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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 하얀 거짓들

 

 

 

 

 

 

 

 

[EXO/루민] 緣, 자각몽 | 인스티즈

 

 

 

총 4번이다. 겨울이 4번 찾아왔고 봄이 4번 찾아왔다. 창문을 뚫을 듯 매서운 바람이 창문을 두들기며 문을 열어달라고 투정부릴 때도, 따스한 햇살이 봄을 알리듯 창문사이로 반갑게 인사해도,  갈색머리, 갈색 눈, 새벽사슴을 닮은 소년은 침대에 누워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는 게 다였다. 그는 계절을 몰랐고 감정이 없었다. 누가 좋다하면 좋은 것. 누가 싫다하면 싫은 것. 형태만 사람인 동물이나 다름없었다.


-

 

똑똑. 간호사가 식판을 들고 들어왔다.

 

“루한, 밥 먹어요”

 

“으. 으에!! 으에에!!”

 

간호사를 보자마자 경련을 일으킨 소년에 놀랄 만도 한데, 간호사는 항상 있던 일이란 듯 식판을 내려놓고 그 소년을 안아주며 괜찮아, 괜찮아 등을 토닥이며 더 꽉 안아주었다. 하얀 지붕, 하얀 창문, 하얀 침대 그리고 하얀 유니폼을 입은 간호사 그 때문인지 소년은 하얀색만보면 경련을 일으켰고, 이빨을 꽉 다물었다. 그래서 루한의 방만 빨간색, 노란 색 검은색. 하얀색을 제외한 색깔들이 알록달록 벽과 바닥을 메꾸고 있었다.


5분 10분이 지나자 잠잠해지는 소년에 간호사는 익숙하게 식판을 들고 나가려는 찰나였다.


“오늘은 저 밥 먹을거에요 식판 가져다주세요.”

 


처음이었다. 루한이 간호사에게 밥을 먹는다며 식판을 가져다 달라고 말 한건, 간호사는 놀랐다. 놀란 건 간호사뿐만이 아니었다.
자기가 말했으면서도 왜 먹는다고 했는지 잘 모르는 루한이 그 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날 루한은 처음으로 간호사가 주는 밥을 받아먹었다.

 


루한은 어둠을 무서워했다. 불의의 사고로 생긴 상처와 병, 그리고 후유증. 그 후유증 중 하나가 어둠이었다. 루한은 누군가 스탠드를 켜고 옆에 앉아있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처음으로 10시. 제시간에 어둠속에서 루한은 혼자 잠이 들었다.

 

 

 

 

[EXO/루민] 緣, 자각몽 | 인스티즈

 

 

-

 

 

“루한! 루한! 일어나봐 루한!”

 

루한은 누군가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일어났다. 두리번두리번,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루한은 또 환청을 들었구나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루한의 습관이었다.

 

“우와..”

 

그는 고개를 들자마자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그림같이 하늘색 하늘, 하얀 구름, 눈처럼 내리는 분홍색 벚꽃, 얼굴을 간질간질 건드리는 바람, 주위를 날아다니는 나비, 엄청 큰 나무, 노래 부르듯 예쁘게 짹짹거리는 새까지 태어나서 처음 본 풍경, 예쁜 새 울음소리는 루한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루한은 한발 한발 걷기 시작했다. 루한이 4년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한 번도 하지 못한 걸음이었다. 그 후 루한은 루한의 키를 훌쩍 넘은 나무 앞에 이끌리듯이 달려갔다.

루한이 그 큰 나무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무 뒤에는 한 소년이 있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오렌지색깔 머리, 그 사이로 보이는 하얀 피부. 루한은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 옆에 주저앉았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친해지고 싶다는 핑계로 만들고, 소년의 어깨를 톡톡, 두 번 쳤다. 소년은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 번 톡톡톡, 이번엔 세 번.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루한은 다시 한 번 톡 치며 소년을 불렀다.

 

“오렌지!”

“오렌지 아니거든!”

 

소년이 발끈하며 대답했다.

 

“오렌지! 넌 누구야? 난 루한인데”

“김민석”


민석은 귀찮다는 듯 이름만 말해주고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저 언덕 밑으로 뛰어갔다. 루한은 민석과 친해지고 싶었기에 총총총 달려가는 민석을 따라갔다. 따라가자 보이는 건 온통 하얀 마을이었다. 더 이상 하얀색이라는 색깔은 루한을 괴롭히지 못했다. 루한 눈에 보이는 건 하얀색이 아니라 첫눈에 반한 김민석, 예쁜 김민석이였기에.

 

-

 

 

민석은 달려가다가 하얀 집 앞에서 멈춰 비밀번호를 눌렀다. 하얀 초인종, 하얀 창문, 하얀 집, 하얀 문 그리고 하얀 김민석.  루한은 한참 민석을 쳐다보다가 민석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도 하옛다. 루한은 하얀 집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민석과 함께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긴 내방’ ‘여긴 화장실’ 민석이 방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다가 분홍색의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긴 루한 방”

 

루한은 깜짝 놀랐다. 어느 누가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 자신의 방이 있을 거라 생각이라도 했을까.

 

“음…루한은 벚꽃 같아”


곰곰히 생각하던 민석은 루한을 뚫어지게 쳐다보다니 벚꽃같다며 웃었다. 벚꽃같다는말은 칭찬일까 욕일까, 욕이든 칭찬이든 민석이 말해준말이기에 좋았다. 루한은 방긋 웃어보였다.


민석은 방긋 웃어 보이는 루한을 따라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떨렸다. 심장이 떨리는 것. 부끄러워진 민석은 아무 말이나 옹알옹알, 오물오물 혼잣말을 되뇌었다.

“그러니까… 루한! 웃지 마! 마을에 가자”


민석은 귀가 빨개진 것도 모른 체 루한을 뒤에 두고 빠른 걸음으로 마을로 가고 있었다. 귀엽다. 루한은 민석의 빨개진 귀를 보았다. 루한도 따라서 귀가 빨개졌다. 점점 민석을 보기 부끄러워질 것 같았다.

 

 

-

 

 


마을도 온통 하얀색이었다. 하얗다, 하얗다. 구름도, 마을도, 김민석도. 예쁘다. 사람들도 모두 예쁜 꽃 같았다. 마음씨도, 생긴 것도 다 너무 예뻐 보였기에.

“과일이다…”

루한은 과일가게 앞에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되뇌었다. 과일이 먹고 싶다. 과일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루한은 특히 오렌지.


“루한 과일 좋아해?”

민석이 과일들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오렌지”

“오렌지?”


민석은 오렌지 다섯 개를 꺼내 품에 안았다. 무겁겠다. 생각한 순간 민석은 품에 안은 오렌지를 루한의 주머니에 쏙쏙 넣었다.

“루한이 먹을 거니까 루한 주머니에 넣는다!”

응. 예쁜 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민석에 루한은 또 한 번 가슴이 뛰었다. 루한은 이제 더 이상 민석과 눈을 마주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졌고 눈동자가 흔들렸으며 가슴이 두근두근, 심장이 폭발해버릴 것 같았으니까.

 


-


밤이 될 것 같다. 하늘이 남색으로 물들여지고 있었고 해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언덕위에 모습을 반만 보여주고 있었다. ‘민석, 집에 가자‘ 루한이 민석의 소매를 살짝 당겼다. 깜짝 놀라서 루한을 쳐다보니 민석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루한과 눈이 마주쳤다. 활짝 웃으며 손목을 덥석 잡더니, 살짝 당겨서 손을 잡는 루한 때문에 민석은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푹 숙이며 땅만 쳐다보았다. 루한이 아무생각없이 하는 말도, 행동도 민석은 하나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민석만 모르는 루한을 좋아한다는 증거였다.

 

루한은 궁금해 했다. 이곳은 어딘지 내가 여기를 어떻게 들어왔는지. 하지만 루한은 민석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루한이 민석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였다. 민석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민석은 알고 있었다. 루한이 궁금해 한다는 것을, 또 자기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침대에 누워 잠이 들 무렵 민석이 입을 떼었다.

 

“루한, 여기가 어딘지 안 궁금해?”

“…….”

 

루한은 말이 없었다.

 

“루한, 여긴 나도 어딘지는 잘 몰라. 하지만 넌 곧 현실로 돌아가야만 해.
나에게 많은 것들을 주지 마. 또, 나도…“

 

민석은 말하다가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멈췄다.

 

“나도 너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없어”


다 맞는 이야기였다. 부정할 수 없었다. 루한은 꿈같은 이곳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빌고 빌 수밖에 없었다. 루한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행동이었다. 또, 지금 민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기에 루한은 더 간절히 빌 수밖에 없었다.

 

 

[EXO/루민] 緣, 자각몽 | 인스티즈

 

-


루한이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민석이었다. 그 큰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잘도 자는데 괜히 툭툭 건드리고 싶어졌다. 예쁜 눈, 코, 그리고 입. 빨갛고 말랑말랑하고 촉촉했다. 뒤척이는 민석 때문에 루한은 괜히 부끄러워졌다. 민석이 눈을 뜰 때까지 루한은 민석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뜬 민석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루한의 눈동자. 더 부끄러웠던 건 루한의 눈동자 안에 민석의 얼굴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순식간에 민석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여지기 시작했다. 귀까지 빨갛게, 사과처럼.

루한이 푸흐, 웃었다. 루한은 민석이 귀여웠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빨갛게 물들여지는 얼굴과 부끄러워 입술을 혀로 축이는 행동이나, 눈을 비비며 루한을 못본것마냥 행동하는 모습이나. 어느 하나 안 예쁘고 안 귀여운 게 없어서 루한은 민석의 볼을 꼬집었다.

 

“아!!!”

 

귀엽다. 인상을 찌푸리며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얼굴로 바라보는 게 꼭, 토끼 같다. 민석이 토끼라고 생각하니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어 루한은 또 배시시 웃어버렸다. 민석은 자기 볼을 꼬집고 배시시 웃어 보이는 루한이 괘씸했다. 난 부끄러워 죽겠는데, 괘씸해서 정강이를 톡 치며 물었다.

 

“왜 웃어!”

“귀여워서”

“뭐가 귀여워!”

“네가”

 

민석은 또 가슴이 뛰었다. 아, 또 얼굴 빨개질 것 같아.. 루한은 또 빨개지려는 민석의 얼굴을 보고 무턱 손목을 잡고 ‘오늘은 어디부터 볼까~’ 하며 방문을 나갔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자기 옷을 펄럭펄럭 거리면서,

 

“민석. 여긴 옷파는 가게는 없어?”

 

루한이 옷이 찝찝한 듯 민석에게 물었다.

 

“있는데 왜?”

“여기 손 넣어봐.”

 

땀봐. 갑자기 티셔츠를 들더니 그 안에 민석의 손을 넣더니 갑자기 몸을 만지면서 ‘땀봐!’라니.. 민석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갑자기 옷에 손을 넣지 않나, 자기 몸을 만지지 않나… 그냥 부끄러워서 옷에서 손을 쏘옥 빼고,

 

“…….옷 사야겠네!”

 

하며 먼저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그 뒤엔 민석을 귀여워하며 웃음을 참고 있는 루한이 있고. 민석은 또 혼란스러워했다. 루한을 좋아하면 안 된다, 루한에게 많은 것을 줘선 안 된다. 생각을 되뇌고 또 되뇌었다. 안 된다. 안 된다. 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

 

 

옷가게엔 사람이 북적북적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예쁜 여자아이, 치열하게 한 옷을 가지고 싸우는 여학생들, 엄마한테 분홍색 원피스를 사달라며 떼쓰는 아이, 그리고 하얀 김민석. 살짝 웃고는 티셔츠 하나를 들어 민석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이거 나랑 잘 어울리지? 예쁘지?”

 

민석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옷을 뺏어 옷걸이에 팍, 내던졌다. 기죽은 루한이 민석을 다시 톡 치면서 옆에 옷을 들어 또,

 

“이건 나랑 잘 어울린다. 나 예뻐?”

 

또 인상을 찌푸리더니 옷을 옷걸이에 또 팍. 그리고 갑자기 저기 옷이 있는 데로 걸어가더니 분홍색 반팔티를 들고는.

 

“계산해주세요.”

 

루한이 제일 싫어하는 색은 분홍색인데, 민석이 분홍색 옷을 들더니 계산해달라는 말에 놀라서 루한이 민석에게 달려갔다.

 

“민석, 그거 말고 딴거사자. 다른 색”

 

분홍색만은 안 된다고 민석을 설득하는데, 낑낑대는 강아지마냥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김민석은.

 

“…….왜 루한 이거 싫어…? 내가 골라준건데…그래 싫으면 뭐….”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이더니, 옷을 내려놓고 루한한테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니까. 루한은 그렇게 말하는데 안 들어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시우민이 내려놓은 그 티셔츠를 들고, 사버렸다. 사자마자 시우민은 루한한테 달려오더니 허리를 꽉 안아버린다. 옷가게에서 나올 때도 루한만 시무룩. 민석은 방방 뛰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결국 민석을 보면서 루한도 어휴, 웃어버렸다.

 

 

 

 

[EXO/루민] 緣, 자각몽 | 인스티즈

 

 

-

 


“루한 루한! 내가 사준 옷 입어봐 루한!”

 

“루하안~ 뭐해 옷 입어보라니까아…….”

 

오물오물. 칭얼칭얼. 옷을 입어보라고 칭얼칭얼 거리는 민석 입속에 오렌지하나 쏘옥.

 

“르하안!!!! 이버바 이버바”

 

오렌지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루한은 한숨을 푹, 쉬더니 귀여운 분홍 티셔츠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루한을 보고 한껏 업된 민석은 룰루랄라.

 

“루한~ 아직 안 입었어? 루한~”

“루하안~ 아직 이야 아직?”

 

방에서 있는 루한은 티셔츠를 다 입었어도 나갈 수 없었다. 칭얼칭얼 대는 민석이 있더라도 너무 부끄러웠다. 누가 봐도 분홍색은 안 어울리는데 끙. 민석은 밖에서 루한 마음도 모른 체 룰루랄라, 칭얼칭얼. 휴, 숨을 한번 들이쉬고 문고리를 잡아당기자마자 민석이 서있었다.

 

“……풉”

“….”

“…크흐흐…….흐…루…한…큭… 너 짱 멋있다 흐흐”

 

누가 봐도 웃음을 참는 목소리에, 누가 봐도 이상한데 웃음을 참으며 엄지를 착 올려주더니, 이젠 귀엽다며 루한의 볼을 만질 만질. 루한은 얼굴과 귀가 다 빨갛게 변해서 고개를 숙이며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큭…루한 흐흐… 멋있다니까 크흐… 나 쳐다봐줘 흐흐”

“….”

“루하안… 멋지다니까 크흐흐…”

 

계속 고개를 들지 않는 루한 때문에 민석이 애교도 부려보고, 멋지다고 칭찬도 해보고 마지막으로 짱짱. 엄지 두 개를 착착 올려서 눈앞에 올려다 주니 이제야 조금 괜찮아졌다는 듯 고개를 들고 방긋 웃어 보인다. 어휴. 내가 너 때문에 못살아, 진짜 괜찮아? 거울보며 멋진척은 보너스.

 

“루루! 루루! 자랑하러가자! 루루 빨리 와 빨리!”

 

“민석 나 피곤한데…”

 

사실 피곤하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이 분홍색 옷을 입고 자랑하러 간다는 것은 루한 이미지에 맞지 않았다. 멋지고 깔끔한 이미지였는데. 이런 티셔츠를 입고 나간다면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루루! 루루! 안 돼 안 돼 나랑 나가자 루루!”

“민석 내일가자”

“루루! 싫어 싫어! 지금 가자 루루 가자”

 

손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현관문 쪽으로 끌어당기는 민석에 루한은 휴,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쉬고. 그래그래, 자랑해. 그 대신 내 말 좀 잘 들어. 하고는 신난 민석의 손을 잡고. 이웃집 아가씨한테 똑똑.

 

“누나! 누나! 민석이에요!”

 

누나라고 부르며 애교부리는 민석한테 괜히 질투가 나니까, 이웃집 아가씨한테도 웃으며 친한 척도, 민석에게만 지어주는 웃음도 한 번씩 지어주면서 말해주고.

 

“누나, 그러니까요. 제 옷 예쁘죠? 잘 어울려요? 누나도 참.
 멋있다고 해주니까 고마워요 누나“

 

백퍼, 민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 째려보고 있겠지. 하며, 옆을 바라보니까. 역시, 울먹울먹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하게 얼굴을 굳히며 울려고 훌쩍훌쩍,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민석 때문에 급히 이야기를 끊고 가보겠다며 민석의 손목을 잡고 누나네 집에서 나가는데, 손목을 탁, 쳐버린 민석. 깊이 삐진 모양이었다.

 

“민석아”

“….”

 

큰일 났다. 민석이 눈이 뿌옇게 눈물로 글썽글썽, 울먹울먹 거린다. 미안미안, 사과하면서 꽉 안아주니까 그제야 눈물이 조금 멈춘 모양인지 훌쩍훌쩍. 많이 서러웠던 모양인지, 애처럼 숨도 잘 못 쉬고 훌쩍거린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사과해주면서 등을 토닥토닥. 조금 화가 풀린 건지 허리를 꼬옥, 안아온다.

 

“루 미워, 루도 나 말고 저 누나가 더 좋아…? 나보다 저 누나가 더 예뻐…?”

“너만큼 예쁜 사람이 또 어디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너만큼 예쁜 사람을 못 봤는데. 지금 너랑 누구를 비교하는 거야. 머리를 쓰담쓰담해주면서 더 꽉 안아주니까 루루, 하며 안겨오는데 예뻐 죽겠다.

 

“루루… 저 누나한테 내가 루루 애인이라고 하면 안 돼?”

“응?”

“저 누나가 루루 좋아하는 거 같은데…”

 

귀여워.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참고. 다시 이웃집 누나한테 걸어가는 길. 톡톡, 옆구리를 찌르는 손가락을 꼬옥 잡아주고.

 

“루루, 만약에 만약에…”

“응?”

“저 누나가 루루 좋아한다고, 막 루루한테 안기고 나 때리면 어떡하지?”

“….”

“루루 루루… 진짜 그러면 루루는 누나 편 들어줄 거야? 아니지? 루루!”

 

…아 예뻐. 못 참고 고개를 숙여 입에다가 쪽, 또 빨개지는 민석의 볼에다가 쪽.

 

“네가 제일 예쁘다니까.”

 

금세 기분이 좋아 진건지 얼굴은 터질 거같이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안 부끄러운 척, 헤헤, 웃으며 옆구리를 꼬옥 안아오는 민석 때문에 기분이 또 날아갈 듯. 너 때문에 조울증 걸릴 것 같아.

 

 

[EXO/루민] 緣, 자각몽 | 인스티즈

 

 

-

 

 

“제가 루루 애인이에요! 제가 얘 애인이에요!”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낼 심산인지, 돌아다니면서 날 콕콕, 가리키며 애인이라고 소리치고 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민석이가 귀여운지 오래가라며 예쁜 말들을 민석에게 해주고 있었다. 어디 가서 욕먹으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은 벌써 저 멀리 날아간 뒤였다. 사람들도, 민석이도 모두 마음씨가 예쁘다, 여기서 떠나기 싫다.

아직도 동네방네 애인이라며 목이 쉴 때까지 외쳐대는 민석의 입을 막았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왜 막냐는 듯 쳐다보는데 너무 귀여워서 눈에다가 쪽. 깜짝 놀란 반대쪽 눈에다가 쪽. 우리 민석이는 눈동자도 예쁘다.

 

“목쉰다. 민석아”

“그래도 루루 애인이 나라고 말해줘야하는데!”

“목쉬면 나랑 못 노는데.”

 

소리치던 그 모습은 어디 갔는지, 못 논다니까 이제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한마디도 안할 생각인지, 입을 탁, 막고 한마디도 안한다. 괜히 목쉰다고 했나. 집에 빨리 도착하려 발걸음을 빨리빨리 재촉했다.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그 맑은 목소리.

 

 

민석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푸우, 답답했다며 말을 총처럼 다다다다, 말하기 시작했다.

 

“루루! 오늘 루루 옷 지인~짜 멋있었다! 루루가 짱이야! 루루 근데 내일도 자랑하러 가면 안 돼? 루루~ 내일 딱 한번만!
 아 그리고 루루! 오늘은 나랑 같이 씻자! 내가 등도 밀어줄게 쓱쓱 싹싹! 루루 그리고 루루…“

 

결론은 같이 씻자는 얘기. 욕실 안에 들어가면서 옷을 벗다가도 못한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루루, 루루! 해가며 얘기를 늘어놓는데 귀엽다. 하나하나 다 씻겨주고 물로 행구면서도 루루! 날 계속 불러주니까, 왠지 기분이 좋았다.

 

“아 맞다! 그리고 루루!”

“응”

“루루 절대 나 없이 어디 가면 안 돼! 루루는 여기 잘 모르잖아 그치 루루!”

“응.”

“루루 진짜다! 약속한 거야! 우리 둘이 절대 헤어지지 말자 루루!”

 

언젠가, 가야하는날이 올 텐데, 널 두고 어떻게 가지 민석아. 욕실에서 나와 침대 밑에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는데 문득, 너무 슬퍼져서 눈물이 날 뻔했다. 민석아, 내 민석아 널 두고 가야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편할 것 같다.

 

토닥토닥, 조금 등을 두들겨주니 금방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 조그만 손으로 옷깃을 꼬옥, 쥐고 있다. 살살 빼려고 손을 살짝 잡아주니 이젠 손을 꽉 잡고 힘을 주는데, 이 상태로 잠잘 수가 없어서 손을 놓으려고 돌렸더니 으음, 뒤척인다. 결국 그 상태로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담쓰담, 만져주니 이제야 좋다고 입 꼬리를 올린다. 그래, 널 두고 어디를 가겠어 내가. 고민이고, 걱정이고. 나중에 하지 뭐, 지금은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아껴야겠다. 내일은 뭐할까,

 

 

[EXO/루민] 緣, 자각몽 | 인스티즈

 

-


시끌시끌, 바깥소리에 민석이 부스스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뭐야…, 시끄러…. 루한은 곤히 잠이 들었는지 바깥소리도 못 듣는듯하다. 민석이 바깥에 나가서 무슨일인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꽃무늬 줄무늬 바지를 입은 이웃집 아줌마가 옆집 아줌마와 수다를 떨고있었다. 우리 루루 자는데….

 

“엄마들… 우리 루루 자는데…”

 

기분 상하시지 않을까, 조심조심 말했더니 미안하다며 엉덩이를 토닥토닥, 치더니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금세 문을 열고 나가면서도 시끌시끌. 아줌마들은 다 좋은데 너무 시끄러…. 혼잣말로 중얼중얼 거리다가 루한이 생각난 듯 문을 쾅 닫고 집으로 후다닥, 들어가는 민석이다.

 

“아 맞다!”

 

루한이 일어나기 전, 음식을 만들어줘야지! 그 생각을 하고 루한한테 자기전, 인사도 안하고 잔거였는데. 까맣게 잃어버릴 뻔한 민석은 주방으로 가더니 냉장고를 활짝 열고 헤헤, 음식을 만들어주면 좋아할 루한의 모습이 떠오른 듯 웃고는 적어놓은 조리법을 들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쨍그랑- 으…으아, 아아!!!!!! 그릇이 깨지고, 프라이팬이 떨어지고, 맛보다가 떨어진 뜨거운 국물이 발에 뚝뚝 떨어져 소리도 지르고. 역시나,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루한이 달려 나왔다.

 

“민석, 민석 뭐해, 민석”

“루루…”

 

울먹울먹, 다 아직 안했는데 루한이 일어나서 당황 반, 잘하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잘 안돼서 슬픔 반. 당황함, 속상함, 슬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이리저리 휩싸인 민석은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민석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주변을 살펴보다가, 민석이 뭐하려고 했는지 판단한 루한은 민석의 손, 발 다친 데는 없나, 살펴보다가 민석 발에 조그마한 물집이 잡혀있는걸 보고, 인상을 찌푸리고 민석을 끌고 소파로 데려가서 앉혔다.

 

“민석, 누가 네 맘대로 위험한 거 하래? 이게 뭐야 아프잖아”

“….”

“불이 위험한 거 너도 알면서, 할 거면 날 깨우지 이게 뭐야 민석.”

“….”

“왜 말이 없어, 누가 네 맘대로 다치래, 내가 제발 내 말 좀 잘 들으라고 말 한지가 언젠데 민석아”

“….”

“또, 울려고 한다. 뭐했다고 울어, 내가 위험한 짓 하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했어…”

“근데 왜 했어, 내가 있는데.”

 

한숨을 푹, 쉬고 민석의 발을 치료해주다가 속상했는지 ‘누워있어’ 민석에게 무뚝뚝하게 말한 루한은, 주방으로 가서 민석이가 다 어질러 놓은 요리 재료들을 다 정리했다. 다 정리하고 나서 거실로 가다 식탁위에 놓여있는 노트가 보였다. 민석의 조리법 노트였다.

 

[ 김치찌개 (루루가 제일 좋아하는 찌개)

1. 김치를 싹둑싹둑 잘라서 프라이팬에 넣는다!

2. 그 김치를 맛있게 볶는다!

3. 볶음 김치에 멸치국물을 넣고 끓인다.

4. 참치 기름을 꼭 빼고 넣어준다!

5. 두부와 양파, 버섯도 넣는다.

6. 다진 마늘, 짧게 썬 파 , 고추도 넣어서 계속계속 끓인다! ]

 

김치찌개, 달걀프라이, 주먹밥. 쉬운 거지만 민석에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요리였으니까, 다 조리법을 동글동글한 손 글씨로 하나하나 써놓은 민석의 노트였다. 울먹이는 민석이 생각나서 소파로 갔는데, 방으로 들어간 건지 소파 위엔 구급상자밖에 없었다.

 

“민석아”

“….”

“민석아, 문 열어봐”

 

 

 

 

 

 

 

(파닥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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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서로를 마냥 예뻐하는 둘 덕분에 어여쁘신 그대는 내내 어여쁘소서 란 시가 계속 떠오르네요!몽글몽글한 느낌의 글 잘보고갑니다!
10년 전
또록또록
감사합니다 8ㅅㅠ 시가 참 예뻐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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