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는 오랜만에 윤기를 볼 생각에 화장에 공을 들이곤 걸음을 서둘렀건만, 제일 처음 본 건 윤기의 뒷모습과 그 앞에서 마음을 고백하는 한 여직원이었다.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고, 심장은 쿵쿵거리며 빠르게 뛰었다. 표정관리를 시도조차 못한 채 윤기를 불렀다. 뒤 돌아본 윤기의 얼굴에도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들어가자."
"아, 어.."
여주는 애써 웃어보이며 윤기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얼떨결에 끌려가는 윤기는 자신의 팔을 꼭 붙잡은 행동에서 불안함이 느껴져 손을 들어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불안해하지 말라는, 미안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손길이었다. 여주는 그런 윤기를 시무룩하게 올려다보았고 윤기는 여주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손을 마주잡고 함께 등장한 윤기와 여주에 직원들이 오-하며 놀리는 투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형수님-"
"듣던대로 미인이시네요, 역시."
"감사합니다."
윤기네 회사 직원들의 칭찬세례에 여주는 귀가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윤기는 직원들의 짓궂은 인사와 농담을 말리려 야야, 그만해. 라는 말을 적지 않게 했지만 다들 술도 조금씩 취했겠다, 윤기의 말이 들어올 리 없었다.
"형수님도 한 잔 받으십쇼!"
이야기만 몇 마디 나누다, 여주의 앞에도 잔 하나가 내밀어졌다. 웃으며 채워지는 소주를 받는데, 오히려 윤기가 옆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직원들이 딴 이야기에 관심이 쏠려있을 때, 윤기가 술을 몇 잔 받아마신 여주의 손목을 살짝 잡고 괜찮냐고 작게 묻는다. 여주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윤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표정이 만족스럽지 않다. 그 모습을 용케 보고있던 석진이 일침을 날린다.
"야야! 그거 몇 잔 마신다고 안 죽어 민윤기!"
우렁찬 석진의 외침에 다시 직원들의 관심이 윤기와 여주에게로 쏠렸고, 윤기는 쏟아지는 직원들의 노림을 받으며 석진을 노려보았다. 그런 표정따위 아무렇지도 않은 석진은 그저 특유의 유리창 닦는 웃음소리로 껄껄댈 뿐이었다. 여주가 정말 괜찮다며 윤기를 안심시키며 술자리에 잘 어울렸다. 간간히 윤기가 입에 불쑥 넣어주는 안주도 열심히 받아먹으며.
"안녕히가세요 형수님!"
"회사에 자주 놀러오세요!"
얼굴이 벌개진 직원들이 손을 크게 흔들며 여주에게 인사를 건넸다. 석진은 윤기가 택시를 태워 보냈고, 직원들은 또 맥주를 마시러 가는 듯 했다. 그렇게 모두 다 흩어지고, 어지러운 듯 조금 비틀거리는 여주를 윤기가 제대로 붙들고 섰다. 양 어깨를 잡고 눈을 맞추니, 헤- 하고 웃어보이는 여주다.
"김여주."
"응?"
"나 누구야."
"민윤기이-"
용케 알아보네. 조금은 안심한 윤기가 자신에게 꼭 붙어 방실방실 웃고 있는 여주를 바라보다, 결국 활짝 미소가 번졌다. 안 그래도 사랑스러운 여주가 민윤기 좋아- 하며 싱글벙글 웃고 있으니, 두손두발 다 든 윤기다. 말꼬리는 늘어나지만 대화가 안 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여주야."
"응!"
"안 추워?"
"응. 오빠 따뜻해."
여주의 취기를 조금이라도 빼보려 잠시 앉아있었더니 슬슬 졸려오는 듯 눈을 느리게 깜빡인다. 자꾸만 귀여운 짓을 하는 여주에 윤기가 입동굴까지 개방한 채 여주를 바라본다. 슬쩍 눈을 떠 윤기를 본 여주가 별안간 윤기의 입꼬리 끝을 손가락으로 콕 찌른다. 움찔한 윤기가 왜? 하고 물으니, 오빠 웃는 거 예뻐. 란다. 졸린 와중에도 이런 말을 하는 여주의 볼을 꼬집은 윤기가 집에 가자, 하고 여주를 일으켰다.
"헐."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여주가 낯선 풍경에 헐, 하고 짧게 외쳤다. 동그래진 눈으로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니, 윤기의 집 같았다. 그제서야 안심한 여주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고, 방 안의 화장실에 들어가 얼굴도 대충 정리하고 방 문을 조심히 여니 집 안은 조용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숨소리를 죽이며 살금 살금 거실까지 나왔는데도 윤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없나?"
"누구?"
"으헉!"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윤기 때문에 여주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윤기 덕에 바닥에 주저앉지는 않았다. 여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윤기는 재밌다는 듯 웃음소리를 흘려보냈다. 놀라기도 했고, 윤기의 행동에 설레기도 해서 여주의 심장은 아침부터 격렬한 운동 중이었다.
"놀랐어?"
"심장 없어지는 줄 알았어.."
여주를 품에서 놓아준 윤기가 아직도 놀란 표정인 모습을 보곤 웃으며 두 손으로 여주의 얼굴을 감싼다. 자신을 바라보는 윤기의 눈빛에 애정이 가득 담겨있는 게 느껴져 여주도 광대가 저절로 올라갔다. 마주보고 웃어보이는 여주에게 순식간에 입을 맞추곤 떨어지는 윤기다.
"뭐야!"
"예쁘네. 아침인데."
아침부터 심장을 저릿하게 하는 말을 툭 내려놓고선 아무렇지도 않게 부엌으로 향하는 윤기다. 윤기를 따라 쪼르르 부엌으로 들어간 여주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국과 밥에 윤기를 놀란 듯 돌아본다. 여주의 시선이 머쓱한지 턱 끝을 긁적이며 뭐, 좀 해봤는데 그냥 해장하라고.. 하며 중얼대듯 말한다.
"귀여워."
"뭐?"
"귀여워 민윤기!"
"아니 뭐라는거야, 술 덜 깼어?"
부끄러워 하는 윤기의 모습에 또 광대가 승천한 여주가 연신 귀여워!를 외치자, 틱틱대면서도 활짝 개장한 윤기의 입동굴과 눈웃음이다. 윤기가 쑥쓰러워 일부러 그러는 걸 아는 여주도 싱글벙글 웃으며 윤기가 밀어준 의자에 앉는다. 앉아서도 윤기를 빤히 바라보는 여주의 시선에 결국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버리는 윤기다. 아까와는 완전히 전세 역전이었다.
여주는 모르는 이야기
[선배 아까는 죄송해요.. 여자친구 분 그때 오실 줄 몰랐어요.] _ 12:30 AM
[얼른 마음 정리해. 그게 너한테도 좋을거니까] _ 12:33 AM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_ 12:33 AM
[해. 나 여자친구랑 헤어질 생각 없어] _ 12:34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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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가
텍파 공유가 처음이라서 그런데
이메일로 보내드리면 되는 건가요..?
다른 작가님들도 그렇게 하시나..)
오늘은 달달하게 써봤어요!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꿀 떨어지네요 ㅎㅎㅎㅎ
새작을 쓰고 있는데 불안불안 하네요
민집사처럼 많은 분들이 봐주실지도 걱정이고..
뭐 언제나 새로운 걸 들고오면 그렇겠지만요!
아무튼 항상 고맙다구요 독자님들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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