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수열] Ticket to the Moon 01 |
“ 안녕하세요, 남우현이라고 해요. ”
“ 아, 전 김성규요. ”
우현이 카페에 들어서며 팔자미소와 함께 넉살좋게 성규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자 거만하게 꼬았던 다리를 그제서야 풀며 악수를 받아주는 성규. 이번에 이호원국장덕분에 같이 일하게됐는데, 좋게좋게 이끌어나가봅시다- 우현의 말에 성규역시 조금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 자, 일단 제가 이번에 넣을 배우들 몇몇장 조사한 거 가져온게있어요. ”
“ 뭐 꼭 준비해오셨다면야 저도 봐드려야겠네요. ”
“ 네, 여기…. ”
우현이 내민 몇 장의 종이들을 한참동안이나 유심히 바라보던 성규가 곧 한 종이를 보곤 인상을 퍼석 구겼다. 그리고 그런 성규의 눈치를 조심조심 보며 반응을 기다리는 우현. 곧 성규가 마치 벌레를 집듯 한 종이를 잡곤 우현의 앞에서 팔랑팔랑 흔들어보였다. 우현이 뭔가하고 자세히 들여보면, 그 종이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주 단역배우인 성열.
“ 이 사람은 좀 그런데요. ”
“ 네? 아.. 이성열군이네요. 이 사람이 단역만 해왔어도,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어서…. ”
“ 아니, 그게아니고 진짜 이성열 얘 넣기싫다니깐요. ”
“ 왜요? ”
“ 그냥요. ”
“ 에이, 김작가 그러시면 안되죠. 지금 사람 가리시는거에요? ”
“ 그래요, 나 가려요. 그러니까 좀 빼면안돼요? ”
장난으로 한 말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금방이라도 화를 낼 듯 쓸데없이 고집부리는 성규의 태도에 우현이 이마를 짚곤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그대로 ‘시청률 대박’을 찍은 드라마를 쓴 작가라고 하길래 내심 기대하며 즐겁게 카페에 도착했더니, 지금 보이는 건 왠 초딩같이 떼쓰는 철없는 감자튀김이 있을뿐이다. 자켓도 병맛같은데 사람까지 병맛이니 이건 뭐 어떡해야할지, 참 곤란하기 그지없다. 좋게 봤더니, 영 아니네 정말.
“ 이봐요, 김작가. 당신이 잘났다는 거 온 세상사람들 다 알고 물론 저도알아요. 근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
“ .. 칫. ”
“ 칫이고 나발이고 아무리 잘났어도 사람은 가리면 안되는거잖아요. 아무리 이 사람이 조연만 해오고 했어도… ”
“ 그래요, 그러니까 안된다구요! 무려 남우현 감독과 김성규 작가의 환상대콤비인데 다된 밥에 재 뿌리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한참 단역이였던 사람을…. ”
“ 김작가 정말 이럴거에요? 실망이에요, 일 좀 잘하신다길래 잔뜩 기대하고나왔는데. 원, 인성이 잘 잡히지도않았는데 어떻게 같이 작품을 하겠어요? ”
“ 뭐라고요? ”
“ 작품이고 나발이고 김작가가 알아서해요. 나 이거 때려치울거니까. ”
“ 참나, 마음대로해요. 누군 한가한줄 알아요? 나도 어차피 몇시간뒤면 태국으로 뜬다구요. ”
단호하게 일어서 카페밖으로 나가버리는 우현을 보고 성규가 기가찬 듯 웃어보였다. 뭐라, 인성이 잘 안잡혀있다고? 정말 웃음만 나온다. 그럼 어떻게 나같이 글 잘쓰는 사람한테 단점이 없을 수가 있겠어? 그러니까 그 단점이 다 매력이되고 하는거지. 성규가 어이없는 듯 자신의 손으로 몇번 부채질을 하다 자신도 곧장 카페밖으로 나가버렸다. 이호원 국장한테 말해놔야겠어, 드라마고 뭐고 남우현때문에 빡돋아서 못하겠다고. 카페에 온 지 얼마됐다고 사람을 이렇게… 한 순간에 걸렛덩이로 만드는건지.
*
“ .. 뭐? ”
“ 김작가가 하기싫대. 아니 뭐 제대로된 작가를 줬어야지! 나도 그런작가랑은 답답해서 일 못하겠어. 아, 그리고 내가 먼저 말했어, 김작가네랑 드라마 하기싫다고. ”
“ ... 후우 , ”
호원이 마치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징으로 때린 듯 어지러운 느낌을 받으며 잠시 휘청였다. 그러자 그런 호원의 눈치를 살살 보며 탁자위의 물을 한 모금 마시는 우현. 그러나 역시 우현이 컵을 탁자에 내려놓자마자 호원이 바락 호통을 친다.
“ 너 진짜 미쳤지 !! ”
“ 뭐.. 뭐가!! ”
“ 후.. 진짜 남우현.. ”
“ 아, 진짜 왜그래 나보고!! 게다가 김작가 태국으로 가서 못잡… ”
“ 야!! 너 당장 김성규 잡아와! 안 잡아오면 너 그대로 짤리는거야! 너 나 뒷골잡고 뒤로 넘어가면 너 죽을줄알어!! 비행기 티켓 값을 생각해서라도 당장 잡아와!! ”
“ 아.. 진짜.. ”
“ 나 진짜 욕하기전에 빨리 김작가 잡아와!! 진짜 김작가 내가 어떻게 구한 사람인데..!! ”
조금이라도 개겼다간 금방이라도 호원의 입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욕이 나올것만같아 우현이 급하게 방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도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씩씩대는 호원. 자신이 얼마나 공을 들여 기획하고 또 제작한 거였는데…. 근데 그걸 남우현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 으와아아아악!!! 남우현 이거 진짜!!!!! ”
“ 호원아 왜그래!!! ”
곧 호원의 큰 소리를 듣고 놀라 달려온 동우가 호원을 보자마자 히익하고 놀랬다. 깔끔하게 올려세웠던 머리는 인정사정 헤집어진 채 엉망이었으며, 남다른 카리스마를 뿜던 검정수트도 구깃구깃해져있었다. 우현이 대체 이번엔 무슨 일을 또 크게 벌였길래 호원이 이렇게된걸까.
“ 동우형, 형도 잠깐 나가있어. ”
“ 으, 응.. ”
동우가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가고, 호원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푹 한 숨을 쉰다. 어째 이 방송국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건지-.
*
“ 아, 거기 좀 더…. ”
“ 히얼? ”
“ 흐읏! 예아, 거기 좋아요. ”
우현과의 울분터지는 대화가 끝나고, 성규는 우현이 호원에게 신나게 깨질동안 몇 시간 후 방문예정이었던 태국에 바로 입국해버렸다. 자신이 소속한 소속사에서도 이번에 특별휴가라며 보내주기로 약속했었고, 어차피 이왕갈거 당겨봤자 별로 달라질 것도 없고. 그랬기에 결국 시간을 더 당겨 곧장 태국으로 날라와버린 것이었다.
“ 아, 태국 마사지가 좋긴 하다더니… 정말 좋긴 좋네요. ”
“ 감사합니다, 고갱님. ”
“ 잠시만요. ”
편안히 비치에 기대누워 태국의 맑은 바닷가풍경을 물끄러미 보던 성규가 짐짓 몸을 일으켰다. 아마 마침 바로 앞쪽에 작은 수영장이 있어 궁금한 탓이었다.
“ 이건 뭐에요? ”
“ 녹차성분이 들어있는 미니 풀이에요. 들어가계시면 피부도 탱탱해지고 , 또 실제로 인기도 많아요. ”
“ 오와.. 물 대박 맑네요. ”
성규의 말에 전용가이드가 싱긋 웃어보였다. 곧 성규가 손을 뻗어 검지를 물에 담그더니 이리저리 움직였다. 찰랑찰랑-. 맑은 물소리가 성규의 귓가에 맴돌고,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성규가 손가락으로 물장난을 치고있을무렵 뒤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 아 진짜!!!!! 김작가 어딨어!!!!! ”
“ .. 설마. ”
정말 설마설마하며 뒤를 돌아보면, 캐리어를 질질 끌며 야외마사지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크게 부르고있는 우현이 보였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몇 시간전만해도 한국에서 온갖 짜증을 부렸는데…. 정말 꿈인가, 옆에서 하얗게 질린 성규의 표정을 보곤 가이드가 괜찮냐는듯한 표정으로 아는 사람이냐며 성규에게 물어보였다. 하지만 아무대답없이 멍하니 있다 곧 어디든 숨으려 닥치는대로 사방곳곳을 움직이는 성규.
“ 어!! 찾았다!!! 숨으려고 하지마요!! ”
“ .. 아, 미치겠네 진짜.. ”
“ 김작가아!!!!!! 거기 꼼짝말고 기다려!!!! ”
성규가 캐리어를 끌며 자신에게 총총 뛰어오는 우현을 보며 부산스럽게 머리를 헝클였다. 아, 나 미치겠네 진짜.
“ 아, 진짜 김작가 대따 짜증나는 거 알아요?! ”
“ .. 뭐라구요? ”
“ 댁이 얼마나 유명새 타는 작가인지 몰라도 나는 누구말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사람이야!! 근데.. 근데!!당신이 뭐길래 내가 짤린데네 뭐래네 소리가 나와!!! ”
“ 천천히 말해요, 못알아듣겠어요. ”
“ 됐고, 빨리 공항으로 가요. ”
“ 뭐라구요? ”
나 이호원한테 뒤지기전에, 빨리 가자구요. 그리고 그런 우현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다 픽 실소를 터트리며 여유롭게 대답하는 성규였다.
“ 내가 왜요? 가기 싫은데요. ”
그리곤 성규의 말을 들은 우현역시 어이없단 듯 잠시 웃다, 그대로 홧김에 성규를 밀어버렸다. 물론 세게는 아니고, 살짝 어깨를 밀치듯. 이 작가 보자보자하니깐 내가 보자기인 줄 알나, 진짜 왜이런데?
“ 으.. 으와아아아악!! ”
하지만 그 때, 허약규라는 별명이 맞긴맞는 지 뒤로 성규가 고꾸라져버렸다. 물론, 바닥이 아닌 물 속으로.
“ 끄끄루붑뿍구ㅃ꾸뿌굽!!! ”
물 속에서 성규의 잠수로 인한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있던 우현이 정신을 차리곤 미니풀 앞에 쭈그려앉았다. 손 잡아요, 성규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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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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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흏휴휴ㅠㅠ휴휴휴휴휴ㅠ드디어 티엠1편이나왓네요!
연재늦춰서죄송해요..본의아니게 이럴생각은없엇다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앞으로도 티엠 많은관심가져주세요! 부탁드릴게요ㅎㅎ~
그대들 덧글 꼭꼭달아주기♥♥읽어주셔서스릉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