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별을 따다 줘 w.블리스엘 * 이른 아침부터 들들 볶아대는 엄마를 따라 3시간을 달려 도착한 할머니댁. 명절이라고 친척들이 바글바글 모여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런 자리가 어색해 그냥 멀뚱멀뚱 서있었더니 고모가 자기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팡팡 치더니 이리로 와 앉으란다. 거절하기도 뭐해 울며 겨자먹기로 옆자리로 가 앉았다. 그러자 고모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첫번째 타깃은 이번에 대학에 붙은 큰누나, 고생이 많다… 이제 곧 그 질문이 나를 향할 것 만 같아 얼른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만지는 척을 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옆에 앉은 고모가 날 쳐다보는게 느껴져 고개를 들며 어색하게 웃었다. "얘, 명수야." "…네?" "네가 이제 고3이던가?" "예, 예…" "이제 수능도 볼텐데 공부 더 열심히 하고…" "…예." "그나저나 어째 명수는 날이 갈수록 잘생겨지는거 같네-" …하하하.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국어책 읽듯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명수의 웃음에 이내 고모는 고개를 돌리고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셨다. 휴- 다행이다. 아, 숨막혀. 그러고는 슬쩍 일어났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촌동생 현성이 따라 일어나는게 보였다. 훠이 훠이- 하며 손짓을 해주니 금방 울상이 된다. 한숨을 푹 쉬고는 현성의 손을 잡았다. 어디가냐는 엄마의 질문에 슈퍼-라고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형아- 어디가게?" "슈퍼, 형이랑 슈퍼나 가자. 과자 사줄게." "우아-" 좋아하는 현성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 웃으며 손을 꽉 잡고는 걸음을 천천히 했다. 그나저나 여기 대체 슈퍼는 어디있니? 꽤 걸은거 같은데도 가게 하나 안 보인다.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현성이 소리쳤다. "형아, 저기있다." "오, 그렇네?" 슈퍼를 찾은 현성이 기특해 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현성이 헤헷- 이라는 귀여운 소리를 냈다. 아이고, 귀여운 것. 그리고는 현성에게 누가 먼저 가나 시합- 이라 외치고는 현성의 반응을 살피며 천천히 뛰었다. "앙대!" 그러면서 현성이 있는힘껏 뛰는걸 보고는 웃으며 따라 뛰었다. 휴, 이렇게 나오니 살거같다. 가게 앞에 먼저 도착한 현성이 형아가 졌다. 하고는 다리에 매달렸다. 매미같아- "얼른 과자나 골라, 임마-" "형은 뭐 먹을거야?" "형…?" 그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 먹지… 한참 고민하는데 현성이 이내 과자를 골랐는지 뛰어왔다. "형아! 나 이거!" "여기다 올려놔." 딱히 먹고싶은게 없어 옆에있던 막대사탕을 꺼내 올려두었다. 이렇게 계산이요- 계산을 마치고는 현성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집에 도착해 현성을 먼저 안으로 보냈다. 이제 진짜 내 시간인가. 그러고는 쭈구려앉아 막대사탕의 껍질을 까 입안에 넣었다. 한참을 휴대폰을 만지작대며 입안에 있는 사탕을 굴리고 있었을까,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 글쎄 내가 아니라니깐?" 신경을 끄고는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내가 남우현 네 빤스를 왜 입냐고-" …뭐래? 남자의 통화소리에 고개를 다시 들어올리고는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통화에 열중해 누가, 아니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듯 했다. 난 찬찬히 그를 관찰했다. 음, 키는 그럭저럭…우와, 눈 작다. 옆으로 째졌네? 뭘 좀 닮은거 같은데…여우?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관찰하고 있었는데 그가 날 바라보는게 느껴졌다.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 젠장- 등을 돌려 그대로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문을 닫고는 기대어 섰다. 아, 생각났다. 그 사람- 두더지를 좀 닮은거 같기도…근데 또 섹시해… "뭐? 섹시?" "어? 뭐라고, 명수야?" 거실에 계시던 큰엄마가 내 목소리를 듣고는 소리쳤다. 아, 젠장. 생각만 한다는걸 입 밖으로 꺼내 버렸네. "네? 아뇨." 그러고는 뻘쭘하게 들어와 구석에 앉았다. 아, 진짜 나 왜이래. 미쳤나봐…눈도 조그만 남자가 뭐가 섹시하다고. 별게 다 섹시하네… * 우웅-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쳐다봤다. 발신인은 남우현. 갑작스런 전화에 얘가 왠일이지, 혹시…하며 전화를 받았는데…웬걸. 다짜고짜 자기 속옷를 입었냐고 화를낸다. 얘가 미쳤나. 내가 지 빤쓰를 왜 입어, 아무리 속옷이 없어도 니 속옷은 더러워서 안 입어. 휴대폰을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얘가 지금 뭐라는거야." -너 내꺼 입었잖아! "아, 글쎄 내가 아니라니깐?" -거짓말 마! "아니 내가 남우현 네 빤스를 왜 입냐고-" -김성규, 너 진짜 안 입었어? "…안 입었다고-" 이상하게 아까부터 누가 날 쳐다보고 있는거 같다. 바로 돌아보긴 뭐해 일부러 통화에 열중하는 척 했다. 이만 하면 되겠지- 하고 힐끔, 눈을 흘겼는데…웁스, 아직도 보고있다. 것도 멍하니. 더는 안 되겠다 싶어 그 사람을 마주봤다. 멍하니 날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인상을 찡그리고는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저 남자? 근데 잘생겼잖아…기분나빠, 기분 나쁘게 내 스타일이야… 난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 저녁을 먹을 때도, 씻을 때도,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도 자꾸만 아까 본 두더지닮은 남자가 생각난다. 진짜 미쳐버릴거같다. 내가 뭐 그 남자한테 반한거야? 허, 참. 내 취향이 언제부터 그 쪽으로…내가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그렇고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건 이미 중학교 때부터 알던 사실이다. 그래, 그런데 아까 그 남자는 내 스타일 아닌데? 난 그렇게 눈 작은 사람 안 좋아하는데…근데 왜이렇게 생각이 나는거지? 정말이지, 이불을 걷어 찰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다 잠 못자겠네. 숨막혀- 잠이 오지않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잠을 잘 수 없어서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으슬으슬 추운게 괜히 나온거 같기도 하고…그래도 하늘도 맑은게, 시골이라 별도 잘 보이고. 저 별은 나의… "…저기요" "으옛?" …아까 그 남자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빙구같은 대답이 나오고 말았다. 아, 쪽팔려…크흠. "왜요?" "저한테 관심있어요?" …이 사람이 지금 뭐라는거야. 도끼병이야? "있으면요?" 미친놈이다, 미친놈인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이런 미친 소릴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입 밖으로 꺼낸 말을 주워 담고싶지도, 또 주워 담으려 하지도 않았다. "제가 그쪽한테 관심있으면 어쩌게요." 내 당돌한 말에 상대가 움찔거리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말했다. "…저 별 따다줘요." 이 남자도 미쳤고, 나도 미쳤다. 그래, 우리는 미쳤다. "얼른." 내 대답은 예스다- 예스. 따다 줘 보지 뭐. fin. 번외 - mistletoe 의 전설. * 12월 24일 10시. 왠지 자면 안될것 같다. 꼭 성규에게 전화가 올거같은 밤이다. 난 침대에 편안히 누워 성규의 전화를 기다렸다. 우웅- 역시나 발신인을 보니 성규. 난 태연한 척 전화를 받았다. "어, 왜-" "김명수!" "왜." "지금 당장 집 앞으로 나와." "너 지금 우리 집 앞에 있어?" "아니, 이따 두시간 뒤에 나와." "그냥 지금 나가면 안 돼?" "씁- 그냥 내 말 듣고 두시간 뒤에 나와." "알겠어-" 그러고는 통화가 끊어진 휴대폰을 들고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귀여워 죽겠다니깐? 이래 놓고 맨날 형이라 불러달라니, 퍽이나. 난 침대를 굴러다니다 서둘러 화장실로 직행했다. 혹시 모르니 이 좀 깨끗히 닦고, 가글도 해야지- 그렇게 열나게 이를 닦고, 소파에 편히 앉아 티비채널을 돌릴 때 쯤이였다. 지이잉- 문자? 휴대폰을 액정을 켜 확인해보니 성규다. 「10분 남았어.」 뭐? 10분? 시계를 보니 50분이다. 난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지금 집 앞에 왔어?」 문자를 보내고는 방에 들어가 겉옷을 챙겼다. 그러고는 현관을 나섰다. 역시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한 아파트 입구에 뒤돌아 서있는 성규. 난 놀래켜줄까 하는 심산으로 발소리도 내지 않고 천천히 성규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와락- 백허그를 했더니 놀라 돌아보는 성규의 눈이 평소보다 두배는 커졌다. 난 자지러지게 웃으며 성규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개새끼야, 깜짝 놀랐잖아." "어허- 말버릇 좀." 그러고는 성규의 붉은 입술을 톡톡 쳤다. 성규가 그런 날 밉지 않게 흘기더니 어깨에 있는 내 팔을 치우고는 갑자기 어딘가로 걸어갔다. 난 잠자코 따라갔다. 성규가 멈춘곳은 겨우살이 장식 아래. 성규가 가만히 서서 날 바라보다 이내 그 붉은 입술을 뗐다. "일로 와봐." 난 뭐에 홀린듯 성규의 목소리를 듣고는 천천히 성규에게 다가가 이내 성규의 앞에 섰다. 그러자 갑자기 성규가 내 목을 껴안았다. "너 미슬토우의 전설, 모르지?" "미슬토우의 전설?" "미슬토우 아래에서 키스하면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나-" 이런 예쁜 말은 붉은 입술을 오물오물 움직여 얘기하는 성규를 보고는 분위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입술을 성규의 입술에 가져갔다. 성규의 윗 입술을 감쳐무니 성규의 입꼬리가 쓱 올라가는게 느껴졌다. 입술을 떼어내고 성규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는 입술에 쪽- 짧게 뽀뽀를 했다. 다시한번 쪽- "뽀뽀갖고 되겠어?" 이번엔 성규가 먼저 다가와 입술을 겹쳤다. 아, 행복해- 이게 미슬로 머시기의 전설이란거야? 성규의 허리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 별을 따다 줘 - mistletoe 의 전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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