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망스 - 입맞춤
귀여운 김재환 그 후 (그 남자의 시점)
부제: 귀여운 성유리
나에게는 귀여운 여자친구가 있다.
이름은 성유리, 21살 동갑이다.
유리와 사귄지는 3년 정도 됐다.
유리는 나에게 맨날 귀엽다고 한다.
근데 정작 자기가 귀여운 건 모른다.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귀여우면서.
그리고 사실 유리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다.
“정말 그냥 이름 석 자? 김.재.환?”
“아니이...... 미안해..”
유리의 핸드폰에 내 이름이 김재환 세 자로 저장된 걸 알았을 때도,
“어..! 안녕. 밥 먹으러 왔어?”
“네! 오빠 저희 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나중에 사줄게.”
우리 과인지 다른 과인지도 확실치 않은 후배들에게 친절한 선배 행세를 했을 때도.
사실은 일부러 그랬다.
나 때문에 당황하고 질투하는 성유리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그래서 자꾸만 장난치고 싶었다.
아마 유리에게는 부끄러워서 평생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유리는 못하는 게 없다.
공부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심지어는 글씨도 잘 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엄청 예쁘다.
그래서 다른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니, 이제는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도 있다.
유리의 마음이 바뀌어서 혹시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떡할까.
나보다 훨씬 더 멋지고 근사한 남자가 유리에게 고백해버리면 어떡할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유리는 나에게 믿음을 줬다.
내 손을 꼭 잡아오면서.
유리는 정말로 나에게 과분한 존재다.
너 하나로 가득찬 나의 하루가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시험기간이 되었다.
종강하고 유리와 여행갈 생각에 무척이나 설렜지만...
시험기간은 언제나 힘들고 괴롭다.
“너 감기 걸렸어?”
“... 응? 아니야. 감기는 무슨. 이 더운 날 무슨 감기야.”
유리는 시험기간만 되면 늘 감기에 걸렸다.
내가 걱정할까봐 아니라고 하지만 목소리가 이렇게나 잠겼는데 모를 리가 있나.
정말 감사하게도 마침 오후 수업이 휴강이었다.
그래서 공강이라 집에 있을 유리에게 가기로 했다.
급히 약을 사들고 낯설고도 익숙한 유리의 집에 갔다.
눈이 한껏 동그래진 유리는 불쑥 나타난 나를 보고는 놀란 듯했다.
“헐... 나 감기 걸린 거 어떻게 알았어?”
“으휴. 너 이맘때만 되면 감기 걸리잖아. 그리고 목소리 들으면 알지 바보야!”
“미안해...”
“... 미안해말고 고마워.”
“응?”
“나는 미안하다는 말 네가 하는 거 싫어.”
“알겠어. 고마워 김재환!!!”
푸흡-
안 웃으려고 했는데 완전 실패했다.
이렇게 예쁘게 웃는 건 반칙이야 성유리...
“재환아 너 공부 안 해도 돼...?”
“하루는 괜찮아. 원래 공부는 내일부터 하는 거야.”
“옥께이. 인정.”
“나 백수 되면 성유리가 책임져주겠지~”
“그럼~ 누나만 믿어.”
조금은 멍청해 보이는 대화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의 일상에 ‘우리’를 담는다.
유리와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되었다.
시간이 뭐가 이렇게 빨리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나 이제 갈게.”
“벌써 가려고?”
그런 눈으로 보지마 성유리.
나도 가기 싫으니까...
“가기 싫다 나도.”
“재환아. 근데 그거 알아?”
“... 뭘?”
“오늘 집에 아무도 없어.”
침착해.
“... 그래서?”
“치. 그냥.. 그렇다고.”
침착하자.
“성유리 뭔 생각하는데 얼굴이 빨개져?”
“내ㄱ.. 내가 뭔 생각을 했다고 그래!”
당황하는 유리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더 이상 침착하는 척하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김재환 너 뭐해?”
“옷 갈아입게.”
“... 왜?”
또 한번 당황하는 성유리다.
“라면 먹고 가려고.”
드디어 시험이 끝이 났다.
유리는 역시나 시험을 잘 쳤다고 했다.
나는 뭐...
나름 잘 친 것 같다.
오늘은 우리가 사귄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우리는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기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아마 오늘 유리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뭔가 하고 싶었다.
너를 행복하게 해주는 남자친구가 되고 싶었다.
너를 만나기 전 꽃집에 들렀다.
예뻐 보이는 꽃을 이것저것 골라 예쁘게 포장도 했다.
첫 데이트인 것처럼 심장이 자꾸만 떨려왔다.
“짠!”
“헐... 이게 뭐야.”
“예쁘지.”
“헐 완전 예뻐. 중간에 이 꽃은 뭐야?”
“스타티스래. 예뻐서 많이 샀어.”
꽃 선물에 기분이 좋았는지 자꾸만 꽃의 향기를 맡는 네가 귀여웠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자주 사줄걸.
빌어먹을 알바 때문에 너를 더 일찍 못 만나서 미안했다.
그리고 나 때문에 늦은 오후나 돼서야 만났음에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 너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유리가. 좋아하는 스시를 먹었다
나는 원래 스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유리와 사귀면서 스시를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를 빌어먹을 놈이라고 한다.
친구놈들이 아무리 먹자고 해도 안 먹었으니까.
아 생각해보니 이것도 유리가 모르는 또 하나의 비밀인 것 같다.
“맛있어? 여기 엄청 맛집이라고 저번부터 먹고 싶어 했잖아.”
“완전 맛있어... 짜릿해.”
먹을 때는 또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내일부터 알바 더 열심히 해야지.
김재환 화이팅.
오늘따라 유리는 더 예뻤다.
우리가 사귄지 1000일,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너만 보면 심장이 미치도록 떨려온다.
너를 처음 좋아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네가 너무나도 좋다.
지금부터 1000일이라는 시간이 또 다시 흐르고 나서도 내 대답은 똑같을 것이다.
언제나 너는 나에게 가장 빛나는 사람이다.
데이트가 끝나고 벌써 유리의 집 앞에 도착했다.
우리의 1000일도 저물어가는 중이었다.
유리를 끌고 가 벤치에 앉혔다.
조심스레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 건넸다.
유리가 갖고 싶어 했던 커플 운동화다.
그리고 목걸이를 샀다.
이 목걸이를 보자마자 유리가 생각이 났다.
이 목걸이가 너의 목에서 빛날 수 있기를 바랐다.
별 건 아니지만 유리가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런 걸 왜 줘...”
“... 야.. 너 울어?”
“안 울어. 고마워 진짜로.”
“뭐야 울보야 완전... 울지마 뚝!”
자꾸만 흘러내리는 유리의 눈물을 보다가 그냥 너를 안아버렸다.
괜히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선물 안 샀단 말이야...”
“선물 있잖아.”
“응? 없는데...?”
잔망스럽게 내 입술을 내밀었다.
유리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해줄 거야? 난 이거면 되는데.”
“뭐야...”
슬며시 나에게로 다가왔다.
쪽-
뽀뽀를 하고 떨어지는 찰나에 그냥 너를 끌어당겨 키스를 해버렸다.
오늘따라 얼굴이 더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더 달콤했다.
“유리야.”
“응?”
“스타티스 꽃말이 뭔지 알아?”
“뭔데?”
“... 욕하지마. 영원한 사랑이래.”
“... 뭐야. 너 이런 말도 할 줄 알아?”
“근데 겁나 부끄러워.”
오글거리는 말은 딱 질색이지만 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만 했다.
내가 얼만큼 널 사랑하는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았을까.
“1000일 축하해 성유리.”
“너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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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신 귀여운 김재환 뒷 편을 드디어 쓰게 됐네요!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그 남자의 시점'으로 써봤습니닷. 근데 제가 늘 느끼는 거지만 이름 변경할 때 받침 있는 이름이 제대로 호환이 안 되네요... 어떻게든 제대로 해보려고 했으나 실패했어요.. 인티님 고쳐주세요.... 아쉽습니다 흑흑 그리고 여주 움짤을 넣을까 말까 하다가 비글미 넘치는 이미지와 제일 비슷한 제가 좋아하는 하니님을... 모셔 왔어요. 많은 분들이 이번 글도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당ㅠㅠ 이제 약간 소재에 한계가 오는데 혹시 생각나시는 게 있다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꼭이에요 여러분..(울컥) 그럼 오늘도 좋은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