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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갑자기 떠올라서 1시간도 채 안되게 써낸.. 어..음.. 도중에 장면도 귀찮아서 몇개 짤라낸.. 뭔글인지 모르겠는..글....
*
김성규가 내게 말했었다, 좋아한다고.
내가 김성규에게 말했었다, 스무 살이란 어린나이의 치기일뿐이라고.
스무 살, 14년전의 김성규는… 내겐 정말이지 너무나도 예뻤었다.
기쁜 우리 젊은 날
W.안내자
*
“…김성규….”
낮은 목소리로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낯익은 이름에 입안이 바싹 메마르는 기분이었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김성규와 내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를 들어 빤히 바라보았다. 환하게 웃고있는 김성규의 모습에 괜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내 기억속의 김성규는 14년전 모습 그대로, 사진 속의 그대로였다. 당황해서 입술을 오물거리던 모습들도, 뻘쭘하면 괜히 크게 웃어대던 모습들도, 눈 앞에 선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그런 김성규를 놀려대다가 결국 같이 웃어버리던 내 젊은 어린날의 모습까지 모두 다.
벌써 10년하고도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단 사실에 새삼 시간이 정말 빠르구나. 라는걸 느끼다가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에 액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옆의 자켓을 뒤져 휴대폰을 찾아내었다. 자켓 안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고는 전화를 받아 귓가에 가져다대자 시끌벅적한 건너편의 소리들이 들려왔다. 어, 남우현! 장소가 시끄러운탓인지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오는 성태에 오른쪽 손에 쥐고있던 휴대폰을 왼쪽으로 바꿔쥐며 왜 새끼야. 하고 대답했다.
ㅡ“야, 나와라! 오랜만에 다 모였어!”
“뜬금없이 웬 동창회냐, 이건.”
ㅡ“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야! 안 나올거냐?!”
남우현,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 하고 옆에서 거드는 애들의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자 시곗바늘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별로 늦은 시각도 아니고, 내일도 주말이니까 뭐…. 괜찮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갈게. 어딘데?”
ㅡ“저번에 모였던 그 곱창집, 알지?”
“또 곱창이냐?”
ㅡ“왜, 싸고 맛있잖냐!”
알았어, 알았어, 금방 간다. 저번에 갔던 홍대쪽의 곱창집의 위치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대충 대답하고는 통화를 끊었다. 그리곤 휴대폰을 꺼낸 자켓을 다시 집어들고는 거실의 불을 껐다. 현관으로 나와 신발을 신자 켜지는 센서등으로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는 집을 나섰다.
*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약 30여명의 사람이 큰 모닥불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불러댔다. 신나는 분위기에 성규도 괜히 자꾸만 푸스스, 웃음이 나왔다. 옆에 앉아 신나라 노래를 부르는 우현을 힐끔, 하고 바라보니 웃음이 더욱 더 멈출 생각을 안했다. 선배의 기타선율에 맞춰 밤바다의 분위기에 취해 부르는 노래는 너무나도 좋았다.
“신난다!!”
“푸하하하!!!”
결국 흥에 겨워 벌떡 일어나 춤을추는 남자선배 두분에 모두들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막춤을 추다가,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허리를 붙잡고 커플댄스도 추다가 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참 유쾌했다. 작은 눈을 접어가며 아예 자신의 허벅지까지 내리쳐가며 웃어대는 성규를 바라본 우현도 얼굴 만면에 가득 미소를 띄웠다.
“자, 자 그만들 일어납시다! 자야지, 자야지ㅡ.”
그렇게 한참을 끊임없이 구슬픈 노래도 부르며, 울먹이는 여자애들을 토닥이기도하고 다시 분위기를 띄우며 서로 이야기도 오가고하던 시간이 과대의 말로 인해 끝이났다.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며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도 꺼지고, 쉬지않고 기타를 치던 선배도 입을 크게 벌려가며 하품을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 들어가?”
모두들 들어가자 그제야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 우현이 여전히 자리에 앉아 밤바다를 바라보는 성규에게 말을 건냈다. 아…, 조금 더 있다가 들어갈려고. 바다에서 우현에게로 고개를 돌린 성규가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런 성규에 시선을 고정한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우현이 이내 씩, 웃으며 성규의 옆에 털썩 앉으며 자리를 잡았다.
“어? 안 들어가?”
“너 혼자 청승떨지말라고ㅡ. 혹시 울면 등은 토닥여줄 수 있어.”
“아, 뭐야! 안 울거든?!”
“근데 왜 이러고있냐? 혹시……, 차였냐?”
“아씨, 그런거 아니야! 그냥 바다가 이뻐서 그런거거든?!”
우현이 능글맞게 웃어보이며 장난스런 질문을 던지자 성규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푸하하, 장난이야, 장난! 그런 성규의 반응이 재밌는건지 씩씩거리느라 구겨진 성규의 미간을 펴준 우현이 웃으며 말했다. 씽, 차일 여자도 없다! 입술을 삐죽이며 그런 우현의 손을 탁, 쳐낸 성규가 무릎을 세워 끌어안아 앉는 모양으로 자세를 바꿨다. 그리고는 무릎 위로 팔을 얹고, 그 위에 자신의 얼굴을 턱 얹었다. 그리고 우현이 그런 성규의 모습에 나도, 나도! 하며 성규와 똑같은 자세를했다.
“…….”
“…….”
“성규야.”
말 없이 그 자세로 한참을 바다만 바라보며 유지하던 둘의 정적을 먼저 우현이 깨며 물어왔다. 자신을 부르는 우현에 성규가 시선을 우현에게로 돌렸고 우현도 성규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싱긋, 웃었다.
“MT오기전엔 우리 좀 어색했는데, 분위기에 취해서 그런가 뭔가 니가 좀 편하다.”
“……그러게.”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자신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우현에 성규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음…,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친하게 잘 지내자! 너, 좋은애같아! 성규의 대답에 우현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뭔가를 고민하더니 해맑게 소리쳤다. 그리고 성규도 우현의 해맑은 모습에 덩달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분명 자신은 그때도 알고있었다. 왜 김성규가 대답에 뜸을 들였었는지.
홍대쪽에 도착해 주차를 마치고는 차에서 내렸다. 바로 앞에 보이는 곱창집으로 발을 들이자 통화할때보다 한층 더 시끄러워진 내부와 친구들이 보였다. 남우현 왔다! 반갑게 날 맞으며 옆의 자리를 두들기는 성태에 자리에 앉자마자 녀석이 잔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자, 오자마자 한잔 받으시고!”
“새끼야, 그래도 좀 인사는 해라.”
벌써 꽤 마신건지 살짝 달아오른 성태를 괜히 툭, 치며 성태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두리번거려보았지만 역시나 김성규는 없었다. …있을리가 없지. 어, 남우현 왔냐?! 날 발견하자마자 반갑다며 손을 내미는 녀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해주고는 빨리 마시라며 재촉하는 성태에 일단 잔을 비웠다.
“야, 너희 김성규 생각나냐?”
“아, 기억나지! 그러고보니 연락 끊긴지 오래됬구나….”
잔을 비우기가 무섭게 채워지는걸 바라보다가 건너편에 앉은 인수가 꺼낸 이름 석자에 얼른 고개를 들었다. 그러게, 연락되는사람 없냐? 인수의 말과 그걸 받아치는 인수 옆자리놈의 이야기로 금세 이야기의 화두는 김성규로 바뀌었고, 남우현 니가 제일 친했잖아! 라며 나를 툭 치는 성태에 괜히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나도 연락 끊긴지 오래야.”
“하기야, 니가 제일 친하긴했지만 친했다고 해봤자 얼마 안지나 갑자기 사라진 앤데, 뭐.”
“…그러게.”
인수가 입 안으로 곱창을 집어넣으며 아무렇지않게 말하는 모습에 괜히 웃으며 대답하곤 앞의 샐러드를 집어 입안으로 넣었다. 왠지 쓰게 느껴지는 맛에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다른 이야기로 금방 화제를 전환한 동기들을 둘러보았다. …사라졌다기보단 도망쳤지, 김성규는.
*
“으아, 가자! 밥 먹으러!”
“아, 뭔 사내새끼들끼리 팔짱이냐?”
우현이 성규에게 조금은 격하게 팔짱을 끼며 소리치자 성태가 소름이 돋는다는듯 팔을 비벼대며 말했고, 그런 성태에 우현이 뭐 어때? 하며 그치ㅡ? 하고 성규에게 웃으며 물었다. 그리고 성규는 그런 우현에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우현이 팔짱을 끼자 굳어진 몸을 우현은 눈치채지 못한건지 여전히 성규에게 팔짱을 낀채로 왜, 넌 안해줘서 섭섭하냐?! 라며 반대쪽 팔로 성태에게 팔짱을 꼈다.
“저리가!!”
“거참, 비싸게 굴기는!”
그런 우현에 성태가 질색하며 팔을 빼내자 우현이 쩝, 하고 입을 다시며 떨떠름하게 말하고는 역시 나에겐 성규밖에 없다니까. 라며 가자, 성규야! 하고 성규를 이끌고는 앞으로 휙, 휙 걸어나갔다. 우현에게 질질 끌려가듯이 우현과 같이 앞장을 선 성규의 표정이 묘했다.
“짜장면 먹자! 짜장면!!”
“싫어, 돈가스 먹자! 돈가스!!”
걸음을 빨리해서 앞장 선 성규와 우현을 따라잡은 성태가 말하자 우현이 청개구리처럼 칭얼댔다. 아, 짜장면 먹자고! 그놈의 돈가스 어제도 먹었잖아!! 성태가 우현의 칭얼거림에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싫어, 난 돈가스가 좋아!! 라며 우현이 완강하게 소리쳤다.
“그럼 성규보고 결정하라그러자!”
“흥, 성규는 내편이걸랑?!”
그치, 성규야!? 성규에게 꼈던 팔짱을 풀고는 자신의 팔들끼리 팔짱을 낀 우현이 성규의 앞에 고개를 확, 들이밀며 물었다. 갑작스런 우현의 행동에 놀란 성규가 움찔, 하며 뒤로 살짝 고개를 내뺐다. 약 20cm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우현과 성규의 눈이 마주쳤다. 우현이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당황했는지 굳어버렸고, 굳어버린건 성규또한 마찬가지였다. 성태가 그런 둘에 뭐하냐, 니네. 라며 둘의 시야 사이를 손바닥으로 휘젓자 연신 눈만 껌뻑이던 성규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뒷걸음질을 쳤다.
“그, 그냥 아무거나 먹어!”
“에이씨ㅡ 이 형이 양보한다. 짜장면 먹자!”
성규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곤 당황해 더듬으며 말하자, 자세를 바로한 우현이 그런 성규를 힐끗 바라보고는 목 언저리를 긁어대더니 괜히 더욱 오버하며 소리쳤다. 형은 개뿔, 지랄한다. 성태가 그런 우현에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자 빨리 가자, 배고프다! 라며 우현이 급하게 화제를 전환하고는 앞으로 어색한 걸음걸이로 척, 척 걸어나갔다.
*
“그니까! 내가 거기서 확 그냥‥”
“어, 밖에 비오네?”
한참 신나게 늘어놓는 성태의 무용담에 나를 포함해 모두가 웃어대던 도중, 창가쪽에 앉아있던 녀석의 말로인해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씨, 갑작스레 웬 비야. 웃으며 이야기를하던 성태가 짜증스럽게 소주병을 집어들며 중얼거렸다. 성태가 집어든 소주병을 빼앗아들며 자작하면 재수없다. 잠깐 지나가는 비겠지. 라고 내가 답한 나는 성태의 잔을 채워주고는 병을 내려놓으며 다시금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나기네….”
…소나기……. 입안에서 맴도는 단어에 옛날의 그 일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때, 김성규와…….
“야, 뭐해!”
회상에 빠지려는 나를 부르며 내 앞에 소리나게 잔을 내려놓은 성태가 뭐냐, 얼빠진 표정을 하고는. 하며 웃었다. 성태의 말에 제정신이 돌아온 내가 잔을 받아들며 그냥…. 하고 같이 웃어보이자 성태가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어디 아프냐? 하고 물어왔다.
“멀쩡한 사람 병자 만들지마라, 새끼야.”
픽, 하고 웃으며 어깨로 녀석을 툭 치며 오버스럽게 말하자 성태가 입꼬리를 당겨 쯥, 하는 소리를 내고는 멀쩡하면 됐고. 라며 나의 어깨를 몇번 두들기더니 금세 다른녀석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 성태를 바라보다 괜히 바싹 마르는 입술을 혀로 핥아내고는 다시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따라 많이 생각나네.
……김성규.
*
“으, 완전 다 젖었네….”
“갑자기 웬 비가와선…….”
쫄딱 젖은 성규와 우현이 상가 건물로 급하게 뛰어들어왔다. 비가 닿지 않는곳으로 들어오자마자 완전히 젖어버린 머리를 손으로 털어낸 우현이 짜증스레 옷을 살피며 말하자 성규가 그를 맞받아치며 중얼거렸다. 아, 찝찝해! 우현이 젖어 달라붙는 옷을 떼내며 씨잉… 하고 칭얼대자 성규가 나도 찝찝해!! 하고 같이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끼는 옷인데….”
성규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우현을 바라보며 비 쉽게 안 그칠거같은데, 어떡하지? 하며 잔뜩 울상을 지었다. 우현이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하고 쩝, 입맛을 다시며 철푸덕 주저앉았다.
“너도 앉아. 그래도 꽤 시간 걸릴거같다.”
“아, 이래서 여름이 싫어.”
“겨울되면 춥다고 이래서 겨울이 싫어. 이럴거냐?”
앗, 어떻게 알았지?! 우현의 옆에 같이 자리를 잡아 앉은 성규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장난스레 소리치자 우현이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난 봄이 제일 좋아! 날씨도 좋고, 꽃들도 이쁘고!”
“그럼 나중에 봄에 같이 꽃이나 보러갈래?”
“남자들끼리 무슨, 괜히 슬퍼진다 야!”
성규가 미소를 잔뜩 머금은채 이야기하자 우현이 성규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물었고, 우현의 물음에 성규가 웩, 하고 토하는 시늉을 해보이며 대답하고는 꽃보고싶다! 특히 벚꽃이 너무 보고싶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이란! 크ㅡ. 하고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런 성규를 바라보며 미미하게 웃음을 띈 우현이 김성규. 하고 성규를 불렀다.
“정말 죽이는…, 어?”
한참을 신나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던 성규가 자신을 부르는 우현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우현이 자신에게로 고개를 돌린 성규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자신을 불러놓고 뚫어져라 바라보기만하는 우현에 성규가 왜 임마. 하며 우현을 불렀다. 자신에게 말을 늘어놓던 성규의 입술에게로 시선을 고정시킨 우현이 여전히 대답이 없는채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까딱였다. …젖어서 그런가, 원래 입술이 빨갰는데 더 빨갛네. 갑작스레 드는 이상한 기분과 생각에 우현이 스스로 내가 뭐, 뭔 생각을 하는거야. 하고 놀라며 성규에게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외치고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이상한 우현의 모습에 성규도 당황한건지 뭐, 뭐…야…. 하고 말끝을 흐리며 눈을 이리저리 도로록 굴려댔다. 어색한 공기가 두사람을 휘감았다. 숙였던 고개를 다시 조심스레 들어올린 우현이 여전히 굵은 빗방울들이 세차게 내리는것을 바라보다가 꿀꺽, 하고 침을 삼키며 다시 조심스레 성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자신을 바라보는 우현에 성규도 어쩔줄 몰라하던 시선을 우현에게로 돌렸다.
“…….”
“…….”
허공에서 얽힌 시선이 애매했다. 한참을 서로 말없이 바라보던 성규와 우현 중, 우현이 먼저 살짝 성규에게로 몸을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분위기에 취한건지, 자연스레 스르르 눈을 감은 성규와 우현의 입술이 맞닿았다.
입술을 움직이지도, 혀를 밀어넣지도 않고 정말 딱 입술만 포개어진채 둘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먼저 우현이 입술을 떼내고는 다시 자리에 앉자 성규도 천천히 눈을 떴다. 다시 허공에서 얽힌 시선은 묘했다.
“미, 미안!”
제정신이 돌아온건지 우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급하게 말했다. 어쩔줄을 몰라하며 우현이 머리나 목, 입술 등을 손바닥으로 비벼댔다. 그러더니 결국 민망함을 견디지못하고 머, 먼저 갈게. 라며 우현이 빗속으로 들어가려했고, 그런 우현의 손목을 붙잡은 성규가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대로 다시 입술을 포개었다.
잠시 후, 우현에게서 떨어진 성규가 몇번 입술을 달싹이며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해.”
“……김성규….”
“꽤…됐어.”
“…….”
우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좋아한다고 고백한 성규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우현에 결국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고백을 내뱉었다.
“김성규, 너 이러는거…”
“알아, 잘못된거.”
“잘못됬다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후……”
“…….”
“그냥 어린나이의 치기일거야. 그 뿐이야.”
“…….”
자신의 고백을 단정짓는 우현에도 성규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설사 정말로 좋아하는거래도, 그렇다고해도…”
“…….”
“…좋아하면 안 돼.”
“…….”
“좋아해도 좋아하지마, 김성규.”
…나도 그럴테니까. 뒷말을 애써 삼킨 우현이 고개를 떨군채 들 생각을하지않는 성규의 동그란 머리통을 바라보다가 비 그치면 가라, 먼저 갈게. 라고 말하고는 급하게 빗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성규는 우현이 가고도 한참동안 그 자세 그대로, 그 자리에 그렇게 머물러있었다.
*
김성규는 그 날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 김성규, 휴학했다더라. 같은 동기로 인해 나는 겨우 그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고, 모두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할때 나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었던 그때, 나는 더 어렸으며, 더 약했고, 그러했기에 더 무서웠었다.
“야, 우리 대학때 김은희 기억나냐?”
“기억나지! 이뻤잖냐, 걔ㅡ.”
“걔가 바로 내 첫사랑이잖냐!!”
잔뜩 취해서는 큰 목소리로 자신의 첫사랑에대해 이야기하는 녀석을 바라보며 앞에 있던 소주를 들이켰다. …첫사랑.
“아, 첫사랑 보고싶다!”
어쩌면 김성규는, 내 젊었던 그때 그 날의 슬프고 허무한 첫사랑일지도 모른다. 서로 너무나 약했던 그때의, 안타까운.
- 기쁜 우리 젊은 날 Fin -