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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무단 배포를 금지한 글입니다. 공유를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오직 저, 쿠키가죠아에게만 있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구다정과 기데레 33화

W.쿠키가죠아

 

 

 

 

 


성용에게 전화 얘기를 꺼낸 청용은 눈을 크게 뜨고 달려드는 녀석에 잠시 당황했다.

사실 청용은 끝까지 이 얘기를 꺼낼 생각이 없었는데, 쉽게 털어놓지 않은 성용에 답답함을 느끼며 결국 먼저 얘기를 꺼내버린 것이다.

빨리 말해보라는 성용에 괜히 얘기했나, 하며 머리를 긁적이던 청용은 한숨을 작게 쉬며 성용을 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펑펑 울더니 지금은 눈까지 빛내며 자신을 똘망똘망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입을 열기 직전 청용은 잠시 공상에 잠겼다. 그 공상은 금새 곧 몇년전 추억속으로 빠져들었다.

 

 

 

 

 


***

 

 

 

 

 

 

같은 팀에서 비슷한 시기에 떠오른 나와 성용은 '쌍용'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우며 막강 콤비로 떠올랐다.

성용과는 동년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로 지내며, 서로 둘도 없는 친분을 과시하며 함께 훈련하고 시즌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붙어있던 시간도 그만큼 많았다.

그렇게 붙어다니다 보니 어느샌가 눈만 마주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연스레 알게됐고, 또 그것이 그라운드 위에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눈빛만 봐도 녀석의 사랑에 관한 마음까지 눈치채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우리 둘 사이에 한명이 더해졌다. 역시나 나와는 동년은 아니지만 친구로 지내게 된 구자철이었다.

A매치에서 셋이 만날때면 훈련할때도 시간가는 줄 몰랐고, 밤마다 모여 게임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그렇게 지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이상한 낌새를 감지할 수 있었다.

내가 둘과 자주 붙어있다보니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테지만, 아마도 모두 알 수 있을 만큼 변화가 보였다.

그 변화의 주인공은 자철이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을 조금 가까워진 이제야 눈에 보인 것일수도 있다.

녀석의 눈은 항상 성용을 갈구하고 있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남자가 남자를…? 착각이겠지, 하며 몇번을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눈빛은 점점 더 강해졌다.

결국 나는 녀석의 마음을 인정했지만, 굳이 녀석에게 내가 알고있다는 것을 티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는 먼저 영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내가 영국에 감으로써 단둘이 붙어있는 시간이 늘어난 녀석들의 분위기가 묘해졌다.

곧 두 녀석 모두 해외리그로 떠나면서 만나는 시간이 줄긴 했지만, 가끔 누구와 전화를 하더라도

자철은 성용얘기, 성용은 자철얘기하기 바빠했다. 그런 녀석들의 얘기를 곧이곧대로 들어주면서도 나는 생각했다.

… 이 머저리들.

그래도 나는 굳이 나서지 않았다. 귀찮았으니까, 내 여자친구 챙기기도 바빴기도 했고말이다.

 

 

 

 

 

 

***

 

 

 

 

 

 

지성형의 제안에 나는 런던올림픽 본선 마지막 경기인 가봉전을 관람하러 갔을 때였다.

그래,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성용을 불렀지만, 나나 지성형이나 완전 무시당한 그날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둘은 여전히 자철만의 외사랑인 듯 싶었다.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이 버스에 오르기 전에 잠깐 만난 성용은 역시나 만나자마자 내 안부를 잠깐 묻는가 싶더니 바로 자철 얘기를 늘어놓았다.

 

 

 

 

 

 

"야, 청용아. 글쎄 구자철이 나보고 공 좀 잘차랜다."
"그럼 좀 잘 차봐."
"아씨, 누군 잘 차고 싶은 맘 없겠냐?! 근데 자기도 똑같으면서… 아니, 그래 뭐 지가 좀 잘찼다고 그렇게 바로 무시한다니까?"
"그럼 너도 잘 차서 무시해."
"그게 말처럼 쉬우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고!"
"어쨌든 자철이 잘 찼으니 할말 없는걸 어쩌겠냐."
"아씨, 하여튼 구자봉 은근히 사람 놀리는데 얄미워 죽겠다니까?… 다음 영국전 때 봐라, 내가 꼭 영웅이 되어주겠어!!."

 

 

 

 

 

 

가만히 성용의 말을 들어주고 적당한 답해주고 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혹시라도, 이 둔한 녀석이 눈치만 못채고 있을 뿐이지 이녀석 또한 자철을 좋아하고 있는 것 아닐까?

물론 내용은 거의 녀석의 뒷담화지만, 그래도 이녀석이 이렇게 열내면서까지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어떡 식으로든 인정한 사람뿐이란걸 알고 있다.

묘한 표정으로 자철에 대해 열심히 침까지 튀기며 발악하고 있는 성용의 표정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러자 녀석이 말을 멈추고 왜그렇게봐? 하며 물어온다. 피식 웃으며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막말로 성용이 자철을 좋아한다고 치자, 내가 이렇게 녀석을 관찰할 이유는 없었다.

나서기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나는 둘 사이에 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쉽게 관두고 녀석을 버스에 태워 보냈다.

그러나 역시 이 두녀석은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았다.

 

 

 

 

 


***

 

 

 

 

 


영국전이 끝나고 난 후에 걸려 온 성용의 전화에 축하의 말이나 잔뜩 쏟아부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각한 것을 모두 잊어버렸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아니 이미 한바탕 울었을 것만 같은 목소리의 성용에 무슨일이냐,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그저 그런 회피의 답뿐이었다.

 

 

 

 

 

"너 목소리가 왜그래? 무슨일있어?"
'일은 무슨,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진짜야? 아무일 없는거 맞아?"
'응'
"근데 무슨일로 전화했어?"
'그냥 니 목소리가 듣고싶어져서'
"거짓말. 너 맨날 무슨일 있을때만 나한테 전화했잖아 이번엔 무슨일인데?"

 

 

 

 

 

성용아, 미안. 소름이 끼쳤다. 녀석이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했다는 말같지도 않은 변명을 했을 때 온몸의 털이 쭈뼛, 서버렸다.

친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심한 반응인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녀석은 이제껏 절대 저런 목소리로 내게 저런 말을 한적 없다.

저런 말을 했어도, 장난기 가득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만큼 내게는 저 말과 목소리의 합동공격이 강한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진실된 반응을 고이 나타내진 못하고, 나 역시 진지한 톤으로 녀석의 상태를 살폈다.

저녀석이 저렇게까지 풀이 죽어있다면 꽤나 심각한 문제가 터진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건 기죽지 않는 성용이었기에…

그런데 이번에는 자기가 나쁜놈이라며 자기비하 상태까지 가버리는 성용에 약간 비스듬히 누워 통화하던 자세를 바로 잡았다.

 

 

 

 

 


"니가 왜 나쁜놈이야 누가 그래"
'그냥 나혼자 새삼 그렇게 느껴져서'
"성용아, 너 진짜 무슨일이야, 지금 어디야?"
'맨체스터 숙소…'
"잘됐네 나 거기 근천데, 잠깐 나와 얼굴보고 얘기 좀 하자"

 

 

 

 

 


말을 마친 나는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성용에게는 근처라고는 했지만, 실상 내가 있던 곳과 대표팀의 숙소는 꽤 멀었다.

뒤에서 밟아, 밟아 소리치며 압박을 주던 나는 정말 근처에 있었다고 할 수 있을만큼 빨리 도착할 수 있었고,

뒤에서 뭐라뭐라 소리치는 택시기사를 뒤로한 채 성용을 찾았다.

건물 앞에 쪼그려 앉아있던 성용이 보여 녀석을 부르며 얼굴을 마주한 나는 적잖이 놀랐고, 당황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이겨도 잘 울지 않던 녀석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있고, 볼에는 살짝 눈물자국이 남아있었다.

 

 

 

 

 


"너 울었어?"
"아… 어쩌다보니"
"무슨일이야 대체,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안하는 니가 이정도로 울고말이야"
"별일 아냐, 오랜만에 얼굴보니 좋네"
"기성용, 말돌리지 말고"
"…"

 

 

 

 

 

 

심각한 일이 있었음을 빤히 보여주고 있음에도 내 물음에 요리저리 빠져나가보려 하는 성용에 한숨을 쉬었다.

시무룩해 주인에게 혼난 강아지마냥 어깨를 축 늘어뜨린 녀석이 안쓰러워 머리를 쓰다듬어준 나는 지금 당장 사건을 캐묻기보다 일단 녀석의 기분을 풀고 나중에 듣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결심한 내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저 멀리 성용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용 뒤쪽으로 얼굴을 잔뜩 굳히며 다가오는 자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있는 성용의 손이 구자철이라는 이름에 움찔거림을 느꼈다.

아… 원인이 구자철이었어?

설명을 듣지 않고도 대충 파악이 되는 상황인데도 여전히 숨기려드는 녀석의 태도에 살짝 화가 나 인상이 구겨졌다.

그 때, 자철의 손이 거칠게 다가와 성용을 휙 끌고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잠시 벙쪄있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스쳐지나가 듯 들려온 자철의 말을 다시 곱씹었다. 말투까지 고려해 내가 낸 결론은 구자철, 오늘 거사 치루겠네. 였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 나는 침대에 누워 두 녀석을 상상했다. 눈에 훤히 보이는 녀석들에 키득키득 웃었다.

한참이 지나서 걸려온 자철의 전화에도 여전히 웃고있던 나지만 최대한 목소리에 감정을 지운 채 전화를 받았다.

녀석에게서 자세한 사정을 들을 필요도 없었기에 내가 궁금했던 것만 딱 꼬집어 물었다.

 

 

 

 

 

 

"왜울렸냐?"
'…'
"남 앞에서는 절대 안울던 녀석을 어떻게, 왜 울린건데"
'오해가 있었어,'
"그 오해가 뭐냐고 묻는거다."

 

 

 

 

 

 

그래,두 녀석이 마음을 확인하고 잘됐냐, 안됐냐는 이미 관심밖이다. 결과는 뻔했으니까.

지금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거다. 어째서 울렸냐. 웃으면서 더 좋게 풀 수 있었을 일을 어째서 울리기까지 했냔말이다.

남들앞에서 울기 삻어하는 성용을 알기에, 내 앞에서 운 것을 들켰다는 이유로 창피해하진 않아도,

오히려 내게 미안해할 것을 알기에 그런 성용을 생각하니 자철에게 화가 났다.

그런데 원하는 대답은 없고 남들도 아는 구자철 기성용 좋아한다 발언을 꺼내고 있는 녀석에 시큰둥한 답을 해주면서 재차 물었다.

기어코 세번, 네번 질문을 해야했던 나는 결국 언성이 높아졌고, 그제야 녀석이 줄줄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결론은 성용을 울린 것은 주영형과 보경, 동원이라는거. 쩝, 아주 약간 줄어든 자철의 죄에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녀석의 죄는 착착 쌓아놓을테다. 우리 순진한 성용이 울린 것은 절대 잊지 않겠어. 언젠가 쌓인 죄가 넘쳐 흐르는 순간 죗값 톡톡히 주겠어. 쌍용의 이름으로.

자철을 약올리던 나는 한가지 약속을 하고, 쿨하게 성용에게는 모른척하겠다 통보한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래, 그 한가지 약속만 잘 지킨다면, 나는 이 둘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서슴없이 축하해 줄 수 있었다.

이 약속만 지켰다면…

 

 

 

 

 

아, 그리고 다음날 내게 전화한 성용에게 질투를 하며 제대로 된 통화도 못하게 한 것, 죄 쪼끔 추가다. 이 쪼잔한 자봉아.

 

 

 

 

 


***

 

 

 

 

 

 

지금 내 앞에는 절대 울어선 안될, 특히 어떤 한 놈으로 인해서는 절대 울어서는 안될 성용이 펑펑 울고있다.

순간 정수리로 확 오르는 열을 꾹꾹 참으며 녀석을 다독였다.

나는 속으로 구자철 이 개새끼를 죽어라 욕을 하며 이제까지 일어난 상황을 머릿속에서 다시한번 정리했다.

다짜고짜 전화해 영국으로 오겠다는 성용에 당황하며 끊어진 전화를 몇분이나 붙잡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부리나케 도착한 공항에서 진짜 발견해버린 성용이 재워달라고까지 하자 큰 한숨을 쉬고 일단 집으로 데려왔다.

아직도 상황이 얼떨떨하기만 한 나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알듯 모를듯 멍하니 말을 늘어놓던 녀석이 개새끼를 외치며 이렇게 울고있는것이다.

그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단 한사람뿐이었다. 구자철. 분명 이녀석과 문제가 일어나 이렇게 달려온 듯 싶은데, 일단 울음이라도 그쳐야 확인을 하지…

울음을 그치고 진정한 녀석은 대뜸 술을 마시자고 한다. 술도 못하는 녀석이 술까지 먼저 찾을 정도야?

땅이 꺼져라 한숨만 몇번을 쉬는거냐, 냉장고를 확인했지만 술을 잘 하지 않는 나의 냉장고에 술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러나 녀석의 눈빛에 못이겨 결국 술을 사러 나온 내 걸음을 무거웠다.

 

 

 

 

 

 

"구자철, 이 개새끼 뒤졌어"

 

 

 

 

 

 

캔맥주 몇개 집어 사서 집에 돌아온 나는 웃으며 통화하는 성용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데 아까까지 울던 녀석을 웃게 했대? 맥주 두개를 집어 하나를 녀석에게 건네며 옆에 앉은 나는 입을 열었다.

녀석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긴 했지만, 쉽지 않을거란 것을 알기에 내가 먼저 꺼낸것이다.

 

 

 

 

 

"… 아까 그거 구자철 얘기지?"

 

 

 

 

 

 

내 말에 녀석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아무말도 못하고 입만 뻥긋뻥긋 거리고 있는 녀석에 한숨을 작게 토해내고는 입을 계속 움직였다.

내 말에 여전히 어버버한 녀석이 내입에서 끝까지 감추려 했던, 그날의 전화얘기가 나오자 또다시 기겁을 한다.

진짜 튀어나올수도 있겠다 싶을만큼 커질대로 커진 눈이 점점 진지해지는가 싶더니, 녀석이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그런 녀석을 잠시 주시하던 나는 결국 그날에 대해 입을 열었다.

 

 

 

 

 


***

 

 

 

 

 

 

"… 그러니까, 결국 구자철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거네?"

 

 

 

 

 

 

전화내용을 설명을 끝낸 나는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표정이 굳어갔다.

내 설명에 조용해졌던 성용이 내 표정을 보며 움찔한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앉은 성용 또한 일으켰다.

 

 

 

 

 

 


"가자"
"응?"
"어디 한번 독일 가보자고,"
"에엑?!"

 

 

 

 

 

 

대뜸 독일에 가잔 내 말에 녀석이 경악을 한다. 그런 성용을 질질 끌며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녀석이 급히 발을 멈추더니 나를 붙잡는다.

 

 

 

 

 


"잠… 잠깐!!"
"뭐야?"
"그게 무슨소리냐? 갑자기 독일에 가자니?!"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성용이었지만, 나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나는 반드시 오늘 독일로 가야한다. 그리고 자철을 봐야하고, 녀석에게 줄 것이 한아름 있었다.

그러나 복병은 기성용이었다. 녀석이 비틀비틀대는가 싶더니 풀썩 쓰러져버린다.

그런 성용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마… 꼴랑 맥주 몇모금으로 취한거냐?!

실소를 터뜨리며 주저 앉아 녀석을 톡톡, 건드렸다. 꿈쩍도 앉는 녀석에 하는 수 없이 오늘은 독일행을 포기해야했다.

 

 

 

 

 

다음날 아침, 굳이 따지자면 아침이라 하기 미안할 정도인 새벽부터 어제 그대로 자빠져있는 성용을 발로 툭툭 쳤다.

아, 이녀석이 너무 큰 관계로 이불만 덮어줬단 건 이해하길.

쉽게 일어나지 않는 녀석을 점점 세게 걷어차자 결국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정신도 못차린 녀석에게 식은 눈빛을 보내자 녀석이 부르르 몸을 떨더니 꼴깍 침을 삼킨다.

 

 

 

 

 

"이제 가자"
"…또 그얘기냐?"
"안가?"
"대체 갑자기 독일은 왜 가려고 하는건데?"
"어제 말했잖아, 구자철과 나의 약속."
"들었어, 근데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데?"
"참나, 이런녀석이 잘도 셀틱일진이란 소리나 듣고있었네."
"…?"
"그래, 딱히 니가 갈 필요는 없어"
"뭐?"
"가기 싫다면, 나 혼자 다녀올게."
"ㅇ…어 야!! 이청용!!!!!"

 

 

 

 

 


정말 딱히 성용을 억지로 끌고 갈 필요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성용이 없었으면 좋았을 자리였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몸을 휙 돌려 혼자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뒤에서 성용의 외침이 들렸지만 발을 멈추지 않았다. 잠시후 성용이 다다다, 달려오더니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무리 그래도 191cm의 장신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 이 여유로운 마음은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 지금 독일가서 뭐하려고?"
"구자철이랑 대화,"
"그것뿐이냐?"
"그것뿐만 아니면?"

 

 

 

 

 

묘한 표정으로 녀석의 반응을 기다리자 녀석은 그래도 떠오르는 장면이 있긴 한건지 곰곰히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휙휙 저으며 두팔을 벌리더니 안그래도 막혀있는 내앞을 더 막아온다.

그런 모습을 팔짱을 끼고선 지켜보았다.

절대안되, 하며 앞을 막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웃음이 나왔다. 빈틈이 많아도 너무 많다.

 

 

 

 

 

 

"왜 막는건데? 내가 뭘 할까봐서?"
"그건… 아무튼, 이렇게 바로 가는건 아냐!"
"그럼 너는 내일 오든가."
"야, 이청용!"

 

 

 

 

 


기어코 오늘 가려는 나에게 녀석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나는 귀구멍을 파는 시늉을 내며 쓱, 성용을 지나쳐 나왔다.

지나다니는 택시 한대를 잡아 올라탔다, 공항까지 가달라고 부탁하고 택시가 출발했다. 그러나 곧 급하게 멈춰섰다.

뒤에 앉아있던 나는 앞으로 쏠릴 뻔했지만 다행히 어디 부딪히진 않았다.

택시기사가 뭐라뭐라 앞에 있는 무언가에 놀라 내게 말을 걸었다. 인상을 찡그리며 그것을 확인한 내 눈은 잠시 커졌다.

기성용이 택시 앞에 있었다. 도대체… 골치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을 때 녀석이 얼른 차에 올라탔다.

 

 

 

 

 


"기성용, 너 미쳤어?"
"너야말로, 진짜 왜이래?"
"지금 그게 문제야? 잘못하면 다칠뻔했잖아!"
"안다쳤잖아."
"…하, 구자철도 고생하겠네"
"뭐?!"

 

 

 

 

 

한숨을 쉬고 작게 중얼거린 나는 그이후로 입을 닫았다. 그러자 녀석도 따라서 입을 묵묵히 다물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독일로 가는 가장 빠르고 짧은 항공편을 두장 끊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짐까지 싸들고 오게할걸 그랬나…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성용의 뒤편에 작은 짐꾸러미가 보였다.

그 짐을 보며 황당해하며 피식피식 웃었다. 뭐야, 이녀석 그정신에 짐까지 챙겨온거 보면 영국으로는 다시 안오겠네.

날 말리는 듯 했지만, 분명 이녀석 내가 이래주길 바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저녀석, 마냥 순진하진 않은데? 하며 혀를 내둘렀다.

비행시간에 맞춰 기체에 오른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다.

녀석은 내 눈치를 보기 바빴지만,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한 채 조용히 독일로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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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미녕입니다! 하루에 두 편씩이나!!! 감사합니다 ㅠㅠ 작가님 글 흥미진진하고 너무 재밌어요, 특히 선수들 속마음이 잘 드러나게 일인칭시점으로 써주셔서 너무 좋아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11년 전
쿠키가죠아
ㅋㅋㅋㅋ 이제 누구의 마음인지 잘 봐야합니다!
11년 전
독자2
하늬)그동안 폭풍업뎃 하셨군요 ㅋ_ㅋ 잘 읽고가요! 쿠키 달달터져서 좋다는.. 언제쯤 둘이 다시 행쇼하는걸 볼수 있을까요 ㅋㅋㅋ 담편 기대하겠습니다!
11년 전
쿠키가죠아
멀지 않았어요 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3
기구팬픽찾아서너무좋네여ㅠㅜㅠㅠ작가님쓰릉해여
11년 전
쿠키가죠아
저도 쓰릉해여 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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