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BGM을 못 찾아서 무난한 거로 넣었어요 jnj 수정될 수 있습니다
짝사랑 법칙 W. 김방얼
제 3장. 질투가 난다.
˝뭐 먹을래.˝
뛰어온건지 어느새 앞으로 다가온 김재환이 땀에 젖은 머리를 털어낸다. 아, 날씨 덥다. 그러게 왜 뛰어와. 더위를 참기 힘든 듯 반팔티를 펄럭이는 모습에 가방에 들어있던 핸디 선풍기를 내밀자 아싸. 냉큼 받아든 녀석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다.
음, 뭐 먹지. 곰곰히 고민하다 김재환을 향해 너 먹고 싶은 거 사줄게. 하고 말하자 양 손으로 선풍기를 쥐고 바람을 쐬던 녀석의 시선이 나로 향한다. 내가 먹고 싶은 거? 슬쩍 입꼬리를 올린 김재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금세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는 모습이다.
˝내가 뭐 사달라고 할 줄 알고.˝
김재환은 얼마 지나지않아 장난기가 드릉드릉했다. 니가 그럼 그렇지. 바람 그만 쐬고 싶지. 기어코 제 앞에 손을 내민 나를 보고서야 눈치를 챙긴 김재환이 얌전히 학교 앞 백반집을 선택한다. 흥얼흥얼, 식당으로 가는 내 발걸음이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
˝이모- 여기 제육 두 개 주세요.˝
자리에 앉자마자 김재환은 자연스럽게 주문을 한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서 선풍기가 더 시원하다며 신난 모습이다. 고개를 절레 젓고 휴지 한 장씩을 김재환과 내 앞에 두자 곧바로 그 위로 수저가 놓인다. 모든게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이 상황 속에서 부자연스러운 건 김재환 앞에 마주 앉은 나뿐인 거 같다. 괜히 김재환이 따라준 물잔을 만지작 거렸다.
˝너 근데 그 안경 계속 쓰게?˝
˝왜. 그렇게 어색해?˝
˝아니. 뭐.. 그냥. 안경알도 없는 걸 계속 쓰길래.˝
˝흐흥, 안 그래도 불편해서 오늘만 쓸거야.˝
안경에 대한 얘기가 신경 쓰이는지 휴대폰 액정에 비친 제 얼굴을 확인한다. 고개를 갸웃하는 김재환의 모습에 시선을 떼질 못하다 휴대폰을 내려두려기에 황급히 눈을 피했다. ..잘됐네. 왠지 좀.. 평소랑 달라서 더 눈을 못 쳐다보겠다고. 내가.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겨우 삼키고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린다. 그래서 안경은 누가 선물해준건데?
˝... 아, 그냥. 동아리 후배가.˝
내 물음에 김재환이 눈에 띄게 움찔했다. 동아리 후배?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제육 나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앞에 놓여진 그릇으로 인해 시선이 옮겨졌다. 그리고 다시 향한 시선 속의 김재환이 자꾸만 입술을 축인다. 뭐야. 더 궁금하게.
˝동아리 후배가 사줬다고?˝
˝(끄덕)˝
˝밴드?˝
˝... 어어.˝
˝엥, 너네 밴드 동아리 후배가 안경을 왜 선물해?˝
˝글쎄. 그게 중요하냐. 여주야. 제육 식는다. 먹어. 먹어.˝
˝야. 너 설마.˝
설마. 이가영? ..걔가 사준거야? 젓가락을 들어올려 제육으로 향하던 손이 끝내 멈칫했다. 맞구나. 걔가 사준 거.
˝걔 너 좋아하잖아.˝
이가영이라면, 몇 개월 전부터 김재환을 끈질기게 쫓아다녔던 밴드 동아리 후배다. 김재환과 친한 대부분 친구들이 알 정도의 인물이었으니 내가 모를리 만무한 애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매번 김재환이 선을 그었다는 것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근데 그 애가 준 선물을, 그 김재환이 받았다고?
곧바로 내가 뱉은 말에 여주야. 목소리 좀. 당황한 김재환의 목소리가 나를 다그친다.
˝좋겠네~ 안경 선물도 받고.˝
˝그런 거 아냐.˝
˝아니긴, 어쩐지 안 쓰던 안경을 쓴다 했어.˝
˝그게 아니라,˝
괜히 비아냥거리는 어투가 앞섰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입 안으로 밥 한 숟가락을 우겨넣는다. 곧이은 김재환의 변명과 동시에 식탁에 올려뒀던 김재환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얼마 전에 내가 추천해줬던 노랜데 저거. 그리고 이내 화면에 띄워진 이름을 확인하고 벌컥, 물을 삼켰다. [18 이가영]. 와, 타이밍. 김재환도 예상치 못한 전화에 당황한 듯 했다. 그냥 받으라는 눈짓을 주자 멋쩍게 인중을 긁적인 김재환이 휴대폰을 집어든다.
- 오빠, 어디세요?!
- 어, 가영아. 밥 먹고 있어. 이따 동방에서 보자.
- 밥 먹었어요?! 오빠랑 같이 먹으려고 초밥 사왔는데..
- 미안미안. 여주랑 먹고 있어서. 맛있게 먹어.
- 다음엔 여주 언니 말고 저랑 밥 먹어요. 오빠! 이따 봐요!
그렇다고 대화내용을 듣고 싶지 않았는데. 그건 둘째치고 갤럭시가 원래 저렇게 방음이 안되었던가. 나로선 별로 유쾌하지 않은 대화 내용이 수화기 너머로 흘러 나왔다. 나한테도 대화가 들릴 것이라는 것을 느낀 건지 김재환은 슬쩍 내 눈치를 본다. 생각해보면 김재환이 눈치 볼 이유는 전혀 없는 상황인데. 내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았다는 것을 녀석도 아는 모양이다. 대충 통화를 마무리한 김재환이 휴대폰을 내려두고 깨작깨작, 밥을 뒤적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여주야.
짜증나. 왜 짜증나는지 설명할 말이 없어서 짜증이 났다. 이건 친구로서의 가벼운 질투라고 말해도 될까. 아니면, 내가 너를 좋아하기때문에 생기는 미운 감정일까. 속이 답답해서 한 번 더 물을 들이켰다.
˝그냥 가서 초밥 먹지.˝
..아. 말을 내뱉자마자 후회했다. 김여주 이 못난 사람아.(눈물). 말을 덜컥 내뱉어 놓고는 정작 김재환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시선을 피했다. 짧은 정적 끝에 스치듯 마주친 시선에서 김재환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다.
˝너랑 먹고 있잖아. 밥.˝
그리고 이어진 김재환의 대답은 늘 돌아가는 법이 없음에도
˝그래도 걔랑 먹었음 더 좋았을 거 아냐.˝
김여주는 늘 그렇지 못하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흩어지는 내 대답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진짜 구제불능이다. 나.
˝여주야.˝
˝... ...˝
˝진짜 그런 거 아냐. 그러니까 맛있게 좀 먹자. 오랜만에 얻어먹는데. 응?˝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고자 굳었던 얼굴에 웃음을 달고 던진 김재환의 말에 되려 입을 꾹 다물었다. 걔가 선물해준 안경이 너한테 잘 어울리는게 싫어. 그 모습에 설레는 내가 짜증이 나. 나는 왜이렇게 삐뚤어졌을까.
언제부터였지. 그래. 아마 꽤 오래, 어렸을 적에도 그랬던 거 같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낸 녀석이어서인지 나는 김재환이 다른 사람과 더 친하게 지내는 꼴을 늘 못봤다. 김재환이 내 것도 아닌데, 이상한 소유욕과 질투에 매번 감정을 소모하곤 했다. 그리고 그런 모난 감정을 감추고자 되려 김재환에게 모나게 구는 꼴이 매번 우습다.
근데 어쩌면 그건 다,
(탁-)
˝안경이 그렇게 안 어울리냐.˝
˝... ...˝
˝안 쓸게. 별로면 말을 하지. 나 상처 받을까봐 그렇게 빙빙 돌려 말하지.˝
내 모난 감정을 덮어주려는 니 다정함에.
˝안그래도 안 어울리는 거 같애서 안 쓰려 그랬어. 생일 선물이라길래 받은거야.˝
그런 나를 다 받아주는 너의 그 다정에.
˝수업 늦겠다. 빨리 먹고 가자.˝
˝..그만 먹을래. 너 다 먹었으면 계산 하고 올게.˝
˝왜 더 안 먹고. 빨리 안 먹어도 되니까 더 먹고 가.˝
내가 익숙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축제 연습 있다며. 원래 별로 배 안고팠어. 너 사주려고 그런거지.˝
˝... ...˝
˝왜. 감동했어?˝
˝김여주.˝
˝아, 왜~ 미간 좀 풀어라. 진짜 배 안 고프다니까?!˝
˝...알겠어. 계산해.˝
˝오케- 계산 하고 온다!˝
딱히 아직은 김재환에게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이라고는 하나 꽤나 오바스럽게) 김재환에게 답하자 영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던 녀석은 내 어색한 웃음에 작게 한숨 쉬고는 넘어갔다. 오늘도 이런식으로 김재환은 져준다.
˝연습 잘하고. 축제 얼마 안 남았다. 정신 빠짝 차려.˝
˝내가 누군데. 나 김재환이야.˝
˝그러니까 하는 소리지. 너 김재환이잖아.˝
야. 여주야, 그게 무슨 뜻이야. 툭툭 내 어깨를 건드리며 빠르게 말을 내뱉는 김재환을 보며 키득거리자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다. 그러는 너나 오늘 술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김재환이 그랬다. 아. 늦었다. 이따 연락해. 빠이. 제 얼굴 옆으로 손을 들어 짧게 손인사를 한 김재환은 곧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뛰지 말라 잔소리 할 땐 언제고.. , 야. 김재환. 그렇게 뛰다 넘어져!
˝술 마시는 건 귀신같이 알아 가지고..˝
휴대폰에 울리는 소모임 단톡방을 확인하고 이따 봐여. 다들. 짧게 메세지를 보냈다.
머릿 속에는 온통 김재환과 이가영이 합주를 하며 웃는 모습이 둥둥 떠다닌다.
김여주는 질투에 취약했다.
아, 오랜만에 술이나 진탕 마셔야겠다.
*
내용이 짧아서 죄송합니다 jnj
4장까지 하면 늦어질 거 같아서..
그리고 댓글 감사드려요 하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