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곰의 시선에서
안녕 친구야 넌 이름이 뭐야? 다정하게 너는 내게 물어왔다. 그때까지만해도 난 몰랐지, 내가 곰이 될거라곤. 너는 똑똑했다. 계산적이였고 속된말로 약았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고 그것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였다. 넌 그 순하고 맑간 얼굴로 애들 여럿을 속여 이용했다. 물론 난 너에게 그런 존재는 아니였다. 그것보다는 조금 더 특별한 사람이였다. 사실 잘 모르겠다. 너는 내게 종종 자신에게 나 하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근데 너는 어장을 주로 운영했다. 주로 화려하고 예쁜 애들이 많았다. 나는 어장 외였다. 별장에서 키우는 곰정도였다. 별장에 무슨 곰이냐 하겠지만 모르겠다. 난 그냥 너가 하는대로 다 할 수 밖에 없는, 둔한 사람이였으니까 넌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아이였다. 너는 애들을 이용하는 걸 나에게 자랑처럼 얘기했다. 너는 종종 숙제를 안 해가도 숙제를 낼 수 있었고 주위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돈을 쓰지 않고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눈웃음 한두번이면 원하는 걸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이 한두번이 아니였지만 난 말리지 못했다. 말리다가 떠나면 어떡해 별장에 버려두고 안 오면 어떡해 목마르고 굶주려 나는 죽겠지 너는 그걸 잘 알았다. 그래서 나 보란듯이 더 했다. 넌 나에게 참 가혹한 사람이였다. 전에는 외모로 모든 게 용서되는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사람의 마음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너무 싫었다. 근데 너 때문에 나는 모순적인 사람이 되었다. 너를 보는 그 순간 너가 말을 건 순간. 나는 너의 덫에 걸려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티를 내지 않았다. 꼴에 자존심은 세서 누구 아래에 있는 게 싫었다. 근데 너는 다 알고 있었다. 내가 널 좋아하는 것도 너의 행동에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너와 나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이길지 보이는 게임이지만 지기싫어 나는 아등바등거리고 있었다. 너는 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사실 너가 놓아버리면 끝나버리는 게임이다. 그래도 너는 그냥 줄을 당기기도하고 밀어내기도 하며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난 너를 더욱 놓을 수 없었다. 덫에 걸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