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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백현이는큥큥 전체글ll조회 1061l


* * * *


 백현은 손에 쥔 초음파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눈을 비비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보아도 사진은 달라지는게 없었다.  가슴 가득히 벅차오르는 기쁨에 백현은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길거리라는 생각에 겨우 참고서 찬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신호음이 가더니 곧바로 통화가 연결되었다.


"박찬열!"

[어허, 서방님 이름 막부르지?]

"빡찬열이라고 부를까?"

[제발 참아주라.]

"찬열아~~."

[왜에~~.]

"오늘 늦어?"

[어, 잔업해야될거 같아. 나 기다리지말고 먼저 저녁 먹어]


 늦는다는 소리에 백현의 입이 오리새끼마냥 삐죽 튀어나온다. 이 기쁜 소식을 어서 나누고 싶은 백현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통화너머의 찬열은 우리 애기 삐져쩌여? 하고 약이나 올리고 있다.


"나 혼자 저녁먹기 싫은데..."

[진짜 미안해, 백현아. 오늘까지 프로젝트 파일 완성해야되서. 우리 애기 사랑하는거 알지?]

"몰라."

[어쩌지...경수라도 불러다줄까? 같이 먹을래?]


 경수는 찬열의 사촌동생이었는데 평범한 베타로 저와 죽이 잘맞는 아이였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찬열이와 둘이서 오븟하게 저녁을 먹고 싶었기에 백현은 풀죽은 음성으로 대꾸했다.


"됐어 애도 아니고 혼자서 먹을 수 있어."

[백현아,]

"끊어."


 기분이 상한 백현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죄없는 길바닥만 발끝으로 툭툭차다가 다시 초음파사진을 쳐다보았다.


"네 아빠는 맨날 바쁘대."


 볼맨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백현의 얼굴에는 어느새 하얀 미소가 걸려있었다.


 하릴없이 거실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는데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작게 들리고선 이어서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백현은 경수라도 왔나 싶어서 현관문 쪽으로 발을 떼는데 그보다 훨씬 큰 덩치가 앞에 서 있었다.


"어?"

"서프라이즈~."

"뭐야, 늦게 온다고 해놓고선!"

"그러니까 서프라이즈. 우리 애기 화났어요?"

"미리 애길 해줬으면 밥이라도 차려놨을텐데..."

"그럴줄 알고 우리 저녁을 내가 사왔지. 짜잔! 백현이가 좋아하는 족발!"


 

 검은 봉지를 들고 달랑이며 흔드는 찬열의 웃음이 해맑다. 백현은 일도 내팽겨치고 온게 아닐까 해서 걱정스런 마음도 들었지만 그보다 저를 생각해주는 찬열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랬지만 내색하지 않고 괜히 툴툴대며 어서 씻고 옷이나 갈아입고오라고 타박이나 놨다.
 찬열이 씻으러간 사이 백현은 상에 족발을 펼쳐놓으며 고민했다. 
내일 말해 줄 생각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지 생각도 안 해놨는데 어쩌지.
 끙끙거리는 소리가 날 만큼 열심히 고민하는 백현이었지만 마땅히 괜찮은게 떠오르지 않아서 시간만 흘렀다. 찬열은 언제 나왔는지 백현을 뒤에서 끌어안고 목덜미에 쪽쪽 소리내어 입맞추고 있었다. 백현은 무겁다고 정강이를 걷어찼지만 소용이 없었다. 
 

"너 요즘 왜 이렇게 마르는 거야. 많이 좀 먹어."

"먹고 있어."

"거짓말. 가뜩이나 입도 짧은 애가 요샌 더 안먹어. 오늘 나 안왔으면 저녁도 그냥 넘길려고 했지?"


 틀린 말은 아니라서 백현을 꾸물쩡 대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찬열은 심통난 얼굴로 그나마 살집이 있는 백현의 볼을 아프게 잡아당겼다. 하얀볼이 금새 붉게 번져 달아올랐다.


"아파."

"진짜 나 아니면 누가 변백현 먹여살려. 남편 참 잘만났다~!"

"됐거든? 자리에 앉기나 해."


 찬열을 쫒아내듯이 맞은편 자리로 밀어내고선 백현도 자리에 앉았다. 봉지를 뜯자 족발 특유의 노릇한 냄새가 올라왔지만 크게 거북스러운건 없었다. 자연스레 젖가락으로 한점 집어서 입에 넣으려는데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백현은 슬쩍 앞에 있는 찬열의 눈치를 보더니 헛구역질을 했다. 누가봐도 어색하고 티나는 연기였지만 찬열은 그런것도 눈에 안보이는지 크게 놀라며 단박에 백현의 옆으로 뛰쳐나왔다.


"백현아! 야, 왜그래!"

"그냥 속이 좀...그래."

"뭐 잘못 먹었어?! 소화제 들고 올께!"


 저보다도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비상약통을 찾으려 가려는 찬열을 백현이 급하게 붙잡았다.


"그런거 아냐..."

"아니긴 아파보이는데! 약 싫어? 내가 손 따줄까?"

"아픈거 아냐, 그냥 냄새가 좀..."

"무슨 냄새? 백현아 왜 그래, 어디가 안 좋은건데?"

"아, 쫌! 아픈거 아니라고! 너는 무슨 눈치를 엿 바꿔 먹었냐! 드라마도 안봐?!"


 몇 번이나 눈치를 줘도 못 알아먹는 찬열에게 열이 받은 백현이 결국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찬열은 잠시 멍청히 백현만 내려다보다가 눈이 크게 뜨였다. 어버버거리는 찬열이 얄미워 보여 백현은 씩씩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설마..."

"몰라, 바보야! 너 오늘 쇼파에서 자! 들어오면 죽어!"


 씩씩대며 백현은 안방으로 걸어들어가 문을 쾅!소리나도록 쎄게 닫았다. 잠시 어벙벙하게 서있던 찬열이 뒤늦게 정신차리며 애타게 백현을 불렀다.


"백현아! 백현아!"

"그만 좀 불러, 시끄럽게! 저번에 옆집 아줌마한테 한소리 들었단말야!"

"진짜야? 진짜? 정말 우리 애기 가진거야? 내 새끼?"

"다 알면서 뭘 또 물어. 나 잘꺼야 조용히해."

"우와~~~! 그럼 나 아빠야? 진짜 아빠되는 거야?! 백현아, 우리 애기! 좀 나와봐! 미안해!"

"잘꺼라니까!"

"너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엄마가 되서 그럼 못써. 우리 애기가 배고플 수도 있잖아. 자기야 좀 나와봐 응?"

"치..."


 애달픈 소리에 백현은 못 이긴척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부여잡고 거실로 나왔다. 열자마자 찬열이 백현을 안고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녀 백현이 깜짝 놀라 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가 아빠가 된다! 하하, 나 아빠 된다고!"

"바보야, 조용히 좀 하고 나 좀 내려줘! 아래층에서 올라온다?!"

"올라오라 그래! 나 지금 기분 최고다, 백현아! 내가 아빠가 되고 네가 엄마가 되는 거야!"


 항상 제 기분을 살피고 동갑내기 주제에 어른스러운척은 혼자 다 하던 찬열이 애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백현은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박찬열과 변백현.
 알파와 오메가.
 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그다지 신기한 일도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히트사이클 기간에 알파와 관계만 가져도 거의 백에 구십구는 임신을 하는 것이 오메가 아니었던가. 다만 문제라면 백현이 후천적으로 발현한 열성오메가였던 것이다.
 찬열과 백현은 소위 말하는 불알친구로 그들은 어린시절부터 늘 함께였었다. 기억이 시작되기도 전에 서로는 늘 같이 있었고 떨어질때가 없었다.
 백현은 찬열이 좋았다. 단순한 친구로서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정말 사랑이었다. 하지만 결코 내색할 수 없었던것이 찬열은 베타 부모아래서 드물게 태어난 알파였고 그 집안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그런 베타에 불과했고 그런 제가 어떻게 감히 찬열에게 좋아한다 말할 수 있을까. 차라리, 쓰레기만도 못하다는 오메가였으면. 그랬다면 적어도 너를 좋아하단 말이라도 꺼내볼텐데.
 그렇게 스스로 주제를 알라며 가학하고 종국에는 찬열에게서 멀어지기로 한 백현이었다. 그렇게 둘의 사이는 자연스레 벌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한 백현이었다. 찬열이 아니었다면.


"요즘 나 왜 피하냐."

"...너 학원은? 땡땡이야?"

"왜 피하냐고."

"빼먹지마. 아줌마가 너 걱정하시더라. 학원은 안 가면서 맨날 늦게 들어온다고."

"변백현."

"나도 늦어서 그만 가볼께."

"야!!"


 어둠이 깔리고 가로등 하나만 겨우 앞을 밝히는 좁은 골목길 아래서 찬열은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현은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덤덤히 말을 하고 그대로 지나치려했다. 하지만 앞을 가로막고 비켜서지 않는 찬열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비켜, 박찬열. 피곤해."

"피곤해? 나랑 있는게 피곤해?"


 악력이 강한 손아귀가 백현의 팔목을 부여잡고 놓아줄 생각을 안한다. 아려오는 통증에 백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슨 짓이야."

"그 년 때문이야? 어제 같이 있던 그 년이지?"

"아까부터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 거야. 이거 놓고 빨리 안꺼져?!"

"젠장!"


 찬열은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가로등 아래 비스듬히 기대있던 쓰레기 통 따위를 마구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현의 멱살을 잡아 그대로 벽으로 밀어붙였다.


"윽...!"

"꼴에 남자라고...그래서, 베타끼리는 통하는 뭔가가 있어 백현아? 폐로몬도 없는데 어떻게 섹스는 해? 베타는 원래 그러냐? 그냥 꼴리면 막 자고 다녀?!"

"미, 친놈...!"

"그래 미쳤다! 너 때문에 돌아버리겠다 진짜!"


 목을 아프게 압박하던 손이 풀리자 백현은 쓰러지듯 자리에 주저 앉아 숨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제 입술을 덥치는 뜨거운 숨결에 백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눈이 잘못된게 아니라면 바로 코앞에 있는 것은 찬열이었다.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혼이 빠진채로 가만히 눈만 꿈뻑거리자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


"~~미친새끼, 대체 무슨,"

"...아해."
"뭐?"

"좋아해, 백현아..."


 눈에 불을 켜며 매섭게 백현을 몰아붙이던 방금과는 다르게 찬열은 눈물 콧물 다 빼며 울고 있었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백현이 당황하여 손을 뻗을 정도였다.


"백현아 나는...나는 네가 정말 좋다...보고만 있어도, 아니 그냥 네 곁에만 있어도 나는 좋다...백현아..."

"...네가 뭐라고 하는지 나는 모르겠어. 집에나 가."

"제발 그러지마, 나를 외면하지마 응? 제발...너도 나 좋아하잖아."


 그 말에 백현은 숨을 멈추었다. 절로 손 끝이 떨리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둘러 부정하려했지만 저를 꿰뚫어보듯 처연히 내려다보는 검은 눈동자에 머리속이 하얘졌다.


"뭐가 그렇게 무서워 백현아. 뭐 때문에 그렇게 나를 밀어내고 너를 부정해."

"...너는 알파잖아."

"상관없어."

"왜 상관이 없어. 너는 알파고 나는 베타에 남자야. 뭐가 상관 없는데!"

"상관없어."

"...나 좀 그냥 내버려두면 안돼, 찬열아? 나 너무 힘들어...하루에도 수십번씩 생각해, 내가... 차라리 오메가였으면. 그랬으면 좋았을텐데...흐끅...너 좋다고 말이라도 꺼내볼 수도 있고 그게 안되면 네 씨라도 받아서...너 닮은 애 하나라도 볼 수 있을텐데, 이러면서 내가, 내가! 그럴때마다 얼마나 비참한줄 알아?! 그런데 너는 어쩜 그렇게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어? 뭐? 좋아한다고? 좋아해? 내가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그런 말을...!"

"누가 말을 쉽게 꺼내, 누가! 누군들 좋아서 알파로 태어난 줄 알아?! 나도 너처럼 생각해! 왜 하필 알파로, 남자로 태어났을까! 왜 넌 베타일까! 왜 하필이면..."


 어느새 눈물로 축축해진 여린 뺨을 찬열이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얼룩덜룩하게 붉게 번진 제 눈가에 살포시 내려앉는 입술의 감촉이 간지러웠다.


"널 사랑하게 됬을까..."


 겨우겨우 참고 억눌렀던 서러움이 그 말에 톡하고 터져버린 것 같았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고통에 괴로움에 그리고...기쁨에 백현은 목 놓아 울었다.
 매미 소리 울리는 더운 여름날 밤에 그들은 그 골목에 있었다.


---------------

오메가버스에 임신물.
그냥 보통 흔한 설정의 오메가버스세계관이라고 생각하면 되여. 세계관이란게 설명하자면 끝이 없으니까orz
그래도 좀 덧붙이자면 여기서 알파오메가는 매우 희귀함. 레알 알파오메가 합쳐서 전 세계 인구의 10%? 알파는 타고난게 치트캐라서 좋은대접을 받는 반면 오메가는...흔한 설정입니다.
또 알파나 오메가는 절대 베타에게서 연애감정? 성적매력을 느낄 수도 없음. 베타도 마찬가지. 만약 서로 연애한다고 밝히면 그야말로 아웃팅당하는 꼴; 우리로 치자면 커밍아웃, 동성끼리 사귀는 격. 
지금은 오메가지만 베타였던 배켠이에게 사랑고백한 찬열이는 그야말로 용자. 

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예전에 블로그에 잠깐 쪘던 글입니다 그때는 완결을 못냈지만 여기서 완결을 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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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ㅜㅜㅜㅜ다정다정찬백이들ㅜ
10년 전
백현이는큥큥
찬백이는 다정한 맛으로 보는거죠 ㅠㅠㅠ 예쁜 찬백이들 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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