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재생해주세요!
짝사랑 법칙 W. 김방얼
제 1장. 얼굴이 빨개진다.
˝김여주.˝
˝... ...˝
˝야, 여주..˝
˝어, 어. 뭐라고?˝
˝내가 말을 하면 들은 척이라도 좀 해줘라. 여주야. 재환이 섭섭하게.˝
언제부터였지. 그러니까 내가 김재환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재환을. 20년간 불알이 없음에도 불알 친구라 칭하며 매일을 붙어먹었던 김재환을.
˝아. 어. 미안미안. 다시 얘기 해줘봐.˝
˝야. 너 근데.˝
˝어?˝
˝어디 아프냐. 얼굴이 왜이렇게 빨개.˝
제 집 안방인 것 마냥 내 방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는 이 김재환을.
˝ㅁ..뭐가.˝
˝열은 안나는데.˝
˝... 아, 손 치워.˝
좋아,.. 그래. 좋아했던 게.
˝아! 야. 그렇다고 손을 때리냐.˝
˝그러게 누가 손 갖다 대래? 야. 그리고 넌 왜 맨날 너네 집 두고 우리 집에서 만화책을 읽어.˝
˝여주네서 읽어야 더 잘 읽혀.˝
흐흥, 소리내 웃는 김재환을 바라보다 입술을 꾹 다물었다. 화끈거리는 얼굴에 마음이 들통이라도 날까 나는 급하게 시선을 돌린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고, 시도 때도 없이 저 녀석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쟤는 왜 웃고 난리야. 짜증나게. 그럴수록 괜히 심술을 부리게 되는 건, 아직은 김재환을 향한 내 마음을 인정하기 싫은 탓이다.
˝아, 이제 가야겠다.˝
˝얼른 가시던지.˝
˝가야지. 가야지. 김여주가 가라고 눈치 주는데.˝
˝언제는 가라면 가던 사람처럼 그런다?˝
˝끄흥, 내가 그래도 여주 말은 잘 듣지 또.˝
주섬주섬 의자에 걸려있던 제 청자켓을 걸친 김재환이 날 향해 그런다. 그러니까 너는 그게 문제야. 내 말 다 들어주는게. 그게 괜히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잖아. 복잡해진 마음에 입을 꾹 다물어버리면 김재환의 의아한 눈빛이 나를 향한다. 평소 같았으면 빨리 가버리라느니, 지나가던 개가 말을 더 잘듣겠다느니 하는 소리를 해댔을 나였기에 녀석의 반응이 어쩌면 당연하다.
빨리 가. 일층 안 내려갈거야. 그런 녀석의 눈을 애써 무시하며 괜히 할 일이 있는 척 책장을 뒤적거리자 쉬라는 말과 함께 방문을 나서는 녀석이다.
˝여주야.˝
˝... ...?˝
그것도 잠시, 대뜸 닫히던 문을 다시 열어 나를 부르는 김재환의 목소리에 놀라 크게 움찔했다.
˝아프면 약 좀 챙겨 먹고 그래라. 너 감기 걸리면 잘 낫지도 않잖아.˝
˝... ...˝
˝그리고 일찍 자. 내일 오전 수업 늦지 말고.˝
˝... ...˝
˝또 잔소리한다고 흘려듣지. 간다.˝
그러니까 너는,
그렇게 쓸데없이 다정한게 문제라고. 이 멍청한 놈아.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 다시 화끈거리는 얼굴에 침대에 엎어지듯 누웠다.
아, 나 이제 어떡하지.
짝사랑 법칙
제 2장. 별 게 다 설렌다.
˝김여주!˝
김재환은 심장에 해롭다. 분명히.
˝웬 안경?˝
˝선물 받았어. 잘 어울리지?˝
˝어, 뭐. ... 못생긴 얼굴 좀 낫네.˝
˝하여간 우리 여주는 칭찬 할 줄을 몰라요~˝
몰라. 몰라. 칭찬을 몰라. 흥얼흥얼, 정체 불명의 노래를 부르던 김재환이 휴대폰을 비춰 제 얼굴을 확인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죽을 맛이고. 누가 저런 걸 선물로 준거야. 쟤한테.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이제는 이 소리가 김재환한테도 들릴까 걱정해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을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녀석은 옼케- 하며 만족스런 웃음을 띄운다.
˝아.˝
얼마 안가 녀석이 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번뜩 떠오르기라도 한 듯 오른손을 제 머리 근처로 들어올리는 건 15년간 봐오며 알아챈 김재환의 습관 중 하나였다.
˝와. 까먹을 뻔 했다. 까먹을 뻔 했어.˝
그럼 그렇지. 꼭 두 번씩 말하는 건 덤이고.
˝말 반복 병 또 도졌지. 너.˝
˝여주야.˝
˝왜. 왜. 왜. 왜.˝
˝기다려봐.˝
김재환은 기다리라며 뒤에 메고 있던 제 백팩을 앞으로 넘겼다. 가방을 뒤적거린 김재환이 가방에서 꺼내든 건 까만 편의점 상표가 그려진 봉지였다.
˝? 뭐야?˝
˝보면 알 걸.˝
˝... ...˝
어깨를 으쓱한 녀석이 뿌듯한 얼굴로 내민 그 봉지 안을 확인하자 샌드위치 세 개가 눈에 들어온다. 정확히는 며칠 전 주변 편의점에서 보이질 않는다며 애타게 찾아 다녔던 생크림에 딸기가 박힌 샌드위치 세 개가.
˝... 야. 이거 어디서..˝
˝흐흥, 감동했다. 여주 감동했어.˝
김재환은 당황한 내 표정을 읽은건지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 너 이거 얼마 전부터 노래를 불렀잖아. 아무데도 안 판다고. 아까 풋살하고 음료수 사러 갔는데 딱 있길래. 하고 덤덤하게 말을 덧붙이면서. 나같은 친구 없다며 큰 일이라도 해낸 양 뿌듯한 얼굴을 하는 김재환의 모습에 결국 덩달아 피식 웃음이 터지고 만다. 웃음이 터진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김재환의 모습에 혼자 설레버린 건 녀석은 모를 일이다.
˝나 근데 감동 받았어. 진짜.˝
울 째화니. 진심 감동. 감동 받은 얼굴로 눈물을 훔치는 모션을 취하자 김재환은 뿌듯한 얼굴을 하다 이내 멋쩍은 듯 제 인중을 긁적인다. 이럴 때만 째화니지. 평소엔 김재환이고. 그리곤 다 부질없다는 투로 투덜거리더니 앞으로 넘겼던 제 가방을 다시 바로 멘다. 그게 또 김여주 눈엔 심각하게 귀엽다.
˝째화니. 오늘은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야야. 아. 머리 다 망가졌어.˝
˝누나가 째화니 기특해서 그르지!˝
재환이 하고 싶은 거 다해! 그렇게 말하며 동글동글한 녀석의 뒤통수에 손을 내밀어 잔뜩 헝클이자 김재환은 아 쪼옴, 하며 질색팔색한다. 아, 재밌어. 들뜬 웃음과 함께 손에 들려 있는 봉지가 발걸음에 맞춰 흔들린다. 머리를 정돈하고 나란히 선 김재환이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 젓는다.
˝세 개로 안 부족하지?˝
˝나 돼지 아니거든?˝
˝나는 돼지라 안 했는데.˝
˝... ...˝
˝찔렸어?˝
˝시끄러. 신발 끈이나 묶어. 김재환아~˝
금세 실실 웃으며 장난끼를 숨기지 못하는 녀석에게 툭, 턱짓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말을 던졌다. 째환이에서 다시 김재환으로 돌아오는 건 3분도 채 안 걸렸다. 김재환은 쓸데없이 다정한게 문제고, 김여주는 쓸데없이 김재환 한정 야박한게 문제다. 그런 내가 김재환을 좋아하는 건 더 문제고. (한숨)
˝어, 언제 풀렸지.˝
언제 풀리긴. 볼 때마다 풀려 있는데. 둔해 빠진 김재환이 멍청한 말을 뱉으며 그대로 쭈그려 앉아 신발끈을 묶는 것을 바라보다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야야. 같이 가야지. 그르케 매정하기냐. 야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재밌어서 자꾸 피실 웃음이 새어나는 걸 겨우 참았다.
일어나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기에 그대로 멈춰 빙글, 몸을 돌리자 어느새 앞까지 다가온 김재환이 숨을 몰아쉰다.
˝이따 점심 콜?˝
˝오케이. 콜. 그거는 내가 살게.˝
˝당연하지. 1공학관 앞에서 딱 기다려.˝
˝어어. 야, 나 늦었어. 빨리 가야돼. 이따 보자. 째화니.˝
˝알았어. 여주야. 뛰지말고. 다쳐.˝
안 뛰면 지각이거든? 이따 보자!! 김재환을 향해 머리 위로 손을 휘휘 흔들며 뒷걸음질치자 걱정스런 눈빛으로 미간을 좁힌 김재환은 앞에 보고 가. 그럼. 너 넘어져. 그러다. 나를 타박했다. 아, 알았어. 알았어. 듣기 싫은 어투로 대충 대답하고 몸을 앞으로 돌리자 못 말린다는 듯 웃음을 흘리는 김재환이다.
그리고 저 웃음은, 내가 부러 김재환에게 싫은 티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넌 나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하는 듯 웃는게 내심 사람 마음을 간지럽혀서.
˝샌드위치 한꺼번에 다 먹지 말고. 배탈나~˝
˝나 돼지 아니라했다?!˝
˝그렇다고 친구 주진 말고. 아껴 먹어.˝
˝아, 알았다고오! 나 진짜 간다!˝
친구를 주긴 왜 주냐. 나 먹기도 아까워 죽겠는데.
김재환에게 소리치곤 달랑거리는 비닐봉지로 시선을 옮기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린다.
이제는 김재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다 설레게 다가오는게 나 정말 문제구나 싶다.
짝사랑은 이제 시작인데.
*
그냥,, 안경 쓴 재환이를 보고 쓰게 된 글임니다,,
담편은 쓰게 되는대로,, 아직 생각은 안해봐서 T_T,
재환밤 되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