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해주세요 꼭!!!!!!!
짝사랑 법칙 W. 김방얼
제 5장.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
여덟, 굴러다니는 나뭇잎만 봐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던 그 때의 우린 친구였다.
열넷, 사춘기. 이성의 눈을 뜨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친구였다.
열여덟, 바람에 날리는 벚꽃잎만 봐도 설레던 그 때도 우리는.
그런데 어쩌다.
스물셋의 너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시간은 흘러
과거로 돌아간다.
˝재환이 주말에 약속 있다던데.˝
˝뭐? 또?!˝
˝연애하느라 바쁘겠지. 연이가 그러던데.˝
˝…의리 없는 놈.˝
연애한다고 아주 신나셨지. 딸깍, 딸깍, 한 손으로 턱을 괸 여주가 반대편에 쥐고 있던 볼펜을 못살게 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재환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려보던 여주가 훽 앞으로 몸을 틀었다. 그런 여주의 눈빛을 느낀 재환이 제 옆자리인 다니엘의 팔을 툭, 치고 묻는다. 야. 니엘아. 김여주 또 왜저래. 아, 너 주말에 약속있다길래 말해줬더니. 의리 없단다. 이어진 다니엘의 말에 재환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웃.. 웃어?
˝여주야.˝
웃음을 흘리는 모습에 퍽 빈정이 상한 여주가 재환의 부름에도 조용히 제 앞에 놓여진 공책 한 장을 찢어 무언가를 적어내려간다. 야야. 김여주. 그리고 곧 재환이 마주한 모습은 종이 한 장을 제 앞에 들어올린 여주였다.
˝의리 없는 사람이랑은 말 안섞.. 야아, 의리하면 김재환이지!˝
˝…?˝
잘 모르는겠는데요. 아~ 혹시 그 여자친구 생기시고 친구한테 소홀하신 그 분?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러자 아니, 무슨 또 말을 그렇게 하냐.. 멋쩍은 듯 재환이 인중을 긁적이며 웃음을 흘린다. 말을 그렇게 하긴. 사실인데. 그러면서도 당황한 재환의 반응이 재밌어 속으로 웃는 여주다.
˝그래서, 나랑 말 안 해?˝
끄덕,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 여주가 대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말 안해?˝
끄덕,
진짜로?
끄덕,
진짜 안해?
어. 안한다니까!
˝흐흥- 어, 말 했어. 말 했다.˝
˝아.˝
˝여주야. 너는 나한테 안돼.˝
신이 난 듯 웃음을 터뜨린 재환의 어깨가 자연스럽게 위로 솟는다. 아, 얄미워. 야. 다니엘. 얘 데려가. 나 얘랑 안 놀아 진짜!! 결국 여주가 잔뜩 짜증을 부린다. 아이고, 니네는 하루도 안 싸우면 입에 가시가 돋제. 가까이 다가온 다니엘이 양 손으로 둘의 머리를 잔뜩 헝클었다. 수업 종쳤다. 재환이 니 자리 가서 앉아라.
다들 제 자리를 찾아 가고, 수업 시간 내내 여주는 상한 기분을 돌려내지 못했다. 이번주 토요일이 무슨 날인데. 잔뜩 씨익씨익 거리며 제 앞에 펼쳐진 국어책에 의미없는 낙서를 하던 여주가 무어라 글씨를 적고 탁, 펜을 내려놓는다.
김재환 개싫어.
그리고 그 날 여주는 결국 재환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
˝여주야. 생일 축하해!˝
시내의 한 피자집. 테이블 중앙에 앉은 여주가 후- 하고 앞에 놓여진 케잌의 촛불을 끈다. 친구들이 내민 선물들을 받아든 여주는 친구들을 향해 해사하게 웃었다. 고마워. 얘들아!!
12월 5일. 오늘은 1년에 단 한 번 뿐인 여주의 생일이었다.
˝여주야. 이것두 시켜도 돼??˝
˝응! 맘대로 시켜. 엄마가 오늘 너네랑 먹으라구 용돈 주셨어.˝
헐. 대박. 여기 핫 윙 크리스피도 주세요! 신이 난 목소리로 이것저것 주문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여주가 뿌듯한 듯 어깨를 으쓱인다. 우물우물, 어느새 다들 앞에 나온 피자를 먹느라 말이 없어졌을 즈음, 여주의 오른쪽 대각선에 앉아있던 유리가 마시던 콜라를 내려놓고 여주를 향해 물었다. 여주야. 근데 재환이는?
˝…어? 걔 아마 안 올 걸?˝
˝여주 너 생일인데?˝
걔 여자친구 생겨서 요즘 바빠.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마친 여주가 다시 시선을 돌리곤 피자를 한 입 크게 입에 넣는다. 그런데 어쩐지 방금 전 먹었던 피자보다 맛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입 안에 넣은 피자가 질겼다. 씨, 근데 내가 왜 그런 의리없는 놈때문에 생일 날 기분이 안 좋아야 해. 그리고 그런 여주의 옆에서 눈치 없이 다니엘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10년지기 다 소용없다. 생일 날 여친 만나러 가는게 친구냐.˝
다 부질없다니까. 맞제. 여주야. 타들어가는 여주 속도 모르고 뱉어낸 다니엘의 말에 여주가 꾹 입술을 깨물었다. 따지고 보면 다니엘의 말에 틀린 거는 하나도 없는데. 의리 없다며 재환에게 부러 짜증을 부렸던 것도 저였는데도 이상하게. 재환을 탓하는 그 말이 여주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야, 강다. 너 피자 먹기 싫지?˝
˝와, 왜 내한테 그라는데. 소고기도 포기하고 여기 피자 먹으러 왔다니까.˝
그래서 먹기 싫다고? 아니. 내가 언제 먹기 싫댔나. 아직 세 조각은 더 먹을 수 있다. 다니엘이 억울하다는 듯 풀이 죽은 목소리로 그러자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여주가 앞에 놓인 피자 한 조각을 다니엘의 접시에 덜어낸다. 그래. 많이 먹어라. 의리 있는 강다. 근데 나 걔랑 10년지기 아니고 12년 지기거든? 머릿 속에서 재환을 지우지 못한 여주는 웃으며 떠드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짤랑-
˝야야. 뭐야. 촛불 벌써 껐어?˝
그리고 그 순간 피자집 문을 열고 재환이 들어선 건,
˝야, 너는 전화도 안 받고. 조금 늦는다니까 먼저 하면 어뜩하냐.˝
여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재환은 예상치 못하게 등장했다. 재환의 투덜거림에 그제야 가방에 넣어뒀던 휴대폰을 확인한 여주가 자꾸만 비죽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까먹은 줄 알았는데 어떻게 왔어?˝
˝누가 누구 생일을 까먹어.˝
˝아니, 뭐. 너 은이 만난다 그래서 까먹은 줄 알았지.˝
그래서 그렇게 한마디도 안 섞었어? 너는 날 아직도 모르냐. 여주 앞에 놓인 피자를 한 입 물고 우물거리며 재환이 그런다. 그 말에 삐죽, 여주의 입꼬리가 조금 더 솟았다. 여주의 반응에 덩달아 입꼬리를 올린 재환이 쪼옥,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왼손에 들고온 작은 쇼핑백을 내민다. 생일 축하해.
˝뭐야. 웬일로 포장까지 했어?˝
˝내가 그거 포장하느라 오늘, 아니다. 빨리 풀어봐. 여주야.˝
어깨를 으쓱이는 재환에게 뭔데 그래- 괜히 감흥 없는 척 선물을 건네받은 여주가 선물 상자에 묶여있던 리본을 풀어낸다. 뭐야. 뭐야? 한껏 의기양양한 재환의 모습에 궁금해진 다니엘을 포함한 친구들도 선물에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었다. 연다? 마침내 상자 뚜껑을 열어 선물을 확인하자 여주는 대박. 미친. 김재환. 말을 잇지 못했다.
˝왜왜, 뭔데?˝
˝그게 뭔데 그러는데 여주야.˝
˝허어엉‥ 우리 지호오빠 한정판 포토북ㅠㅠ 나 이거 구하느라 밤 샜는데도 주문 못했단 말야…˝
흐어ㅇ엉 재화나..
선물 상자를 품에 껴안은 여주가 아, 뭐야. 김여주. 난 또. 맥이 빠진 주변의 반응 속에서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재환을 올려다본다.
˝재화낭..˝
˝흐흫, 여주 표정 봐. 솔직히 최고지?˝
˝웅… 최고. 재화나. 뽀뽀하면 안되지?˝
야야, 무슨 뽀뽀를… 허엉, 재화나. 너무 좋아. 진짜. 뽀뽀할래(오열)
순식간에 재환의 말랑한 볼이 여주의 양 손에 잡히자 재환이 질색하며 들이미는 여주의 입술을 손바닥으로 막아선다. 야, 너 진짜…. / 알았어. 알았어. 은이때문에 참을게. 헤- 재환의 얼굴에서 손을 뗀 여주가 다시 선물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 듯 실실 웃음을 흘렸다. 그 포토북이 그렇게 좋나. 격렬한 여주의 반응이 재밌어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던 다니엘이 묻자 그걸 말이라고 하냐며 여주가 결국 (무려 한정판) 포토북에 쪽, 입을 맞췄다.
˝아, 진짜 김여주ㅋㅋㅋㅋ˝
재환이 한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는 것과 동시에 다른 친구들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리자 여주가 민망한듯 헤, 하고 웃었다.
열다섯, 여주에게는 마냥 행복한 생일이었다. 그 날 재환은 저때문에 은이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조금 더 나중의 일이다.
*
쓰차 당했어요 jnj..
연재텀이 조금 길어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종강하면 자주 글 들고 올게요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재환아 생일 축하해 ㅠ_ㅠ 하뚜!
(재환이 생일 기념이지만 늦었으니까 내일까지 구독료 무료로 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