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징은 올해로 스물 넷.
170cm에 중성적인 외모로 길거리 캐스팅이 돼서 열아홉부터 4년간 빡세게 연습하고 작년에 데뷔해 연예계 최초 남장 아이돌 컨셉으로 자리를 잡아.
너징의 그룹 내 담당은 목소리와 메인보컬.
사실 너징의 목소리는 원래 일반 여학생들보다 달달하고 매력있는 보이스지만 너징이 활동하는 동안에는 컨셉에 맞게 말하는 톤이라던지 노래부르는 톤을 평소보다 낮게 잡았는데, 그게 너징 입덕의 문이라는 중성적인 너징의 보이스.
특이한 보이스 덕분에 너징은 여기저기 피처링도 하고 라디오에서 특별 디제이로 섭외도 자주 오는 편이야.
여기서 원래 너징은 꿈이 가수가 아니었어.
너징은 그저 가수가 꿈인 모태친구를 응원하고 항상 함께였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쪽 지식이 풍부해진 케이스지. 너징의 모태친구가 누구냐고?
누구긴 누구야, 머글킹이라 불리는 대세남. 엑소의 시우민이지.
남장 컨셉 아이돌 너징과 엑소 시우민이 모태친구인 썰 1
(부제 ; 우리가 비밀연애 하는 것도 아닌데?)
라이트닝이 씀니당!
음악중심 400회를 맞아서 오랜만에 음악방송에 출연하게 된 엑소의 대기실.
멤버가 열두명 이다 보니까 웅성웅성 왁자지껄 다들 떠들고 준비하느라 분주한 대기실에 난데없이 노크소리가 울려퍼져.
순식간에 떠들고 놀던 엑소가 문쪽으로 시선을 집중하고 잠깐 있다가 문이 열리더니 이내 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각자 꾸민 너징과 너징의 그룹 멤버들이 들어와.
너징의 그룹이 인사하러 들어오는 걸 깨달은 멤버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서고 그 분주한 틈새로 민석이와 눈이 마주친 너징이 눈꼬리를 접으며 슬쩍 웃어보여.
"하나, 둘. I'm your wish, 안녕하세요. 드라마틱 입니다!"
리더의 말과 함께 너징의 그룹이 구호를 외치며 인사를 하고 씨디를 건네기 시작해. 한 멤버당 한개씩 건네주는데 너징의 그룹은 총 네 명으로 이루어져 있어.
너징의 담당 멤버는 민석이부터 첸, 디오, 찬열이었어.
원체 낯가림도 심하고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너징은 여느때와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민석이를 제외한 세 사람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가며 씨디를 건네.
그리고 그 셋을 등진 너징이 민석이와 마주보며 무표정은 어디다 버려뒀는지 활짝 웃으며 씨디를 건네. 다른 멤버들이 못 보게.
너징이 건네는 씨디를 건네받으면서 민석이 역시도 눈꼬리를 접으며 기분좋게 웃어보여.
씨디를 건네받으면서 민석이가 너징의 손을 한 번 꼬옥 잡았다가 놓은 건 둘만이 아는 비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온 쟈가운 너징은 멤버들을 뒤따라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가며 나가다가 다시 민석이와 눈이 마주치고,
너징의 팬들이 평생 한 번 보는게 소원이라는 너징의 윙크를 날리고는 엑소 대기실을 나서.
민석이는 윙크를 받고 기분이 금새 좋아져서 앨범을 뒤적이는데 문득 너징과 활동이 겹치지가 않아서 음악방송에서 만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을 해.
너징을 보러가기로 결심한 민석이가 앨범을 가방에 고이 챙겨넣고 대기실을 나가려니까 나머지 멤버들이 야유를 해.
"민석이형 또 어디 나간다!!! 여자친구 만나러 가나봐!!!"
깐죽거리는 백현이나,
"민석, 여자친구 만나러 가? 예뻐? 나도 보여줘!"
갑자기 눈치를 어디다 팔아먹은건지 나도 데려가라며 찡찡대는 루한이라던지.
하지만 민석이는 그런 놀림들에도 익숙하단 듯 입꼬리 한쪽만 올려 비웃음을 지어내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기실을 나와.
대기실을 나서자 마자 나머지 멤버들의 야유소리가 대기실 밖에까지 쩌렁쩌렁 울려퍼져.
너징에게 어디냐고 물은 민석이 대기실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비상구로 나오라고 톡을 보내고는 비상구에 들어가.
조금 있다가 너징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덥썩 끌어안은 민석이 너징에게 투정을 부리기 시작해.
"피곤해, 졸려 죽겠다,"
"어제 일찍 자라니까 왜 늦게 잤어. 너 잠 못자면 어깨랑 아프잖아."
익숙하게 끌어안겨서 민석이의 투정을 받아주던 너징이 자연스럽게 민석이의 어깨를 조물조물거려.
민석이는 그저 싱글벙글 해서 너징을 꼬옥 끌어안고 받고있고.
그러다가 갑자기 민석이가 품에서 너징을 떼어내더니 너징의 어깨를 잡아.
너징이 왜그러냐는 눈빛으로 민석이를 올려다보자 민석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너징에게 물어.
"우리 언제까지 친구인거 숨기고 몰래 만나야 해?"
"글쎄, 밝히기에는 아직 좀 이르,"
"너 작년에도 그 소리 해서 내가 일년이나 기다려 줬잖아. 왜 내가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너 만나야 해?"
"그럼 어떡해. 친구인거 밝히면 다들 난리치고 그 얘기만 할텐데.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기회가 오겠지."
"우리가 무슨 비밀연애 하는 것 도 아니고, 왜 맨날 몰래 만나야 하는데! 나도 너랑 대놓고 좀 붙어있고 싶다고오...."
찡찡대는 민석이를 달래며 너징이 한숨을 푹 내쉬어. 사실 밝히자면 못 밝힐것도 없지만 남장을 했어도 어쨌든 여자인 너징과 민석이가 친구랍시고 매일 붙어다니면 분명히 민석이 한테 안 좋은 소리가 들릴게 뻔하니까 너징은 그게 싫어서 계속 미루는 중이야.
민석이도 어디가서 어리광부리고 찡찡거리는 스타일이 아닌데, 유독 어렸을 때 부터 항상 같이 자랐던 너징과 있을때면 이렇게 맏형으로써의 책임감들을 다 내려놓고 대해.
너징은 그게 기쁘기도 하고, 또 좋기도 하고. 너징 역시도 항상 무표정에 말수가 적어서 연예계에 멤버들과 민석이 외에 친구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민석이 앞에만 오면 무표정은 무슨, 미소천사로 변신해서 어화둥둥 민석이를 어르고 달래주고 또 힘이 들 때에는 기대고.
매일같이 얼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으면 밤마다 사람들 눈을 피해서 만나는 너징과 민석이는 멤버들의 연애하냐는 물음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며 항상 매일 서로를 만나.
그게 벌써 2년째야. 서로의 멤버들은 두 사람이 친한 걸 전혀 모르는데, 너징은 아직 알릴만한 시기를 못 잡아 기다리는 중이고 민석이는 그저 너징을 공유하기 싫다는 마음에 서로가 서로 멤버들에게 친구인 걸 밝히지 않았어.
특히 민석이는 분명히 남장 컨셉에다가 중성적인 모습을 하고 철벽을 치는 너징에게 은근 아이돌 중에 너징의 덕후들이 많다는 걸 알고는 더더욱 숨겨.
그 아이돌들 중 너징의 덕후가 엑소에도 물론 있거든, 너징이 앨범을 건네주는 걸 넋놓고 바라보던 레이랑 루한, 앨범을 건네 받으면서 눈도 못마주치던 종대와 경수.
민석은 기필코 멤버들에게서 너징을 지켜내겠다고 결심을 해.
그리고 오늘도 역시 둘은 몰래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묻고, 들어주지.
마치 비밀연애를 하는 아이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