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일 학기 초
나는 그 아이랑 짝이었다.
아, 신은 나를 버렸다.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남녀 짝꿍.
그게 왜 하필 나야? 여자는 싫어!
못생겨가지고 말많아, 시끄러워, 공부도 못해. 더더~욱 싫어
교복은 저게 뭐야? 단정히 좀 입지.
나한테 한마디 말만 걸어봐
그땐 서로를 생각하는 게
이렇게 하늘과 바닥일 줄 상상도 못 했다.
생긴 건 날라리같이 생겨서 하는짓은 딴 판이다.
이건 뭐 공부벌레야?...이름이 공신이래..공부의 신 줄임말인가.
그래도 얘랑 짝하면 성적은 오르겠다.
아니 어떻게 우리 담임은 학기 초부터 성적순이야?
그래도 나는 얘가 맘에 든다. 스타트는 좋네!
그리고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조례가 끝나자마자 그 애는 말을 걸어왔다.
나만의 유일한 자랑거리 들이대기.
남자애가 먼저 말 걸기 쑥스러울 테니까 선심 쓴다.
내가 먼저 걸어준다!
- 야! 우리 반에서 너랑 나만 남자 여자 짝꿍이야!
- 아 그래?
- 뭐야,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안 좋아하네?
- 난 별로 안좋은데
나는 원 펀치로 돌직구 아닌 돌직구를 날려줬다.
난 바보인 게 틀림없다. 겨우 저따위 말을 돌직구라고 날렸나?
생긴 거 못지않게 싹수가 장난 아니다.
금방 친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 너 얼굴값 해라! 넌 나한테 넘어오게 돼있어.
- 야! 여자가 좋지 남자가 좋으냐? 솔직히 말해. 좋으면서
- 오늘 이후로 말 걸지 마라. 대답 안 한다.
- 그럼 오늘 말 많이 걸어야겠네~~~~
내가 말을 잘못했다. 잘못해도 너무 잘못했어.
오늘 이후? 지금 당장이라고 했어야지! 오늘 하루 피곤하겠다.
오늘 첫날이라고 단축수업하는 게 어디야. 참자..
- 잠깐, 여우비? 너 이름이 여우비야?
- 왜? 나 알아? 관심이 생겨?
- 아니? 너 몰라, 이름은 이쁜데 생긴건 못생겨서 그래서 물어봤어.
이렇게 싹쑤없는데 재밌다.
화도 안 난다. 왠지 모르겠지만 흥미롭다.
고등학교 2학년.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