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縷
─ 김준면 사원? 이게 뭡니까, 이게. 예?
─ …죄송합니다아.
세훈은 펴져있던 미간을 찌푸리면서 결제서류를 휙휙 넘기기 시작했다. 준면은 세훈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져 갈 수록 준면도 준면만큼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대체 왜 나한테만 그러는건데…. 미워 진짜. 준면이 훌쩍거리자 거슬린다는 듯이 세훈은 준면을 째려보았다. 준면은 결국 울먹이다 못해 세훈에게 소리를 쳐버리고 말았다. 다행이도 둘만 팀장실 안에 있어서 다행이지, 누가 들어오거나 그러기만 했다면 둘은 사내연애가 걸렸을 것이다.
─ 오세훙, 너 대체 나한테 왜 구러능건데!
─ 뭐가요, 김준면 사원. 말 똑바로 안하십니까?
─ …너 왜 자꾸 나항테만 구로는거야! 지짜 깐깐해서 모타겠네!
끝내 눈물을 내보인 준면을 보자 세훈은 잠깐 당황하는 듯 하였으나, 다시 평정심을 찾고 의자에 기대어 계속 준면을 쳐다보았다. 나와야 할 세훈의 반응이 나오지 않자 준면은 당황한건지 살짝 흠칫했다. 그런 준면이 웃긴지 세훈은 잠시 웃었다. 준면은 잉잉 '^'거리며 세훈의 어깨를 계속해서 치기 시작했다. 오세훈 미워…, 오세훈 바부…. 세훈은 준면의 손목을 잡고서는 준면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준면에게 서류를 내밀고서는 저 혼자서 팀장실 밖으로 나갔다. 준면은 어이없다는 듯이 세훈이 나간 문 쪽만을 바라 보고 있었다.
─
─ 아, 그래요? 참 우리 이 사원 말도 예쁘게 하시네.
─ 에이, 아니에요 팀장님. 부끄럽게 정말….
저를 내버려두고 다른 여자와 하하호호거리고 있는 세훈을 본 준면은 화가 나, 그 둘에게 씩씩거리며 다가갔다. 오세훙 팀잔님, 일하셔야 하지 않으세여? 말투에 차가움이 들어간 준면을 슬쩍 보더니, 세훈은 여자 사원에게 뭐라 중얼거리더니 준면을 끌고 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우으으, 팀자, 팀잔니임. 뒷목을 잡힌 채, 쪼르르 끌려가는 준면이었다. 준면이 팀장실 안에 들어온 후, 문은 세게 닫혔다. 그 소리에 준면은 흠칫거리며 세훈을 쳐다보았다. 세훈은 준면의 턱 밑에 손가락을 대고는 준면에게 말했다. 준면아, 손가락이 내려가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그만, 이라고 소리쳐. 알겠지? 준면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준면의 행동과 동시에 세훈의 손가락은 목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세훈의 손가락이 가슴께에 오자 준면은 위험하다 싶었는지 그만! 이라고 소리쳤다. 그럼에도 세훈의 손가락은 계속 밑으로 가고 있었다.
─ 티, 팀잔님, 그마, 그만이여!
─ 싫은데?
그 말을 끝으로 세훈은 손가락을 밑으로 주욱 내렸다. 준면은 당황해서 세훈의 어깨를 꼬옥 잡았다. 세훈과 준면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져갔다. 준면은 눈을 꼭 감고 세훈이 오기까지만을 기다렸다. 점점 두 입술이 마주치려는 순간─똑똑거리며 팀장실 문이 열렸다. 세훈과 준면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서로 멀리 떨어졌다. 방금 전에 그 여자사원이었다. 세훈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보였다. 세훈은 그 여자사원을 계속 보더니 준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세훈의 한 마디 이후로 그 여자사원은 기가 찬 채로 나갔고, 세훈과 준면의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 사귀자고 한 걸 또 믿습니까? 제 애인 여기 있습니다, 오징어.
그 후의 이야기
─ 팀잔님, 전에 그 여자사원한테 뭐라구 말하셨어여?
─ 아, 그거? 점심시간에 내 방에 좀 오라고 했지. 할 말 있다고.
─ …그 할 말이 뭔데여?
─ 우리 애인 소개하려고 부른거였어, 준면아.
─ 이씨, 또 말 노치! 그거 버릇이야!
+) 여기서 준면이의 말투는 오타도 저능아도 아닙니다. 그냥 귀여운 애교라고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