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안경닦이를 건네주고 반에 올라와 너 징은 경리와 보미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놓아.
경리랑 보미는 손수건이 아니라 안경닦이를 줘버렸다고 우물쭈물 말하는 너 징의 모습에 아랫입술을 꾹 깨물어.
- " 아 웃을거면 그냥 빵 터지던가. 민망하게! "
손가락을 꼬물꾸몰 거리며 치마를 쥐었다 폈다 하는데 순간 조용해져. 보미랑 경리가 떠들다가 웬만하면 조용해 지는 애들이 아닌데 말야.
너 징은 뭔 일 인가 싶어 아래로 향해 있던 시선을 올리는데 아까 방금 앞문으로 들어 온 건지 경수와 종인이 그리고 오세훈이 열나게 옆반 전학생 얘기를 해.
'아, 오늘 옆반에 여자 전학생이 왔다더니 그게 쟤네가 말하는 화제의 중심이구나' 싶은데 괜히 오세훈이 껴 있으니까 너 징은 신경이 쓰여.
- " 야 봤냐? 어 도경수 봤냐고. 내가 그랬지? 개 예쁠거라고!!!!!!!!!! "
- "야 김종인. 정신 좀 차려라. 엉? 딱 봐도 쌍수 한 티가 나던데 "
김종인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도경수가 네 앞자리에 앉고 뒤를 돌아 너를 쳐다봐.
뭐 문제 있냐는 표정으로 동그랗게 뜬 경수의 눈을 쳐다보자 경수가 너 징을 슥 훑어보고 무심하게 말해.
- " 아 그래도 오징어 보다는 걔가 예쁜 것 같다. 그치 김종인. "
그 말에 또 까불이 김종인은 고럼 고럼 하면서 경수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 김종인이 머리에 묻은 물기를 탈탈 털어내자 뒷자리, 그니까 너 징 옆에 앉아 있던 보미가
입에 차마 담기 힘든 쌍 욕과 강 스파이크를 종인이의 등에 날려. 쌤통이다 싶은 너 징은 종인이를 비웃어.
- " 이 거러지 새끼야!!!!!!!!!!! 물 저기 가서 털라고!!!!!!! 아 씨!!!!!! "
얼굴에 묻은 물방울을 닦아내며 온갖 성질을 다 내던 보미가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사물함에 책을 가지러 가면서
김종인에게 ' 야 근데 그 전학생이 그렇게 예쁨? ' 하고 물어보면 눈치도 없는 김종인은
' 야 진심 천사가 내려오는 줄 알았다니깐? 너넨 진심 쨉도 안된다.... ' 라며 황홀한 표정으로 너 징과 여자애들을 쳐다봐.
그래도 나름 예쁘다 소리 듣고 자란 너 징인데, 그런 말을 그것도 거짓말 잘 안하는 도경수에게 직접적으로 들으니 괜히 심술이 나.
" 야 너네도 박찬열 선배에 비하면 똥통이거든! "
너 징의 말에 선생님이 ' 우리 징어 찬열이 소개라도 시켜 줘야 조용히 할래? ' 하자 반 친구들이 너 징을 쳐다보며 크게 웃어.
아 쪽팔려 하면서 고개를 내젓고 아니요! 하자 옆에서 오세훈이 피식하고 웃어.
아 괘 민망하다. 오징어 등신!
수업이 시작하고 십분 이십분이 지나자 쌩쌩하던 종인이와 보미는 이미 팔을 쭉 펴고 누워서 잠을 자고 너 징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옆에서 종이 비행기 하나가 날아와.
너 징은 잘 자고 있었는데 종이 비행기에 머리를 맞아서 잠이 깨버린 것에 대해 날린 사람에게 욕을 완전 퍼 부어 주려고
누구야 하며 주위를 살피는데 한 쪽 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오세훈과 눈이 마주쳐.
눈이 마주치자 오세훈은 턱을 괴던 손에 힘이 풀려서 머리를 책상에 박을 뻔 해.
그 모습을 보던 너 징이 완전 크게 웃으며 말해. "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
그래 괜찮아 하고 대답이 날라 온 쪽은 오세훈 쪽이 아닌 앞쪽에서 열나게 수업중이던 선생님 쪽.
지학 선생님이 징어의 손에 들린 쪽지를 펴 보더니 ' 허이고 이것들이 연애하러 오냐? ' 하며 너 징과 오세훈을 둘다 밖으로 내 보내.
수업시간임을 망각한 너 징은 머리를 꾹 누르며 제기랄 소리와 함께 뒷 문으로 나가고 그 뒤를 따라 오세훈이 걸어나와.
조용한 복도에 각 반에서 열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만 간간히 들려오고 너 징과 오세훈은 서로 딴 청을 해.
- " 그 종이 비행기 니가 날린거야? "
- " 아 그게 어.. 잘못 날린거야. "
' 그럼 누구한테 날린거야? ' 라고 물어보려던 너 징은 선생님이 앞문으로 나오시려는 걸 확인하고 오세훈의 허벅지를 쿡쿡 찔러.
아. 되게 단단하다. 아니. 이게 아닌데..
그런데 막상 선생님은 나오지 않고 가만히 서있던 남정네의 허벅지를 찌른 너 징만 이상한 사람이 돼.
- " 아니.. 오해하지마.. 야 난 쌤이 나오려는 줄 알고 그런거야..! "
오세훈을 슬쩍 쳐다보니 다른 곳을 쳐다보는데 살짝 보이는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해.
몇 분 후, 수업이 마치고 선생님이 나오시더니 너 징과 오세훈의 머리를 한 대씩 툭 치더니 아까 그 종이비행기를 너 징의 손에 쥐어줘.
선생님이 가시자 마자 오세훈은 바로 뒷 문으로 들어가 버리고 너 징은 그 꾸깃해진 종이 비행기를 펴 보고는
얼굴이 붉어져서 볼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자리에 들어가 고개를 숙여.
이렇게 빠르고 재미없는 전개는 첨 보죠? |
저도 처음 봐요. 이제 열심히 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