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르게 가볼까? 04 |
달달하기만 하고 다정한 연애는 가라! 티격태격, 연대 VS 고대를 넘나드는 라이벌인 두 사람이 연애를 하면?
그럼 지금부터,
색다르게 가볼까?
*
색다르게 가볼까? W. 하 린
박찬열 꼬시기 첫 번째 작전으로 백현이 선택한 것은 알듯 모를 듯한 어필이었다. 일단 눈치가 겁나게 없다는 경우의 수를 계산한 후에 조금씩 티를 내자는 게 결론이었다. 백현은 어제 이 작전을 세우느라 밤새 잠을 자지 못 했는데, 멀쩡히 살아 떠들고 있는 찬열이 얄미워 뒷통수라도 때려주고 싶은 걸 꾹 참았다. 한숨 소리를 나는 걸 느낀건지 몸을 돌려 백현을 본 찬열이 쪼르르 달려와 백현의 앞 자리 의자에 앉았다.
"왜?" "밥은." "아, 안 먹었다."
사실은 아주 배부르게 빵빵히 챙겨먹고 왔지만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야지 또 고운 미간을 찌푸리곤 매점으로 자신을 끌고 갈 찬열이니 말이다. 일단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래야 말할 구실도 생기고, 어필도 하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백현이 고개를 들자 역시나, 표정이 또 안 좋아졌다.
"너 밥은 내가 먹고 다니랬지." "너가 사주면 먹을게." "야, 그걸 왜 내가 사!"
저번처럼 고집이라도 부릴까 걱정이었던 건지, 먹으러 간다는 말에 입은 귀에 걸려있다. 그걸 왜 내가 사야 하냐며 투덜은 대지만, 이미 지갑을 열어 얼마가 남았는지 확인하는 찬열이다. 백현은 이런 행동을 자신에게만 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그럼. 곧 내 남자가 되어야 할 사람이 다른 여자한테 이 짓을 하게 냅두면 안 되지.
"뭐 먹을건데?" "우유."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분명 빵이랑 우유를 같이 골라 사올 찬열 임에 매점 앞에 서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 찬열은 그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가 빵과 우유를 사올 거니까. 백현은 문 앞에 서서 찬열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와 이제와서 보니까 뒷 태도 완전 멋있다. 백현은 그런 것에 새삼스럽게 놀라며 찬열을 지켜보았다. 친구 일때는 몰랐는데, 진짜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다 떨리긴 하는구나.
"어! 미안."
하지만 뜻밖의 사고가 생겼다. 찬열이 양 손에 달랑달랑 빵과 우유를 들고 오다 떨어뜨려 여자애의 머리에 맞은 것이었다. 찬열은 누구 다치는 꼴을 못 보는 지라, 당연히 엄청 미안해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일게 뻔했다. 역시나 빵을 주워들 생각도 안 하고 여자애를 향해 허리를 굽혀 선 모습에 백현의 눈썹이 꿈틀했다.
"어떡하지. 많이 아파?" "아, 괜찮아요‥"
딱 봐도 욕을 하려던 것 같은데, 찬열의 얼굴은 보곤 바로 얼굴이 붉어진다. 여자들이란 백현은 안되겠다 싶어 이를 갈며 그 쪽으로 다가갔다. 여자애는 벌써 찬열에 빠진건지 눈에 하트를 달고 있었고, 찬열은 그런 여자애 머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아 진짜.
"야, 박찬열. 왜 안 나와. 계속 기다렸잖아." "아, 내가 얘 머리에 떨어뜨렸어."
그러면서 백현에게는 시선도 안 준다. 백현은 답답함에 심호흡을 하고 여자애를 쳐다봤다. 빨리 안 나가냐는 협박의 눈빛에 쫄은건지, 정말 괜찮다며 꾸벅 인사를 한 여자애들이 멀어져 갔다. 그제서야 빵을 집어들고 눈을 마주하는 찬열에 백현은 고민이 더더욱 쌓여가는 기분이었다. 너 때문에 만리장성은 쌓겠다 진짜. 백현은 짜증이 솟아올라 찬열을 내버려둔 채 매점을 빠져나왔다.
백현은 또 다시 깨달았다. 아, 신은 박찬열에게 키와 얼굴, 좋은 성격까지 다 주셨지만 그 놈의 눈치는 안 주셨구나. 하고 말이다. 찬열을 모르고 보면 모든 것이 완벽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알고 보면 아니다. 오랫동안 친구를 해온 백현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방금 백현은 은근슬쩍 어필하는 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내가 바보지. 눈치 없는 사람한텐 직빵으로 돌직구를 날려야만 안다는 걸 망각하고 있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아까의 그 여자애가 찬열을 자꾸 찾아 온다는 거였다. 게다가 미안함에 웃으며 받아주는 찬열까지. 그런 찬열의 모습에 백현 주위에 공기는 점점 어두워져 갔고, 반 애들은 다시 조용히 자습모드-라 쓰고 짜짐이라 읽는다-로 들어갔다. 미친 개 또 시작. 최근 한달 동안 백현에게 생긴 별명이었다. 저기압인 날엔 아주 개 같아 진다는 뜻이다. 백현은 그걸 알지도 못 한 채 미친듯이 문제집을 풀어댔다. 아, 물론 푸는 척 옵션이다.
"선배. 저한테 빵 떨어뜨리셨으니까 나중에 사주시기에요?" "어? 아‥그래. 어렵지 않지."
우리의 찬열 군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뒷문에서 하하호호 웃고 계신다. 그럴 수록 백현은 빡침 지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저런 여시 같은 년. 아깐 쫄아서 줄행랑을 치더니만, 이제 와서 꼬리를 쳐? 백현은 자신을 여자로 낳아주지 않은 김 여사님을 원망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종 쳤다. 얼른 내려가-" "네에. 안녕히 계세요!"
종이 치니 그제야 내려간 여자애를 힐끔 쳐다보며 야린 백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찬열의 뒷통수를 아주 뚫어버릴 각오로 째려보았다. 김종인도 이런 기분인가? 아니, 종인은 덜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경수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헤벌레 웃고 다니지는 않으니까.
"변백. 너 머리 왜 그래?" "……."
정갈했던 아까와는 달리 마구 헝크러진 머리에 찬열이 의문을 담으며 물었다. 백현은 그런 찬열을 보며 깊은 빡침을 꾹꾹 누르며 살짝 웃어주었다. 그리곤 힘이 들어간 손을 들어 머리를 정리한 후 앞을 봤다. 그래 너를 좋아한 내가 병신이지.
종인은 오늘도 한숨이 그칠 날이 없다. 그건 아주 답답한 찬열과 백현의 관계도 있었고, 눈치 없는 이 놈의 도경수 때문이랄까? 백현과 마찬가지로 종인은 마음 고생을 하고 있었지만 그걸 티낼 수는 없었다. 누구 하나라도 골골대면 바로 걱정 모드에 들어가 상대방보다 더 아플 경수를 알기 때문이다. 사실 경수는 고등학교와서 알게 된 친구였는데, 진짜 신기했었다.
그 때도 경수와 종인은 같은 반이었다. 바뀐 교복을 어색해하며 시끄럽게 떠드는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경수는 단정한 차림새로 앉아있었다. 그래서 엄청 소심하겠구나 했는데, 그건 또 아니라 반장 선거에 자처해서 나가 1학기 반장이 되었다. 의외의 면에 놀라 종인이 먼저 말을 걸었고, 경수와 친해지고 나서 얻은 결론은 이거였다. 진짜 얘는 천성이 착하고, 씹덕-종인의 누나인 혜인이 가끔 아이돌을 보며 쓰는 말- 터지고, 잔 걱정이 정말 많다는 거?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종인은 꼭 무슨 계절처럼 여름만 되면 아팠는데, 그게 학교를 나갈 수 없을 정도의 심각성이라 학교를 빠진 적이 있었다. 옛날부터 알던 찬열과 백현은 이번에도 아프냐며 수업이 끝나고 찾아온다 했지만, 경수는 그걸 몰랐다. 종인이 아프다는 말에 당황해서 수업에도 집중을 못 하다가 점심시간에 조퇴를 하고 종인의 집까지 찾아왔었다. 종인은 죽은 듯이 잠만 자다가 쾅쾅 두드리는 문에 겨우 일어나 문을 열고 나서, 울 것 같은 표정의 경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단 뛰어오느라 힘도 없어 보이는 경수를 쇼파에 앉히고 물도 떠다줬다.
"너, 괜찮아?"
물을 떠온 종인의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며 상태를 확인하던 경수는 흐르는 식은 땀에 놀라 기겁했다. 아프면 쉬어야지! 진짜 엄한 표정으로 그렇게 얘기를 해 차마 너 때문이라고 장난은 못 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푹 쉬라며 물수건을 이마에 적셔 올려준 경수가 방을 나갔다. 종인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었다. 자기 몸이나 간수 잘 하지. 오지랖은. 그리고 종인은 다시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에 들었다.
그리고 저녁 6시 쯤 되어 종인이 다시 깼을 때, 안 좋던 몸이 몰라보게 편안해져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다가 베게 옆에서 숨을 쉬는 게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그 곳에 경수가 곤히 자고 있었다. 아마 계속 종인의 물수건을 갈아 준 것 같았다. 그런데 종인은 그게 기분이 이상했다. 침대 맡에 누워서 자고 있는 경수가, 종인이 아프다고 하니 한 걸음에 달려 온 경수가. 이상하게 너무 떨렸다. 귀엽고, 착한 친구인 줄로만 알았는데.
"뭐야."
종인은 설레는 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내가 도경수를 좋아하는 구나. 종인은 피식 웃고 경수의 젖은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뭐 그 날 이후로 경수를 애지중지하며 아끼는 건 종인의 몫이 되었고, 경수는 그저 그런 종인의 호의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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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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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가면 갈 수록 내용이 산으로 가네여 엉엉 ㅜ^ㅜ 그리고 찬백이들아 얼른 이어져. 너네의 배틀호모를 보고 싶다고!! 오늘 카디는 종인이가 왜! 경수를 좋아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고찰입니다. 아이고, 나중에 이 글을 보면 분명 후회할 것 같아요. 아쉬움 쩌러..
암호닉 계속 받아요*^^* |
↑주절주절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