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귀찮아 죽겠네..."
하루종일 제 집 좀 가서 경이를 봐달라, 경이 밥이라도 먹여라 등 박경 박경을 외치는 우지호의 말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호의 집으로 향했다. 이 시간이면 경이도 자고 있을 텐데, 제가 맡은 환자가 어쩌네 저쩌네 오로지 경의 생각만으로 가득 찬 지호의 전화에 그래 알았네 대충 대답을 한 태운이 익숙한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었다.
[형, 경이 지금 자? 어?]
[몰라 거지야]
[아 좀, 빨리 들어가라고]
[야 문이 열려야 들어가ㅈ...]
[열렸어?]
[...야 지호야]
[왜]
[앰뷸런스 불러라]
태운은 현재 제 눈에 보이는 광경에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는 지호의 목소리가 울리는 전화를 바닥에 던진 채 무작정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우지호가 가보라고 안 했으면 좆될뻔 했네. 바닥에 어지럽혀진 유리조각과 피. 신발 벗고 왔으면 태운의 발에 박혔을 조각들에 인상을 찌푸린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 지경이 되지? 달랑 지호의 티셔츠만 걸친 경의 모습에 태운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물 범벅인 얼굴은 그렇다 치자. 다리에 박힌 자잘한 조각들 하필 경이 쓰러진 자리에 흩어진 조각에 팔이고 뭐고 다 생채기로 가득했다. 무작정 건들였다가 유리가 더 깊이 박힐까 그저 우지호가 제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앰뷸런스를 불렀을까가 문제다.
"경아, 경아 일어나봐."
심지어 몸도 뜨겁다. 이 쯤이면 대체 박경이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를 한 우지호가 이해가 안 가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뺨을 쓸으니 달뜬 숨을 뱉는 경이 안쓰러웠다. 경아. 다시금 경을 부르니 감겼던 눈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떠졌다. 정신을 차리긴 차렸는데... 초점이 없다.
우태운, 형, 야!!! 우태운 등등 시끄럽게 소리치는 핸드폰이 이제서야 귀에 들어온다. 보나마나 앰뷸런스라는 말에 핀트가 나갔겠지 싶어 잔뜩 소리칠 것을 대비해 소리를 최소로 줄여버렸다.
[우지호]
[시발, 우태운 앰뷸런스는 왜!!]
[고열에 온 몸은 유리조각. 왼쪽 다리가 좀 심각한데 다른 곳은 괜찮아. 애가 정신은 차렸는데 초점이 없어 계속 울었는지 탈수 증세에... 너 경이한테 무슨 짓 했냐]
[...경이가?]
[그리고 너, 강간했어? 겉만 상처가 아니야 뒤도 장난 아니거든 지금]
[...]
시발. 하나뿐인 동생이 하는 욕은 언제 들어도 한 대 패고 싶어진다.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 듯 뚝 끊키는 전화에 싸가지는 둘째 치고 우선 경이의 상태가 문제다. 열이 높은 것치곤 호흡은 안정적인 상태지만 다리, 다리가 문제다. 아무리 감각이 없어도 계속 피를 흘렸으니 상태가 좋을 리가 없고... 마침 지호가 보낸 앰뷸런스 소리에 태운은 이제 한 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한숨을 푹 쉬었다.
쓰리불, 불쌍하고 불쌍하고 불쌍한 경이 中
처참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다친 모습을 두 번이나 본 지호의 마음이. 더군다가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에 맨 얼굴을 쓸어내며 경의 병실 앞에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지호였다.
"경이는"
"지금 자"
"...형"
"왜 미친 동생아"
나 어쩌지. 자신이 왜 그랬는지 본인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루가 고단해도 경을 보는 순간 피로가 다 풀리던 지호였다. 헌데 왜 어제는... 움직이기가 불편한 경을 보며 늘 마음이 아프던 지호였다. 남학생 납치 및 강간. 말도 안 되는 타이틀의 주인공은 박경이었다. 워낙에 사교성도 좋고 귀엽기까지 했던 경은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사람에 경계가 없는 경의 잘못인지, 정신 상태가 또라이인 범인들 잘못인지. 일주일간 납치가 된 경을 발견했을 땐 모든 것을 잃는 기분이었다. 처참한 강간 흔적, 다행히 하반신 마비까진 피했는데 심한 폭행으로 인해 왼쪽 다리를 쓸 수가 없었던 경은 매일을 지호가 아니면 견딜 수 없이 살아왔었다.
오늘따라 더 피곤했던 건 경과 비슷한 사례의 피해자를 맡았기 때문이랄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경의 모습과 제게 달려오고 싶어도 오지 못 하던 다리. 그 모습을 보니 괜히 울컥하는 무언가가 올라왔다. 지호야, 지호야. 열심히 제 이름을 부르며 제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경의 모습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왜일까. 피해자는 경이지만 저 몸이 더럽혀졌었다는 사실이 화악 끼쳐왔고 맑게 웃는 얼굴에 가득한 눈물이 상상이 갔다. 그리고 절뚝이는 다리는 정말... 혐오스러웠다.
다시금 생각나는 제 못된 행동에 지호는 눈을 감았다. 왜 그랬을까. 왜 저 예쁜 애한테 그런 짓을 했을까. 제 행동에 충격을 먹은 건 경 뿐만이 아닌 자신 스스로도 포함이 됐다. 더군다나 자신의 이상한 감정으로 상처받은 연인이라니. 태운이 병실을 나와 지호의 어깨를 토닥였다.
"경이 자. 열도 내리고 있고 파편은 다 제거했어. 아마 점심 쯤에는 정신 차릴 것 같은데... 옆에 있어라"
그 말에 얼마나 안심이 되는 지 무너져 내리는 듯 병실 옆 의자에 앉은 지호가 고개를 푹 숙였다. 경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망했어요
산으로 갔다가 돌아오고 전 개인적으로 태운이가 좋아요!
처음 쓰는 글인데 진짜ㅠㅠㅠㅠ 댓글 달아주신 거 보고 완전 감동 먹어서... 행복했습니다
대충 상중하고 나뉘어질 예정이고! 중은 별 내용 없어서 0p로 했습니다!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해요ㅠㅠ
요약은 경이를 왁왁 한 지호 상처받은 경이 상처를 만든 경이 후회하는 지호랍니다ㅋㅋㅋㅋㅋㅋㅋ 그쵸? 경이를 마구마구 울리고 싶은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