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고 지겨운 외사랑의 끝이 이건가. 로맨스라고 잘 포장된 관계를 즐기기엔 내가 너무 진지했었나. 너에게서 풍겨오는 담배향이 유독 오늘따라 쓰게 느껴져서 괜히 입천장을 한번 훑으며 정해져있는 대답을 모른척 피했다. 애초에 나혼자만의 마음이였으니 이렇게 될거란건 처음부터 알고있었다. 일방적인 관계는 절대 좋은 끝을 맺지 못한다 최승현,너도 알고있었지? 차마 말은 못하고 입가에 맴도는 말 목구멍으로 도로 삼키듯 유리잔에 담긴 물을 들이키니 물마저 씁쓸하니 텁텁하다. 아아 감기에 걸린걸까 너를 의식하며 태연한척 코트깃을 여몄다. 옷깃을 만지는 오른손의 옅지만 감출 수 없던 그 떨림이 너의 무심함으로 가려져 평생 내 진심을 몰라줬으면하고 그 짧은 순간 진심으로 바랬다. 넌 몰라야해. 니가 나중에라도 혹시 알게되어 불쌍히 여겨 어줍잖은 동정으로 날 보듬어주려 하지 않도록, 얼음물이 담긴 유리잔을 잡은 손끝이 벌겋게 얼어있다. 손끝이 닿은 주위로 하얗고 뿌옇게 희미한 자국이 생겼다. 너에게 난 이런 존재였을까. 조심하지 않으면 금새 생겨버리고 옷소매로 훔치듯 지워내기엔 가볍고 그냥 놔두기엔 거슬리지만 언젠간 스스로 사라질 자국. 신경은 쓰이지만 그 이상은 아닌 1년 365일 37번의 섹스와 셀 수 없었던 입맞춤들 그때의 널 밀어낼 힘조차 없던 나를 원망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아침드라마에 비련한 여주인공처럼 네 얼굴에 물이라도 끼얹어줘야 하나. 소리없는 질문은 끝까지 입밖으로 나오지 않을거다. 왜냐면 난 온갖 무신경으로 가득한 너읜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보고싶다. 그렇지만 볼 자신이 없어 . 끝이 없는 모순..." 그래 그만하자. "니가 원하는것도 해주길 바라는것도 결국 이 말뿐일테지. 차름히 흩어진 시선이 닿은곳 테이블 유리에 일렁이듯 비치는 니 얼굴에도 코끝이 시큰거리는건 왜일까 . 미련하게도 아직 미련이 남았나보다 난. 사랑은 길었고 이별의 순간은 잠깐이었다. 긴여운이 남겠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 그럭저럭 괜찮아지면 니가 내 안에서 무뎌질 날이 올것이다. 창밖으로 올해의 첫눈이 내린다.겨울이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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