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이다. 와, 형. 이게 얼마 만이야. 잘 지냈어요? 만약 우리가 어디선가 마주치거나, 맞닥뜨린다거나. 어찌 됐건 무슨 일로라도 우리가 재회할 일이 있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상황을 상상했다. 평소에도 모든 것에 쿨하던 네가 이미 다 끝나버린 우리 사이에 아직도 연연한다는 것은 정말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봤자 만약은 만약일 뿐이었다. 우리는 이미 서로 다른 가정을 꾸렸고, 모든 사람들의 워너비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적어도 너는 그 안에서 행복하리라 판단했다. 나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네 결혼 소식이 들렸을 때 굳이 예식장에 찾아가 뻔뻔한 낯짝으로 축의금을 내민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니, 나한테 그런 표정으로 이별을 통보했다면 어떻게든 행복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너는 늘 나쁜 놈이기를 바랐고, 적어도 네 눈에 비추는 나는 늘 착한 놈이어야 했다. 생각보다 덤덤하게 맞은 완전한 이별이었다. 얼마 안 가 부모님이 마련해 주신 선 자리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노라 너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마치 네가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을 때처럼. 너는 잠시 말이 없다가도 축하의 인사를 보내왔다. 그날 밤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는 네 목소리에 가위를 눌렸다. 너는 결국 내 결혼식에 찾아오지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다 청첩장에 네 주소를 적은 내 수고가 무색할 정도로. 이제 갓 5살이 된 딸아이의 손을 잡고 온 놀이공원에서 널 만났다. 자그마치 6년만에 본 네 얼굴은 6년의 세월이 의심될 정도로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그때와 똑같았다. 그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했다. 너는 어느새 네 부인이 아닌 부티 나는 아줌마의 손을 잡은 채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고개를 휙휙 돌리다 나와 눈이 마주친 네가 아주 잠시 흠칫하고 굳었다. 그러고는 나와 내 딸아이가 맞잡은 손과 너와 그 아줌마가 맞잡은 손을 몇 번이고 번갈아 보며 쳐다보더니 그냥 스쳐 지나갔다. 단지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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