로 건 전화였다. 여러번의 긴 신호음 후에 받아진 전화였다.

'왜' 차갑디 차갑게 내 목을 움켜쥐는 숨막히는 한 마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그 한마디에 쓰라림과 벅참이 동시에 가득 차올라서

도저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회로가 정지한 것같았다. 난 아직도 이렇게, 3년 반이 지났는데도 너와 헤어졌는데도 미친듯이 뛰는데

넌 한낱 내 동생이라는 년과 시시덕대고 있으니 내가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안그래? 기성용.

'왜,빨리 말해' 한참 후에 다시 들린 그의 목소리,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그런거다. 아무생각없이 그냥 홧김에 말해버린거다.

 

"...다...갚아줄거야...복수할거라고..."

 

 

뚝. 더이상의 말은 없었다. 그는 일말의 타격을 날리듯 무심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나보다 예쁘고 싹싹하고 성격도 좋아서? 생각하자니 그랬다. 나보다 동생이 못난 건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싶었다

너무 잔인했다. 특히 내게 있어 너란 존재는 독가스로 가득찬 뿌연 방에 나있는 통풍구나 다름없었는데 그런 너마저 나를 벗어나다니

답답하고 쓰러질 것같이 어지럽다. 그냥 사람 하나 떠난 거라고 생각하자고 그렇게 계속 나를 위로했다.

밤이 다 새도록

 

'우우우웅'

 

"여보세요"

 

'나야.나와!안 찾을 거야?기성용'

 

 

 

 

 

 

-

 

To.내 남자친구 성용이에게

 

널 만난지도 벌써 3년 반이야. 너도 우리가 이만큼 긴 시간을 보냈단 걸 알고 있을까 모르겠어. 편지를 써본 적도 별로 없고 또 오랜만에 쓰는 편지라

너한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해질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웬 편지냐고 하면 음, 뭐라고 해야될까

그냥 너한테 편지를 보내보고 싶었어. 이때까지 내가 다른 여자친구들처럼 편지를 써주거나 하지는 못했잖아.

나도 다른 여자친구들처럼 애교도 부리고 스킨쉽도 먼저 해보고 자주 웃어주고 정성가득담긴 목도리나 장갑같은거 짜주거나 해볼걸

괜히 헤어지고 나서 무슨 후회인가 싶어. 그래도, 난 안헤어진거라고 알고 있을게. 우리 아직도 사랑하잖아 그치?

너 잠시 뭐에 씌인것 뿐이야. 잠시 흔들린 것 뿐일거야. 막 권태기 그런거, 알잖아

원래 오래 사랑하면 한번씩은 권태기가 온대. 너하고 나도 잠시 그런걸로 해두자. 그 동안은 너라도 봐줄께 대신 너무 길면 안돼

나한테 꼭 다시 돌아와야돼 알았지? 꼭

 

 

 

 

 

"꼭, 그래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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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홍가네입니다! 잘보고있어요ㅎㅎ진짜 대박ㅠㅠ
11년 전
까끌러워
홍가네님ㅎㅎㅎ감사해용ㅠㅠ
11년 전
독자2
시계임다! 점점 기대되요!!!!!!
11년 전
까끌러워
시계님ㅎㅎ그른가욬ㅋ
11년 전
독자3
완전재밌어요ㅠㅠㅠㅠ다음편기대기대
11년 전
까끌러워
힁ㅋㅋㅋㄱ감사해용ㅎㅎ
11년 전
독자4
기성용내꺼야예요!! 너무재밌어영 다음편아빨리와라ㅠㅠ
11년 전
까끌러워
기성용내꺼야님!!ㅎㅎ감사해용!!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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